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오웬스 (Rick Owens)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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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elle Levitt, courtesy Owenscorp
릭 오웬스(Rick Owens)는 검은 가죽 재킷, 길게 늘어진 티셔츠, 플랫폼 부츠 등을 통해 독자적인 지지층을 형성한 미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다. 로스앤젤레스의 패턴실에서 경력을 시작해 파리로 거점을 옮겼으며, 대형 패션 그룹에 속하지 않고 남·여성복, 슈즈, 가구 라인까지 독립적으로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디자인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연상시키는 요소와 고대 복식, 피트니스 웨어 등 상이한 개념들을 융합한다. 건축적으로 솟아오른 어깨, 밑위가 낮게 내려간 팬츠, 착용자의 비례를 바꾸는 플랫폼 부츠가 특징적이다. 대중적인 '올 블랙' 이미지와 함께 더스트(Dust), 머드(Mud), 플레시(Flesh), 애시드 핑크 등 탁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활용한다.
런웨이 기획력으로도 알려져 있다. 흑인 여성 스텝 댄서들의 군무, 다른 모델을 메고 걷는 퍼포먼스, 팔레 드 도쿄 분수대를 활용한 연출 등을 선보였다. 정형화된 미적 기준을 벗어나, 주류 패션에서 배제되던 신체와 인물을 컬렉션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데 주력한다.
약력·연혁
포터빌과 로스앤젤레스
1961년 캘리포니아 포터빌 출생. 보수적인 환경에서 성장해 로스앤젤레스 오티스 미술대학(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대학을 중퇴하고 로스앤젤레스 트레이드 테크니컬 칼리지(LATTC)에서 패턴 메이킹과 드레이핑을 수학했다. 순수미술보다 실제 의복을 재단하고 봉제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껴 여러 의류 업체에서 패턴사로 실무를 익혔다.
미셸 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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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1987년, 디자이너이자 외식 사업가인 미셸 라미(Michèle Lamy)의 의류 회사에 패턴사로 입사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창작과 비즈니스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오웬스가 다크하고 늘어진 실루엣을 조형하면, 라미는 생산, 유통, 공간 기획을 담당하며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현재까지도 가구, 주얼리,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며 하우스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자신의 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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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1992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이블을 론칭했다. 초기에는 군용 담요, 마모된 가죽, 데드스톡 원단을 활용해 소량의 재킷과 드레스를 제작했다. 바이어스 컷으로 신체를 감싸는 가죽 재킷과 비대칭 드레스가 로스앤젤레스 부티크와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공되지 않은 새것의 질감보다 오랜 시간 착용해 마모된 듯한 표면 처리를 선호했다.
뉴욕 쇼와 파리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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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보그 (© 보그)2001년 미국 《보그》의 후원으로 뉴욕에서 첫 런웨이를 개최했다. 이듬해 CFDA 페리 엘리스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퍼 하우스 레비옹(Revillon)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2003년 오웬스와 라미는 파리로 이주했다. 과거 프랑스 사회당 본부였던 팔레 부르봉(Palais Bourbon)의 건물을 스튜디오로 개조하고, 이탈리아의 생산 파트너십을 통해 비즈니스 규모를 확장했다.
독립 하우스와 여러 제품군
[[carou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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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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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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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carousel]]메인 컬렉션 산하에 데님과 저지 소재 중심의 '다크쉐도우(DRKSHDW)', 여성복 라인 '릴리스(Lilies)'를 론칭했다. 슈즈, 백, 주얼리, 향수, 가구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으나 무채색, 길게 늘어진 비례, 거친 텍스처라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된다.
대형 그룹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미셸 라미, 엘사 란조(Elsa Lanzo), 루카 루지에리(Luca Ruggeri) 등 오랜 파트너들과 독립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직접 스케치를 진행하며, 컬렉션 노트를 통해 외부 협력자와 생산처를 공개하는 방식을 취한다.
팔레 드 도쿄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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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팔레 갈리에라 (© 팔레 갈리에라)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의 야외 광장과 분수대를 런웨이 무대로 반복해 사용하고 있다. 신고전주의 건축물, 물, 연기, 불꽃 등의 요소를 결합해 의식이나 퍼레이드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연출한다.
2025년 파리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에서 하우스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 《템플 오브 러브(Temple of Love)》를 개최했다. 2026년에는 아디다스와 파트너십을 재개하며, 기후 테크놀로지와 스포츠웨어를 결합한 룩을 선보였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길고 낮은 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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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티셔츠와 탱크톱의 기장을 몸통보다 길게 늘리고, 팬츠의 밑위는 무릎 부근까지 낮춘다. 재킷은 상체를 타이트하게 크롭하거나 바닥에 끌리도록 길게 디자인한다.
이러한 비례는 착용자의 동선에 영향을 미친다. 의복의 하중과 부츠의 무게감으로 인해 걸음걸이가 느려지며, 일상적인 움직임을 형태적으로 변환시키는 특징이 있다.
가죽과 먼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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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오웬스가 다루는 가죽은 매끄럽고 윤기 나는 전통적 소재와 달리, 거칠게 워싱하고 스크래치를 내며 주름을 가해 마모된 질감을 구현한다.
블랙과 더불어 빈번히 사용하는 색채는 '더스트(Dust)'다. 그레이, 베이지, 어스 톤이 혼합된 색감으로 인체나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순백색보다는 뼈, 석고, 먼지를 연상시키는 건조한 톤을 선호한다.
고대 조각과 미래의 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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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고대 그리스의 토가와 키톤, 가톨릭 수도복, 밀리터리 유니폼의 요소를 차용한다. 원단을 사선으로 감아 어깨를 노출하거나 큰 망토와 후드를 활용한다.
이를 역사 복식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케블라, 라텍스, 테크니컬 나일론, 플랫폼 굽과 결합해 미래지향적인 전투복의 형태로 변형시킨다. 고대와 미래라는 이질적인 시간대를 하나의 실루엣에 교차시킨다.
형태를 바꾸는 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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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지오바스켓(Geobasket), 라몬즈(Ramones), 키스 부츠(Kiss Boots)는 하우스를 상징하는 대표 풋웨어다. 발목을 두껍게 감싸고 아웃솔과 굽을 과장하여, 신발을 신체의 일부라기보다 건축적인 받침대처럼 기능하게 한다.
특히 투명한 플랫폼과 사선 굽이 특징인 키스 부츠는 착용자의 신장과 비례를 재설정한다. 맥시 기장의 팬츠 아래로 굽 일부만 노출시켜 시각적인 착시를 유도하기도 한다.
비주류 체형과 인물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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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패션의 전통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체형과 인물들을 런웨이에 세운다. 스텝 댄서, 드래그 퍼포머, 노년의 모델, 다양한 체형의 커뮤니티가 그의 쇼에 등장한다.
이들을 주류 미학에 맞게 순화시키지 않고, 억센 표정, 과장된 골격, 강한 퍼포먼스를 가감 없이 노출시킨다. 기존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방식의 장엄함을 제시하려는 의도다.
의식을 연상시키는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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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오웬스의 런웨이에는 화염, 수조, 연기, 군중, 거대 건축물이 자주 동원된다. 패션쇼를 신제품 발표의 장을 넘어, 시대적 불안과 공포를 다루는 제의(Ritual)적 공간으로 규정한다.
직설적인 슬로건 대신 진압복, 전술 조끼, 쿨링 수트 등 방어 기제가 투영된 의복을 통해 동시대의 위협을 은유하며, 시대의 불편함을 시각적으로 응시하는 태도를 취한다.
주요 작업
릭 오웬스 2027 S/S 남성복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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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carousel]]2027 S/S 남성복 ‘스톤(Stone)’. 폭염을 고려해 오전 시간대로 쇼를 앞당겼으며, 팔레 드 도쿄 분수대에 메탈 런웨이를 설치했다.
신체를 압박하는 텐션 구조가 특징이었다. 폼과 라텍스 소재로 제작된 챕스(Chaps)가 외골격처럼 다리를 감쌌고, 크롭트 재킷과 저지 수트가 레이어드되었다. 아디다스 협업 피스로는 내부 쿨링 팬이 내장된 클라이마쿨(Climacool) 재킷이 등장하여, 기후 위기 시대의 기능복을 디스토피아적 실루엣으로 풀어냈다.
릭 오웬스 2026 F/W 여성복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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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carousel]]2026 F/W 여성복 ‘타워(Tower)’. 외부의 위협에 대한 방어 기제를 탐구했다. 진흙과 모래 톤의 팔레트를 입은 모델들이 전사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케블라 스트랩리스 드레스, 귀 윗선까지 올라오는 펠트 칼라, 다수의 포켓이 부착된 거대한 부츠가 신체를 감쌌다. 말레네 디트리히의 스완 페더 재킷을 오마주한 고트 헤어 코트는 인체를 덮을 만큼 큰 부피를 지녔다. 패션이 심리적 방호복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안한 시즌이다.
릭 오웬스 2026 F/W 남성복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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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carousel]]2026 F/W 남성복 ‘타워(Tower)’. 경찰 제복과 권력의 이미지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짧게 크롭된 플라이트 재킷과 바이커, 포플린 셔츠와 팬츠가 블랙과 그레이 톤으로 교차했다.
어깨에는 견장을 뜯어낸 듯한 웨빙 패치가 덧대어졌고, 케블라와 레더가 전술용 장비처럼 배치되었다. 모델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기 속을 걸었으며, 제복이 지닌 권위의 상징성을 해체하는 데 주력했다.
릭 오웬스 2026 S/S 남성복 ‘템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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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7906681428-4d97c2d997078ca6.webp" alt="2026 S/S 남성복 ‘템플’" data-orientation="original" data-source-url="https://www.rickowens.eu/en-kr/pages/runway-shows-men/temple-ss-26" width="600" />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carousel]]2026 S/S 남성복 ‘템플(Temple)’. 팔레 갈리에라 회고전 오프닝과 같은 날 개최되었다. 모델들은 팔레 드 도쿄의 얕은 분수대를 걷다가 차례로 물속으로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물에 젖은 원단은 인체에 밀착되며 의복의 무게감과 재단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런웨이와 아카이브 회고전을 동시에 전개하며, 과거의 유산을 박물관에 보존하는 동시에 현재의 의복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은유했다.
릭 오웬스 2016 S/S 여성복 ‘사이클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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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carousel]]2016 S/S 여성복 ‘사이클롭스(Cyclops)’. 여성 모델이 다른 여성 모델을 하네스로 결박해 메고 런웨이를 걷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인간 배낭'이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으나, 오웬스의 의도는 여성 간의 상호 지지, 의존, 하중을 분담하는 연대를 표현하는 데 있었다. 시각적 퍼포먼스가 의복의 디자인을 가렸다는 비판과 함께, 신체의 상호작용을 패션 런웨이에 직관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릭 오웬스 2014 S/S 여성복 ‘비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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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
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carousel]]2014 S/S 여성복 ‘비셔스(Vicious)’. 전형적인 패션 모델 대신 미국 대학교의 흑인 여성 스텝 댄스 크루를 런웨이에 기용했다. 무용수들은 타악기적인 리듬과 춤을 선보이며 무대를 채웠다.
넉넉한 튜닉과 쇼츠, 가죽과 애슬레틱 웨어는 춤의 움직임에 맞춰 역동성을 띠었다. 패션 런웨이가 요구하던 전통적인 우아함 대신, 신체의 근육과 공동체의 결속력을 전면에 내세운 컬렉션이다.
릭 오웬스 지오바스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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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릭오웬스 (© 릭오웬스)지오바스켓(Geobasket, 2006). 농구화의 하이톱 구조, 과장된 텅(Tongue), 두꺼운 러버 아웃솔을 결합한 스니커즈다. 초기 모델은 타 브랜드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측면 패널 디자인으로 인해 형태가 수정되기도 했다.
스니커즈를 가벼운 스포츠용품이 아닌, 부츠처럼 묵직하고 조형적인 오브제로 재해석했다. 라몬즈(Ramones)와 함께 하우스의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럭셔리 스니커즈 시장의 비례감에 영향을 미쳤다.
릭 오웬스 2002 F/W 여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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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퍼스트뷰 (© 퍼스트뷰)2002 F/W 여성복 레디 투 웨어. 뉴욕에서 오웬스의 이름을 알린 초기 컬렉션이다. 워싱된 가죽 재킷, 바이어스 컷으로 사선 재단된 드레스, 길게 늘어진 니트웨어가 무대에 올랐다.
짧은 기장의 상의, 긴 기장의 이너, 더스트 컬러 중심의 팔레트 등 향후 릭 오웬스의 핵심이 되는 실루엣이 이 시기에 확립되었다. 낡은 듯한 텍스처와 쿠튀르적 드레이핑을 결합한 방식을 선보였다.
영향 관계
미셸 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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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브런치 (© 브런치)미셸 라미는 오웬스의 배우자이자 하우스의 오랜 파트너다. 초창기 그를 패턴사로 기용했으며, 이후 생산 공정, 가구 라인, 주얼리, 글로벌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했다.
라미의 스타일과 겹쳐 입는 착장 방식은 브랜드의 주요한 상징 중 하나다. 오웬스의 통제된 무채색 조형에 라미의 에너지가 결합되며 하우스의 정체성이 완성된다.
찰스 제임스와 마들렌 비오네
정통 패션 아카데미가 아닌 현장의 패턴 메이킹 실무를 통해 기술을 익혔으나,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의 구조적인 조형미와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의 바이어스 컷을 주요 레퍼런스로 언급해왔다.
가죽 재킷과 드레스가 인체를 사선으로 휘감는 방식에는 비오네의 드레이핑이, 넓은 숄더 라인과 볼륨감에는 제임스의 구조주의가 영향을 미쳤다. 오웬스는 이러한 기법을 낡은 가죽과 서브컬처 무드로 재해석했다.
할리우드와 언더그라운드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맥시 드레스, 크리처물과 글램 록, 펑크 서브컬처와 언더그라운드 퀴어 씬은 오웬스의 미학을 구성하는 요소다. 고전적인 우아함과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스타일을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런웨이에 오르는 다양한 배경의 모델들은 단순한 장식적 도구를 넘어 컬렉션의 태도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독립 브랜드 운영
거대 럭셔리 그룹에 편입되지 않고 파트너들과 독립 경영 체제를 고수한다. 전 세계 다수의 리테일과 직영 스토어를 운영하는 규모임에도, 컬렉션의 방향성과 디자인 결정권은 창립자가 통제한다.
이러한 구조는 하우스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강점인 동시에, 브랜드의 운영이 창립자 개인과 소수의 파트너십에 크게 의존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후대의 다크 패션과 스트리트웨어
오웬스가 정립한 롱 티셔츠, 드롭 크로치(Drop-crotch) 팬츠, 블랙 레더 아우터와 하이톱 스니커즈는 동시대 스트리트웨어와 남성복 시장에 넓게 확산되었다.
다만 표면적인 무채색과 레이어링 기법만 복제할 경우, 인체 비례와 원부자재의 무게감에 대한 오웬스 특유의 고찰이 누락되기 쉽다. 이는 카피 브랜드와 릭 오웬스의 오리지널리티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수상·전시 이력
2002년 CFDA 페리 엘리스 신인상 수상. 2007년 쿠퍼 휴잇 국립디자인상(Cooper Hewitt National Design Award) 패션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2017년 CFDA 제프리 빈 평생공로상, 2019년 CFDA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주로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해 왔으나, 미국 패션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립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25년 6월부터 2026년 1월까지 파리 팔레 갈리에라에서 대규모 회고전 《릭 오웬스: 템플 오브 러브(Temple of Love)》가 개최되었다. 로스앤젤레스 시절의 초기작부터 최신 아카이브까지 100여 점의 룩과 소장품, 설치 미술을 전시했다.
오웬스는 본 전시의 아티스틱 디렉팅을 직접 총괄했다. 박물관 외벽의 조각상을 패브릭으로 감싸고, 정원에는 콘크리트 오브제와 식물을 배치해 공간 전체를 브랜드의 분위기로 연출했다.
반응과 평가
현재의 위상
2026년 기준 남·여성복 메인 컬렉션을 비롯해 다크쉐도우, 릴리스, 슈즈, 가구 라인까지 창립자가 직접 디렉팅하고 있다. 30년 이상 고유의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매 시즌 새로운 퍼포먼스와 소재를 접목하고 있다.
지오바스켓, 라몬즈, 키스 부츠, 카고 팬츠는 하우스의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7 S/S 시즌에는 아디다스와의 협업을 통해 풋웨어와 테크니컬 어패럴 라인을 선보였다.
디자인 반응
오웬스의 작업은 시각적 정체성이 뚜렷한 독자적인 디자인 세계를 구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의복, 슈즈, 가구, 런웨이 연출이 모두 동일한 미학적 비례감을 공유한다.
전위적인 런웨이 피스 외에도 실용적이고 매일 착용 가능한 베이식 아이템이 존재하며, 시즌 리스(Seasonless)를 추구하여 과거 시즌의 제품과 최신 시즌의 제품이 하나의 옷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반면, 수십 년째 유사한 실루엣이 반복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솟은 어깨, 무릎을 덮는 상의, 플랫폼 부츠와 무채색 가죽이라는 공식이 쇼의 타이틀과 퍼포먼스만 바뀐 채 재생산된다는 지적이다.
비판
서브컬처와 비주류 문화를 차용한 룩이 고가의 하이엔드 상품으로 판매된다는 점에서 모순이 지적되기도 한다. 소외 계층의 미학이 럭셔리 소비의 일환으로 활용된다는 자본주의적 비판이다.
런웨이의 자극적인 퍼포먼스가 의복 본연의 테일러링을 가린다는 시각도 있다. 모델의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패션 역사에 남는 이미지를 생성하지만, 참여자의 신체가 시각적 충격을 위한 요소로 소비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동반된다.
아울러 철저한 독립 경영과 폐쇄적인 파트너십은 브랜드의 일관성을 지키는 방어막인 동시에, 오웬스와 미셸 라미 체제 이후를 이어갈 차세대 동력을 육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