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Patricia Urquiola)

개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는 가구, 공간, 소재, 아트디렉션을 통합적으로 통제하며 2000년대 이후 이탈리아 리빙 디자인의 방향타를 쥔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다. 마드리드와 밀라노에서 건축을 수학하고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를 사사했다. 2001년 밀라노에 스튜디오 우르퀴올라(Studio Urquiola)를 설립했고, 2015년부터 까시나(Cassina)의 아트디렉터를 역임하고 있다. 현재 그녀의 스튜디오는 건축, 제품, 텍스타일 등을 포괄하는 100명 이상의 인력으로 가동되고 있다.

우르퀴올라의 조형 언어는 정제된 기하학이 아닌, 신체를 감싸는 거대한 볼륨, 접히고 교차하는 표면, 상이한 소재의 이질적인 충돌에서 발현된다. 모로소(Moroso)의 '피오르드(Fjord)'에서 조개껍데기를 연상시키는 비대칭 셸 구조를 선보였고, B&B 이탈리아(B&B Italia)의 '허스크(Husk)'에서는 견고한 외피 안에 풍성한 쿠션을 안착시켰다. 이러한 성향은 까시나 합류 이후 단일 제품을 넘어 브랜드 아카이브, 현대 컬렉션, 쇼룸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거시적인 아트디렉션으로 확장되었다.

까시나에서의 역할은 일반적인 제품 디자이너의 범주를 이탈한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등 거장들의 복각 컬렉션인 'iMaestri'를 관리하는 동시에 현대 디자이너들의 신작을 배치하여, 시대적 맥락이 다른 제품들이 단일한 주거 환경 내에서 유기적으로 조화되도록 통제한다. 2026년 현재에도 아트디렉터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며, 신작 '비달렌타(Vidalenta)'를 직접 설계하는 등 디렉터이자 현역 창작자로서의 양면적 지위를 갱신하고 있다.

약력·연혁

1961년 스페인 오비에도에서 태어난 그는 마드리드 폴리테크닉대학교를 거쳐 밀라노 폴리테크닉대학교에서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지도로 졸업했다. 이 시기 카스틸리오니 곁에서 제품을 건축 내의 정적인 오브제가 아닌 인간 행동을 유발하는 능동적 도구로 취급하는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의 본령을 체화했다. 1990년대에는 데 파도바(De Padova)에서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와 제품 개발을 주도했고, 이후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와도 연대하며 이탈리아 디자인 씬의 다세대적 방법론과 제조사 간의 역학을 현장에서 학습했다.

2001년 독립 스튜디오 설립 직후 모로소, B&B 이탈리아, 플로스(Flos), 카르텔(Kartell) 등 유수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가속화했다. 당시 주류였던 얇고 금욕적인 모더니즘 가구에 반항하듯, 풍성한 볼륨, 비대칭 구조, 과감한 패턴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2002년 모로소와 출시한 '피오르드'는 파도에 마모된 조개껍데기에서 착안한 비대칭 조형으로 초기 대표작 반열에 올랐으며, 뉴욕 현대미술관(MoMA) 컬렉션에 영구 소장되었다. 이후 제품 중심의 실무를 호텔, 리테일, 전시 등 공간 설계로 넓히며, 자신의 가구가 실제 공간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군집을 이루는지에 대한 실증적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러한 공간적 통찰력은 2015년 까시나 아트디렉터 부임의 결정적 단초가 되었다. 개별 제품의 조형성보다 이질적 시대의 가구들을 공간 안에 어떻게 큐레이션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2017년 브랜드 90주년에 맞춘 본사 재설계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 제품과 거장들의 아카이브를 혼합 배치하는 '까시나 퍼스펙티브(Cassina Perspective)' 개념을 확립했다. 제품, 쇼룸, 출판, 브랜드 콘텐츠를 포괄하는 이 통합적 접근은 2021년 임기 연장으로 이어졌다. 디렉팅에 머물지 않고 2020년 모듈 소파 '센구(Sengu)'를 비롯해 '하야마(Hayama)', '두데트(Dudet)', 최근의 '비달렌타'까지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수혈하며, 아카이브 관리자와 동시대 창작자의 역할을 역동적으로 양립하고 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신체를 지지하는 단단한 구조 안에 극도의 편안함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볼륨을 결합하는 이중 구조가 작업 전반에 반복된다. '허스크'의 견고한 셸과 그 내부를 채우는 퀼팅 쿠션의 결합처럼, 구조재와 완충재를 하나의 덩어리로 은폐하지 않고 시각적·물리적 층위로 분리한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가구가 신체를 어떻게 지지하고 안락함을 제공하는지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만든다.

또한 완벽한 대칭을 거부하고 비대칭과 절단된 면을 선호한다. '피오르드'나 다각형 쿠션이 빙하처럼 어긋나게 맞물린 '플로 인젤(Floe Insel)'에서 볼 수 있듯, 비대칭 구조는 단순한 조형적 장식이 아니라 사용자의 착석 방향과 가구의 거치 각도를 다변화하는 기능적 장치로 작동한다.

목재, 대리석, 패브릭, 금속, 플라스틱 등 이질적인 소재를 단일 제품 내에서 융합하는 솜씨도 탁월하다. '센구' 컬렉션에서 목재 뼈대와 대리석, 텍스타일이 충돌하듯, 한 소재가 제품 전체를 장악하기보다 지지 구조, 신체 접촉면, 장식적 요소가 각각 최적의 물성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배한다.

까시나 아트디렉션에서는 거장들의 유산을 다루는 태도가 돋보인다. 르 코르뷔지에와 지오 폰티(Gio Ponti)의 역사적 피스들을 박물관의 쇼케이스에 박제하지 않고 동시대 디자이너의 신작들과 함께 일상적 거주 공간 안으로 끌어내어 재배치한다. 복원의 차원을 넘어 과거의 위대한 설계가 현재의 소재 및 라이프스타일과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실험한다. 나아가 미니멀리즘의 금욕적 뼈대 속에 편안함을 감추지 않고, '허스크'처럼 퀼팅의 두께와 부피감을 외부로 강렬하게 돌출시킨다. 형태적 절제보다 사용자의 신체가 체감할 안락함을 최우선적인 시각 언어로 격상시킨다.

주요 작업

실내·외 소파 시스템 '비달렌타(Vidalenta)'

2025년 기획되어 까시나의 2026년 컬렉션 핵심으로 전개된 모듈 소파다. 낮고 넓은 베이스에 유선형의 등받이를 결합하여 자유로운 배치를 유도한다. 브랜드 전체를 통제하는 디렉터가 주력 신제품을 직접 설계하며 실무 역량을 과시한 사례다.

모듈 소파 '센구(Sengu)'

2020년 까시나에서 선보인 소파 시스템이다. 목재 프레임을 지면 가깝게 노출하고 대형 좌석을 얹어냈다. 직각 위주의 경직된 결합 방식을 탈피하고 둔각 모듈과 낮은 테이블을 교차시켜, 다수의 인원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교감하도록 설계했다.

다각형 소파 '플로 인젤(Floe Insel)'

2017년 빙하의 파편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까시나의 소파다. 상이한 다각형 모듈을 비스듬하게 병치하여 직각과 수평선 중심의 관습적 소파 구조를 이탈했다. 사용자가 자연스럽고 유연한 자세로 신체를 의지하게 만든다.

라운지체어 '허스크(Husk)'

2011년 B&B 이탈리아와 발표한 상징적 피스다. 단단한 외부 셸 안에 거대한 퀼팅 쿠션을 감싸 안은 형태로, 단단한 뼈대 위를 푹신한 소재로 덮는 일반적인 제작 공정을 시각적으로 역전시킨 디자인이다.

비대칭 체어 '피오르드(Fjord)'

2002년 모로소와 협업한 초기 마스터피스다. 파도에 침식된 조개껍데기 형태를 모티프로, 셸의 한쪽이 깊게 절단된 극단적인 비대칭 조형을 완성했다. 형태적 충격을 넘어 MoMA 등 주요 미술관 컬렉션에 소장되며 그녀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영향 관계

아킬레 카스틸리오니로부터 가장 결정적인 디자인적 세례를 받았다. 기성 사물의 기능과 맥락을 비틀어 새로운 제품으로 치환하는 카스틸리오니의 태도는, 형태적 유희보다 사용자의 실제적 행동 양식을 최우선에 두는 우르퀴올라의 방법론으로 계승되었다. 이후 데 파도바에서 비코 마지스트레티와 연대하며, 복잡한 설계 구조를 정제된 산업 양산품으로 안착시키는 이탈리아 가구 산업 고유의 디자이너-제조사 간 협업 시스템을 철저히 학습했다.

과거 외부 용역 디자이너로서 제조사의 의뢰를 받던 그녀는, 현재 까시나의 디렉팅을 총괄하며 타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조율하고 브랜드의 방향을 지시하는 위치로 신분 상승을 이루었다. 이는 외부 디자이너가 사내 컨트롤 타워로 진입해 브랜드 생태계를 장악하는 이탈리아 디자인 시스템의 유연한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수상·전시 이력

'피오르드' 컬렉션 등 주요 작품들이 뉴욕 현대미술관(MoMA) 건축 및 디자인 부문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스페인 정부로부터 순수미술 공로 금메달(Gold Medal of Merit in the Fine Arts) 및 이사벨라 가톨릭 훈장(Order of Isabella the Catholic)을 수훈하며 국가적 예우를 받았다. 현재 밀라노 폴리테크닉대학교 및 트리엔날레 밀라노 디자인 뮤지엄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며 산업과 학계를 잇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응과 평가

우르퀴올라는 성공적인 단일 제품을 배출한 디자이너를 넘어, 유럽 하이엔드 가구 제조사의 거시적 컬렉션과 공간을 장악한 아트디렉터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2015년 이후 현재 2026년에 이르기까지 까시나의 디자인 방향키를 놓지 않으면서도, 개인 스튜디오를 통해 호텔, 상업 공간, 타 제조사의 프로젝트를 전방위적으로 수주하며 폐쇄적인 내부 디자이너의 한계를 영리하게 극복하고 있다.

모더니즘 특유의 건조하고 앙상한 선에서 탈피해, 신체를 안락하게 감싸면서도 구조적 긴장감을 잃지 않는 풍성한 조형미가 업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부피감이 큰 쿠션, 화려한 패턴, 대담한 색채를 운용하면서도 뼈대의 명확성을 유지하는 역량이 특히 높게 평가된다. 반면, 이질적 소재와 비대칭 볼륨, 과감한 패턴이 한 공간에 밀집될 경우 지나친 시각적 과부하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극도로 절제된 미니멀리즘 가구에 비해 공간 내에서 요구하는 시각적 지분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까시나의 아트디렉터이자 핵심 주력 제품의 디자이너를 겸임하는 구조는 딜레마를 내포한다. 전체 브랜드를 조율해야 할 디렉터의 신제품이 자사 컬렉션의 비중을 과도하게 잠식할 수 있다는 구조적 모순이다. 아울러 'iMaestri' 아카이브를 현대 컬렉션과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그녀의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역사적 명작을 박제된 유물에서 실생활의 도구로 부활시킨 성과는 명확하나, 무분별한 현대적 스타일링이나 신소재의 적용이 원작 고유의 시대적 맥락과 오라(Aura)를 탈색시킬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우르퀴올라 체제의 성공 여부는 거장들의 후광에 종속되지 않고, 현세대에 각인될 독자적인 동시대 명작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