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디자인센터 (Hyundai Design Center)
개요
현대디자인센터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조직을 가리키는 통칭으로 쓰인다. 현재 조직 체계에서는 현대디자인센터,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 테크니컬 유닛, 제네시스 디자인센터, 해외 디자인·R&D 거점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에 가깝다.
이 조직은 단순히 차의 외형을 그리는 부서가 아니다. 차체 비례, 스탠스, 전면부 디자인, 램프 그래픽, 실내, 조작계, 컬러와 소재, 사용자 인터페이스, 콘셉트카, 브랜드 디자인 언어까지 다룬다. 현대차가 값싼 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과정에도 깊게 관여했다.
2023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디자인본부를 새로 세우고 루크 동커볼케가 이를 이끌도록 했다. 이 조직은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 테크니컬 유닛과 기아 글로벌디자인 테크니컬 유닛을 포함한다. 현대디자인센터는 사이먼 로스비가, 새로 세워진 제네시스 디자인센터는 윤일헌이 맡는 구조로 정리됐다.
이상엽은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센터를 이끌며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2세대 코나, N 비전 74 같은 모델과 콘셉트카의 디자인 성과로 2023년 월드 카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루크 동커볼케는 2022년 같은 상을 받았다. 이 흐름은 현대차그룹 디자인 조직이 개인 디자이너 이름으로도 국제 자동차 디자인 평가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약력·연혁
포니와 외부 스튜디오의 도움
현대차는 1970년대 중반부터 내부 디자이너를 키우기 시작했다. 1975년 포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이탈디자인의 도움을 받아 태어났지만, 이후 현대차는 자체 디자인 조직을 세우고 양산차 개발 노하우를 쌓았다.
포니는 현대차 디자인사의 출발점에 가까운 모델이다. 외부 카로체리아의 도움을 받았지만, 한국 자동차 회사가 고유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후 현대차 디자인 조직의 기준점이 됐다. 포니의 각진 차체 비례와 단순한 면 처리는 훗날 아이오닉 5에서 다시 소환됐다.
남양 디자인센터와 글로벌 거점
현대차 디자인 조직의 핵심 기지는 남양연구소 안의 남양 디자인센터다. 남양 디자인센터는 VR 센터, 실내 평가 공간, CAVE 시스템, 슈퍼컴퓨터 등을 갖춘 디자인 시설로 설명된다. 외장과 내장 스타일, 디지털 모델링, 새로운 컬러 개발을 수행하는 거점이다.
해외 거점도 함께 움직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자인·엔지니어링 거점은 북미 시장의 차체 비례와 라이프스타일 감각을 반영하고, 유럽 디자인센터는 독일 뤼셀스하임을 기반으로 유럽 고객의 요구와 생활 방식에 맞춘 디자인을 개발한다. 중국, 인도, 일본 등은 디자인센터로 단정하기보다, 권역별 R&D와 시장 대응 거점으로 구분해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구조는 현대차 디자인이 한 지역의 취향만 따르지 않게 만든다. 남양에서 전체 방향과 양산 개발을 조율하고, 해외 거점은 시장별 비례, 사용 환경, 소비자 감각을 설계 과정에 반영한다.
품질과 디자인을 함께 끌어올린 시기
2000년대 현대차는 품질과 디자인을 함께 끌어올렸다. 투싼, 싼타페, 쏘나타, 아반떼, 제네시스 세단을 통해 차급별 디자인 실험을 넓혔다. 남양연구소는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 함께 움직이는 개발 거점으로 커졌다.
이 시기의 현대차 디자인은 아직 강한 하나의 언어로 정리되기 전이었다. 대신 시장별 차종을 빠르게 늘리고, 세단과 SUV, 고급 세단까지 다루며 디자인 조직이 양산 개발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과정이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와 강한 패밀리룩
2000년대 말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앞세웠다. YF 쏘나타, 투싼 ix, 아반떼 MD는 강한 캐릭터 라인과 날카로운 램프로 현대차의 디자인 인식을 바꿨다.
이 시기 현대차는 패밀리룩을 강하게 만들며 세계 시장에서 디자인으로 눈에 띄는 브랜드가 됐다. 곡선과 날카로운 선, 흐르는 듯한 측면 캐릭터 라인은 이전 현대차와 확실히 달랐다. 반응은 갈렸지만, 디자인이 현대차를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 것은 분명했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와 전기차
2018년 르 필 루즈 콘셉트 이후 현대차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내세웠다. 이후 8세대 쏘나타, 7세대 아반떼,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같은 모델이 나왔다.
이 시기 현대차는 모든 차를 같은 전면부 디자인으로 묶기보다, 차종마다 다른 조형 해법을 택했다. 아이오닉 5는 포니의 각진 비례와 픽셀 램프를 전기차 전용 플랫폼 위에 새로 배치했고, 아이오닉 6는 공력형 스트림라이너 실루엣을 전기 세단으로 풀었다.
글로벌디자인본부 개편
2023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디자인본부를 만들었다. 루크 동커볼케가 최고디자인책임자이자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로서 본부를 이끌고, 현대·제네시스와 기아 디자인 조직이 이 체계 아래로 들어갔다.
이 개편은 자동차 외형을 그리는 조직을 넘어, 그룹 전체의 디자인 방향을 통합하는 성격이 강하다. 전기차, 목적기반차, 로보틱스, 항공 모빌리티까지 디자인 범위가 넓어지면서 조직도 모빌리티 전반을 다루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현대, 기아, 제네시스가 각각의 디자인 철학과 정체성을 갖도록 조직을 나눈 점도 중요하다. 현대차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기아는 오퍼짓 유나이티드, 제네시스는 역동적인 우아함을 각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으로 내세운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양산 가능한 실험
현대디자인센터의 강점은 콘셉트카의 아이디어를 양산차로 옮기는 데 있다. 아이오닉 5는 45 콘셉트의 각진 비례와 픽셀 그래픽을 양산차에 남겼고, 아이오닉 6는 프로페시 콘셉트의 공력형 실루엣을 전기 세단으로 바꿨다.
현대차의 디자인 실험은 전시장용 콘셉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양산 과정에서 안전 규정, 생산성, 실내 공간, 공력 성능을 맞추면서도 콘셉트의 핵심 이미지를 비교적 많이 남기려는 편이다. 이 점이 2020년대 현대차 디자인의 중요한 특징이다.
차종별 조형 전략
현대차는 2020년대 들어 모든 차를 같은 전면부 디자인으로 묶기보다, 차종별로 다른 조형 전략을 택했다. 아이오닉 5는 각진 표면과 픽셀 램프를 썼고, 아이오닉 6는 낮고 매끈한 차체를 만들었다. 7세대 아반떼는 파라메트릭 주얼 패턴과 날카로운 면 처리를 넣었다. 2세대 코나는 수평형 램프와 매끈한 전면부 디자인을 앞세웠다.
이 방식은 강한 패밀리룩과는 다르다. 브랜드 전체를 하나의 전면부 그래픽으로 묶기보다, 차종의 성격과 패키징에 맞춰 다른 인상을 만든다. 대신 픽셀 그래픽, 파라메트릭 패턴, 수평형 램프, 날카로운 면 처리 같은 요소를 통해 느슨한 연결감을 만든다.
전기차 패키징을 활용한 비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현대디자인센터에 새로운 비례를 열어 줬다. 아이오닉 5는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 평평한 바닥을 통해 기존 내연기관 해치백과 다른 스탠스를 만들었다. 차체는 각져 있지만, 실내 공간은 중형 SUV에 가까운 여유를 준다.
아이오닉 6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낮은 차체와 둥근 루프라인, 매끈한 후면부를 통해 공력 성능을 우선했다. 현대차는 같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쓰면서도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를 완전히 다른 조형으로 만들었다.
스케치, 클레이, 디지털 품평을 잇는 과정
자동차 디자인은 평면 스케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초기 아이디어는 스케치와 디지털 렌더링으로 정리되고, 이후 3D 데이터, VR 품평, 클레이 모델, 실차 크기 품평을 거치며 조정된다.
클레이 모델은 자동차 디자인에서 여전히 중요한 단계다. 화면 안에서는 그럴듯해 보이는 차체 볼륨도 실제 크기로 만들면 스탠스, 루프라인, 옆유리 라인, 전면부 비례, 램프 그래픽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디자이너는 클레이 표면을 다듬으며 면의 긴장감과 빛의 흐름을 확인한다.
남양 디자인센터의 VR 센터와 CAVE 시스템은 이런 품평 과정을 디지털로 보완한다. 실제 차를 만들기 전에도 외장과 내장, 조명, 컬러, 소재를 가상 환경에서 검토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디자인 수정 속도를 높이고, 여러 지역 디자인 거점이 같은 데이터를 보며 의사결정할 수 있게 만든다.
컬러와 소재가 만드는 브랜드 경험
컬러와 소재를 다루는 CMF 작업도 현대디자인센터의 중요한 영역이다. 자동차의 인상은 차체 형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외장 컬러, 내장 소재, 표면 질감, 금속과 플라스틱의 마감, 실내 조명, 디스플레이 그래픽이 모두 브랜드 경험을 만든다.
현대차의 전기차와 제네시스 모델에서는 CMF의 비중이 더 커졌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는 전기차의 실내를 생활 공간처럼 보이게 해야 했고, 제네시스는 고급차 브랜드로서 소재와 마감의 밀도를 높여야 했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컬러, 소재, 조작계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리된다.
실내와 인터페이스
전기차 시대 이후 현대디자인센터는 실내 설계를 더 크게 다룬다. 아이오닉 5는 평평한 바닥과 움직이는 콘솔을 통해 실내를 거실처럼 쓸 수 있게 했다. 아이오닉 6는 브리지 타입 센터 콘솔, 슬림한 도어, 듀얼 스크린을 통해 낮은 세단 안에서 공간을 확보했다.
실내 디자인은 단순히 대시보드와 시트를 꾸미는 일이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바닥 구조, 배터리 위치, 디스플레이, 조작계, 수납, 충전 경험이 모두 실내 경험과 연결된다. 현대디자인센터는 이 영역을 통해 기존 자동차보다 더 생활 공간에 가까운 실내를 만들려 한다.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디자인 차별화
제네시스는 현대차와 다른 디자인 언어를 쓴다. 두 줄 램프, 크레스트 그릴, 파라볼릭 라인, 기요셰 패턴 같은 요소가 제네시스를 구분한다. 현대디자인센터와 제네시스 디자인센터는 같은 그룹 안에 있지만, 두 브랜드가 같은 인상으로 보이지 않도록 램프 그래픽, 그릴 형태, 실내 소재, 조작계를 다르게 짠다.
현대차가 차종별 실험과 전기차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면, 제네시스는 더 절제된 고급감과 브랜드 일관성을 강조한다. 두 브랜드의 디자인 차별화를 유지하는 일은 현대차그룹 디자인 조직의 핵심 과제다.
주요 작업
포니
포니는 현대차 디자인사의 출발점에 가까운 모델이다.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이탈디자인이 외형을 맡았고, 각진 해치백 비례가 한국 첫 고유 모델을 기억시키는 장면이 됐다.
포니는 현대차가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의 도움을 받아 첫 고유 모델을 만든 사례다. 동시에 이후 현대차가 자체 디자인 조직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를 분명하게 만든 모델이기도 하다. 아이오닉 5는 포니의 각진 비례를 직접 떠올리게 하며, 과거의 디자인 기억을 전기차 시대의 이미지로 다시 꺼냈다.
YF 쏘나타
YF 쏘나타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대중에게 알린 모델이다. 중형 세단에 낮은 루프라인과 강한 옆면 캐릭터 라인을 넣어 현대차 디자인의 변화를 크게 드러냈다.
이전 쏘나타가 비교적 무난한 중형 세단 이미지였다면, YF 쏘나타는 과감한 캐릭터 라인과 쿠페에 가까운 루프라인으로 시장의 반응을 갈랐다. 호불호는 있었지만, 현대차가 디자인으로 먼저 언급되는 계기가 됐다.
7세대 아반떼
7세대 아반떼는 파라메트릭 주얼 패턴과 날카로운 차체 선을 적용했다. 준중형 세단에서 보기 어려운 강한 면 분할을 넣었고, 북미 올해의 차 승용차 부문을 받았다.
차체 옆면은 여러 개의 선이 교차하며 삼각형에 가까운 면을 만든다. 전면부 디자인도 낮고 넓게 잡아, 준중형 세단이지만 더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이 모델은 현대차가 대중차에서도 강한 조형 실험을 시도한 사례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5는 현대차 전용 전기차 디자인의 대표작이다. 긴 휠베이스, 짧은 오버행, 픽셀 램프, 평평한 바닥을 적용했다. 포니에서 가져온 각진 실루엣을 전기차 패키징에 맞게 다시 만들었다.
아이오닉 5의 핵심은 복고풍을 단순히 재현한 데 있지 않다. 포니가 가진 각진 기억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비례와 결합하면서, 현대차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아이오닉 6
아이오닉 6는 공력 성능을 위해 낮고 둥근 차체를 택했다. 현대차는 이 차를 스트림라이너로 설명했다. 뒷부분은 스포일러와 픽셀 램프를 통해 전기 세단 특유의 인상을 만들었다.
디자인 반응은 크게 갈렸다. 한쪽에서는 아이오닉 5와 너무 다른 방향이라 낯설다고 봤고, 다른 쪽에서는 전기차 시대 세단을 공력과 효율 중심으로 다시 해석한 과감한 선택으로 봤다.
2세대 코나
2세대 코나는 수평형 램프와 매끈한 전면부 디자인을 앞세운 소형 SUV다. 전기차 모델을 먼저 디자인한 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N 라인으로 확장한 접근이 특징이다.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수평형 램프는 차체를 더 넓어 보이게 하고, 매끈한 앞모습은 전기차 이미지를 먼저 만든다. 이 모델은 현대차가 같은 차종 안에서도 전동화 이미지를 중심에 두고 디자인을 전개한 사례다.
제네시스 G90
G90은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디자인을 정리한 모델이다. 얇은 두 줄 램프, MLA 헤드램프, 크레스트 그릴, 기요셰 패턴 엠블럼을 적용했다. 현대차와 다른 고급차 언어를 분명하게 만든 사례다.
G90은 제네시스가 플래그십 세단에서 어떤 비례와 표정을 가져가려는지 보여준다. 전면부 디자인은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램프로 정리되고, 실내는 소재와 조작계, 조명으로 고급차의 밀도를 만든다.
제네시스 GV80
GV80은 제네시스 SUV 디자인의 기준을 만든 모델이다. 두 줄 램프, 크레스트 그릴, 긴 보닛, 후륜구동 기반 스탠스를 통해 현대차 SUV와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제네시스가 세단 중심 브랜드에서 SUV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급 SUV에서 요구되는 차체 볼륨과 브랜드 그래픽을 함께 정리한 사례다.
영향 관계
이탈디자인과 포니의 출발점
현대디자인센터는 초기에는 해외 디자이너와 외부 스튜디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포니는 이탈디자인이 외형을 맡았고, 이 관계는 현대차 디자인사의 출발점으로 자주 언급된다.
이 시기 현대차는 아직 독자 디자인 조직과 양산 개발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다. 외부 스튜디오의 제안은 단순한 외형 디자인이 아니라, 한국 고유 모델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세울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였다.
자체 디자인 조직의 성장
이후 현대차는 자체 디자인 조직을 키우며 외부 의존도를 줄였다. 남양연구소와 글로벌 디자인 거점은 지역 시장의 감각을 반영하면서도, 양산 개발과 디자인을 더 긴밀하게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변화는 현대차가 더 이상 외부 스튜디오의 스타일을 빌려 오는 회사가 아니라, 스스로 디자인 방향을 정하는 회사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처와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는 그 과정에서 나온 대표적인 디자인 언어다.
국제 디자이너와 그룹 디자인 체제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 같은 인물은 현대차그룹 디자인의 국제적 인식을 끌어올렸다.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 디자인 혁신을 통해 그룹 전체에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각인시켰고, 루크 동커볼케는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총괄했다. 이상엽은 현대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이끌며 전기차와 고급차 양쪽에서 성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유럽식 표면 처리, 북미 시장의 비례, 한국 브랜드의 빠른 실행력을 함께 섞었다. 외부 인재를 받아들이면서도, 최종 결과물은 현대차그룹의 양산 속도와 내부 실행력 안에서 만들어졌다.
전기차가 바꾼 디자인 기준
전기차는 현대디자인센터의 디자인 기준을 크게 바꿨다. 그릴이 줄어들고, 바닥이 평평해지고, 휠베이스가 길어지면서 비례와 실내 구성의 자유도가 커졌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는 이 변화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과거 포니의 기억을 각진 전기차로 바꿨고, 다른 하나는 공력형 전기 세단의 가능성을 밀어붙였다. 이 두 모델은 현대차가 전기차 디자인에서 하나의 정답만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제네시스가 만든 그룹 디자인의 긴장감
제네시스 디자인은 현대차그룹 안에 별도의 긴장감을 만들었다. 현대차가 대중차와 전기차에서 실험적인 이미지를 넓혔다면, 제네시스는 고급차 브랜드로서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유지해야 했다.
두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 파라볼릭 라인은 제네시스를 현대차와 분리하는 장치다. 이 차이는 현대차그룹 디자인 조직이 하나의 회사 안에서 대중차, 전기차, 고급차를 서로 다른 언어로 운영해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준다.
수상·전시 이력
현대디자인센터가 만든 모델은 2020년대 들어 여러 국제 자동차상과 디자인상을 받았다. 아이오닉 5는 2022년 월드 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받았다. 아이오닉 6도 2023년 월드 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받았다.
이상엽은 2023년 월드 카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루크 동커볼케는 2022년 같은 상을 받았다. 두 수상은 현대차그룹 디자인 조직이 개인 디자이너 이름으로도 국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7세대 아반떼는 북미 올해의 차 승용차 부문을 받았다. 제네시스 모델들도 여러 글로벌 디자인상과 자동차상을 받으며 현대차그룹 디자인 조직의 평가 범위를 넓혔다.
반응과 평가
위상과 영향
현대디자인센터는 현대차그룹이 가성비 브랜드에서 디자인으로 먼저 기억되는 브랜드로 옮겨 가는 과정에 깊게 관여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과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현대차를 세계 시장에서 눈에 띄게 만들었다.
2020년대에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가 현대차 디자인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였다. 두 모델은 각각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받았고, 이상엽과 루크 동커볼케의 월드 카 올해의 인물 수상은 현대차그룹 디자인 조직이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 담론 안에서 주요한 위치에 올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제네시스 디자인도 그룹 전체의 인식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줬다. 두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은 현대차와 다른 고급차 브랜드 언어를 만들었고, G90과 GV80 같은 모델은 제네시스가 독립 브랜드로 받아들여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디자인 반응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는 전기차 디자인 반응을 크게 갈랐다. 아이오닉 5는 포니를 떠올리게 하는 각진 차체와 픽셀 램프로 호평을 받았다. 복고적인 기억과 전기차 플랫폼의 비례를 함께 쓴 점이 강하게 받아들여졌다.
아이오닉 6는 공력형 차체 때문에 낯설다는 반응과 전기 세단다운 과감한 선택이라는 반응을 함께 얻었다. 아이오닉 5와 너무 다른 모습이라는 점이 일부에게는 혼란으로 보였고, 다른 쪽에서는 현대차가 차종별로 완전히 다른 해법을 낼 수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7세대 아반떼와 2세대 코나도 비슷한 반응을 만들었다. 아반떼는 준중형 세단에서 보기 어려운 강한 면 분할로 주목받았고, 코나는 수평형 램프와 매끈한 전면부 디자인으로 전동화 시대의 소형 SUV 이미지를 먼저 제시했다.
차종별 조형 전략
현대차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모델별로 조형 전략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점이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반떼, 코나, 싼타페는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서로 다른 비례와 램프 그래픽, 표면 처리를 쓴다.
이 방식은 장점과 단점을 함께 만든다. 장점은 차종별 성격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 해치백, 공력형 세단, 준중형 세단, 소형 SUV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반대로 브랜드 전체를 한눈에 묶는 디자인 통일감은 약해 보일 수 있다.
현대디자인센터의 특징은 바로 이 갈림에 있다. 단일한 패밀리룩을 반복하기보다, 차종별 비례와 램프 그래픽, 표면 처리의 차이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다.
브랜드별 디자인 정체성의 분리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동시에 다루는 구조는 장점이자 부담이다. 같은 그룹 안에서 플랫폼, 기술, 인력이 연결되지만, 소비자가 보는 브랜드 이미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제네시스는 두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 파라볼릭 라인으로 더 일관된 고급차 이미지를 만든다. 현대차는 차종별 실험과 전동화 이미지를 더 강하게 드러낸다. 이 차별화가 약해지면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이 겹쳐 보일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멀어지면 그룹 차원의 디자인 연결성이 약해질 수 있다.
현대디자인센터와 제네시스 디자인센터의 과제는 이 균형에 있다. 현대차는 실험성을 유지하고, 제네시스는 고급차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둘 다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경쟁력 안에 있어야 한다.
강한 그래픽 요소의 지속성 문제
현대차 디자인은 강한 그래픽 요소를 적극적으로 쓰는 만큼, 세대교체 때 시각적 지속성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시기의 강한 캐릭터 라인은 현대차를 눈에 띄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한 선이라는 평가도 함께 남겼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이후의 전기차 디자인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 픽셀 램프, 수평형 램프, 파라메트릭 패턴은 강한 기억을 만들지만, 여러 차종에 반복될 경우 그래픽 요소가 빠르게 소모될 수 있다.
현대디자인센터는 강한 시각 요소를 쓰면서도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디자인 정체성을 갱신할지 계속 증명해야 한다. 전기차 시대의 현대차 디자인은 바로 이 속도와 지속성 사이에 놓여 있다.
관련·혼동 용어
현대디자인센터
현대디자인센터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조직을 가리키는 통칭으로 쓰인다. 현재 조직 체계에서는 현대디자인센터,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 테크니컬 유닛, 제네시스 디자인센터, 글로벌 디자인·R&D 거점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에 가깝다.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 테크니컬 유닛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 테크니컬 유닛은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조직이다. 2023년 글로벌디자인본부 개편 이후 이 조직 아래에 현대디자인센터와 제네시스 디자인센터가 자리한다.
글로벌디자인본부
글로벌디자인본부는 2023년 현대차그룹이 만든 디자인 총괄 조직이다. 루크 동커볼케가 최고디자인책임자이자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로 이 조직을 이끈다. 현대·제네시스 디자인 조직과 기아 디자인 조직이 이 체계 아래로 묶였다.
남양 디자인센터
남양 디자인센터는 현대차 디자인 개발의 핵심 거점이다. VR 센터, 실내 평가 공간, CAVE 시스템, 슈퍼컴퓨터 등을 갖추고 외장·내장 스타일, 디지털 모델링, 컬러 개발을 수행한다.
루크 동커볼케
루크 동커볼케는 현대차그룹의 최고디자인책임자이자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다. 현대차그룹 디자인 조직 개편 이후 글로벌디자인본부를 이끌며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 미래 모빌리티 디자인 방향에 관여한다.
이상엽
이상엽은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센터를 이끈 디자이너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2세대 코나, N 비전 74 등의 디자인 성과로 2023년 월드 카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는 현대차가 2018년 이후 내세운 디자인 철학이다. 감각적인 비례와 스포티한 자세를 함께 강조하며, 르 필 루즈 콘셉트 이후 여러 양산차에 적용됐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2000년대 말부터 현대차가 내세운 디자인 언어다. 흐르는 듯한 곡선, 강한 캐릭터 라인, 날카로운 램프를 통해 현대차의 패밀리룩을 강하게 만든 시기와 연결된다.
클레이 모델
클레이 모델은 자동차 디자인 과정에서 실제 차체 크기로 만드는 점토 모형이다. 스케치와 디지털 모델로 정리한 형태를 실물 크기에서 확인하고, 차체 볼륨과 면 처리, 스탠스를 다듬는 데 쓰인다.
CMF
CMF는 컬러, 소재, 마감을 뜻한다. 자동차에서는 외장 컬러, 내장 소재, 표면 질감, 조명, 디스플레이 그래픽까지 포함해 차량의 감각적 인상을 만드는 영역이다.
VR 품평
VR 품평은 가상현실 환경에서 차량의 외장, 내장, 조명, 컬러, 소재, 시야, 공간감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실제 차를 만들기 전에 디자인안을 빠르게 비교하고 수정하는 데 쓰인다.
파라메트릭 주얼
파라메트릭 주얼은 7세대 아반떼 등에서 쓰인 현대차의 패턴 표현이다. 삼각형과 기하학적 면을 반복해 빛에 따라 다른 표정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픽셀 램프
픽셀 램프는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자주 쓰이는 램프 그래픽이다. 작은 사각형 픽셀을 반복해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며,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의 전기차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쓰였다.
제네시스 디자인센터
제네시스 디자인센터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두 줄 램프, 크레스트 그릴, 파라볼릭 라인 같은 제네시스 고유 디자인 언어를 발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