슈퍼플럭스 (Superflux)
개요
슈퍼플럭스는 아납 자인과 존 아던이 2009년 설립한 런던 기반 디자인·리서치 스튜디오다. 미래예측 보고서를 만드는 대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집과 물건, 영상, 전시를 실제 크기로 만들어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게 한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감시 기술, 돌봄, 생태계처럼 정답이 없는 문제를 주로 다룬다. 미래의 모습을 예쁘게 보여주는 콘셉트 디자인보다 현재 선택을 그대로 이어갔을 때 일상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만든다.
기업과 정부기관을 위한 미래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시에 베니스 비엔날레와 디자인뮤지엄,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한다. 컨설팅과 디자인 스튜디오, 예술집단과 연구조직의 경계에 걸친 조직이다.
설립·전개
2009년의 시작
아납 자인과 존 아던은 2009년 슈퍼플럭스를 공동 설립했다. 자인은 인도 국립디자인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런던 왕립예술학교로 옮겼고 Microsoft Research 등에서 기술과 미래 문제를 다뤘다.
두 사람은 미래를 예측해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실제로 경험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작업의 중심에 놓았다.
당시 스페큘러티브 디자인이 주로 대학과 갤러리에서 논의되던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의 전략 프로젝트까지 연결하려 했다.
미래 보고서를 공간으로
초기 작업에서는 드론과 감시, 사물인터넷처럼 앞으로 일상에 들어올 기술을 가상의 제품과 서비스로 만들었다.
이후에는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 도시 인프라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문서 속 시나리오보다 실제 아파트와 음식, 도구를 만들어 미래를 현재의 공간에 끌어오는 방식이 점점 강해졌다.
인간 중심에서 생태계로
2020년대 슈퍼플럭스는 인간에게 편리한 미래만 상상하는 태도에서 더 멀리 나갔다. 동물과 식물, 균류와 인간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관계를 작업의 중심에 놓기 시작했다.
2021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의 《Refuge for Resurgence》에서는 인간과 여우, 멧돼지, 비버와 버섯 등이 한 식탁을 공유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AI와 더 넓은 생명세계
2025년 런던 디자인뮤지엄에서 선보인 《Nobody Told Me Rivers Dream》은 AI를 인간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보다 강과 생태계가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는 매개로 다뤘다.
2026년 《The Craftocene》에서는 소비사회가 남긴 물건을 먼 미래의 사람들이 잘못 해석한 유물처럼 다시 전시한다. 풍요와 소비를 현재의 기준이 아닌 미래의 시선으로 뒤집는 방식이다.
디자인 철학·작업 방식
미래를 실제 크기로
슈퍼플럭스는 미래 시나리오를 그래프와 문장으로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방과 실제로 만질 수 있는 제품, 음식과 가구를 만든다.
미래가 추상적인 숫자에서 자신의 일상으로 내려오는 순간 판단도 달라진다는 생각이다.
월드빌딩
미래의 물건 하나만 만들지 않고 그 물건이 존재하려면 어떤 정치와 경제, 기술, 기후가 있어야 하는지 함께 설정한다.
영화의 세계관처럼 뉴스와 제품, 제도와 생활방식을 동시에 만든 뒤 그 안에 디자인 오브제를 배치한다.
다이에제틱 프로토타입
가상의 미래 세계 안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것처럼 만든 물건을 작업에 자주 사용한다.
버려진 전자부품으로 만든 데이터 장치나 기후위기에 적응한 식량 생산도구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그 사회가 어떤 가치와 기술을 선택했는지 설명한다.
더 많은 생명종을 위한 디자인
전통적인 인간 중심 디자인은 인간 사용자의 요구를 최우선에 놓는다. 슈퍼플럭스는 그 범위를 동물과 식물, 강과 생태계까지 확장한다.
사람에게 편리한 시스템이 다른 생명체에 어떤 비용을 넘기는지도 같은 디자인 문제로 다룬다.
낙관보다 능동적인 희망
슈퍼플럭스의 미래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중 하나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는다. 상황은 이미 악화됐지만 그 안에서도 새로운 관계와 행동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미래가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보다 현재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다.
주요 작업
Mitigation of Shock
《Mitigation of Shock》은 기후변화로 식량 공급과 생활환경이 크게 흔들린 미래의 런던 아파트를 실제 공간으로 만들었다.
거실에서는 직접 식량을 재배하고 기존 가구와 전자제품은 생존에 필요한 장치로 개조돼 있다. 미래의 거대한 도시계획을 보여주기보다 평범한 집 한 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기후위기를 온도 상승 수치가 아니라 식탁과 거실의 변화로 번역한 슈퍼플럭스의 대표작이다.
the Intersection
《the Intersection》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Omidyar Network와 진행한 미래연구·영화 프로젝트다.
감시 자본주의와 알고리즘, 허위정보, 기후재난이 겹쳐 사회가 흔들린 뒤 사람들이 분산된 기술과 지역 공동체를 다시 만드는 미래를 설정했다.
영화뿐 아니라 폐전자제품과 나무로 만든 데이터 운반 장치와 센서 네트워크 같은 가상의 도구를 실제로 제작했다.
Refuge for Resurgence
2021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 설치한 《Refuge for Resurgence》는 기후위기 이후 폐허 속에서 여러 생명종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인간 가족과 여우, 쥐, 말벌, 비둘기, 소, 멧돼지, 비버, 늑대와 버섯 등이 같은 테이블의 손님이 된다.
건축과 디자인에서 사람만을 사용자로 보는 관점을 가장 직접적으로 흔든 작업이다.
Nobody Told Me Rivers Dream
2025년 런던 디자인뮤지엄의 《More than Human》 전시를 위해 만든 설치작업이다.
인공지능을 사람 대신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보여주기보다 강과 생태환경에서 생성되는 복잡한 신호를 인간이 더 잘 인식하도록 돕는 도구로 상상했다.
AI와 자연을 반대편에 놓는 대신 새로운 감각기관처럼 연결할 수 있는지 묻는다.
The Craftocene
2026년 공개한 《The Craftocene》은 기존 작업과 신작을 연결해 미래 사람들이 오늘날 소비사회의 잔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보여준다.
신작 《Relics of Abundance》에서는 스마트폰과 스니커즈, 유명 디자인 의자 같은 현대 소비재가 먼 미래의 의례용 유물처럼 배치된다.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소비하는 물건을 미래의 고고학자가 바라보는 대상으로 바꾸면서 풍요라는 기준 자체를 낯설게 만든다.
영향 관계
슈퍼플럭스는 왕립예술학교를 중심으로 성장한 크리티컬·스페큘러티브 디자인의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결과물을 갤러리용 오브제에 한정하지 않는다.
기업과 정부의 미래전략, 기술정책과 기후 문제까지 작업 범위를 넓히면서 스페큘러티브 디자인이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인간 중심 디자인 이후를 논의하는 `more-than-human design`과 생태 중심 디자인 분야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수상·전시 이력
슈퍼플럭스는 2021년 Dezeen Awards에서 Design Studio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심사에서는 10년 이상 사회·환경 문제를 꾸준히 다뤄 온 작업 방향이 주요하게 평가됐다.
2021년에는 《Refuge for Resurgence》가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 전시됐고 같은 해 《Invocation for Hope》가 빈 응용미술관에서 열린 Vienna Biennale에 설치됐다.
아납 자인과 존 아던은 2022년 영국 RSA의 Royal Designer for Industry로 선정됐다.
2025년에는 런던 디자인뮤지엄의 《More than Human》에 참여했고, 2026년에도 《The Craftocene》과 신작을 통해 기후·생태 관련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반응과 평가
위상과 영향
슈퍼플럭스는 스페큘러티브 디자인을 미래형 제품의 이미지 제작에서 벗어나 공간·영화·연구·정책을 잇는 실무 영역으로 넓힌 스튜디오 중 하나다.
특히 기후위기나 AI처럼 규모가 너무 커 일상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문제를 생활 장면으로 줄여 보여주는 능력이 강하다.
디자인 반응
전시 공간의 완성도가 높고 실제 생활물건까지 세세하게 제작하기 때문에 관람객이 가상의 미래를 영화 세트보다 실제 삶의 흔적처럼 받아들이게 한다.
반대로 결과물만 보면 아름다운 디스토피아 전시처럼 소비될 위험도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설치물로 만드는 순간 메시지보다 이미지가 먼저 남을 수 있다.
비판
스페큘러티브 디자인은 실제 제품을 양산하거나 정책을 실행하는 분야와 달리 결과의 효과를 수치로 증명하기 어렵다. 전시를 본 사람이 생각을 바꾸더라도 그것이 실제 사회 변화까지 이어졌는지 측정하기 힘들다.
또 미래 시나리오는 결국 설계자가 선택한 관점이다. 아무리 다양한 관계를 포함하려 해도 누가 미래를 상상할 권한을 갖고 어떤 사회와 지역의 경험이 빠졌는지 계속 검토해야 한다.
슈퍼플럭스가 참여형 리서치와 여러 이해관계자를 작업 과정에 끌어들이는 이유도 이 문제와 연결된다.
같이 보기
스페큘러티브 디자인
크리티컬 디자인
더 모어 댄 휴먼 디자인
미래 시나리오
아납 자인
디자인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