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아워 (Jump Hour)
개요·정의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3323636334-0fd8fb1f15f421a2.webp" alt="" data-orientation="landscape_16_10" data-original-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3323639527-eebbb0e81d6c9d5c.webp" data-source-url="https://www.hodinkee.com/articles/hands-on-audemars-piguet-neo-frame-jumping-hour" width="600" />
점프아워는 시계에서 시침 대신 숫자 디스크나 창으로 시간을 보여주는 표시 방식이다. 정각이 되면 시간 숫자가 다음 숫자로 순간적으로 바뀐다. 분은 일반 바늘, 레트로그레이드 바늘, 별도 디스크, 회전 표시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한국 시계 커뮤니티에서는 점핑아워보다 점프아워가 더 자연스럽게 쓰인다. 영어권에서는 jump hour와 jumping hour가 함께 쓰이지만, 제품명과 설명에서는 jump hour가 흔하다.
점프아워는 디지털 시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드시 전자식은 아니다. 기계식 점프아워는 무브먼트가 스프링, 레버, 캠, 디스크를 이용해 시간 숫자를 한 칸씩 넘긴다. 숫자는 디지털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기계식으로 움직인다.
점프아워의 흥미로운 점은 표시 방식과 내부 구조가 서로 어긋나 보인다는 데 있다. 겉으로는 전자식 숫자 표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톱니바퀴와 스프링이 정각마다 디스크를 넘긴다. 이 때문에 점프아워는 디지털 표시와 기계식 시계 사이에 놓인 독특한 컴플리케이션으로 다뤄진다.
구조·특성
숫자로 보는 시간
일반 아날로그 시계는 시침이 12시간 동안 천천히 돈다. 점프아워는 시침을 없애고, 다이얼 창에 시간 숫자를 띄운다. 1시 59분에서 2시가 되는 순간, 창의 숫자가 1에서 2로 바뀐다.
시간을 바늘의 위치가 아니라 숫자로 바로 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첫인상은 디지털 시계에 가깝다. 다만 점프아워는 숫자를 전자 화면에 띄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숫자 디스크를 움직여 보여준다.
이 구조는 시계의 인상을 크게 바꾼다. 다이얼 중앙을 시침이 돌지 않기 때문에 숫자 창, 분 표시, 케이스 형태를 더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정각의 순간
점프아워의 핵심은 숫자가 천천히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 디스크는 60분 동안 같은 숫자를 유지하다가, 정각이 되는 순간 다음 숫자로 넘어간다.
이 움직임은 시계 안에서 에너지를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쓰는 방식에 가깝다. 매시간 한 번만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숫자가 반쯤 걸리거나 정각보다 늦게 넘어가면 표시 신뢰가 떨어진다.
그래서 점프아워는 단순한 표시 장치처럼 보여도 무브먼트 설계가 까다롭다. 디스크 무게, 점프를 제어하는 부품, 에너지 전달, 위치 고정이 모두 맞아야 한다.
시간 디스크
점프아워에는 보통 1부터 12까지의 숫자가 들어간 시간 디스크가 쓰인다. 24시간 표시를 쓰는 경우에는 숫자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시간 디스크는 정각마다 한 칸씩 이동한다. 창의 위치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디스크가 정확히 멈춰야 숫자가 중앙에 놓인다. 디스크가 조금만 어긋나도 숫자가 창 안에서 치우쳐 보인다.
이 정렬 문제는 점프아워 디자인에서 중요하다. 사용자는 디스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보다 창 안의 숫자가 얼마나 또렷하게 보이는지를 먼저 본다.
분 표시
점프아워는 분을 여러 방식으로 보여준다. 가장 흔한 구성은 시간 창과 일반 분침을 함께 쓰는 방식이다. 시간은 숫자 창으로 보고, 분은 일반 시계처럼 바늘로 읽는다.
분을 숫자 디스크로 표시하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시간과 분을 모두 숫자로 읽을 수 있어 디지털 시계와 더 가까운 인상을 준다. IWC 팔베버 계열처럼 시간과 분을 큰 숫자로 보여주는 방식이 여기에 속한다.
레트로그레이드 분침을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분침이 아크형 눈금을 따라 이동하다가 60분이 되면 처음 위치로 돌아간다. 점프아워의 순간 전환과 레트로그레이드의 되돌아감이 함께 보이는 구성이다.
창과 다이얼
점프아워는 창이 중요하다. 시간 숫자가 보이는 창의 크기, 위치, 비례가 시계 전체 인상을 만든다.
창이 작으면 숫자가 답답해 보이고, 창이 크면 다이얼의 다른 요소를 줄여야 한다. 창을 12시 방향에 둘 수도 있고, 3시나 6시 방향에 둘 수도 있다. 드라이버 워치처럼 케이스 앞쪽이나 측면에 창을 두는 경우도 있다.
점프아워는 바늘 중심의 다이얼에서 벗어나기 쉽다. 그래서 사각형 케이스, 탱크형 케이스, 운전용 케이스, 비대칭 다이얼과 잘 맞는다.
기계식 디지털 인상
점프아워는 기계식 시계 안에 디지털 인상을 넣는다. 숫자 창은 전자식 LCD나 LED와 닮았지만, 내부는 기계식으로 작동한다.
이 대비가 점프아워의 매력이다. 전자식 디지털 시계가 대중화되기 전에도 시계 제작자들은 숫자로 시간을 보여주려 했다. 점프아워는 그 시도가 기계식 시계 안에서 이어진 방식이다.
1970년대 이후 전자식 디지털 시계가 널리 퍼지면서 점프아워는 더 독특한 위치를 갖게 됐다. 기능적으로는 전자식 숫자 표시가 더 쉽지만, 점프아워는 굳이 기계 장치로 숫자를 넘긴다는 점에서 시계적 재미가 생긴다.
작동 방식
힘을 모아 넘기는 구조
기계식 점프아워는 매시간 디스크를 한 번씩 움직여야 한다. 디스크는 계속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각에 한 칸을 빠르게 넘어간다.
이를 위해 무브먼트는 일정 시간 동안 힘을 모아두었다가 정각에 방출한다. 스프링이나 레버가 디스크를 잡고 있다가, 정해진 순간에 풀리며 디스크를 다음 위치로 넘긴다.
이 구조는 에너지 관리가 중요하다. 디스크를 넘기는 힘이 약하면 숫자가 제대로 넘어가지 않고, 힘이 너무 크면 충격이 커져 무브먼트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위치 고정
시간 디스크는 한 칸 넘어간 뒤 정확히 멈춰야 한다. 창 안에서 숫자가 중앙에 오도록 위치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점프아워 무브먼트에는 디스크를 고정하는 장치가 들어간다. 디스크가 넘어간 뒤 다시 흔들리거나 되돌아가지 않도록 잡아 주는 역할이다.
이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점프아워의 장점이 사라진다. 숫자 표시 방식은 읽기 쉬워야 하는데, 창 안의 숫자가 어긋나면 오히려 완성도가 낮아 보인다.
분과 시간의 연동
점프아워는 분 표시와 시간 표시가 정확히 맞아야 한다. 59분에서 60분으로 넘어가는 순간, 시간 숫자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일반 분침을 쓰는 모델에서는 분침이 12시 위치에 도달하는 순간 시간 디스크가 넘어간다. 분 디스크를 쓰는 모델에서는 분 숫자와 시간 숫자가 함께 정렬돼야 한다.
이 연동은 점프아워의 사용성을 좌우한다. 시간 숫자가 먼저 바뀌거나 늦게 바뀌면 사용자는 시간을 잘못 볼 수 있다.
전력보다 토크
전자식 디지털 시계는 전기 신호로 숫자를 바꾼다. 반면 기계식 점프아워는 실제 디스크를 움직여야 한다. 이 때문에 전력보다 토크와 에너지 전달이 중요하다.
큰 숫자 디스크를 쓰면 가독성은 좋아지지만, 움직여야 할 부품도 커진다. 디스크가 커지고 무거워질수록 정각에 필요한 힘도 늘어난다.
하이엔드 점프아워에서 무브먼트 설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숫자를 크게 보여주는 일은 디자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문제다.
두 디스크 표시
시간과 분을 모두 디스크로 표시하면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 시간 디스크는 매시간 한 번 움직이고, 분 디스크는 더 자주 움직이거나 연속적으로 움직인다.
IWC 팔베버 계열처럼 시간과 분을 큰 숫자로 보여주는 방식은 디지털 표시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디스크가 서로 맞춰 움직이는 기계식 구조다.
두 디스크 방식은 가독성이 좋고 인상이 강하다. 대신 무브먼트가 더 복잡해지고, 디스크 위치 정렬도 더 까다로워진다.
프리즘 표시
아미다 디지트렌드처럼 프리즘을 쓰는 점프아워도 있다. 이 방식은 시간과 분 디스크가 수평으로 놓여 있지만, 프리즘이 이미지를 꺾어 케이스 전면 창에 세워 보여준다.
이 구조는 숫자 디스크를 그대로 위에서 보는 방식과 다르다. 무브먼트와 디스크는 케이스 안에 눕고, 사용자는 앞쪽 창에서 반사된 숫자를 본다.
프리즘 표시는 점프아워를 드라이버 워치와 연결한다. 운전자는 손목을 크게 돌리지 않고도 케이스 앞쪽 창을 통해 시간을 볼 수 있다.
디자인에서의 활용
다이얼을 비우는 방식
점프아워는 시침을 없앤다. 이 하나의 변화만으로도 다이얼 구성은 크게 달라진다. 시간 숫자는 창 안에 들어가고, 다이얼 중앙은 분침이나 장식, 여백, 회전 디스크를 위한 공간이 된다.
이 방식은 시계를 더 그래픽하게 만든다. 시간은 위치가 아니라 숫자로 드러나고, 분은 바늘이나 곡선 눈금으로 읽힌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인상이 한 다이얼 안에 섞인다.
점프아워가 아르데코형 케이스나 사각 케이스와 잘 어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숫자 창과 금속 케이스, 직선형 다이얼이 함께 놓이면 시계가 작은 계기판처럼 보인다.
숫자 창의 존재감
점프아워에서 숫자 창은 다이얼의 중심 요소다. 창 위치가 바뀌면 시계 인상도 바뀐다.
12시 방향 창은 가장 안정적이다. 시간을 위에서 보고, 분침이나 분 눈금이 아래쪽을 맡는다. 3시나 6시 방향 창은 더 비대칭적인 인상을 만든다. 케이스 앞쪽 창은 드라이버 워치의 성격을 만든다.
창은 단순한 구멍이 아니다. 숫자를 어느 크기로 보여줄지, 창 주변을 금속으로 강조할지, 다이얼 안에 숨길지에 따라 시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디지털 시계 이전의 디지털 얼굴
점프아워는 전자식 디지털 시계가 나오기 전부터 숫자로 시간을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기계식 시계이면서도 디지털 얼굴을 가진다.
이 점은 디자인적으로 중요하다. 점프아워는 기계식 시계의 전통적인 바늘 중심 화면에서 벗어나, 숫자와 창을 중심으로 시간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이 방식이 오히려 복고적이고 실험적인 인상을 준다.
1970년대 디지털 시계 유행과 맞물린 점프아워 모델은 특히 독특하다. 전자식 디지털이 새로움의 상징이던 시기에, 일부 기계식 시계는 디지털처럼 보이는 창 표시를 기계 장치로 구현했다.
운전 중 가독성
점프아워는 드라이버 워치와 잘 결합된다. 운전 중에는 손목을 완전히 돌려 다이얼을 정면으로 보기 어렵다. 숫자 창을 케이스 앞쪽이나 측면에 두면 시선을 조금만 옮겨도 시간을 볼 수 있다.
아미다 디지트렌드는 이 방향을 강하게 보여준다. 수평 디스크의 숫자를 프리즘으로 꺾어 케이스 전면 창에 띄우기 때문에, 손목을 크게 돌리지 않고도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점프아워가 단순한 장식 기능이 아니라, 특정 사용 장면을 해결하는 표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
점프아워는 겉으로는 단순해 보인다. 숫자가 한 시간에 한 번 바뀌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축적, 디스크 점프, 위치 고정, 분 표시와의 연동이 모두 맞아야 한다.
하이엔드 시계에서는 이 점을 컴플리케이션으로 드러낸다. 에나멜 다이얼, 핸드 피니싱, 레트로그레이드 표시, 복잡한 회전 디스크를 결합해 점프아워를 단순한 숫자 표시보다 더 높은 제작 난도의 기능으로 다룬다.
점프아워는 기능 자체보다 “기계 장치로 숫자를 순간적으로 바꾼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사용자는 결과만 보지만, 브랜드는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한 기계적 과정을 가치로 내세운다.
방랑시와의 확장
점프아워와 방랑시는 모두 숫자로 시간을 보여준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점프아워는 보통 고정된 창에서 숫자가 바뀐다. 방랑시는 시간이 적힌 디스크나 위성이 분 눈금을 따라 이동한다.
오데마 피게 스타휠은 방랑시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대표 사례다. 세 개의 디스크가 회전하며 아크형 분 눈금을 따라 시간을 가리킨다. 정통 점프아워와는 다르지만, 바늘 중심 시계에서 벗어나 숫자와 움직임으로 시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함께 비교할 수 있다.
이 확장은 점프아워를 더 넓은 시간 표시 실험 안에 놓게 한다. 시계는 반드시 두세 개의 바늘로만 시간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표 적용 사례
IWC 팔베버 포켓워치
IWC 팔베버 포켓워치는 기계식 디지털 표시 역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다. 요제프 팔베버의 디스크 표시 방식은 1880년대 포켓워치에 적용됐고, IWC는 이 방식의 포켓워치를 생산했다.
팔베버 방식은 시간과 분을 큰 숫자로 보여준다. 두 개의 창을 통해 시간을 읽기 때문에 오늘날 디지털 표시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는 기계식 디스크가 움직이는 구조다.
이 사례는 점프아워가 단순히 현대 디자인의 장난이 아니라, 19세기 기계식 시계 안에서 이미 시도된 숫자 표시 방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IWC 트리뷰트 투 팔베버
IWC 트리뷰트 투 팔베버는 팔베버 포켓워치의 표시 방식을 현대 손목시계로 되살린 모델이다. IWC는 이 모델을 자사 최초의 점핑 뉴머럴 손목시계로 소개했다.
이 시계는 시간과 분을 큰 숫자로 표시하고, 하단에는 작은 초침을 둔다. 일반적인 시계 다이얼처럼 시침과 분침을 쓰지 않고, 회전 디스크로 시간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점프아워가 복고적 표시 방식으로만 남지 않고, 현대 하이엔드 시계에서 브랜드 역사와 결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아미다 디지트렌드
아미다 디지트렌드는 점프아워와 드라이버 워치가 결합한 대표 사례다. 시간과 분 디스크는 케이스 안에서 수평으로 놓이고, 프리즘이 그 이미지를 케이스 전면 창에 세워 보여준다.
아미다는 이 표시 방식을 LRD, 즉 Light Reflecting Display라고 불렀다. 1970년대 디지트렌드는 전자식 디지털 시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계식 디스크와 프리즘으로 숫자를 보여준다.
2024년에 돌아온 현대 디지트렌드도 이 구조를 이어간다. 점핑아워와 트레일링 미닛, 사파이어 크리스털 프리즘을 통해 1970년대식 미래감을 기계식 시계로 다시 보여준다.
카르티에 탱크 아 기셰
카르티에 탱크 아 기셰는 창을 통해 시간을 보여주는 탱크 계열 시계다. 일반적인 탱크처럼 다이얼과 바늘을 드러내지 않고, 금속 케이스 위의 작은 창으로 시간과 분을 읽게 한다.
이 시계에서 중요한 것은 다이얼을 거의 없앤 태도다. 시간 창과 분 창만 남기면서 시계는 작은 건축물처럼 보인다. 점프아워는 여기서 장식적 기능보다 케이스 디자인을 결정하는 표시 방식이 된다.
탱크 아 기셰는 점프아워가 아르데코와 잘 맞는 이유를 보여준다. 직선형 케이스, 금속 표면, 작은 창, 숫자 표시가 함께 놓이며 바늘 중심 시계와 다른 인상을 만든다.
쇼파드 L.U.C 콰트로 스피릿 25
쇼파드 L.U.C 콰트로 스피릿 25는 쇼파드 매뉴팩처 25주년을 기념해 나온 점핑아워 시계다. 쇼파드는 이 모델을 자사 첫 점핑아워 타임피스로 소개했다.
이 시계는 12시 방향의 창으로 시간을 보여주고, 중앙 분침으로 분을 표시한다. 다이얼에는 에나멜 장식이 들어가며, 점프아워의 기계적 기능과 하이엔드 장식성이 함께 드러난다.
이 사례는 점프아워가 꼭 레트로 디지털 인상만 만드는 기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숫자 창 하나를 절제된 다이얼 안에 넣으면 고전적인 드레스 워치 안에서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오데마 피게 스타휠
오데마 피게 스타휠은 전통적인 점프아워와는 다른 방랑시 방식이다. 세 개의 디스크가 중앙에서 회전하고, 각 디스크에 적힌 숫자가 아크형 분 눈금을 따라 움직인다.
오데마 피게는 이 방식을 1991년에 스타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보였고, 이후 Code 11.59 컬렉션에서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최신 스타휠은 세 개의 알루미늄 디스크가 각자 회전하며 시간 숫자를 보여준다.
스타휠은 점프아워 항목에서 혼동 사례이자 확장 사례로 다룰 수 있다. 고정 창에서 시간이 튀어 바뀌는 방식은 아니지만, 바늘 중심 표시에서 벗어나 숫자와 회전 구조로 시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까운 맥락에 있다.
제랄드 젠타 바이 레트로
제랄드 젠타 계열의 바이 레트로 모델은 점프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 표시를 결합한 대표적인 현대 사례다. 시간은 창으로 표시되고, 분과 날짜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움직이는 구성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은 점프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가 함께 쓰일 때 어떤 리듬이 생기는지 보여준다. 시간은 정각마다 순간적으로 바뀌고, 분은 아크형 눈금을 따라 이동한 뒤 다시 처음 위치로 돌아간다.
제랄드 젠타식 표시는 기능을 숨기기보다 다이얼 위에서 드러낸다. 점프아워가 장난감 같은 인상, 고급 시계의 복잡 기능, 캐릭터 디자인과도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장단점·한계
점프아워의 가장 큰 장점은 표시 방식의 차별성이다. 바늘 대신 숫자 창으로 시간을 보여주기 때문에, 일반 아날로그 시계와 바로 구분된다. 숫자를 바로 읽을 수 있어 가독성도 좋다.
디자인 자유도도 크다. 시침이 사라지면 다이얼 중앙을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다. 분침만 남기거나, 레트로그레이드 분 표시를 넣거나, 프리즘과 창을 이용해 케이스 형태를 바꿀 수 있다.
기계식 시계에서 디지털 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점프아워는 전자식 디지털 시계와 닮았지만, 실제로는 기계 장치가 숫자를 넘긴다. 이 대비가 시계 애호가에게 강한 매력을 만든다.
한계는 에너지 부담이다. 시간 디스크를 정각마다 순간적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에 무브먼트에 부담이 생긴다. 디스크가 크거나 무거우면 필요한 힘도 늘어난다.
정렬 문제도 중요하다. 숫자가 창 중앙에 정확히 오지 않으면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 점프가 너무 약하면 숫자가 제대로 넘어가지 않고, 너무 강하면 충격과 마모가 생길 수 있다.
가독성도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창이 작거나 숫자 대비가 약하면 오히려 일반 바늘보다 읽기 어려울 수 있다. 프리즘 방식은 독특하지만, 반사와 각도에 따라 보이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제작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점프아워는 겉으로 단순해 보여도 부품 정렬과 에너지 제어가 까다롭다. 저가형에서는 내구성과 정렬이 약점이 될 수 있고, 고급형에서는 제작 난도가 가격으로 이어진다.
관련 기술·용어
점핑아워
점핑아워는 jump hour 또는 jumping hour를 그대로 옮긴 표현이다. 국내에서는 점프아워가 더 자연스럽게 쓰이는 편이지만, 점핑아워도 제품 설명이나 번역문에서 볼 수 있다.
기계식 디지털
기계식 디지털은 전자 화면이 아니라 기계식 디스크나 창으로 숫자를 보여주는 표시 방식을 가리킬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점프아워, 팔베버식 표시, 일부 드라이버 워치가 여기에 속한다.
팔베버 방식
팔베버 방식은 요제프 팔베버의 디스크식 숫자 표시에서 온 말이다. 시간과 분을 창 안의 큰 숫자로 보여주는 방식이며, IWC 포켓워치와 함께 자주 언급된다.
점프아워와 밀접하지만, 팔베버 방식은 시간뿐 아니라 분 표시까지 디스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레트로그레이드
레트로그레이드는 바늘이 일정 구간을 이동한 뒤 처음 위치로 튀어 돌아가는 표시 방식이다. 점프아워는 숫자가 바뀌고, 레트로그레이드는 바늘이 되돌아간다.
둘은 함께 쓰일 수 있다. 시간은 점프아워 창으로 보여주고, 분은 레트로그레이드 바늘로 보여주는 구성이 대표적이다.
방랑시
방랑시는 시간이 적힌 디스크나 위성이 분 눈금을 따라 움직이며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영어로는 wandering hours라고 부른다.
점프아워처럼 숫자로 시간을 보여주지만, 고정된 창에서 숫자가 순간적으로 바뀌는 방식은 아니다. 오데마 피게 스타휠이 대표적인 현대 사례다.
디지털 디스플레이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숫자로 시간을 보여주는 방식을 넓게 가리킨다. 전자식 LCD와 LED도 디지털 디스플레이이고, 기계식 디스크 창도 넓은 의미에서는 디지털 표시다.
다만 시계 커뮤니티에서는 전자식 디지털과 기계식 디지털을 구분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이버 워치
드라이버 워치는 운전 중 시간을 보기 쉽게 만든 시계다. 다이얼을 손목 옆으로 기울이거나, 숫자 창을 측면이나 전면에 둔다.
아미다 디지트렌드처럼 점프아워와 프리즘을 결합한 모델은 드라이버 워치 문맥에서 자주 언급된다.
데드비트 세컨드
데드비트 세컨드는 기계식 시계에서 초침이 1초 단위로 끊어 움직이는 기능이다. 점프아워처럼 순간적으로 바뀌는 느낌이 있지만, 표시 대상은 초다.
점프아워는 시간 숫자를 바꾸는 기능이고, 데드비트 세컨드는 초침의 움직임을 바꾸는 기능이다.
아워 디스크
아워 디스크는 시간을 표시하는 숫자 디스크다. 점프아워에서는 이 디스크가 정각마다 한 칸씩 움직인다.
미닛 디스크
미닛 디스크는 분을 표시하는 디스크다. 팔베버식 표시나 아미다 디지트렌드처럼 시간과 분을 모두 숫자로 보여주는 시계에서 중요하다.
구동 토크
구동 토크는 부품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회전 힘이다. 점프아워에서는 시간 디스크를 순간적으로 넘겨야 하므로 충분한 토크와 에너지 제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