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코펜하겐 (Space Copenhagen)

개요

스페이스 코펜하겐(Space Copenhagen)은 호텔, 레스토랑, 주거 공간, 가구, 조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며 북유럽 럭셔리 인테리어의 새로운 지형을 구축한 덴마크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왕립덴마크미술아카데미 건축학교 출신인 시그네 빈슬레우 헨릭센(Signe Bindslev Henriksen)과 페테르 분고르 뤼초(Peter Bundgaard Rützou)가 2005년 공동 설립했다. 구비(GUBI), 프레데리시아(Fredericia), 앤트레디션(&Tradition), 스텔라 웍스(Stellar Works) 등 다수의 제조사와 협력하며 꾸준히 산업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스튜디오의 핵심 기조는 '포에틱 모더니즘(Poetic Modernism)'이다. 모더니즘과 클래식, 산업 자재와 자연 소재, 조각적 조형과 절제된 형태 등 상반된 요소를 융합하여 공간의 기능성과 시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확보한다. 특히 호스피탈리티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코펜하겐 노마(Noma), 뉴욕 11 하워드(11 Howard), 런던 더 스트랫퍼드(The Stratford), 도쿄 호텔 도라노몬 힐스(Hotel Toranomon Hills) 등을 완성했다. 공간 프로젝트를 위해 고안된 커스텀 가구와 조명이 추후 글로벌 양산품으로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는 이들 작업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약력·연혁

헨릭센과 뤼초는 2005년 스튜디오 설립 초기부터 가구 디자인과 인테리어 실무를 분절하지 않고 통합적인 궤도 안에서 운용했다. 특정 공간을 설계할 때 맞춤형 의자와 조명을 함께 고안하고, 여기서 파생된 조형 언어를 다시 다른 매체로 이식하는 방식이다. 초기 코펜하겐의 전위적인 레스토랑 노마와 피스케바렌(Fiskebaren) 등의 인테리어를 총괄하며, 공간을 요리와 서비스의 속도에 맞춘 감각적 매개체로 격상시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쉐린 레스토랑을 위해 고안했던 의자는 2011년 프레데리시아를 통해 '스파인(Spine)' 컬렉션으로 양산되며 산업 가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후 활동 반경은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씬으로 넓어졌다. 뉴욕 소호의 11 하워드 호텔 프로젝트에서는 차가운 산업 자재와 따뜻한 반사광을 결합한 커스텀 금속 조명을 선보였고, 이는 구비의 '하워드(Howard)' 컬렉션으로 확장되었다. 2019년 런던 더 스트랫퍼드, 고건축물을 복원해 아파트먼트형 객실로 조성한 포르투의 더 라르고(The Largo), 목재와 직물로 고층 오피스 타워의 차가운 물성을 중화시킨 2023년 도쿄 호텔 도라노몬 힐스 등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는 확장을 거듭했다. 이와 병행하여 프레데리시아, 구비, 앤트레디션, 스텔라 웍스, 마테르(Mater) 등과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통해 가구와 조명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했다. 2024년 앤트레디션을 통해 코펜하겐 토르발센 미술관의 건축 디테일을 차용한 야외 가구 '토르발드(Thorvald)'를 발표했으며, 2026년 구비의 '그래비티(Gravity)' 컬렉션에 신규 대리석 라인업을 추가하는 등 다수의 건축가 및 실무 인력과 함께 공간과 제품을 횡단하는 왕성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스튜디오의 핵심 기조인 '포에틱 모더니즘(Poetic Modernism)'은 기계적이고 건조한 기능주의 모더니즘을 답습하지 않고, 오래된 재료와 새로운 구조, 거친 표면과 정교한 디테일을 단일 공간에 병치하는 데서 출발한다. 포르투 더 라르고에서 수백 년 된 화강암과 목재 천장 아래 현대적인 황동 기물을 매치한 것처럼 상반된 시간성과 텍스처를 충돌시켜 서정적인 공간감을 도출해 낸다. 또한 구비의 '그래비티' 조명에서 육중한 원통형 대리석 베이스와 가볍고 넓은 패브릭 셰이드를 결합하듯, 이질적인 스케일과 물성의 대조를 시각적 무기로 활용한다. 공간 연출에서도 거친 석재와 부드러운 패브릭, 어두운 목재와 밝은 톤의 벽, 직선의 건축 구조와 유기적인 곡선의 가구를 병치하며 팽팽한 시각적 긴장감을 유도한다.

이들의 제품 설계는 출발점이 쇼룸이 아닌 실제 상업 공간의 쓰임에 바탕을 둔다는 특징이 있다. 레스토랑의 다이닝 환경을 위해 '스파인'을 설계하고, 부티크 호텔의 조도 제어를 위해 '하워드'를 고안했듯, 식사 시의 착석감이나 공간을 채우는 빛의 산란 등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공간의 요구 조건이 양산 제품의 조형과 기능을 결정짓는다. 나아가 단기적인 유행을 추종해 매 시즌 파격적인 조형을 쏟아내기보다, 기존 컬렉션의 수명을 연장하고 확장하는 지속 가능한 '느린 미감(Slow Aesthetic)'을 표방한다. 일례로 2011년 론칭한 '스파인' 라운지체어의 기대 수명을 40년 이상으로 상정하고 제조사와 함께 7년 보증 및 커버 교체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물리적 내구성을 뒷받침하는 설계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주요 작업

도쿄 호텔 도라노몬 힐스(Hotel Toranomon Hills)

도쿄 스테이션 타워 내 5개 층에 조성된 205개 객실 규모의 호텔이다. 고층 복합건물 특유의 차가운 인상을 상쇄하기 위해 목재, 직물, 은은한 간접 조명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라운지와 카페, 리셉션의 파티션을 허물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열린 공간을 구축했다.

포르투 더 라르고(The Largo)

포르투갈 포르투의 5개 역사적 건축물을 이어 붙여 완성한 부티크 호텔이다. 기존의 화강암 통로, 석재 포털, 목재 천장의 유산을 온전히 보존하는 동시에 현지 장인들이 제작한 커스텀 가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일반 객실보다 넓은 아파트먼트 스케일로 구성하여 롱스테이 중심의 체류형 공간을 구현했다.

야외 가구 컬렉션 '토르발드(Thorvald)'

2024년 앤트레디션을 통해 출시한 아웃도어 컬렉션이다. 코펜하겐 토르발센 미술관의 신고전주의 건축과 주철 디테일에서 착안했다. 장식적 기교를 복제하는 대신 빛과 그림자가 투과하는 얇고 간결한 금속 격자 구조로 치환하여 북유럽 야외 환경에 최적화했다.

조명 컬렉션 '그래비티(Gravity)'

구비와 장기 전개 중인 조명 컬렉션으로, 묵직한 하부 베이스와 부유하는 듯한 상단 셰이드의 극단적 대조를 시각화했다. 대리석, 금속, 패브릭 간의 물성 대비가 핵심 조형 언어로 작동하며 2026년 대리석 신규 마감재 사양을 추가했다.

가구 컬렉션 '스파인(Spine)'

2011년 코펜하겐의 미쉐린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위해 고안된 후 프레데리시아의 정규 카탈로그로 편입된 랜드마크 제품이다. 전통적인 덴마크 목공 기술과 최고급 호스피탈리티 환경에 부합하는 정교한 업홀스터리 기법을 융합하여 럭셔리 라운지체어의 표본을 제시했다.

뉴욕 11 하워드(11 Howard) 및 '하워드' 조명

뉴욕 소호에 설계한 호텔과, 이 공간을 위해 탄생시킨 커스텀 조명을 구비의 양산 컬렉션으로 확장한 상징적 프로젝트다. 건메탈(Gunmetal) 브라스 특유의 짙은 외부 마감과 빛을 은은하게 난반사하는 황동 내부 셰이드가 고급스러운 대비를 이룬다.

영향 관계

스페이스 코펜하겐의 작업은 덴마크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와 전통 목공 기술을 뼈대로 삼되, 현대 북유럽 디자인이 강박적으로 고수하던 '밝은 목재와 백색 공간'의 공식을 이탈했다. 어두운 오크, 스모크드 윈도, 묵직한 황동, 천연 석재를 공격적으로 융합해 호텔과 다이닝 공간에 깊고 중후한 밀도를 부여했다. 스튜디오의 생태계는 글로벌 제조사와의 긴밀한 연대로 굴러간다. 프레데리시아, 구비, 앤트레디션, 스텔라 웍스 등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으며 커스텀 피스를 산업적 규모로 확장하고 있다. 초기 두 창립자의 이름으로 대변되던 스튜디오는 현재 다수의 전문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유기적으로 교류하는 집단 지성 조직으로 진화했다.

수상·전시 이력

공간 설계와 개별 프로덕트 양면에서 다수의 권위 있는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뉴욕의 11 하워드, 런던의 더 스트랫퍼드 등 메가톤급 국제 호텔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코펜하겐 밖의 글로벌 무대에서 확고한 인지도를 획득했다. 특히 '스파인' 컬렉션은 2011년 데뷔 이래 프레데리시아의 호스피탈리티 라인업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반응과 평가

스페이스 코펜하겐은 하이엔드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직조한 감각적 분위기와 맞춤형 가구를 대중적인 리빙 시장으로 이식하는 데 가장 능숙한 스튜디오 중 하나로 꼽힌다. 공간의 인테리어가 과도한 미니멀리즘으로 멸균되지 않으면서도 과잉 장식으로 흐르지 않는 고도의 균형감이 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특히 어두운 목재, 황동, 묵직한 패브릭을 병치하면서도 가구의 비례와 조도를 낮춰 공간의 중압감을 덜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반면, 이들의 성공 이후 고급 호텔 씬에서 어두운 목재와 베이지 톤 직물, 조각적 조명의 조합이 이른바 '뉴 노르딕 럭셔리'의 획일적인 흥행 공식처럼 대량 복제되었다는 비판적 시각도 상존한다.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자본이 선호하는 차분한 색조와 천연 소재의 반복이 결국 뉴욕, 도쿄, 포르투 등 각기 다른 도시의 로컬리티를 동질화시킬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들이 주창하는 '느린 미감'과 장기적 수명 주기의 가치가 막대한 예산이 수용되는 하이엔드 상업 시설이나 고가 가구 시장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점은 지속가능성의 본질적 접근성에 대한 한계를 노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상업 공간의 맥락을 위해 주조된 커스텀 가구가 글로벌 양산품의 궤도로 매끄럽게 편입되고 다시 다른 건축 환경을 풍성하게 채우는 선순환의 구조는 부인할 수 없는 성취다. 이들은 공간 설계와 제품 산업이 결코 분절된 생태계가 아님을 증명하며 동시대 디자인 산업의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