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셰 사프디 (Moshe Safdie)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3309547654-897f85103a662786.webp" alt="모셰 사프디" data-orientation="portrait" data-original-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3295143690-37ad92cef6568914.webp" data-source-url="https://www.safdiearchitects.com/people/moshe-safdie" width="600" />

출처: Safdie Architects

모셰 사프디(Moshe Safdie)는 주거, 공공건축, 문화시설, 공항, 복합개발, 도시계획을 넘나든 이스라엘·캐나다·미국 국적의 건축가다. 1938년 7월 14일 하이파에서 태어났고, 10대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1961년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필라델피아에서 루이스 칸(Louis I. Kahn) 사무소에서 일했다.

사프디를 세계 건축계에 각인시킨 작업은 1967년 몬트리올 세계박람회(Expo 67)를 위해 지은 해비타트 67(Habitat 67)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프디의 졸업 논문에서 출발한 고밀도 주거 실험이었다. 공장에서 만든 콘크리트 모듈을 쌓아 올리면서도 각 집에 정원, 테라스, 햇빛, 외부 보행로를 주려 한 시도였다.

사프디의 건축은 대형 건축 안에 사람의 생활 감각을 되돌려놓는 데 초점을 둔다. 아파트에는 단독주택의 정원을, 도서관에는 도시 광장을, 공항에는 실내 숲과 폭포를 넣는 식이다. 사프디 아키텍츠(Safdie Architects)가 내세우는 “모든 사람에게 정원(For Everyone a Garden)”이라는 문장은 이 방향을 가장 짧게 보여준다.

약력·연혁

하이파와 몬트리올

사프디는 1938년 하이파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이스라엘 건국 전후의 하이파에서 보냈고, 이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몬트리올에서 성장한 그는 맥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1961년 건축학위를 받았다.

졸업 뒤에는 필라델피아의 루이스 칸 사무소에서 견습 건축가로 일했다. 루이스 칸은 구조, 빛, 재료, 기념성, 공공성을 강하게 다룬 건축가였다. 이 경험은 사프디가 건축을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장소, 질서, 구조, 사람의 이동이 맞물리는 일로 이해하는 데 영향을 줬다.

해비타트 67의 출발

사프디의 초기 경력은 해비타트 67과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 그는 맥길대학교 졸업 논문에서 고밀도 주거 안에 단독주택의 장점을 넣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 아이디어는 1967년 몬트리올 세계박람회의 주요 주제 전시로 실제 건축이 됐다.

해비타트 67은 365개 콘크리트 모듈을 연결해 158개 주거 유닛을 만든 프로젝트다. 각 유닛은 서로 어긋나게 쌓여 지붕 정원과 외부 테라스를 만들었다. 세대는 실내 복도가 아니라 외부 보행로와 연결됐고, 엘리베이터는 몇 개 층마다 멈춰 보행 거리와 주거 입구를 이어줬다.

이 프로젝트는 사프디가 평생 붙잡은 질문을 보여준다. 도시는 밀도를 높여야 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은 햇빛, 바람, 식물, 외부 공간, 이웃과 만나는 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해비타트 67은 대량 보급 모델로 확산되지는 못했지만, 고밀도 주거와 정원형 주거를 결합하려는 대표 사례로 남았다.

예루살렘과 도시 재건

1970년 사프디는 예루살렘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 시기부터 예루살렘 구도심 복원, 신도심 연결, 모디인(Modi’in) 신도시,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Yad Vashem Holocaust History Museum), 이츠하크 라빈 센터(Yitzhak Rabin Center), 벤구리온 국제공항(Ben Gurion International Airport) 등 이스라엘의 공공·도시 프로젝트에 깊게 관여했다.

예루살렘에서의 작업은 사프디 건축의 또 다른 축을 만들었다. 해비타트 67이 주거 밀도와 정원의 관계를 다뤘다면, 예루살렘 프로젝트들은 역사적 장소와 현대 건축이 만나는 방식을 다뤘다. 사프디는 새 건물이 기존 도시를 덮어버리기보다, 지형과 보행 동선, 기억의 장소를 따라가도록 계획했다.

하버드와 보스턴

사프디는 예일대학교, 맥길대학교, 벤구리온대학교에서 가르친 뒤 1978년 보스턴으로 거점을 옮겼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Harvard Graduate School of Design)에서 도시디자인 프로그램 책임자와 건축·도시디자인 교수를 맡았다.

보스턴 이전 이후 사프디의 작업 범위는 더 넓어졌다. 캐나다의 주요 공공기관, 미국의 미술관과 법원, 아시아의 복합개발과 공항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부터 사프디는 단일 건물보다 도시 안에서 공공 동선과 열린 공간을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맡았다.

북미와 아시아의 대형 공공건축

1980년대 이후 사프디는 캐나다와 미국의 공공건축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캐나다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Canada), 퀘벡 문명박물관(Musée de la civilisation), 밴쿠버 라이브러리 스퀘어(Vancouver Library Square), 솔트레이크시티 공공도서관(Salt Lake City Public Library), 크리스털 브리지스 미국미술관(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 카우프먼 공연예술센터(Kauffman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등이 이 흐름에 속한다.

2000년대 이후에는 아시아 프로젝트가 사프디의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는 3개 호텔 타워를 57층 높이의 스카이파크(SkyPark)로 연결했다. 주얼 창이공항(Jewel Changi Airport)은 공항, 쇼핑몰, 실내 정원, 폭포, 호텔을 하나의 공공 공간으로 묶었다. 라플스 시티 충칭(Raffles City Chongqing)은 여러 고층 타워와 수평 스카이브리지를 결합해 수직 도시를 구현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모든 사람에게 정원

“모든 사람에게 정원”은 사프디 건축을 설명하는 핵심 문장이다. 여기서 정원은 단순히 식물을 심은 공간이 아니다. 도시 안에서 개인이 바깥 공기, 햇빛, 식물, 외부 활동, 이웃과 만나는 장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깝다.

해비타트 67에서는 이 생각이 각 세대의 지붕 정원으로 나타났다.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는 3개 호텔 타워를 잇는 대형 스카이파크로 확장됐다. 주얼 창이공항에서는 공항 중심부에 실내 숲과 폭포를 두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규모와 용도는 다르지만, 건축 안에 외부 공간의 감각을 넣으려는 방향은 같다.

쌓는 구조와 계단식 외부 공간

사프디의 대표적인 시각 언어는 쌓는 구조다. 해비타트 67의 콘크리트 모듈은 같은 박스를 반복해서 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세대가 빛과 외부 공간을 얻도록 어긋나게 배치됐다. 이 방식은 건물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보이게 하지 않고, 작은 집들이 모여 만든 입체적 마을처럼 보이게 했다.

이 조형은 이후 여러 주거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스카이 해비타트(Sky Habitat), 해비타트 친황다오(Habitat Qinhuangdao), 스카이 해비타트 토론토(Sky Habitat Toronto)는 고층 주거 안에서 테라스, 공유 정원, 외부 보행 공간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사프디에게 고밀도는 단순히 많은 집을 넣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생활 단위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문제였다.

빛으로 길을 만드는 공공건축

사프디의 미술관과 도서관은 빛을 장식보다 동선의 기준으로 사용한다. 캐나다 국립미술관은 유리 지붕과 긴 콜로네이드, 그레이트 홀(Great Hall)을 통해 관람자가 건물 안에서 방향을 잡게 한다. 밴쿠버 라이브러리 스퀘어는 중앙 도서관을 다층 콜로네이드가 감싸고, 그 사이 공간이 도시 보행로처럼 쓰이도록 했다.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에서도 빛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물 대부분은 산속에 묻히지만, 중앙의 긴 보행축 위로 빛이 들어온다. 관람자는 어두운 전시 공간을 지나 마지막에 예루살렘 풍경을 향해 열린 공간에 도달한다. 빛은 전시의 분위기를 만드는 동시에 관람 경험의 방향을 잡는다.

장소에서 출발하는 형태

사프디의 건축은 같은 형태를 반복하기보다 장소의 지형과 역사에서 출발한다. 크리스털 브리지스 미국미술관은 숲과 계곡, 연못 사이에 낮게 놓인 파빌리온으로 구성됐다. 건물은 자연을 배경으로 세워진 물체라기보다, 물과 숲 사이를 건너는 길처럼 놓인다.

비라사트-에-칼사 박물관(Virasat-e-Khalsa Museum)은 펀자브 지역의 요새, 사암, 금속 지붕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라플스 시티 충칭은 양쯔강과 자링강이 만나는 차오톈먼(Chaotianmen) 일대의 지형과 교통 흐름을 건물 구성에 반영했다. 사프디의 대형 프로젝트는 대지의 상징과 보행 흐름을 함께 다루려는 경향이 강하다.

주요 작업

해비타트 67

해비타트 67은 사프디의 출발점이자 대표작이다. 1967년 몬트리올 세계박람회에서 공개됐으며, 공장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해 고밀도 주거 단지를 만들었다. 365개 건설 모듈은 158개 주거 유닛으로 연결됐고, 각 유닛은 외부 테라스와 지붕 정원을 갖도록 배치됐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독주택의 장점을 고층 주거에 넣는 것이었다. 외부 보행로는 주거 입구와 놀이터, 공용 공간을 연결했고, 엘리베이터는 보행 거리와 맞물려 작동했다. 구조적으로는 주거 유닛, 보행로, 엘리베이터 코어가 모두 하중을 나눠 갖는 방식이었다.

캐나다 국립미술관

캐나다 국립미술관은 1988년 오타와에 완공됐다. 의회 건물과 오타와강을 마주한 위치에 놓였고, 유리 지붕과 자연광이 드는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레이트 홀은 건물의 중심 공간으로, 도시와 강을 조망하는 실내 광장처럼 계획됐다.

이 건물은 미술관을 닫힌 전시 상자가 아니라 도시의 공공 장소로 다뤘다. 유리와 석재, 긴 동선, 넓은 홀은 관람자가 작품을 보기 전부터 건물의 방향과 장소성을 느끼게 한다. 사프디의 공공건축에서 반복되는 빛, 보행, 전망의 조합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밴쿠버 라이브러리 스퀘어

밴쿠버 라이브러리 스퀘어는 1995년 완공됐다. 9층 규모의 중앙 도서관 본체를 타원형에 가까운 다층 콜로네이드가 감싸고, 그 사이에 보행 공간과 상업 공간, 공공 광장이 놓였다. 도서관은 단일 건물이 아니라 도시 블록 전체를 구성하는 공공 장치처럼 계획됐다.

이 프로젝트는 도서관의 역할을 책을 보관하는 시설에서 도시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확장했다. 실내외 사이의 반쯤 열린 보행 공간은 시민이 머물거나 지나가는 장소가 됐다. 사프디가 공공건축에서 중요하게 본 “건물 안의 도시”라는 개념이 잘 드러난다.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은 2005년 예루살렘에 완공됐다. 길이 183m의 삼각 프리즘 구조가 산비탈을 가로지르며, 관람자는 중앙 축을 따라 이동하면서 양쪽 전시실을 지나간다. 건물은 대부분 지하에 묻히고, 위에서 들어오는 빛이 길의 방향을 만든다.

이 건축은 기념관을 크게 드러나는 조형물로 세우지 않는다. 대신 산속에 묻힌 통로와 빛의 흐름으로 기억의 무게를 만든다. 마지막에 열리는 전망은 전시의 끝을 알리는 장면이자, 관람자가 다시 현재의 도시와 마주하는 지점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

마리나 베이 샌즈는 2011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에 완성된 대형 복합 리조트다. 16헥타르 규모의 매립지 위에 호텔, 컨벤션센터, 카지노, 극장, 쇼핑몰, 아트사이언스 뮤지엄(ArtScience Museum), 수변 광장을 배치했다. 55층 호텔 타워 3개를 57층 높이의 정원형 스카이파크가 연결하는 구성이 가장 강한 시각적 특징이다.

스카이파크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건물 전체를 하나의 도시적 지형으로 묶는 요소다. 아래에서는 수변 산책로, 쇼핑몰, 지하 보행로, 도시철도 연결이 이어지고, 위에서는 세 타워가 하나의 수평 공간으로 합쳐진다. 이 프로젝트는 사프디가 말한 정원과 공공 동선의 개념이 상업 복합개발 안에서 구현된 대표 사례다.

크리스털 브리지스 미국미술관

크리스털 브리지스 미국미술관은 2011년 미국 아칸소주 벤턴빌에 완공됐다. 숲이 우거진 계곡과 물길 사이에 전시 파빌리온을 배치했고, 건물 일부는 연못 위의 다리처럼 놓였다. 콘크리트, 목재, 현지 석재는 건물이 자연과 분리되지 않게 하는 재료로 사용됐다.

이 미술관은 건물이 풍경을 점유하기보다 풍경을 따라 걷게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관람자는 실내 전시실과 외부 산책로, 물 위의 구조물을 오가며 작품과 자연을 함께 경험한다. 사프디의 장소 중심 설계가 문화시설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보여주는 작업이다.

주얼 창이공항

주얼 창이공항은 2019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완공됐다. 유리와 철골로 만든 토러스(torus) 형태의 돔 아래 공항 기능, 실내 정원, 상업시설, 호텔, 여가시설을 넣었다. 지붕 중앙의 오큘러스(oculus)에서 물이 떨어져 레인 보텍스(Rain Vortex)를 만들고, 이 물은 실내 정원의 냉각과 순환에도 활용된다.

주얼 창이공항은 공항을 통과 시설에서 도시의 목적지로 바꾼 프로젝트다. 여행객은 물론 시민도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정원과 상업 공간을 공항 중심부에 배치했다. 사프디의 공공 공간 개념은 이 프로젝트에서 실내 숲, 폭포, 보행 동선, 교통 연결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라플스 시티 충칭

라플스 시티 충칭은 2020년 중국 충칭에 완공된 대형 복합개발이다. 양쯔강과 자링강이 만나는 차오톈먼 일대에 들어섰고, 오피스, 주거, 호텔, 서비스드 아파트, 리테일, 여가시설을 한 덩어리로 묶었다. 전체 구성은 8개 타워와 이를 잇는 수평 구조물 크리스털(The Crystal)로 이뤄졌다.

크리스털은 약 300m 길이의 수평 스카이브리지다. 여러 타워 상부를 연결하며 식음, 이벤트, 호텔 로비, 클럽하우스, 수영장 같은 프로그램을 담는다. 이 프로젝트는 사프디가 해비타트 67에서 시작한 입체 도시의 아이디어가 초고층 복합개발로 확장된 사례다.

영향 관계

스승·사조

사프디는 루이스 칸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건축의 구조적 질서와 빛의 사용을 가까이서 경험했다. 칸의 영향은 사프디가 건물을 단순한 외형보다 공간의 깊이, 재료의 무게, 공공적 의미로 다루는 방식에서 확인된다.

해비타트 67은 전후 모더니즘, 모듈러 주거, 메가스트럭처(megastructure), 1960년대 세계박람회 문화가 만난 결과물이었다. 당시 여러 건축가는 산업화된 건설 방식으로 도시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사프디는 이 흐름을 이상적 도시 이미지로만 제시하지 않고, 사람이 실제로 사는 집과 보행로, 정원으로 구체화했다.

본인

사프디의 위치는 사회적 주거 실험과 대형 공공건축 사이에 있다. 해비타트 67은 강한 형태로 기억되지만, 그 안의 목표는 각 집에 햇빛, 외부 공간, 정원, 보행로를 주는 것이었다. 이후 미술관, 도서관, 공항, 리조트에서도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사프디가 일관되게 다룬 문제는 큰 건축 안에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일이다. 단지 규모가 커질수록 이 질문은 더 중요해졌다. 마리나 베이 샌즈, 주얼 창이공항, 라플스 시티 충칭은 상업성과 상징성이 강한 대형 프로젝트지만, 그 안에서도 정원, 보행로, 전망, 공공 공간을 주요 요소로 삼았다.

후대

사프디의 영향은 계단식 테라스형 주거, 수직 도시, 스카이파크, 공항의 복합 공공 공간에서 확인된다. 해비타트 67 이후 많은 건축가와 개발자는 고층 주거 안에 정원과 외부 공간을 넣는 방법을 다시 실험했다. 이 방식은 이후 여러 도시에서 테라스형 아파트, 수직 정원, 공중 보행로, 하늘 정원으로 변주됐다.

주얼 창이공항은 공항 디자인에도 영향을 줬다. 공항이 단순히 출국과 환승을 처리하는 시설이 아니라, 시민과 여행객이 함께 머무는 실내 도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프디의 후기 작업은 건축과 조경, 상업시설, 교통시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수상·전시 이력

사프디는 1986년 캐나다 훈장 오피서(Officer of the Order of Canada)에 임명됐고, 2005년 컴패니언(Companion of the Order of Canada)으로 승격됐다. 캐나다 총독실은 해비타트 67을 통해 국제적 인정을 받았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환경 디자인을 해온 점을 주요 공적으로 설명했다.

1995년에는 캐나다 왕립건축가협회(Royal Architectural Institute of Canada) 금메달을 받았다. 2015년에는 미국건축가협회(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금메달을 받았고, 2019년에는 울프상 건축 부문(Wolf Prize in Architecture)을 수상했다. 울프상은 사프디의 건축을 사회적 관심과 형식 실험이 함께 움직인 경력으로 평가했다.

2022년 사프디는 자신의 전문 아카이브를 모교인 맥길대학교에 기증했다. 이 자료에는 300개 이상 프로젝트와 관련된 스케치, 스케치북, 모형, 도면, 서신, 시각 자료가 포함됐다. 해비타트 67의 출발점이 된 졸업 논문 원본 모델과 마스터 카피도 이 아카이브에 포함됐다.

사프디의 작업은 여러 전시에서도 다뤄졌다. 해비타트 67은 몬트리올 세계박람회 이후에도 20세기 주거 실험을 대표하는 사례로 전시와 연구의 대상이 됐다. 크리스털 브리지스 미국미술관은 2012년 사프디의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 조명하는 전시를 열어, 해당 미술관이 그의 이전 작업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보여줬다.

반응과 평가

디자인

사프디는 해비타트 67 하나만으로도 20세기 주거 실험의 중요한 이름이 됐다. 이 건물은 1968년 캐나다 왕립건축가협회 매시 메달(Massey Medal)을 받았고, 2007년에는 같은 협회의 20세기 대표 건축상(Prix du XXe Siècle)을 받았다. 2009년에는 퀘벡 문화부의 국가유산건축물로 지정됐다.

대형 공공건축에서도 평가는 이어졌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2011년 싱가포르 대통령 디자인상(President’s Design Award)을 받았고, 주얼 창이공항은 2020년 싱가포르 대통령 디자인상과 싱가포르건축가협회 올해의 건물상을 받았다. 두 프로젝트는 모두 싱가포르의 도시 이미지를 바꾼 건축으로 평가된다.

사프디의 디자인은 조형적 상징과 생활 공간의 결합에서 강점을 보인다. 해비타트 67은 모듈이 쌓인 형태 자체가 강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그 목적은 각 세대에 외부 공간을 주는 것이었다. 주얼 창이공항도 폭포와 돔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실제 설계의 핵심은 공항, 정원, 상업시설, 보행 동선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다.

품질·안전

사프디 건축은 강한 개념을 실제 구조로 구현한 만큼 프로젝트별 성과와 유지관리 문제가 함께 거론된다. 해비타트 67은 주거 유닛, 보행로, 엘리베이터 코어가 모두 하중을 나눠 갖도록 설계됐다. 공장에서 만든 모듈을 현장에서 쌓고, 포스트텐션(post-tension), 고장력 로드, 케이블, 용접을 이용해 하나의 연속 구조로 묶었다.

해비타트 67의 실험성은 시간이 지나며 유지관리 문제도 남겼다. 콘크리트 외피, 단열, 방수, 물 손상은 반복적으로 보강이 필요한 부분으로 거론됐다. 사프디 아키텍츠는 사프디가 소유한 해비타트 67 유닛 복원 과정에서 수십 년간의 물 손상 보수, 외벽 단열, 방수 보강, 에너지 성능 개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후기 프로젝트에서는 환경 성능과 접근성 인증이 평가에 포함됐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싱가포르 건설청(BCA) 그린마크 골드(Green Mark Gold)를 받았다. 주얼 창이공항은 싱가포르 건설청 유니버설 디자인 마크 플래티넘(Universal Design Mark Platinum)을 받았다.

브랜드·인물

사프디는 이스라엘, 캐나다, 미국을 가로지르는 경력을 가진 건축가로 평가된다. 하이파에서 태어나 몬트리올에서 교육받았고, 예루살렘과 보스턴을 거점으로 국제 프로젝트를 확장했다. 사프디 아키텍츠는 보스턴을 중심으로 예루살렘, 상하이, 싱가포르 등지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인물로서의 위상은 수상 이력과 아카이브에서도 드러난다. 캐나다 훈장, 캐나다 왕립건축가협회 금메달, 미국건축가협회 금메달, 울프상은 사프디를 특정 건물의 설계자가 아니라 장기간 건축 담론을 만든 인물로 위치시킨다. 맥길대학교가 그의 작업 자료를 대규모 아카이브로 보존하게 된 것도 이 흐름에 속한다.

사프디의 대중적 인지도는 후기 프로젝트에서 더 넓어졌다. 마리나 베이 샌즈와 주얼 창이공항은 건축 전문 독자뿐 아니라 여행객과 도시 이용자에게도 강하게 인식되는 건물이다. 해비타트 67이 건축계 내부의 실험으로 출발했다면, 후기 작업은 도시의 대표 이미지와 관광 경험까지 바꾸는 방식으로 확장됐다.

디자인 반응

해비타트 67은 찬반이 뚜렷한 건축이다. 한쪽에서는 고밀도 주거 안에 정원, 테라스, 외부 보행로, 세대별 독립성을 넣은 혁신적 실험으로 본다. 다른 쪽에서는 공사비와 유지관리, 대량 보급 가능성에서 한계를 보인 이상주의적 모델로 본다.

마리나 베이 샌즈와 주얼 창이공항은 대중적 반응이 강한 프로젝트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세 개의 타워와 스카이파크가 만든 실루엣으로 싱가포르 도시 이미지를 바꿨다. 주얼 창이공항은 공항 내부에 숲과 폭포, 상업시설을 결합해 여행객뿐 아니라 시민이 찾는 장소가 됐다.

반대로 두 프로젝트 모두 관광, 소비, 이미지 중심 도시 개발과 가까운 건축이라는 시선도 함께 따라온다. 사프디의 건축은 공공 공간을 강조하지만, 대형 복합개발 안에서 구현될 때는 그 공공성이 상업적 프로그램과 분리되기 어렵다. 이 지점은 후기 사프디 건축을 평가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논점이다.

비판

사프디 건축에 대한 비판은 주로 해비타트 67에서 시작된다. 원래 목표는 도시형 주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었지만, 예산 증가와 높은 유지관리 비용 때문에 대중 주거 모델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건축사적으로는 성공한 실험이지만, 주거 공급 방식으로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따라온다.

해비타트 67의 형태는 강한 상징성을 얻었지만, 그만큼 구조와 방수, 단열 관리가 복잡했다. 모듈이 어긋나며 생기는 외부 면과 접합부는 주거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었지만, 장기 유지관리에서는 부담으로 남았다. 이 문제는 실험적 주거가 실제 생활과 관리 비용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후기 작업에 대한 비판은 규모와 상업성에 집중된다. 마리나 베이 샌즈, 주얼 창이공항, 라플스 시티 충칭은 모두 공공 공간을 강조하지만, 호텔, 쇼핑, 관광, 복합개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사프디는 도시 안에 정원과 보행 공간을 넣으려 했지만, 그 공간이 누구에게 얼마나 열려 있고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는지는 프로젝트마다 다르게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