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 마스 (Winy Maas)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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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RLES WILLIAM PELLETIER
비니 마스(Winy Maas)는 주거, 상업, 미술관 수장고 등 독립적으로 분리되던 프로그램들을 거대한 단일 구조 안에 파격적으로 쌓고 섞는 네덜란드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다. 1959년 네덜란드 스헤인덜에서 태어나 조경과 도시건축을 수학했으며, 1993년 야코프 판 레이스, 나탈리 드 프리스와 함께 각자의 성을 딴 건축 집단 'MVRDV'를 공동 설립했다. 현재 MVRDV의 대표적인 얼굴로 활동하고 있으나, 모든 프로젝트는 세 명의 공동창립자와 방대한 파트너 그룹, 설계팀의 유기적인 협업으로 완성된다.
그의 설계는 복잡한 도시적 한계 상황(예산, 법규, 밀도 등)을 수치와 다이어그램으로 철저히 분석한 뒤, 그 결과를 직관적이고 과장된 조형 언어로 폭발시키는 특징을 갖는다. 건물 바깥으로 튀어나온 캔틸레버 주택(보조코), 거대한 주거 아치가 실내 시장을 덮는 구조(마르크탈), 도시의 풍경을 반사하는 밥그릇 형태의 미술품 수장고(디포) 등은 공간의 문제와 해법이 건물의 외형 자체로 투명하게 드러나는 마스 특유의 건축적 선언이다.
약력·연혁
조경학과 도시건축을 차례로 수학한 마스는 개별 건축물을 고립된 오브제로 다루지 않고, 토지와 인구, 녹지와 기반 시설이 거미줄처럼 얽힌 거시적인 도시 시스템의 일부로 해석하는 시각을 다졌다. 1993년 MVRDV 설립 이후 주거 밀도와 프로그램 혼합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실제 건축에 거침없이 적용했다. MVRDV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초기 완공작 '보조코(WoZoCo)'는 주어진 대지 면적 내에 100가구를 수용해야 하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의 외벽 바깥으로 세대를 돌출시키는 아슬아슬한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 엄격한 규정과 숫자에 기반한 분석이 시각적으로 과장된 형태로 발현되는 그들만의 고유한 방법론이 확립된 시기다.
이후 '실로담'을 거쳐 '마르크탈' 등 혼합도시(Mixed-use) 프로젝트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활동 무대를 글로벌로 넓혔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서울로 7017' 역시 그의 작업이다. 2008년에는 델프트공과대학교 산하에 도시 연구기관 '더 와이 팩토리(The Why Factory)'를 설립해 인구 과밀, 식량, 기후 등 미래 도시의 당면 과제를 도발적인 시나리오와 과장된 그래픽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 연구 결과는 다시 MVRDV의 파격적인 실물 프로젝트로 환류된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입체적 혼합과 구조적 변이
마스는 주택, 공원, 오피스 등 이질적인 기능들을 한데 엮는 물리적 혼합을 주도한다. 마르크탈의 거대한 주거 아치나 밸리(Valley)의 다층적 복합 구조에서 보듯, 상이한 프로그램들의 결합은 단순한 나열에 그치지 않고 건축물의 구조적 질서와 거대한 외형을 완전히 뒤바꾸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다이어그램의 조형화
MVRDV의 설계는 면적, 일조량, 이동량 등 방대한 데이터를 직관적인 다이어그램과 색상 블록으로 치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평면적이고 논리적인 데이터 덩어리들이 그대로 3차원의 입체적 건축물로 치솟는다. 설계의 근거를 대중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장점 이면에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계산 가능한 수치로만 단순화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상존한다.
과장된 스케일과 파격적 이미지
전통 농가를 1.6배로 부풀려 유리 외벽에 인쇄한 '글라스 팜', 거대한 거울 화분 형태의 '디포'처럼 그의 건축물은 사전 지식이 없어도 압도적인 이미지로 뇌리에 박힌다. 이러한 시각적 과장은 복잡한 도시 담론을 대중 친화적인 아이콘으로 번역하는 강력한 무기지만, 때로는 건축물의 본질적 기능보다 외형적인 별칭이나 사진 소비가 우선시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닫힌 공간의 능동적 개방
미술품 수장고, 건물의 옥상, 고가도로 등 대중에게 철저히 통제되던 배타적 공간을 입체적인 공공의 장소로 개방한다. 보이만스 판 뵈닝언 디포는 수장과 복원 과정을 날것 그대로 관람객에게 노출하며, 로테르담 루프톱 워크는 건물의 지붕들을 도시의 새로운 보행로로 연결했다. 실내 로비 일부를 내어주는 소극적 공공성을 넘어, 건물의 시스템과 운영 방식 자체를 도시적 차원에서 재편한다.
주요 작업
마르크탈 (2014)
로테르담 도심 한복판에 실내 시장, 228가구의 주택, 상업시설을 하나로 응축시킨 복합 건물이다. 주택들을 거대한 아치 형태로 쌓아 올려 거대한 시장의 지붕으로 삼고, 양 끝면을 대형 케이블넷 유리벽으로 마감해 비바람을 막으면서도 도시 풍경을 시원하게 끌어들였다. 아치 안쪽 천장은 과일과 채소를 확대한 거대한 벽화로 덮여 있어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민간 주거 개발과 공공 시장을 결합한 혁신적인 유형이라는 찬사와, 전통 시장의 기능이 거대 상업 자본에 밀려났다는 지적이 교차한다.
보이만스 판 뵈닝언 디포 (2021)
로테르담 뮤지엄파크에 들어선 세계 최초의 개방형 미술품 수장고다. 작품의 일부만 전시하는 기존 박물관의 문법을 깨고, 보존과 복원의 막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릇 형태의 좁은 하단부는 공원 부지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이며, 외벽 전체를 덮은 1,664장의 거울 패널이 주변의 숲과 도시를 완벽히 반사해 낸다. 수장고를 기념비적 공공 시설로 전환했다는 극찬과 함께, 연구 및 보존이라는 핵심 기능보다 대중적 관광 체험이 비대해졌다는 우려도 따른다.
밸리 (2021)
암스테르담 자위다스 업무지구에 건설된 복합 건축물이다. 높이 67m, 81m, 100m의 세 개 타워로 구성되었으며, 외부를 향한 파사드는 매끈한 유리 입면을 취한 반면 안쪽은 거친 암벽이 침식된 듯한 불규칙한 돌출 테라스와 식재로 채워졌다. 삭막한 오피스 블록의 정형성을 깨고 도심 속 입체적인 골짜기(Valley)를 조성했으나, 파격적인 테라스의 방수 및 유지 관리, 막대한 자원 투입을 둘러싼 지속가능성 논쟁을 피하지 못했다.
보조코 (1997)
암스테르담에 세워진 100가구 규모의 노인 주택이다. 대지 면적과 일조권 규제로 인해 전체 세대를 수용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자, 13세대를 건물의 북쪽 외벽 바깥으로 거대하게 매달아 버리는 파격적인 캔틸레버 공법을 적용했다. 규제와 한계에서 파생된 구조적 해법이 건물 전체의 상징적인 외형을 결정지은 프로젝트로, MVRDV의 방법론적 기틀을 확립한 상징적인 작업이다.
글라스 팜 (2013)
마스의 고향인 스헤인덜 시장 광장에 지어진 상업·문화 시설이다. 지역에 남아 있는 수많은 전통 농가들의 평균적인 형태를 추출해 이를 1.6배 스케일업한 뒤, 사진작가 프랑크 판 데르 살름이 촬영한 농가 이미지를 세라믹 프린팅 공법으로 유리 외벽 전체에 입혔다. 소실된 고향의 옛 기억을 복원하는 대신 극대화된 크기와 현대적 유리 물성으로 비튼 이 조형물은, 전통에 대한 헌사인지 풍자인지를 두고 극심한 논쟁을 낳았다.
영향 관계
마스와 MVRDV의 건축은 네덜란드 특유의 척박한 인구밀도와 토지 부족, 강력한 국토계획의 토양에서 배양되었다. OMA와 동시대 네덜란드 건축가들이 도시 데이터를 중시했다면, MVRDV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건조한 데이터를 밝고 도발적인 색상, 파격적인 매스 볼륨 등 대중이 즉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강렬한 팝(Pop) 이미지로 치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델프트공대 산하의 '더 와이 팩토리'는 학술적 상상력과 실무 건축을 잇는 강력한 펌프 역할을 하며, 대학 연구소의 미래 시나리오가 대규모 상업 프로젝트로 직결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했다.
수상·전시 이력
2011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 수훈, 2015년 네덜란드 사자훈장 임명 등 국가적 예우를 받았다. 마르크탈은 유럽 최고 권위의 미스 반 데어 로에상 후보에 올랐으며, 복합 개발의 모범 사례로 다수의 국제상을 휩쓸었다. 보이만스 판 뵈닝언 디포 역시 네덜란드 공공건축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현재 델프트공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MIT, 예일, 컬럼비아 등 유수의 건축 교육 기관에서 초빙교수로 후학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반응과 평가
비니 마스와 MVRDV는 실험적인 네덜란드 아방가르드 건축을 거대한 글로벌 도시 산업으로 안착시킨 주역이다. 난해한 건축적 담론을 직관적인 이미지와 다이어그램으로 번역하여, 평범한 시민들까지 공간과 도시 문제에 대한 토론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공론화의 문턱을 낮춘 공로가 매우 크다. 법규, 용적률, 수익성 같은 세속적인 제약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거대한 조형을 탄생시키는 폭발적인 촉매로 활용하는 태도는 그들의 강력한 무기다.
반면, 2차원의 다이어그램이 곧장 3차원의 건물로 스케일업되면서 발생하는 태생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예리하다. 외형이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와 상징성에 비해, 실제 사용자들이 거주하는 내부 공간의 섬세함이나 재료의 디테일이 종종 희생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밸리나 디포처럼 공공성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계층에 집중되는 '사유화된 럭셔리'의 딜레마, 그리고 비정형 외벽과 복잡한 캔틸레버 공법이 수반하는 과도한 탄소 배출과 유지 보수 비용의 모순 역시 뼈아프다. 무엇보다 스타 건축가 1인의 강력한 페르소나가 MVRDV라는 거대한 협업 네트워크와 수많은 설계 파트너들의 공로를 가리고 있다는 점은, 현대 거대 설계 집단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