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조 피아노 (Renzo Piano)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4828260-6154439db4ce4a05.webp" alt="렌조 피아노"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 Harvard Business Review)렌조 피아노(Renzo Piano, 1937년 9월 14일 출생)는 이탈리아의 건축가다. 그는 미술관과 문화시설의 구조와 설비, 이동 동선을 밖으로 드러내고, 건물 앞에는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광장과 공공 공간을 만들었다. 공항과 초고층처럼 규모가 큰 건물에서도 부품의 치수와 접합 방식, 빛이 들어오는 각도까지 세밀하게 다뤘다. 대표작은 파리 퐁피두 센터,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터미널, 런던 더 샤드, 뉴욕 휘트니 미술관 등이 있다. 1998년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2013년부터 이탈리아 상원의 종신 상원의원을 맡고 있다.
그의 건축은 한 가지 양식으로 묶이지 않는다. 색색의 배관을 밖으로 드러낸 퐁피두 센터는 공장처럼 보이고, 휴스턴 메닐 컬렉션은 동네 주택들 사이에 낮게 놓인다. 피아노는 고정된 스타일을 함정이라 부르며 거부했다. 대신 프로젝트마다 자연광을 조절하고, 무거운 구조를 가볍게 보이게 하며, 주변 건물의 높이와 지형, 바람, 보행 동선에 맞춰 형태를 바꿨다.
그는 미술관 건축에서 특히 많은 작업을 남겼다. 퐁피두 센터에서 시작해 메닐 컬렉션, 베이엘러 재단, 휘트니 미술관, 이스탄불 모던까지, 천창과 차양, 이중 외피를 매번 다른 방식으로 설계했다. 간사이 국제공항처럼 길이 1.7km에 이르는 건물에서는 같은 치수로 반복 생산한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해 거대한 곡면 지붕을 만들었다. 그가 스튜디오 이름을 건축사무소가 아니라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숍으로 정한 이유도 설계와 제작을 분리하지 않는 작업 방식에 있다.
피아노는 제노바의 건설업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세운 석공 회사를 아버지 카를로와 형제들이 프라텔리 피아노로 키웠다. 그는 건설 현장의 자재와 장비, 먼지를 가까이에서 보며 성장했다. 건축은 그에게 종이 위의 추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재료를 옮기고 자르고 연결해 실제 공간을 만드는 일에서 출발했다.
약력·연혁
성장배경
피아노는 1937년 9월 14일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회사의 건설 현장을 드나들며 재료가 운반되고 가공되고 조립되는 과정을 봤다. 형 에르만노가 가업을 이어받는 동안, 렌조는 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밀라노 공과대학(Politecnico di Milano)에서 건축을 공부해 1964년 졸업했다. 졸업 논문은 주세페 치리비니(Giuseppe Ciribini)의 지도 아래 모듈러 코디네이션(modular coordination, 표준 부품의 치수 조율)을 다뤘다. 부품의 크기와 접합 위치를 미리 정해 반복 조립하는 방식은 이후 그의 공항, 미술관, 고층 건물에도 이어졌다. 졸업 후 1965년부터 1968년까지 모교에서 가르쳤고, 얇은 셸 구조와 조립식 임시 쉘터를 실험했다.
수업기에 만난 인물들은 그가 구조와 재료를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줬다. 학생 시절 프랑코 알비니(Franco Albini)의 지도를 받았고, 1965년부터 1970년까지 필라델피아의 루이스 칸(Louis Kahn) 사무소와 런던의 폴란드 출신 엔지니어 지그문트 마코프스키(Zygmunt Makowski) 곁에서 일했다. 마코프스키는 가는 부재를 입체적으로 연결해 넓은 공간을 덮는 공간 구조의 선구자였다. 같은 시기 런던에서 프랑스 엔지니어이자 금속 산업 건축의 개척자인 장 프루베(Jean Prouvé)를 만났다. 공장에서 제작한 금속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루베의 방식은 피아노의 작업에 오래 남았다.
1968년 제노바에 첫 건물인 IPE 공장을 지었다. 강철과 강화 폴리에스터로 얇고 가벼운 지붕을 만들었고, 같은 해 밀라노 트리엔날레(Triennale di Milano) 파빌리온에도 연속된 막 구조의 지붕을 적용했다.
피아노 앤 로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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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arametric Architecture (© Parametric Architecture)1970년 오사카에서 선보인 가벼운 구조물을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눈여겨봤고, 1971년 두 사람은 피아노 앤 로저스(Piano & Rogers)를 차렸다.
같은 해, 34세의 피아노와 38세의 로저스는 이탈리아 건축가 잔프랑코 프란키니(Gianfranco Franchini)와 함께 파리 퐁피두 센터 국제 공모에 당선됐다. 681개 안을 제친 결과였다. 심사위원장은 그의 친구 장 프루베였고, 오스카 니마이어와 필립 존슨이 심사에 참여했다. 퐁피두 센터는 1977년 1월 31일 개관했다.
아틀리에 피아노 앤 라이스
로저스와의 협업이 끝나갈 무렵, 피아노는 퐁피두 센터 현장에서 만난 영국·아일랜드계 엔지니어 피터 라이스(Peter Rice)와 아틀리에 피아노 앤 라이스(Atelier Piano & Rice)를 세웠다. 라이스는 구조 계산만 맡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피아노와 함께 접합 부품의 형태와 제작 방식을 결정했다. 그는 1993년 세상을 뜰 때까지 피아노의 주요 작업에 참여했다.
이 시기 피아노는 건물 설계에서 도시 보수로 작업 범위를 넓혔다. 오트란토(Otranto) 광장에 이동식 워크숍을 설치하고, 주민들이 기술자와 함께 낡은 건물과 공공 공간을 직접 고치도록 했다.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숍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0515415-9bd3c05a6aa36d47.webp" alt="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숍" width="600" />
출처: RPBW (© RPBW)1981년 제노바 사무소는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숍(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RPBW)이라는 이름으로 재편됐다. 영어 이름은 국제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아키텍처 대신 빌딩과 워크숍을 사용한 것은 건축가 한 명의 조형보다 설계자, 엔지니어, 제작자가 도면과 모형, 부품을 함께 검토하는 작업 방식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의 작업은 퐁피두 센터의 강한 노출 구조에서 벗어나, 빛과 재료, 주변 건물과 지형을 더 세밀하게 조절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퐁피두 센터에서 함께한 피터 라이스, 일본 출신 이시다 슌지와 오카베 노리아키, 스위스 출신 베르나르 플라트너 등이 주요 프로젝트를 계속 맡았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제노바 서쪽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푼타 나베(Punta Nave) 언덕에 계단식 테라스로 스튜디오 본사를 지었다. 건물은 경사면을 따라 여러 층으로 나뉘고, 직원들은 8인승 케이블카로 오르내린다. 1992년부터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500주년에 맞춰 제노바 옛 항구(Porto Antico)의 창고와 부두를 수족관, 광장, 관광시설로 바꾸는 도시 재생을 맡았다.
RPBW는 제노바와 파리에 거점을 두고, 2017년 기준 약 150명이 일한다. 2004년 피아노는 젊은 건축가와 연구자를 지원하는 렌조 피아노 재단(Fondazione Renzo Piano)의 대표를 맡았다. 2013년 8월 이탈리아 대통령 조르조 나폴리타노가 그를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중력에 반하는 건축
피아노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중력과의 싸움이다. 그는 건축가가 무거운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건물이 땅을 짓누르지 않고 가볍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 한다고 설명한다.
바젤 베이엘러 재단에서는 지붕을 건물 본체 위에 얇게 띄웠고, 이스탄불 모던에서는 1층을 비워 상부 전시 공간이 보스포루스 해협 위에 떠 있는 듯 보이게 했다. 콘크리트와 강철, 유리처럼 무거운 재료를 가는 기둥과 얇은 지붕, 깊이 들어간 유리면으로 나눠 보이게 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빛
미술관에서 그의 가장 큰 과제는 작품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광을 전시실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메닐 컬렉션에서는 페로시멘트(ferrocement, 철근 보강 시멘트) 잎을 지붕 아래 반복 배치해 자외선과 직사광을 막고, 반사된 빛만 전시실에 들어오게 했다.
피아노는 지붕과 외피, 구조를 따로 설계하지 않는다. 천창의 방향과 차양의 간격, 지붕을 받치는 부재의 위치를 함께 조정해 빛의 양과 방향을 정한다. 이 때문에 천창, 이중 외피, 반복된 차양 부재가 그의 미술관에서 자주 나타난다.
규모와 디테일
간사이 국제공항처럼 길이가 1km를 넘는 건물에서도 피아노는 전체 형태만 그리지 않았다. 지붕 패널의 크기, 트러스의 접합부, 설비가 지나가는 위치를 같은 기준으로 조정했다.
그는 설계를 전체에서 디테일로 내려가는 과정과, 작은 부품에서 전체 건물로 올라가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같은 치수로 반복 생산할 수 있는 부품을 만들고, 현장에서 그 부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설계하는 방식이다.
장소와 양식 거부
피아노는 고정된 양식을 거부한다. 같은 형태를 여러 도시에 반복하기보다, 주변 건물의 높이와 재료, 지형, 빛, 바람, 사람들이 접근하는 방향을 먼저 살펴본다.
퐁피두 센터에서는 넓은 광장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부지 한쪽으로 밀고 설비와 이동 동선을 외부로 꺼냈다. 메닐 컬렉션에서는 주변 단독주택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건물을 낮게 만들고, 지붕과 현관의 크기도 동네 주택과 비슷하게 맞췄다. 두 건물은 형태가 전혀 다르지만, 주변 환경을 먼저 보고 설계를 바꿨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공공의 건축
피아노는 건축을 공공 서비스로 본다. 퐁피두 센터에서는 입장권 없이도 머물 수 있는 광장과 외부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고, 미술관과 도서관, 공연장을 한 건물에 넣었다.
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이 책과 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이동 동선을 단순하게 만들고,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보는 방식에 맞춰 빛과 공간의 크기를 조절한다. 병원에서는 자연광과 정원, 바깥 풍경을 통해 환자가 외부와 단절되지 않게 한다. 우간다 엔테베의 어린이 외과 병원에서는 흙다짐 벽과 태양광 설비, 자연 환기를 사용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기후에 맞는 건물을 지었다.
주요 작업
퐁피두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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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PBW (© RPBW)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1977)는 파리 보부르(Beaubourg) 지구에 들어선 문화 복합시설이다. 1971년 공모에 당선됐고, 1977년 개관했다.
구조 골격과 배관, 설비, 이동 동선을 모두 외부로 밀어낸 건물이다. 설비는 색으로 구분했다. 파란색은 공조, 초록색은 배관, 노란색은 전기, 빨간색은 이동 동선과 안전 설비다. 기능을 숨기지 않고 색과 형태로 드러낸 이 방식은 이후 하이테크 건축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설비를 밖으로 빼면서 내부에는 기둥이 거의 없는 넓은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 양쪽에 설치한 10톤짜리 주철 부재 제르베레트(gerberette)가 트러스와 기둥을 연결해 큰 경간을 만든다. 구조는 피터 라이스, 테드 하폴드 등 오베 아럽(Ove Arup) 팀과 함께 1만 6천 톤이 넘는 사전 제작 강재로 짰다.
발상의 뿌리에는 영국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Cedric Price)의 미실현 프로젝트 펀 팰리스(Fun Palace)가 있었다. 전시장과 공연장을 필요에 따라 바꾸고, 방문자가 건물 안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한다는 구상이다. 피아노는 퐁피두 센터에 고객이 없었기 때문에 고객을 직접 상상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 결과 미술관, 도서관, 음악, 영화, 광장이 한곳에 모인 건물이 만들어졌다.
메닐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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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PBW (© RPBW)메닐 컬렉션(The Menil Collection, 1987)은 휴스턴에 도미니크 드 메닐(Dominique de Menil)의 소장품을 담기 위해 지은 미술관이다.
노출 강철과 목재로 만든 낮은 정자형 건물로, 주변 단독주택보다 높지 않게 배치됐다. 지붕 아래 반복된 페로시멘트 잎이 직사광을 막고, 반사된 자연광만 전시실로 들인다. 작품을 보호하면서 인공조명에만 의존하지 않는 이 방식은 이후 미술관의 천창과 차양 설계에 큰 영향을 줬다.
간사이 국제공항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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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국제공항 터미널(Kansai International Airport Terminal, 1994)은 오사카만 인공섬에 지은 공항 터미널이다. 길이 1.7k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공항 터미널이었다.
평면은 글라이더를 닮았다. 본관이 동체, 탑승동이 날개처럼 펼쳐진다. 출발층을 덮는 비대칭 곡면 지붕이 건물 전체를 하나로 잇는다.
지붕의 물결치는 단면은 피터 라이스, 톰 바커(Tom Barker)와 함께 구조와 환기를 동시에 풀어낸 결과다. 닫힌 덕트를 길게 설치하는 대신, 공기가 지붕의 곡면을 따라 후면에서 활주로 쪽으로 흐르게 했다. 천장에 매달린 신구의 모빌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움직여 환기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80m를 건너지르는 비대칭 트러스가 지붕을 받치고, 지붕을 덮은 8만 2천 장의 스테인리스 패널은 모두 같은 형태와 치수로 제작됐다. 지붕의 곡률을 완만하게 설계했기 때문에 동일한 패널을 반복하면서도 전체 곡면을 만들 수 있었다. 강한 지진과 해일에 견디도록 설계됐고, 미국토목학회는 이 프로젝트를 밀레니엄 토목공학 기념물 10선에 꼽았다.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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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PBW (© RPBW)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Jean-Marie Tjibaou Cultural Centre, 1998)는 뉴칼레도니아 누메아 인근 티누(Tinu) 반도에 지은 문화시설이다. 원주민 카나크(Kanak) 문화를 기리는 시설로, 1989년 암살된 독립운동 지도자 장 마리 치바우의 이름을 땄다. 1991년 초청 공모로 수주했다.
카나크 추장의 전통 가옥에서 가져온 둥근 형태를 10개의 높은 셸로 바꾸고, 이를 세 개의 마을처럼 나눠 배치했다. 셸 사이에는 길과 식생, 공공 공간을 두어 전시관을 단일 건물이 아니라 여러 공간이 이어진 마을처럼 사용하게 했다.
설계의 핵심은 자연 환기다. 가는 살을 댄 이중 외피 사이로 공기가 흐르고, 바다에서 부는 계절풍에 따라 외피 개구부의 각도가 달라진다. 바람이 약하면 루버가 열려 공기를 끌어들이고, 강하면 닫혀 실내의 풍압을 줄인다. 이 방식은 축소 모형을 풍동에 넣어 검증했다. 외피에는 지역 목재 대신 비와 바람에 잘 견디는 아프리카 이로코(iroko) 목재를 썼다.
뉴욕 타임스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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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PBW (© RPBW)뉴욕 타임스 빌딩(New York Times Building, 2007)은 뉴욕에 지어진 고층 사옥이다. 유리 외벽 바깥에 가는 세라믹 봉을 수평으로 반복 배치했다.
세라믹 봉은 강한 햇빛을 걸러 사무실의 눈부심과 열을 줄인다. 바깥에서는 봉 사이로 유리와 내부 구조가 비쳐 건물이 완전히 막힌 상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빛의 방향과 날씨에 따라 흰색 외피의 밝기가 달라지는 것도 이 건물의 특징이다.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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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PBW (© RPBW)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2008)는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공원에 지어진 과학관이다.
지붕에는 여러 개의 둔덕을 만들고 그 위에 식물을 심었다. 천창과 환기구는 둔덕의 경사면에 배치해 자연광과 바람이 실내로 들어오게 했다. 건물의 지붕을 공원의 잔디와 이어 보이게 하고, 전시실 아래에는 수족관과 열대우림 온실, 자연사 전시를 함께 넣었다.
더 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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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PBW (© RPBW)더 샤드(The Shard, 2012)는 런던 서더크(Southwark), 런던브리지역 위에 선 309.6m 높이의 첨탑형 마천루다. 영국과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프로젝트는 2000년 개발자 어빈 셀러(Irvine Sellar)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피아노는 고층 건물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철도역과 템스강, 도심 보행 동선이 한곳에서 만나는 부지에는 관심을 보였다.
그는 강에서 솟아오르는 첨탑처럼 건물을 구상했다. 18세기 베네치아 화가 카날레토(Canaletto)가 그린 런던 교회 첨탑과 범선의 돛대에서 형태를 가져왔다. 여덟 장의 경사진 유리면은 꼭대기에서 완전히 만나지 않고 서로 어긋난다. 저철분 투명 유리는 하늘빛을 받아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밝기와 색이 달라진다. 두 겹의 유리 사이에는 자동 블라인드를 넣어 햇빛과 실내 온도를 조절했다.
이름은 비판에서 나왔다. 영국 문화유산기구(English Heritage)가 이 건물을 역사적 런던의 심장을 찌르는 유리 파편이라 비판했고, 그 표현이 건물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사무실, 호텔, 주거, 전망대를 수직으로 쌓았지만 주차장은 48면만 뒀다. 건물 대부분의 이용자가 아래의 철도와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계획한 것이다.
스타브로스 니아르코스 재단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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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rchitectural Digest (© Architectural Digest)스타브로스 니아르코스 재단 문화센터(Stavros Niarchos Foundation Cultural Center, 2016)는 아테네에 지어진 문화시설이다.
국립도서관과 오페라하우스, 공원을 한 부지에 배치했다. 공원의 경사면을 건물 지붕까지 이어 사람들이 지상에서 옥상 전망 공간으로 걸어 올라갈 수 있게 했다. 대형 태양광 캐노피는 오페라하우스 위를 넓게 덮으며 그늘과 전력을 함께 제공한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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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oshua White (© Joshua White)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박물관(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 2021)은 로스앤젤레스에 지어진 영화 박물관이다.
기존 사반 빌딩을 보존해 전시 공간으로 바꾸고, 뒤쪽에는 둥근 형태의 데이비드 게펜 극장을 새로 지었다. 두 건물은 유리 다리로 연결된다. 기존 건물과 새 극장을 구분하면서도 관람객이 한 동선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방식이다.
이스탄불 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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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emal Emden (© Cemal Emden)이스탄불 모던(Istanbul Modern, 2023)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마주한 현대미술관이다. 1층을 유리와 기둥으로 비워 항구와 도시 사이의 보행이 이어지게 하고, 전시실은 그 위에 올렸다.
외벽은 보스포루스의 물빛에서 가져온 3차원 성형 알루미늄 패널로 덮었다. 패널은 각도에 따라 햇빛을 다르게 반사해 물고기 비늘처럼 보인다. 옥상에는 수면을 얕게 깔아 바다와 하늘이 건물 위에서 이어져 보이게 했다.
CERN 사이언스 게이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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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RBW (© PRBW)CERN 사이언스 게이트웨이(CERN Science Gateway, 2023)는 제네바에 지어진 과학 교육·전시 공간이다.
강입자가속기를 연상시키는 긴 튜브형 건물 두 개를 지상에서 띄우고, 유리 다리로 연결했다. 광전지 패널을 설치한 지붕 아래에는 전시장과 실험실, 강당이 들어간다. 방문객은 전시물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험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원 시드니 하버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2449434-07ec4a8e2fff1b62.webp" alt="원 시드니 하버" data-orientation="portrait" width="600" />
출처: PRBW (© PRBW)원 시드니 하버(One Sydney Harbour, 2024)는 시드니에 지어진 고층 주거 프로젝트다. 여러 개의 주거 타워를 항구 쪽으로 열어 배치하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유리면과 발코니를 통해 각 세대에서 빛과 전망을 확보했다.
유리 외피는 타워마다 다른 각도로 꺾여 주변 고층 건물 사이에서 하나의 평평한 벽처럼 보이지 않는다. 주거 공간의 방향과 외피의 각도를 항구 전망에 맞춰 조정한 프로젝트다.
푸본 신이 A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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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RBW (© PRBW)푸본 신이 A25(Fubon Xinyi A25, 2024)는 타이베이에 지어진 고층 업무 건축이다. 금융 기업의 본사 기능과 사무실, 문화 공간을 한 건물에 담았다.
저층부에는 외부 보행 공간과 이어지는 개방된 공간을 두고, 상부 업무 공간에는 넓은 유리면과 차양 부재를 적용했다. 기업 사옥을 거리에서 완전히 닫힌 건물로 만들지 않고, 저층부의 공공 공간을 통해 도시와 연결하려는 방식이다.
제노바 산조르조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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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RBW (© PRBW)제노바 산조르조 다리(Genova San Giorgio Bridge, 2020)는 2018년 붕괴한 모란디 다리(Ponte Morandi)를 대체해 지어진 다리다.
2018년 8월 14일, 제노바의 모란디 다리가 폭풍 속에 일부 붕괴해 43명이 숨졌다. 제노바 출신인 피아노는 대체 다리의 설계를 무상으로 기증했다. 그는 다리의 단면을 배의 선체처럼 둥글게 만들고, 흰색 강철 상판이 골짜기 위에 길게 떠 있는 형태를 제안했다.
폴체베라(Polcevera)강 위를 가로지르는 연속 강철 상판은 약 1,067m, 19경간이다. 18개의 타원형 철근콘크리트 교각이 50m 간격으로 서고, 강과 철도 위 두 곳만 100m 간격으로 벌어진다. 붕괴 약 2년 뒤인 2020년 8월 3일 제노바 산조르조라는 이름으로 개통됐다.
사고 다리의 정확한 붕괴 원인과 책임은 운영사를 둘러싼 별도의 사안으로, 피아노의 설계와는 구분된다.
영향 관계
받은 영향
피아노는 프랑코 알비니에게서 얇은 부재와 정밀한 디테일을, 루이스 칸에게서 자연광과 무거운 구조를 다루는 방식을 배웠다. 지그문트 마코프스키에게서는 가는 부재를 입체적으로 연결해 넓은 공간을 덮는 구조를 익혔고, 장 프루베에게서는 공장에서 만든 금속 부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법을 확인했다.
한 평론은 피아노가 프루베를 만난 뒤 전혀 새로운 방향을 배웠다기보다, 이미 관심을 두고 있던 조립식 구조와 제작 방식이 옳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본다.
하이테크 건축과 피터 라이스
세드릭 프라이스의 펀 팰리스와 아키그램(Archigram)이 제안한 가변 구조, 외부로 드러난 설비, 자유로운 이동 동선은 퐁피두 센터의 설계에 직접 참고됐다. 리처드 로저스와의 협업은 두 사람을 하이테크 건축의 대표 인물로 만들었다. 이후 로저스는 구조와 설비를 강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계속 밀어붙였고, 피아노는 같은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빛과 재료, 주변 건물의 높이를 더 세밀하게 조절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엔지니어 피터 라이스는 구조 계산만 담당하지 않았다. 퐁피두 센터의 제르베레트와 간사이 국제공항의 비대칭 트러스처럼, 구조 부재 자체가 건물의 형태로 보이도록 피아노와 함께 설계했다. 라이스가 1993년 세상을 뜬 뒤에도 접합부와 구조 부재를 숨기지 않는 방식은 피아노의 작업에 남았다.
후대에 남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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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itadines Les Halles Paris (© Citadines Les Halles Paris)퐁피두 센터는 미술관을 조용히 작품만 보는 건물에서 광장, 도서관, 공연장, 전시장, 이동 동선이 섞이는 도시 공간으로 바꿨다. 이 변화는 보부르 효과(Beaubourg effect)라고 불렸다.
노출된 구조와 가변형 전시 공간, 건물 앞 광장을 결합한 방식은 이후 여러 문화시설에 영향을 줬다. 피아노도 메닐 컬렉션, 베이엘러 재단, 휘트니 미술관 등에서 자연광과 공공 동선을 프로젝트마다 다른 구조로 다시 설계했다.
수상·전시 이력
피아노는 1985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1989년에는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 금메달을 받았고, 1995년에는 일본미술협회 프레미엄 임페리알레(Praemium Imperiale)를 받았다.
1998년에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그를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브루넬레스키에 견주며 예술, 건축, 공학을 함께 다룬 건축가라고 평가했다. 2008년에는 미국건축가협회(AIA) 금메달을 받았다.
건축 외 평가로는 2006년 『타임(TIME)』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고, 2008년 보스니아 사라예보 명예시민이 됐다. 2013년에는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에 임명됐다.
전시로는 이스탄불 모던 개관에 맞춘 회고전 제니우스 로키(Genius Loci), 마드리드 건축가협회(COAM)의 순회전 르 필 루주(Le Fil Rouge) 등이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간사이 국제공항 구조 모형 등 그의 작업을 소장하고 있다.
반응과 평가
디자인
피아노는 미술관을 작품만 전시하는 닫힌 건물에서 광장과 도서관, 공연장, 이동 동선이 섞이는 공공 공간으로 바꿨다. 퐁피두 센터에서는 설비와 구조를 외부로 꺼내 내부 전시 공간을 비웠고, 더 샤드에서는 서로 어긋난 유리면으로 거대한 고층 건물이 하늘빛을 반사하게 했다.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이 그를 르네상스 거장에 견준 것도 구조, 설비, 빛, 재료를 따로 처리하지 않고 하나의 건물 안에서 함께 설계한 점 때문이었다.
품질·안전
간사이 국제공항은 인공섬의 침하와 지진, 해일을 견디도록 설계됐다. 비대칭 트러스와 같은 크기의 지붕 패널을 반복 사용해 긴 터미널의 시공 오차를 줄였다.
더 샤드는 층마다 바닥판의 크기와 형태가 다르다. 콘크리트 코어와 외곽의 강철 기둥이 풍하중을 나눠 받고, 고층부의 흔들림을 약 400mm 안에서 제어하도록 설계됐다.
제노바 산조르조 다리는 이전 다리의 붕괴 뒤에 지어진 만큼 구조 점검과 유지 관리가 설계의 전제가 됐다. 미술관과 업무 건물에서는 이중 외피와 차양을 사용해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과 열을 함께 줄였다.
브랜드·인물
피아노는 건축계 밖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2013년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에 임명됐고, 『타임』 100인과 여러 도시의 명예시민에 올랐다.
RPBW는 제노바와 파리에 거점을 두고 약 150명이 일하는 국제 설계 조직으로 성장했다. 건축가뿐 아니라 엔지니어와 모형 제작자, 재료 전문가가 프로젝트 초기부터 함께 작업한다. 렌조 피아노 재단은 젊은 건축가와 연구자에게 장학금과 실무 경험을 제공한다.
디자인 반응
그의 건물은 공개될 때마다 찬반이 크게 갈렸다. 퐁피두 센터는 개관 당시 공장, 정유소, 수평으로 누운 에펠탑이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구조와 설비를 숨기지 않은 새로운 문화시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대중이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받아들인 과정을 두 번째 만남에서의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더 샤드도 마찬가지다. 영국 문화유산기구는 역사적 스카이라인을 찌르는 파편이라 비판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유리면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고 하늘빛을 반사해 거대한 덩어리가 덜 무겁게 보인다고 평가했다.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외부 계단과 노출된 설비 때문에 퐁피두 센터의 구성이 다시 반복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판
1977년 퐁피두 센터에는 산업적이고 차가운 인상이라는 반발이 컸다. 『르 피가로』는 파리에도 네스호의 괴물이 생겼다고 적었다. 구조와 배관, 덕트를 그대로 드러낸 하이테크 건축이 사람보다 기계와 설비를 앞세운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후기 작업에는 가는 지붕, 유리 외피, 반복된 차양, 정밀한 금속 디테일이 여러 프로젝트에서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붙었다. 피아노는 고정된 양식을 거부한다고 말했지만, 비평가들은 이러한 요소가 결국 그의 일정한 공식이 됐다고 봤다. 휘트니 미술관에서 퐁피두 센터의 외부 동선과 노출 설비를 다시 떠올린다는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