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윅 스튜디오 (Heatherwick Studio)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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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eatherwick Studio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는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1994년 런던에 설립한 디자인·건축 스튜디오다. 가구와 오브제 같은 제품 디자인부터 건축, 도시 마스터플랜까지 하나의 스튜디오 안에서 다룬다. 2026년 기준 런던 킹스크로스와 상하이 사무소에서 약 250명이 일한다.
설립자 헤더윅은 건축가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 영국에서 '건축가(architect)'는 법으로 보호되는 명칭이기 때문에, 등록건축가가 아닌 그는 이 호칭을 쓰지 않는다. 다만 미술관, 공항, 고층 복합단지 같은 대형 건축 프로젝트를 꾸준히 맡아 왔다. 이 지점이 헤더윅 작업을 둘러싼 논쟁의 출발점이다.
시드 캐서드럴(2010)과 자이츠 모카(2017)처럼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작업이 있는 반면, 베슬(2019)의 안전 사고와 가든 브리지(2017)의 공적자금 손실처럼 실패와 논란으로 남은 작업도 적지 않다.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따라붙는다는 점에서, 헤더윅은 동시대 영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동시에 가장 자주 비판받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약력·연혁
성장 배경과 설립
토머스 알렉산더 헤더윅은 1970년 2월 17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보석 디자이너, 아버지는 음악가였고, 외증조부는 영국 패션 회사 예거(Jaeger)의 소유주였다. 할머니는 마크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의 직물 스튜디오를 만든 직물 디자이너였다. 그는 손으로 만드는 일에 익숙한 가족 환경에서 자랐다.
학창 시절에는 정원 가꾸기와 수공예를 중시하는 하트퍼드셔의 루돌프 슈타이너 학교(Rudolf Steiner School Kings Langley)와 켄트의 세븐오크스 스쿨(Sevenoaks School)을 다녔다. 이후 맨체스터 폴리테크닉(현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3차원 디자인을 공부하고 1991년 졸업했다.
학생 시절에는 무너지던 농가 헛간에서 착안한 목재·아크릴·금속 구조물 '파빌리온(Pavilion)'(1993)을 직접 짓기도 했다. 졸업 뒤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RCA) 가구 디자인 석사과정에 진학했고, 수료 직후인 1994년 24세에 런던 캠던의 작은 사무실에서 1인 스튜디오로 헤더윅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초기 의뢰와 제품 작업
초기 활동은 디자이너 테런스 콘란(Terence Conran)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콘란 숍의 인테리어 전시물을 의뢰받았고, 이를 본 머천다이저 메리 포타스(Mary Portas)가 1997년 런던 패션위크 기간 하비 니콜스(Harvey Nichols) 백화점의 쇼윈도 설치를 맡겼다. 유리 밖으로 빠져나오는 듯한 조형물 형태의 이 설치는 스튜디오의 첫 주요 의뢰였다.
이 시기 헤더윅 스튜디오는 건축 사무소라기보다 제품, 설치, 조형물을 넘나드는 디자인 스튜디오에 가까웠다. 롤링 브리지, 스펀 의자, 엑스트루전스 벤치 같은 작업은 헤더윅이 건축보다 먼저 재료와 구조, 움직임을 실험해 온 디자이너였음을 보여준다.
시드 캐서드럴과 국제적 부상
헤더윅 스튜디오를 국제적으로 알린 작업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즉 시드 캐서드럴이었다. 정육면체에서 6만 개의 아크릴 막대가 뻗어 나오는 이 전시관은 작은 단위를 반복해 강한 이미지를 만드는 헤더윅식 조형 방식을 널리 알렸다.
이후 아시아에서 대형 의뢰가 이어지면서 스튜디오는 건축과 도시 프로젝트로 작업 영역을 넓혔다. 직원 규모도 200명대로 커졌고, 비야케 잉엘스 그룹(BIG·Bjarke Ingels Group),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와 협업해 구글 캠퍼스와 상하이 번드 파이낸스 센터(Bund Finance Centre)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축 프로젝트 확대
2010년대 중반부터 헤더윅 스튜디오는 대형 건축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완공하기 시작했다.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는 옛 제지 공장을 진 생산 시설로 바꾼 작업이었고, 더 하이브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캠퍼스에 들어선 교육 시설이었다.
자이츠 모카는 케이프타운의 곡물 사일로를 아프리카 현대미술관으로 바꾼 프로젝트다. 콜 드롭스 야드는 런던 킹스크로스의 석탄 창고를 상업·공공 공간으로 고쳐 쓴 사례다. 이 시기 작업들은 새 건물을 짓는 일뿐 아니라, 오래된 산업 시설을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바꾸는 헤더윅의 접근을 보여준다.
도시형 랜드마크와 논란
2019년 이후 헤더윅 스튜디오는 도시 한복판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프로젝트를 잇따라 선보였다. 맨해튼 허드슨 야드의 베슬, 상하이 쑤저우 강변의 1000 트리스, 뉴욕 허드슨강 위의 리틀 아일랜드,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베이뷰 캠퍼스가 이 흐름에 속한다.
이 프로젝트들은 도시의 상징물을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비판도 불렀다. 베슬은 투신 사망 사고로 장기간 폐쇄됐고, 1000 트리스는 콘크리트 기둥 위에 나무를 올린 방식이 환경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논란을 낳았다. 헤더윅의 작업은 이 시기부터 대중적 명성과 공공성 논란을 함께 안게 됐다.
가든 브리지 논란
가든 브리지(Garden Bridge)는 템스강 워털루교와 블랙프라이어스교 사이에 식물을 심어 만들려던 보행교다. 2012년 배우 조애나 럼리(Joanna Lumley)가 보리스 존슨 시장에게 제안했고, 헤더윅과 엔지니어링 회사 애럽(Arup)이 설계를 맡았다.
그러나 사업은 조달 절차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경쟁 업체 윌킨슨 에어(Wilkinson Eyre)와 마크스 바필드(Marks Barfield)에게는 단 8일의 설계 시간만 주어졌다. 마거릿 호지(Margaret Hodge) 의원의 2017년 보고서는 헤더윅 스튜디오와 애럽의 선정 과정이 "공개적이거나 공정하거나 경쟁적이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헤더윅이 가든 브리지 트러스트(Garden Bridge Trust)의 유일한 창립 이사였으면서도 트러스트 소속을 부인했다는 점, 계약 확정 전인 2013년 존슨 시장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애플과 비공개 모금 회의를 가진 점도 이해충돌로 지적됐다. 초기 6,000만 파운드로 책정된 사업비는 2억 파운드를 넘길 것으로 추산됐고, 2017년 사디크 칸(Sadiq Khan) 시장이 자금 보증을 철회하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약 4,600만 파운드의 공적자금은 회수되지 못했다.
휴머나이즈 캠페인과 서울 비엔날레
2023년 10월 헤더윅은 '지루한 건축'에 반대하는 휴머나이즈(Humanise) 캠페인을 시작했고, 펭귄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캠페인은 건물 외관이 사람의 감정과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평평하고 익명적인 건물을 비판한다.
2025년에는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다. 주제는 휴머나이즈 캠페인을 잇는 '급진적으로 더 인간적인(Radically More Human)'이었다. 대표 설치물은 길이 90미터, 높이 16미터의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로, 1,428장의 강철 타일에 여러 나라 디자이너와 시민, 연구자의 기록을 담았다.
비엔날레와 함께 헤더윅 스튜디오는 한국 내 프로젝트도 맡았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의 디자인 파트너로 참여하며 스튜디오의 첫 한국 주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코엑스(Coex) 컨벤션센터 리디자인도 맡았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메이커 정체성
헤더윅 스튜디오는 고정된 양식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강조한다. 의자든 마스터플랜이든 규모와 상관없이, 먼저 질문을 던지고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면서 답을 찾는 방식을 따른다고 설명한다. 헤더윅은 자신을 건축가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사람(problem solver)' 또는 '만드는 사람(maker)'으로 규정한다.
이 태도는 스튜디오의 작업 범위를 넓히는 바탕이 됐다. 헤더윅은 건축, 제품, 가구, 설치, 도시 프로젝트를 별개의 분야로 나누기보다, 재료와 구조를 다루는 하나의 문제 해결 과정으로 본다.
작은 단위의 반복
헤더윅 작업에는 작은 단위를 반복해 큰 형태로 키우는 방식이 자주 등장한다. 영국관은 6만 개의 광섬유 막대, 자이츠 모카는 42개의 콘크리트 사일로, 1000 트리스는 1,000개의 기둥, 휴머나이즈 월은 1,428장의 강철 타일을 쌓거나 묶어 하나의 구조를 만들었다.
개별 요소는 단순하지만, 대량으로 반복되면서 강한 형태를 만든다. 이 방식은 헤더윅 작업이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인상을 갖게 한다.
촉각적인 재료 처리
헤더윅은 소재의 질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더 하이브와 자이츠 모카에서 그는 콘크리트를 차갑고 매끈한 재료로만 다루지 않았다. 표면에 골을 새기거나 도장을 벗겨 골재가 보이게 하고, 손으로 만진 듯한 질감을 남겼다.
이런 방식은 단단한 재료를 더 따뜻하고 촉각적인 재료처럼 보이게 한다. 헤더윅의 건축은 매끈한 표면보다 사람이 손으로 만지고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어지는 표면을 자주 만든다.
오래된 건물의 재사용
헤더윅 스튜디오는 오래된 건물을 헐지 않고 다시 쓰는 작업도 자주 한다. 자이츠 모카는 곡물 사일로, 콜 드롭스 야드는 빅토리아 시대 석탄 창고,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는 옛 제지 공장을 고쳐 쓴 사례다.
이 작업들은 낡은 구조를 지우지 않고, 기존 건물의 흔적을 새로운 경험의 중심으로 바꾼다. 헤더윅은 오래된 산업 시설의 거친 재료와 구조를 감추기보다, 그 자체를 공간의 인상으로 활용한다.
식물을 끌어들이는 건축
헤더윅 작업에는 식물이 자주 등장한다. 1000 트리스는 기둥마다 나무를 올렸고, 싱가포르 EDEN은 층마다 매달린 정원을 두었다. 리틀 아일랜드 역시 허드슨강 위에 화분 모양의 지형을 세워 공원과 공연장을 함께 담았다.
다만 식물의 사용은 항상 긍정적으로만 평가되지는 않는다. 나무와 정원을 건축에 결합하는 방식이 도시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콘크리트와 강철 구조의 환경 비용을 가리는 장식처럼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감정적 기능성
헤더윅은 건물 외관에 질감, 변화, 이야기가 있어야 사람이 보고 좋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감정적 기능성(emotional functionality)'이라고 부른다.
이 입장은 2023년 휴머나이즈 캠페인으로 공식화됐다. 헤더윅은 현대 도시가 너무 밋밋하고 비슷한 건물로 채워졌다고 비판하며, 건축이 사람의 감정과 일상 경험에 더 직접적으로 반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요 작업
파빌리온
파빌리온(Pavilion·1993)은 헤더윅이 학생 시절 만든 목재·아크릴·금속 구조물이다. 무너지던 농가 헛간에서 착안한 작업으로, 건축물과 조형물 사이에 놓인 초기 실험에 가깝다.
이 작업은 헤더윅이 이후 보여준 태도를 미리 보여준다. 완성된 건물 양식보다 재료, 구조, 제작 방식 자체를 탐구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롤링 브리지
롤링 브리지(Rolling Bridge·2004)는 런던 패딩턴 분지에 설치된 보행교다. 배가 지날 때 다리가 둘로 갈라지는 대신 한쪽 끝으로 말려 올라가 팔각형 조형물이 된다.
이 다리는 기능보다 움직임의 장면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 헤더윅이 구조적 장치를 하나의 시각적 사건으로 바꾸는 데 관심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초기 대표작이다.
비 오브 더 뱅
비 오브 더 뱅(B of the Bang·2005)은 맨체스터가 개최한 2002년 영연방 대회를 기념해 세운 56미터 높이의 조형물이다. 180개의 강철 가시가 한 점에서 폭발하듯 뻗어 나가는 형태로, 당시 영국에서 가장 높은 조형물이었다.
그러나 2005년 1월 공개를 앞두고 2미터짜리 가시 하나가 떨어졌고, 이어 다른 가시도 풀려 일반 접근이 차단됐다. 바람에 의한 용접 결함이 확인되면서 맨체스터 시의회가 헤더윅 스튜디오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08년 법정 밖 합의로 마무리됐다. 구조물은 2009년 해체됐다.
스펀
스펀(Spun)은 헤더윅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제품 디자인 가운데 하나다. 사용자가 앉으면 의자처럼 기능하지만, 옆에서 보면 하나의 회전된 금속 오브제처럼 보인다.
이 작업은 헤더윅이 가구를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시각적 형태가 만나는 대상으로 다뤘음을 보여준다.
시드 캐서드럴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2010)은 별칭 시드 캐서드럴(Seed Cathedral·씨앗 대성당)로 더 잘 알려졌다. 정육면체에서 사방으로 뻗은 6만 개의 투명 아크릴 막대로 이루어졌고, 각 막대 끝에는 식물 종자 약 25만 개가 들어 있었다.
영국 정부가 다른 국가관보다 적은 예산을 배정하자, 헤더윅은 부지의 6분의 1에만 이 구조물을 집중하고 나머지 면적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전시관은 엑스포 기간 가장 붐빈 국가관 중 하나였고, 약 800만 명이 찾았다.
뉴 루트마스터
뉴 루트마스터(New Routemaster·2012)는 50여 년 만에 런던을 위해 새로 만든 2층 버스다. 2010년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당시 런던 시장이 헤더윅 스튜디오의 설계를 발표했고, 라이트버스(Wrightbus)가 시제품을 제작해 2011년 12월 공개했다.
운전석에는 긴 곡면 유리창을 두었고, 승객 공간에는 감싸는 형태의 유리와 빠른 승하차를 위한 세 개의 문, 두 개의 계단을 넣었다. 1950년대 루트마스터의 뒤쪽 개방형 승강대를 되살렸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2015년 이후 폐지됐다. 여름철 실내가 지나치게 더워 '바퀴 달린 화로(cauldrons on wheels)'라는 별명이 붙었고, 2015년부터 여닫이창이 추가됐다.
런던 올림픽 성화대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는 영화감독 대니 보일(Danny Boyle)과의 협의에서 출발했다. 참가국 수만큼 만든 구리 꽃잎이 바닥에서 솟아올라 하나의 불꽃을 이루는 형태였다.
성화대는 올림픽이 끝난 뒤 하나의 조형물로 남지 않았다. 꽃잎은 참가국에 나뉘어 전달됐다. 하나의 거대한 기념비보다, 모였다가 흩어지는 상징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Bombay Sapphire Distillery·2014)는 햄프셔 래버스토크의 옛 제지 공장을 개조한 진(gin) 생산 시설이다. 증류 과정에서 나오는 열로 온실의 식물을 데우는 구조를 갖췄고, 음료 제조 시설 중 처음으로 영국 친환경 인증 BREEAM '아웃스탠딩' 등급을 받았다.
이 작업은 헤더윅이 오래된 산업 시설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시설과 방문 경험을 하나로 묶는 방식으로 다시 구성했음을 보여준다.
더 하이브
더 하이브(The Hive·러닝 허브)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NTU) 캠퍼스에 2015년 완공된 교육 시설이다. 복도로 교실을 잇는 일반적인 학교 건물 대신, 둥근 강의실을 쌓아 올린 8층짜리 타워 12개를 중앙 아트리움 둘레에 배치했다.
강의실에는 모서리가 없어 교수가 정면에 서는 위계가 약하고, 56개 강의실 모두 형태를 바꿔 쓸 수 있다. 콘크리트는 골을 새긴 실리콘 거푸집으로 표면 질감을 냈고, 계단과 엘리베이터 코어에는 미술가 사라 파넬리(Sara Fanelli)의 드로잉 700점을 새겼다. 딤섬 찜기를 닮았다 해서 '딤섬 바구니 건물'로 불린다.
2026년 3월 일부 강의실을 창업 공간으로 바꾸며 UOB 이노베이션 허브(UOB Innovation Hub)로 이름이 바뀌었고, 인문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자이츠 모카
자이츠 모카(Zeitz MOCAA·Zeitz Museum of Contemporary Art Africa·2017)는 케이프타운 해안의 1920년대 곡물 사일로를 개조한 미술관이다. 헤더윅은 2005년 디자인 인다바(Design Indaba) 강연차 이 건물을 처음 봤다.
건물은 등급 분류탑과 42개의 빽빽한 콘크리트 사일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헤더윅은 옥수수 알갱이 한 톨을 스캔해 그 형태를 27미터 높이로 키운 뒤, 사일로 가운데를 그 모양대로 깎아내 성당 같은 중앙 아트리움을 만들었다.
둘레의 사일로는 잘라내 9개 층, 약 6,000제곱미터 규모의 전시실 80개로 바꿨다. 잘린 단면은 광을 내 거친 골재와 대비시켰고, 옥상 조각정원 바닥에는 미술가 엘 로코(El Loko)의 문양을 새긴 유리를 깔아 빛이 아래로 들어오게 했다. 약 R5억, 당시 약 3,000만 파운드의 예산이 들어갔으며,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다루는 최대 규모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콜 드롭스 야드
콜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2018)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자리한 런던 킹스크로스에 있다. 1850년대 잉글랜드 북부 화물을 받던 두 채의 빅토리아 시대 석탄 창고를 개조한 상업·공공 공간이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두 건물의 슬레이트 지붕 끝을 위로 끌어올려 가운데서 맞닿게 했다. 스튜디오 내부에서는 이 지점을 '키싱 포인트(kissing point)'라 불렀다. 맞닿은 지붕은 아래 마당을 덮는 동시에 3층 공간을 새로 만든다.
베슬
베슬(Vessel·2019)은 맨해튼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복합개발 한복판에 세운 조형물이다. 개발사 릴레이티드 컴퍼니스(Related Companies)의 의뢰로 지어졌다.
인도의 계단식 우물(stepwell)에서 착안한 형태로, 154개의 계단과 80개의 층계참이 벌집처럼 얽혀 있어 방문자가 오르내릴 수 있다. 밑변 약 15미터에서 정상부 약 46미터로 벌어지는 형태이며, 강철 부재는 이탈리아에서 제작해 배로 운반했다.
초기 비용은 7,500만 달러로 추산됐지만, 강철 부재가 복잡해지면서 완공 비용은 1억 5천만 달러 이상, 일부 보도로는 2억 달러를 넘겼다. 2019년 3월 개장한 뒤 4건의 투신 사망이 이어지자 2021년 7월 무기한 폐쇄됐다. 천장까지 올라오는 강철 메시를 설치하고 일부 층을 막은 뒤 2024년 10월 재개장했다.
1000 트리스
1000 트리스(1000 Trees)는 상하이 쑤저우 강변에 들어선 복합개발이다. 1,000개의 콘크리트 기둥 위에 70종 이상의 나무를 올려 두 개의 계단식 산 같은 형태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상하이의 공중정원'으로 불렸다.
1단계는 2019년 말 개장했다. 건물을 산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은 강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콘크리트 기둥과 식물의 결합이 실제로 얼마나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비판도 이어졌다.
리틀 아일랜드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2021)는 허드슨강 위에 세운 공원이자 공연장이다. 강에 박힌 옛 부두 말뚝에서 착안해, 콘크리트 기둥으로 떠받친 화분 형태의 지형을 만들었다.
사업가 배리 딜러(Barry Diller)와 퍼스턴버그 가문 재단이 후원했고, 687석 규모의 야외 원형극장을 두었다. 설계 단계에서 연방 법원의 환경 소송으로 한때 중단됐다가 2021년 5월 개장했다.
아자부다이 힐스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2023)는 도쿄 도심에 들어선 6헥타르 규모의 복합개발이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이 프로젝트에서 저층부와 공공 공간의 형태를 맡았다.
곡선형 저층부와 녹지가 결합된 구성은 고층 타워 중심의 대규모 개발을 더 부드럽게 보이도록 만든다. 다만 초고가 개발과 도시 공공성 사이의 긴장도 함께 남긴 프로젝트다.
구글 베이뷰 캠퍼스
구글 베이뷰 캠퍼스(Bay View·2023)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들어선 구글의 첫 신축 캠퍼스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비야케 잉엘스 그룹과 함께 설계했다.
헤더윅은 지붕을 '날아가는 손수건'에 빗대 설명했다. 태양광 패널을 천처럼 덮은 지붕은 거대한 업무 공간을 하나의 연속된 풍경처럼 보이게 만든다.
휴머나이즈 월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은 2025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대표 설치물이다. 길이 90미터, 높이 16미터 규모로 세워졌고, 1,428장의 강철 타일에 38개국 110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건물 이미지와 시민·연구자의 기록을 담았다.
형태는 한국 전통 조각보(jogakbo)에서 따왔다. 다만 송현 부지의 역사와 분단국 수도의 맥락을 고려할 때, 거대한 벽을 세운 선택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영향 관계
안토니 가우디와 수공예 교육
헤더윅의 출발점에는 안토니 가우디가 있다. 1989년 18세 때 학생 도서 할인전에서 가우디 화집을 집어 들고 카사 밀라 사진을 본 일을 그는 반복해서 언급한다. 곡선과 질감, 장식이 가득한 가우디의 건물은 그가 평평하고 반복적인 건물을 거부하게 만든 기준점이 됐다.
정원 가꾸기와 수공예를 강조한 루돌프 슈타이너 학교의 교육도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중시하는 태도에 영향을 줬다. 헤더윅의 작업에서 재료와 표면, 제작 과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도 이 배경과 연결된다.
테런스 콘란과 초기 후원
테런스 콘란은 헤더윅에게 첫 의뢰를 준 후원자다. 콘란 숍의 전시 작업은 헤더윅이 상업 공간과 설치 작업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출발점이 됐다.
콘란은 헤더윅을 "우리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 불렀다. 이 평가는 헤더윅이 제품, 가구, 설치, 건축을 넘나드는 디자이너로 받아들여지는 데 영향을 줬다.
제인 제이콥스와 도시 접근
헤더윅은 도시론에서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자주 인용한다. 그는 공동체와 보행 경험, 사람이 머무는 거리의 생동감을 중시하는 도시 접근을 따른다고 밝힌다.
다만 실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헤더윅은 도시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베슬이나 가든 브리지처럼 공공성, 안전, 비용 문제로 비판받은 사례도 있다.
체험형 랜드마크
헤더윅은 디자인과 건축의 경계에 선 인물로 분류된다. 건축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제품과 건축을 함께 다루며,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운다. 다만 그를 따르는 양식적 후계자나 학파는 뚜렷하지 않다.
그의 영향은 특정 형태를 퍼뜨린 데보다, 사람이 오르내리고 만질 수 있는 체험형 랜드마크라는 작업 유형을 대중화한 데 있다. 롤링 브리지, 베슬, 리틀 아일랜드는 모두 관람자가 몸으로 경험하는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이어진다.
신경건축과 감정 논의
헤더윅은 콜린 엘라드(Colin Ellard), 클레오 발렌타인(Cleo Valentine) 같은 신경과학자의 연구를 끌어와, 건물 외관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대중 논의로 끌어올렸다.
이 주장은 휴머나이즈 캠페인의 핵심이 됐다. 다만 비평가들은 그가 지루한 건축이라는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설명하고, 건축을 둘러싼 정치·경제 조건을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수상·전시 이력
헤더윅은 2004년 34세에 역대 최연소로 영국 산업디자이너(Royal Designer for Industry, RDI)에 선정됐다. 2006년 필립공 디자이너상(Prince Philip Designers Prize), 2010년 런던 디자인 메달(London Design Medal)을 받았고, 2013년 올림픽 성화대 작업으로 대영제국 훈장 코맨더(CBE)를 받았다.
이외에 영국 왕립예술원 회원(Royal Academician, RA), 왕립공학한림원 명예회원(HonFREng), 이탈리아 콤파소 도로(Compasso d'Oro), 영국 왕립건축가협회(RIBA) 루베트킨상(Lubetkin Prize) 등을 받았다. 건축 작업으로는 더 하이브가 싱가포르 그린마크 플래티넘,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가 BREEAM 아웃스탠딩 인증을 받았다.
전시로는 2012년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V&A)에서 스튜디오 회고전을 열었고, 같은 해 책 『메이킹(Making)』을 출간했다. 이 책은 2024년 개정판이 나왔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북미 순회전 '프로보케이션스(Provocations)'가 댈러스 내셔 조각센터,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 뉴욕 쿠퍼 휴잇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렸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싱가포르, 베이징, 상하이, 홍콩, 타이베이를 거쳐 서울 D뮤지엄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 순회전이 열렸다.
반응과 평가
위상과 영향
헤더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 이후 영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됐다. 건축 자격이 없는데도 세계적 의뢰가 끊이지 않고, 콘란은 그를 다 빈치에 빗댔다.
동시에 그는 작업마다 비판이 따라붙는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영국 디자인 매체들은 그가 무엇을 하든 비판을 부른다고 표현해 왔다. 한 평가는, 그가 다른 디자이너라면 시도하거나 허락받기 어려운 구조물을 유명 의뢰인을 설득해 짓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일이 잘못되거나 결과가 기대와 어긋날 때 더 큰 공격에 노출된다고 정리한다.
디자인 반응
작업에 따라 평가는 크게 갈린다. 시드 캐서드럴과 자이츠 모카는 형태와 재료 처리로 폭넓은 호평을 받았다. 반면 베슬과 1000 트리스는 의견이 나뉘었다. 한쪽은 도시에 활기를 더하는 상징물로 받아들이고, 다른 쪽은 과시적인 장식물로 본다.
1000 트리스를 두고도 한 댓글은 "숭고하다"고 평한 반면, 다른 댓글은 "개념적으로 빈약하고 추한 프로젝트"라 적었다. 헤더윅의 작업은 형태는 강렬하지만 내용이 빈약하다는 지적, 조형물을 자리에서 떼어내도 아쉬울 게 없다는 지적도 반복해서 받는다. 롤링 브리지를 두고 "훌륭한 발명이지만 무의미하다"는 평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판
헤더윅을 향한 비판은 시기마다 다른 문제를 향했다.
초기에는 구조와 안전 문제가 지적됐다. 비 오브 더 뱅은 가시가 떨어지고 용접 결함이 드러나 2009년 해체됐다. 베슬의 사망 사고를 두고는 난간을 충분히 높이지 않은 설계가 문제로 거론됐다. 첫 사고 이후 지역 주민위원회가 난간 높이 조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안전 대책은 뒤늦게 적용됐다.
조달을 둘러싼 비판은 가든 브리지에 집중됐다. 건축평론가 로언 무어(Rowan Moore)는 선정 절차와 이해충돌을 들어 이 사업을 탈진실 시대의 사례로 표현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판은 그의 '자연 결합' 작업을 겨냥한다. 1000 트리스는 콘크리트 기둥의 탄소 배출이 나무가 주는 환경 효과를 상쇄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국 여왕 즉위 70주년, 즉 플래티넘 주빌리를 기념해 버킹엄궁 앞에 세운 21미터 조형물 트리 오브 트리스(Tree of Trees·2022)를 두고도, 가디언의 올리버 웨인라이트(Oliver Wainwright)는 탄소를 많이 쓰는 강철과 알루미늄의 오용이라 비판했다.
휴머나이즈 캠페인은 출시와 함께 비평계의 강한 반박을 받았다. 로언 무어는 헤더윅의 주장을 "머리가 멍해질 만큼 단순하다"고 평했고, 평론가 스티븐 베일리(Stephen Bayley)는 "허튼소리가 많다"고 했다. 가디언은 "위험할 만큼 잘못됐다"는 제목을 달았다. 데진(Dezeen)에 글을 쓴 오언 홉킨스(Owen Hopkins)는 캠페인이 무엇이 나쁜 건물을 만드는지, 어떻게 바꿀지를 짚지 못한 채 정치를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윌 와일스(Will Wiles)는 "지루함은 사회 정의의 비상사태"라는 주장을 그렌펠 타워(Grenfell Tower) 화재 사진으로 설명한 대목을 문제 삼으며, 그 화재로 숨진 72명은 지루함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적었다. 비평가들은 헤더윅이 비판하는 밋밋한 건물의 사례로 그 자신의 런던 구글 사옥과 베슬을 든다는 점, 즉 그의 작업이 그가 내세우는 기준과 어긋난다는 점도 지적한다.
서울 비엔날레의 휴머나이즈 월도 현지에서 비판을 받았다. 작업에 참여한 서울 출신 작가 마야 웨스트(Maya West)는 분단국에 거대한 벽을 세우는 것은 판단과 취향이 크게 부족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그룹 김치 앤 칩스(Kimchi and Chips)의 엘리엇 우즈(Elliot Woods)는, 일제강점기와 미군정을 거쳐 110년 만에 2022년 시민에게 열린 송현 부지의 역사를 고려할 때 그 자리에 남북 방향으로 벽을 세운 선택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관련·혼동 용어
Heatherwick Studio
Heatherwick Studio는 토머스 헤더윅이 1994년 런던에 설립한 디자인·건축 스튜디오의 공식 명칭이다. 한국어로는 헤더윅 스튜디오로 표기한다.
Thomas Heatherwick
Thomas Heatherwick은 헤더윅 스튜디오의 설립자다. 건축가 자격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형 건축과 도시 프로젝트를 다수 설계하며 동시대 영국 디자인계의 대표 인물로 자리 잡았다.
Humanise
Humanise는 헤더윅이 2023년 책과 캠페인으로 공식화한 건축 비판 운동이다. 밋밋하고 반복적인 건물이 사람의 감정과 일상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더 질감 있고 변화가 있는 건축을 주장한다.
Emotional Functionality
Emotional Functionality는 헤더윅이 강조하는 개념으로, 한국어로는 감정적 기능성으로 옮길 수 있다. 건물이 물리적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보고 만지고 기억하고 좋아할 수 있는 감정적 기능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Seed Cathedral
Seed Cathedral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의 별칭이다. 6만 개의 아크릴 막대와 식물 종자를 사용해 만든 전시관으로, 헤더윅 스튜디오를 국제적으로 알린 대표작이다.
Vessel
Vessel은 뉴욕 허드슨 야드에 세워진 계단형 조형물이다. 강한 시각적 존재감으로 주목받았지만, 연이은 투신 사망 사고로 장기간 폐쇄되며 헤더윅 작업의 안전 논란을 대표하는 사례가 됐다.
Garden Bridge
Garden Bridge는 런던 템스강 위에 만들려던 식물 보행교 프로젝트다. 조달 절차, 이해충돌, 공적자금 손실 문제로 무산됐고, 헤더윅 스튜디오를 둘러싼 가장 큰 공공사업 논란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Little Island
Little Island는 뉴욕 허드슨강 위에 세운 공원이자 공연장이다. 콘크리트 기둥으로 떠받친 화분 형태의 지형을 통해, 공원과 조형물, 공연장을 하나로 묶은 프로젝트다.
Adaptive Reuse
Adaptive Reuse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용도로 고쳐 쓰는 방식을 뜻한다. 자이츠 모카, 콜 드롭스 야드,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적응적 재사용 사례다.
Maker
Maker는 헤더윅이 자신을 설명할 때 자주 쓰는 정체성이다. 건축가라는 직업명보다, 재료와 구조를 직접 다루며 문제를 해결하는 만드는 사람이라는 태도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