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 아키텍츠 (Norm Architects)

개요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는 2008년 코펜하겐을 거점으로 요나스 비에르레 포울센(Jonas Bjerre-Poulsen)과 카스페르 뢴 폰 로츠베크(Kasper Rønn von Lotzbeck)가 설립한 다학제 스튜디오다. 현재 프레데리크 베르네르(Frederik Werner)와 카트리네 골드스타인(Katrine Goldstein) 등 다수의 파트너 체제로 운영되며, 건축가, 인테리어 및 제품 디자이너, 사진가 등 약 30명의 인력이 건축, 공간, 가구, 제품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그들의 공간은 표면적으로 북유럽 미니멀리즘의 연장선에 있으나, 흰 벽과 형태적 결핍에 매몰되는 차가운 미니멀리즘을 지양한다. 거친 석재와 회벽, 짙은 목재, 가죽과 직물 등 촉각적 밀도가 높은 재료를 전면에 배치하고 자연광과 짙은 음영으로 공간의 깊이를 조율한다. 스튜디오는 이를 인체의 감각적 편안함을 복원하는 '소프트 미니멀리즘(Soft Minimalism)'으로 명명한다.

특히 건축과 제품 개발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작업 구조가 특징적이다. 도쿄 기누타 테라스(Kinuta Terrace) 인테리어 설계 시 일본 카리모쿠(Karimoku)와 맞춤 가구를 제작했고, 이는 독립 브랜드 '카리모쿠 케이스(Karimoku Case)'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런던 챈서리 하우스(Chancery House)의 커스텀 조명 역시 덴마크 브랜드 아우도 코펜하겐(Audo Copenhagen)의 양산품으로 확장되었다. 공간에 종속된 가구를 설계하고, 이를 다시 대량 생산 산업 궤도로 이식하는 순환적 파이프라인이 이들 작업의 핵심 동력이다.

설립·전개

2008년 설립 초기 건축과 인테리어를 기반으로 출발했으나, 단기간에 가구, 조명, 생활용품, 출판으로 영역을 무한 확장했다. 외부 기성 가구를 취합하여 공간을 세팅하는 관행을 거부하고, 프로젝트의 맥락에 부합하는 가구와 집기를 자체 설계하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앤트레디션(&Tradition), 아우도 코펜하겐, 아리아케(Ariake), 카리모쿠 케이스 등 유수의 제조사들과 견고한 양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2018년 일본 건축가 아시자와 게이지(Keiji Ashizawa)와의 도쿄 기누타 테라스 레노베이션 협업은 스튜디오 커리어의 결정적 변곡점이다. 1950년대 덴마크 가구의 비례와 일본 전통 목가구의 접구(Joint) 방식을 결합하여 12점의 가구를 도출해 냈고, 이는 카리모쿠 케이스의 첫 컬렉션으로 공표됐다. 특히 'N-DC01' 체어나 'N-S01' 소파는 일본 장인들과 공장에서 직접 시제품을 조율하며 덴마크 디자인과 일본 기술력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 놈 아키텍츠가 주도한 이른바 '재팬디(Japandi)' 스타일은 피상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차용이 아니라, 양국의 제조 공정과 실무적 융합을 근간으로 한다.

2019년 코펜하겐 노르하운 지역의 1918년 건물을 수선하여 개장한 아우도 하우스(Audo House)는 그들의 철학이 응집된 하이브리드 공간이다. 호텔, 다이닝, 쇼룸, 문화 공간이 중첩된 이곳에서 아우도 코펜하겐의 제품군을 실제 거주 환경처럼 세팅하여 사용성을 검증했다. 완성 후 방치하지 않고 2025년 《MONUMENTS》 전시를 기점으로 공간을 재구획하는 등 유동적인 레노베이션을 지속하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오피스와 호스피탈리티로 공간의 스케일을 격상시켰다. 2022년 스웨덴 할란드의 '엥(ÄNG)' 레스토랑에서는 식사 공간을 지하로 은폐하여 주변 숲의 풍경을 침해하지 않는 환경 통합적 설계를 선보였다. 2023년 런던 챈서리 하우스에서는 1만 6000㎡ 규모의 플렉서블 오피스 실내 건축을 총괄하며 업무 효율과 휴식을 결합한 공용 공간을 조직해 BREEAM Excellent 인증을 획득했다. 같은 해 개관한 트렁크 호텔 요요기 파크(TRUNK(HOTEL) YOYOGI PARK) 프로젝트에서는 아시자와 게이지 디자인의 건축과 공조하며 일본과 유럽의 공예를 도심의 콘크리트 및 자연 식재와 부드럽게 직조해 냈다.

디자인 철학·작업 방식

놈 아키텍츠가 표방하는 소프트 미니멀리즘은 장식의 기계적 소거가 아니다. 인간의 신체가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도록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어하고, 재료의 촉감, 자연광의 파장, 신체의 동선을 설계하는 감각적 재건(Built Environment) 작업에 가깝다. 2025년 공개된 '리지(Ridge)' 소파는 이러한 철학의 현현이다. 육중한 쿠션 윤곽을 따라 한 줄의 플랜지(Flange) 디테일만을 남기고 일체의 장식을 배제하여, 2025년 덴마크 디자인 어워드(Design Awards) 올해의 가구로 선정됐다.

석재, 목재, 직물 등 1차원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들의 표면을 지나치게 매끈하게 연마하여 물성을 훼손하는 것을 경계한다. '하시라(Hashira)' 조명에서는 직물을 활용해 일본 지등(紙燈) 특유의 부드러운 산란광을 구현하며, 재료의 질감이 빛을 머금어 공간의 분위기를 직조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이들의 제품 디자인은 철저히 공간의 당면 과제에서 파생된다. 챈서리 하우스의 커스텀 철제 조명이 아우도 코펜하겐의 기성품으로, 기누타 테라스의 맞춤 가구가 카리모쿠 케이스 컬렉션으로 이양되었듯, 특정 건축 환경에서 기능성과 심미성이 실증된 오브제만을 양산 궤도에 올리는 철저한 공간 종속적 태도를 견지한다.

주요 작업

모듈 소파 '리지(Ridge)'

2025년 웬델보(Wendelbo)와 협력하여 설계한 낮은 모듈 소파다. 거대한 쿠션의 경계를 짓는 날렵한 돌출선(Flange) 하나로 전체 볼륨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소프트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구현했다.

트렁크 호텔 요요기 파크(TRUNK(HOTEL) YOYOGI PARK)

2023년 도쿄에 개장한 부티크 호텔로 아시자와 게이지 디자인이 건축을, 놈 아키텍츠가 인테리어 실무를 지원했다. 공원 인접성을 활용해 콘크리트, 목재, 식재를 혼합하여 일본과 북유럽의 조형 언어가 이질감 없이 공명하는 공간을 창출했다.

오피스 공간 챈서리 하우스(Chancery House)

2023년 런던 도심에 구축된 대형 업무 공간이다. 기계적인 데스크 배열을 폐기하고 라운지, 집중 부스, 회의실 등을 유기적으로 엮어내어 현대적 플렉서블 워크스페이스의 기준을 제시했다. 설계 과정에서 파생된 외부 구조 모티프의 조명은 아우도 코펜하겐 컬렉션으로 편입됐다.

리조트 셰파르켄(Sjöparken)

2023년 스웨덴 할란드의 호숫가에 조성된 숙박 시설이다. 침대, 사우나, 파노라마 창을 철저히 호수 방향으로 정렬하여, 실내 장식의 시각적 노이즈를 억제하고 외부 자연의 변화에 시선이 묶이도록 통제했다.

파인다이닝 '엥(ÄNG)'

2022년 스웨덴 와이너리 부지에 신축된 레스토랑이다. 지상의 유리 온실에서 지하 다이닝 공간으로 하강하는 수직적 동선을 설계했으며, 공간의 건축적 비례와 카리모쿠의 목가구가 통합된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아파트 레노베이션 '기누타 테라스(Kinuta Terrace)'

2019년 아시자와 게이지와 공동 수행한 도쿄 주거 프로젝트다. 이 공간을 위해 개발된 12점의 목가구는 훗날 카리모쿠 케이스라는 글로벌 가구 브랜드의 발사대가 되었다.

복합 공간 '아우도 하우스(Audo House)'

2019년 론칭하여 2025년 레노베이션을 거친 코펜하겐의 복합 라이프스타일 거점이다. 상업 시설을 넘어 아우도 코펜하겐 브랜드의 제품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증명하는 체험적 쇼룸이자 아카이브 공간이다.

영향 관계

덴마크 디자인의 황금기를 이끈 기능주의 뼈대 위에 일본 전통 건축의 비례와 여백을 정교하게 이식했다. 그러나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 류의 명작이나 일본의 표층적 양식을 피상적으로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문화권의 결구 방식과 소재를 다루는 장인적 태도를 본질적으로 융합했다. 특히 아시자와 게이지 및 카리모쿠와의 밀착된 연대는 단발적 협업을 넘어 카리모쿠 케이스라는 장기적 비즈니스 모델을 파생시키며, 문화적 융합이 견고한 상업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현재 스튜디오는 창립자 1~2인의 독점적 천재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다수의 파트너 체제 아래 건축, 공간, 제품 전문 팀이 유기적으로 직조된 30명 규모의 기업형 크리에이티브 조직으로 가동되고 있다.

수상·전시 이력

2014년, 2016년 덴마크 디자인 어워드 올해의 디자이너(Designer of the Year), 2019년 공간 디자이너 부문(Spatial Designer of the Year) 등을 석권하며 덴마크 디자인 씬의 맹주로 군림해 왔다. 챈서리 하우스는 2024년 디진 어워드(Dezeen Awards) 대형 업무공간 부문을, 트렁크 호텔 요요기 파크는 2024년 AHEAD Asia 올해의 호텔·객실 부문을 연달아 휩쓸었으며, 2025년 리지 소파로 다시 한번 자국 디자인 어워드 올해의 가구를 수성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반응과 평가

놈 아키텍츠는 2010년대 이후 차갑고 관념적이던 북유럽 미니멀리즘의 지형을 촉각적이고 온화한 소프트 미니멀리즘으로 이동시킨 주역이다. 건축과 호스피탈리티를 넘어, 아우도 코펜하겐과 카리모쿠 케이스의 막강한 양산 인프라를 통해 그들의 미감을 전 세계 일반 주거 공간으로 침투시키는 데 성공했다. 작위적인 장식을 억제하고 목재, 석재, 패브릭의 자연스러운 결산(決算)과 빛의 음영만으로 공간의 밀도를 채워내는 우아한 통제력은 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반면, 베이지와 그레이 컬러, 무광 석재, 짙은 원목과 저상형 가구라는 특유의 코드 배합이 다수의 상업 공간과 주거에 맹목적으로 복제되면서, 전 세계 럭셔리 공간이 획일화된 '웜 미니멀리즘'으로 평준화되었다는 비판적 시선도 상존한다. 놈 아키텍츠가 고안한 스타일의 문법이 이른바 트렌디한 카페나 부티크 호텔의 클리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들이 표방하는 '단순함'과 '비움'은 저예산이나 환경친화적 시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고급 천연 소재와 맞춤형 디테일 시공이 강제되는 만큼, 겉보기엔 소박하나 실제로는 막대한 자본과 자원이 투입되는 고비용 건축의 전형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진정한 공로는 껍데기에 불과한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전파에 있지 않다. 특정 건축물에서 발화한 가구와 조명의 필요성을 포착해 제품으로 구현하고, 이를 궤도에 올려 글로벌 양산 산업으로 직결시키는 완벽한 사슬 구조의 확립에 있다. 놈 아키텍츠 안에서 건축과 제품은 결코 분리되어 취급되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를 낳고 증명하는 거대한 단일 생태계로 완벽히 융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