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스탁 (Philippe Starck)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6252442454-2dcf38ca0b16eb01.webp" alt="" data-orientation="portrait" data-original-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6252445266-0ca686cbbcda21b7.webp" width="600" />

© Luis Barra필립 스탁은 산업디자이너의 이름 자체를 유명한 브랜드로 만든 첫 번째 스타 디자이너다. 1949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가구와 조명 욕실 오토바이 요트부터 호텔과 집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업했다. 1980년대 카페 코스트와 뉴욕 로열턴 호텔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알레시의 주시 살리프나 카르텔의 루이 고스트 같은 공장 생산 제품으로 영향력을 넓혔다.

그의 디자인은 딱 하나의 모양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동물처럼 생긴 물건이 있는가 하면 옛날 가구를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바꾸기도 하고 소설 속 장면처럼 과장된 공간도 만든다. 물건이 그저 쓰임새만 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감정을 깨우고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모든 작업의 바탕에 깔려 있다.

그는 오랫동안 디자인의 대중화를 외쳐왔다. 디자인을 부자들만 사는 비싼 물건에 가두지 않고 플라스틱 의자나 칫솔처럼 누구나 매일 쓰는 물건으로 넓혔다. 그러면서도 고급 호텔과 요트 작업도 계속 이어가며 대중성과 화려함을 아주 자유롭게 오간 인물이다. 2025년에도 활발히 활동하며 프랑스 메츠에 호텔 메종 헬레르를 열었고 새로운 플라스틱 의자로 큰 상을 받았다.

약력·연혁

스탁은 파리 에콜 카몽도에서 공부한 뒤 1960년대 말 튜브형 튜브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 1970년대 파리의 유명 클럽 공간을 꾸미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1979년 자신의 디자인 회사를 세웠다. 처음부터 가구만 만들지 않고 공간과 물건을 한꺼번에 기획하는 방식으로 일했다. 1980년대 초 프랑스 대통령의 집을 꾸미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특히 1984년 파리 카페 코스트의 실내를 디자인하며 선보인 다리 세 개짜리 코스트 체어는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뉴욕 로열턴 호텔과 파라마운트 호텔을 작업하며 부티크 호텔 디자인을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끌어올렸다. 1990년 알레시에서 내놓은 주시 살리프 레몬즙 짜개가 크게 성공하면서 주방용품 칫솔 전자제품 오토바이까지 작업 범위를 확 넓혔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카르텔과 함께 투명한 플라스틱 의자들을 연달아 선보이며 디자인을 많은 사람에게 퍼뜨렸다.

2000년대 이후에는 환경 문제와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쓰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최소한의 재료로 튼튼한 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2025년에는 프랑스 메츠에 건축부터 실내 장식 그리고 가상의 이야기까지 모두 직접 만든 메종 헬레르 호텔을 열며 여전히 지치지 않는 작업량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필립 스탁은 좋은 디자인이 소수만을 위한 사치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늘 강조한다. 비싼 맞춤 제작보다 공장에서 찍어내고 새로운 재료를 써서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물건을 만든다. 동시에 사람들이 이미 잘 아는 의자나 주방용품의 모양을 살짝 비틀어 낯설고 재미있게 만드는 데 아주 뛰어나다. 루이 15세 시대의 의자를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바꾸거나 레몬즙 짜개를 작은 우주선이나 곤충처럼 만드는 식이다.

기능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딱딱한 디자인과 달리 그는 물건에 별명과 얼굴을 찾아주고 사용자가 재미있는 감정을 느끼도록 돕는다. 주시 살리프가 조금 불편하다는 불평 속에서도 수십 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이런 강한 개성 덕분이다. 플라스틱 사출이나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도 굳이 숨기지 않고 그 기술이 아니면 만들기 힘든 독특한 모양을 그대로 남겨 제품의 특징으로 삼는다. 공간을 꾸밀 때도 단순히 물건을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 안에 들어선 사람이 한 편의 이야기 속에 들어온 듯한 생생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요 작업

메종 헬레르 (2025)

프랑스 메츠에 문을 연 이색적인 호텔이다. 네모 반듯한 9층짜리 건물 꼭대기에 전통적인 프랑스 옛날 집을 통째로 얹어 전혀 다른 두 건물이 겹친 듯한 모습을 만들었다. 꼭대기 집은 식당으로 쓰며 호텔 곳곳에 스탁이 지어낸 가상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공간과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그의 최근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준다.

H.H.H. 체어 (2023)

카르텔을 위해 디자인한 의자로 2025년 큰 국제 디자인 상을 받았다. 등받이를 높여 바른 자세로 앉게 이끌어주고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환경까지 생각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플라스틱 가구와 공장 생산 기술을 계속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 대표작이다.

A.I. 체어 (2019)

스탁과 카르텔 그리고 소프트웨어 회사가 함께 컴퓨터로 계산해 만든 의자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모양과 공장 기술을 프로그램에 넣고 튼튼함을 유지하면서도 재료를 가장 적게 쓰는 뼈대를 찾았다. 인공지능이 혼자 디자인을 그린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와 기술자가 정한 규칙 안에서 가장 좋은 해답을 찾은 결과물이다.

루이 고스트 (2002)

프랑스 옛날 궁전에서 쓰던 의자 모양을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똑같이 구워낸 의자다. 둥근 등받이와 화려한 팔걸이의 겉모습은 그대로 살리면서 전체를 한 번에 틀에서 찍어냈다. 투명해서 공간을 답답하게 막지 않고 위로 여러 개 쌓아둘 수도 있어서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시 살리프 (1990)

알레시에서 만든 알루미늄 레몬즙 짜개다. 이탈리아 식당에서 오징어 요리에 레몬을 짜다가 피자 종이 매트에 쓱쓱 그린 스케치에서 시작됐다. 다리 세 개가 달린 뾰족한 모양 때문에 레몬씨가 잘 안 걸러지고 즙이 옆으로 튄다는 쓴소리도 많다. 하지만 쓰임새를 떠나 재미있고 강렬한 모양 덕분에 현대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유명한 물건이 됐다.

코스트 체어 (1984)

파리의 유명한 카페 코스트를 위해 만든 세 발 의자다. 구부러진 나무 등받이가 몸을 감싸고 앞다리 두 개와 뒷다리 하나가 좌판을 받친다. 웨이터들이 지나다닐 때 발에 덜 걸리게 하려고 뒷다리를 하나로 줄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세 개의 다리와 둥근 모양이 만드는 독특한 느낌 자체가 아주 매력적인 의자다.

영향 관계

필립 스탁 이전에도 유명한 디자이너는 있었지만 디자이너의 이름과 얼굴 자체가 물건을 파는 거대한 상표가 된 것은 1980년대 스탁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의 화려한 활동은 이후 수많은 디자이너가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동시에 알레시나 카르텔 같은 이탈리아 제조사들의 역할도 아주 컸다. 스탁이 머릿속으로 그린 독특한 모양을 복잡한 기계와 큰 틀을 이용해 실제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에 그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수상·전시 이력

스탁은 지금까지 300개가 넘는 상과 훈장을 받았다. 2001년 플라스틱 소파로 이탈리아의 큰 상인 콤파소 도로를 처음 받았고 2025년에도 새로운 의자로 두 번째 콤파소 도로를 받았다. 같은 해에 독일 지속가능성상 평생공로상도 받으며 환경을 향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뉴욕 현대미술관과 파리 퐁피두센터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에 널리 소장되어 사람들에게 전시되고 있다.

반응과 평가

스탁은 1980년대 반짝 뜬 스타로 끝나지 않고 2020년대인 지금도 계속 새로운 물건과 건물을 선보이는 대단한 인물이다. 특히 카르텔과 함께 플라스틱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새로운 의자를 만들어내는 점이 눈에 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들만 아는 어려운 디자인을 보통 사람들도 쉽게 즐기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로 바꿨다는 점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주시 살리프나 루이 고스트처럼 디자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눈에 알아보고 기억하는 물건을 수없이 만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물건마다 유머와 장난기를 너무 강하게 넣다 보니 물건을 편하게 쓰는 일보다 디자이너의 개성이 오히려 짐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다. 즙이 튀고 씻기 불편한 주시 살리프가 이런 비판을 가장 잘 보여준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싼 물건을 만들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천 달러짜리 가구와 최고급 호텔을 디자인하는 앞뒤가 안 맞는 모습도 자주 비판받는다.

또한 스타 디자이너의 이름이 너무 크다 보니 그 물건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든 공장 기술자나 숨은 회사 직원들의 노력이 가려지는 부작용도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을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키워낸 그의 엄청난 역할과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