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잉엔라트 (Thomas Ingenlath)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6252301127-bcfa16f6eb9cb2aa.webp" alt="" data-orientation="original" data-original-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6252302824-8b1929349b4f54c6.webp" width="600" />
© Robert Cumberford토마스 잉엔라트는 2010년대 볼보의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고 이후 폴스타를 독립적인 전기차 브랜드로 이끈 독일 자동차 디자이너다. 아우디 폭스바겐 스코다를 거쳐 2012년 볼보 디자인 총괄을 맡았다. 2017년부터 폴스타 CEO로 일하다가 2024년 물러난 뒤 지리그룹 고문을 거쳐 2026년 2월 볼보 최고디자인책임자로 다시 돌아왔다.
그가 볼보에 남긴 가장 큰 변화는 단순히 램프 모양을 바꾸는 것을 넘어 차의 전체적인 비율과 실내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친 데 있다. 앞바퀴와 운전석 사이 거리를 늘리고 똑바로 선 그릴과 단순한 면 그리고 일명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T자 램프를 써서 보수적이던 볼보를 훨씬 낮고 세련된 고급차로 바꿨다. 실내에서는 복잡한 물리 버튼을 모두 세로형 터치 화면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폴스타에서는 디자인 총괄을 넘어 CEO까지 맡아 제품과 매장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까지 하나로 묶으며 디자인이 회사를 이끈다는 말을 직접 실천했다.
약력·연혁
1964년 독일에서 태어나 포르츠하임 디자인대학과 런던 왕립예술학교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했다. 1991년부터 아우디 폭스바겐 스코다에서 차례로 디자인 책임을 맡으며 다양한 가격대와 성격을 가진 브랜드들을 다루는 감각을 익혔다. 2012년 볼보 디자인 총괄로 자리를 옮긴 뒤 새로운 기본 뼈대(플랫폼)에 맞춘 디자인 방향을 처음부터 다시 짰다. 2013년 발표한 볼보 콘셉트 쿠페를 시작으로 2세대 XC90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지금 우리가 아는 세련된 볼보의 얼굴을 완성했다.
2017년에는 볼보의 고성능 모델이었던 폴스타가 독립적인 전기차 브랜드로 떨어져 나오면서 CEO로 임명되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아주 드문 경우였다. 폴스타 1과 2를 시작으로 자동차 회사라기보다 깔끔한 전자제품이나 가구 브랜드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 2024년 10월 브랜드를 처음 만드는 단계를 지나 판매를 늘려야 하는 경영 상황에 맞춰 폴스타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지리그룹 수석 디자인 고문으로 지내다가 2026년 2월 볼보자동차 최고디자인책임자로 화려하게 복귀해 다시 한번 볼보의 전체 디자인을 이끌게 되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잉엔라트의 디자인은 화려한 장식보다 차체의 안정적인 비율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차를 단순히 크게 만드는 대신 보닛을 길게 빼고 그릴을 세워 차의 중심이 낮고 단단해 보이게 만든다. 그는 요란하고 복잡한 디자인을 피하고 기능과 안전을 먼저 챙긴 뒤 겉모습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만든다. 이 원칙은 볼보의 안전하고 튼튼한 이미지와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차 안에서도 복잡한 버튼을 없애고 큼직한 세로형 화면 하나로 기능을 깔끔하게 모았다. 특히 폴스타에서는 자동차 겉면에 붙는 로고나 반짝이는 크롬 장식을 확 줄이고 부품들이 만나는 꼼꼼한 선 자체를 브랜드의 특징으로 삼았다. 또한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단순히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겉면과 실내 구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디자인 재료로 겉으로 드러내며 환경 문제와 디자인을 하나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주요 작업
폴스타 프리셉트 (2020)
폴스타가 볼보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전기차 디자인을 처음 보여준 콘셉트카다. 앞쪽의 공기 흡입구(그릴)를 없애고 그 자리에 레이더와 카메라를 모은 스마트존을 배치했다. 실내에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천과 식물성 섬유를 눈에 띄게 사용했다.
폴스타 2 (2019)
폴스타의 첫 번째 순수 전기 양산차다. 전기차라고 해서 무조건 둥글고 매끈하게 만들지 않고 각지고 단단한 느낌을 강조했다. 실내에 큼직한 세로형 화면과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넣어 전기차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폴스타 1 (2017)
폴스타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대중적인 SUV나 세단 대신 늘씬하고 멋진 2도어 차를 가장 먼저 선보여 폴스타가 성능과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2세대 볼보 XC90 (2014)
잉엔라트가 구상한 새로운 볼보 디자인이 처음으로 적용된 핵심 모델이다. 꼿꼿하게 선 그릴과 T자형 램프를 달고 실내 버튼을 화면 하나로 모았다. 이 차의 디자인이 큰 성공을 거두며 이후 나오는 모든 볼보 차들의 기준이 되었다.
볼보 콘셉트 쿠페 (2013)
잉엔라트가 볼보에 온 뒤 처음으로 선보인 디자인 선언문 같은 차다. 과거 볼보의 클래식한 비율만 쏙 뽑아와 길고 우아한 형태를 만들었고 여기서 선보인 T자형 램프와 새로운 그릴이 지금의 볼보를 만든 출발점이 되었다.
영향 관계
잉엔라트는 독일 자동차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볼보에서는 독일 차 특유의 공격적인 느낌보다 스웨덴의 차분한 생활 문화와 실용성을 앞세웠다. 개인의 튀는 스타일을 뽐내기보다 브랜드의 역사를 새로운 기술과 엮어내는 데 집중했다. 폴스타에서는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름부터 매장 분위기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짜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수상·전시 이력
디자이너 개인의 이름보다는 그가 이끈 팀이 만든 자동차들이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폴스타 2는 2021년 세계적인 디자인 상인 레드닷 어워드에서 최고상을 받았고 폴스타 프리셉트 역시 여러 디자인 대회에서 최고의 콘셉트카로 뽑혔다. 볼보 콘셉트 쿠페도 공개되자마자 수많은 디자인 상을 휩쓸며 볼보의 부활을 알렸다.
반응과 평가
토마스 잉엔라트는 단순한 겉모습 꾸미기를 넘어 볼보를 현대적으로 고치고 폴스타라는 브랜드를 아예 새로 탄생시킨 뛰어난 인물이다. 2026년 볼보로 다시 돌아오면서 최고경영자까지 지낸 디자이너가 다시 디자인 실무 총괄을 맡는 아주 특별한 경력을 갖게 되었다. 볼보 시절 그는 쓸데없는 장식을 덜어내면서도 차를 무척 고급스럽게 바꿔놓아 사람들의 큰 칭찬을 받았다. 폴스타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전자제품 같은 명확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그가 자동차에 처음 도입했던 대형 터치 화면은 당시엔 획기적이었지만 에어컨 조절 같은 기본 기능까지 화면 속에 꽁꽁 숨겨버려 운전할 때 조작하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버튼을 없애고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무조건 쓰기 편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폴스타에서도 멋진 브랜드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회사를 안정적으로 굴리고 차를 많이 팔아야 하는 CEO로서는 한계에 부딪혔다.
2026년 다시 볼보로 돌아온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10년 전 자신이 만들어 크게 성공했던 T자 램프나 세로형 화면 같은 공식을 이제는 얼마나 시원하게 덜어내고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