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 켄고 (Kengo Kuma)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17711310-db58d380b08afbf6.webp" alt="쿠마 켄고" data-orientation="portrait" width="600" />

출처: KKAA (© KKAA)

쿠마 켄고(隈研吾, Kengo Kuma, 1954~)는 콘크리트와 철이 중심이던 현대 건축에 나무·돌·대나무·종이 같은 자연 소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일본 건축가다. 그는 건물이 홀로 도드라지는 ‘오브젝트’가 되기보다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이러한 태도는 콘크리트 건축이 도시를 채우던 20세기 후반의 흐름에 대한 반론이기도 했다.

쿠마의 건축에서는 가느다란 나무 막대를 촘촘히 겹쳐 벽과 지붕, 입면을 구성하는 방식이 자주 나타난다. 빛과 바람이 막대 사이를 통과하면서 건물의 윤곽은 흐려지고, 육중한 덩어리 대신 선과 그림자가 남는다. 그는 소재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반복해 전체를 만드는 이 방식을 ‘입자화(particlization)’라고 불렀다.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쓰인 일본 국립경기장(2019)과 스코틀랜드의 V&A 던디(2018) 등을 설계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도쿄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다. 많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건축 이론을 꾸준히 집필해, 4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약력·연혁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755747-9fd3c1b6e4942722.webp" alt="브루노 타우트" data-orientation="portrait" width="600" />

출처: Architectuul (© Architectuul)

쿠마 켄고는 1954년 8월 8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미쓰비시에 다니던 회사원이자 독일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의 도면을 모으던 건축 애호가였다. 쿠마 켄고는 192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목조 주택에서 자랐으며, 주말마다 아버지가 주도한 증축 과정을 지켜봤다. 당시에는 친구들이 사는 콘크리트 아파트를 부러워했지만, 이 경험은 훗날 오래된 목재와 시간이 쌓인 소재를 바라보는 감각으로 이어졌다.

쿠마 켄고가 건축가를 꿈꾸게 된 계기는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위해 설계한 요요기 국립경기장이었다. 이후 도쿄대학교 건축학과에 진학해 하라 히로시(原広司)와 우치다 요시치카(内田祥哉)에게 배웠고, 1979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에는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며 현지 마을의 토착 건축을 조사했다.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767508-cedd3ebb3f76cbb6.webp" alt="KKAA 로고"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KKAA)

졸업 후 쿠마 켄고는 닛켄세케이와 도다건설에서 잠시 일했다. 1985년부터 약 2년 동안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객원 연구원으로 머물렀다. 일본으로 돌아온 1987년 공간디자인연구소(Spatial Design Studio)를 설립했고, 1990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쿠마 켄고 건축도시설계사무소(Kengo Kuma & Associates, KKAA)를 세웠다.

쿠마 켄고의 초기 작업은 거품경제기 일본 건축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건물이 1991년 도쿄 세타가야에 지은 M2 빌딩이다. 마쓰다 자동차 전시장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거대한 이오니아식 기둥을 중앙에 세우고 여러 시대의 양식을 뒤섞은 포스트모던 건축이었다. 그러나 완공 직후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M2의 과장된 형태는 한 시대의 끝을 보여주는 건물로 받아들여졌다. 쿠마 켄고는 이후 약 10년 동안 도쿄에서 일감을 얻지 못했고, 지방 소도시의 프로젝트를 맡으며 공백을 메웠다. 이 과정에서 거품경제기 도시 건축을 돌아봤고, 당시의 생각을 건축론 《지는 건축》(負ける建築, 2004)에 정리했다.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3860695039-adbf6b1ff59b822c.webp" alt="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 미술관(2000)" data-orientation="original" data-original-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3860696709-27288231ca9ab524.webp" data-source-url="https://vmspace.com/report/report_view.html?base_seq=MzcwMw==" width="600" />

지방에서 맡은 작업은 자연 소재를 새롭게 사용하는 실험으로 이어졌다. 산업 소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자 쿠마 켄고는 돌·나무·대나무·기와 같은 재료를 건축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들였다. 키로산 전망대(1994), 물/유리(Water/Glass, 1995), 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 미술관(2000) 같은 소규모 문화 시설이 이 시기를 대표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는 그의 건축관을 다시 바꾼 사건이었다. 쿠마 켄고는 산업 소재의 견고함을 믿었던 20세기 건축을 다시 의심했고,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작은 단위로 구성한 건축에 더 집중했다.

쿠마 켄고는 2009년 도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같은 해 도쿄대학교 혼고 캠퍼스에 쿠마 연구실(Kuma Lab)을 열고 소재·도시·지속가능성을 연구했다. 2010년대 이후 KKAA는 도쿄·베이징·상하이·파리에 사무소를 두고 300명이 넘는 건축가가 일하는 국제 조직으로 성장했다. V&A 던디(2018)와 일본 국립경기장(2019)을 잇따라 완공하면서 세계 여러 도시의 대형 공공 건축을 맡기 시작했다. 2026년에는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신관의 설계자로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7억 5천만 파운드 규모로 추진되는 내셔널 갤러리 재정비 사업의 일부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쿠마 켄고 건축의 출발점은 건물을 ‘사라지게’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물을 ‘오브젝트’로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는 태도를 ‘안티오브젝트(anti-object)’라고 불렀다. 2000년 일본에서 출간하고 2008년 영어판으로 옮긴 《안티오브젝트》에서 쿠마 켄고는 주변을 지배하는 자기중심적 건축을 비판하고, 장소와 관계를 맺는 건축을 주장했다. 무언가를 오브젝트로 만드는 일은 쉽지만, 오브젝트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은 훨씬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 개념을 실제 형태로 옮기는 핵심 방법이 입자화(particlization)다. 소재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반복해 빛·바람·소리가 그 사이를 통과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각 단위의 크기와 간격은 건물을 바라보는 거리와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느다란 나무 막대와 루버, 격자를 촘촘히 배치하면 벽은 단단한 덩어리 대신 주변의 빛과 풍경을 걸러 들이는 막이 된다. 건물의 윤곽은 점묘화나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처럼 잘게 흩어지고, 안과 밖을 가르던 경계도 흐려진다.

수평성도 쿠마 켄고 건축을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그는 하늘을 향해 솟은 수직적 기념비보다 바닥과 지붕 같은 수평면을 강조해 공간이 주변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일본 국립경기장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룬 요소도 수평성이었다. 단게 겐조의 요요기 국립경기장과 자하 하디드의 경기장 설계안이 하늘을 향한 영웅적 수직성을 드러냈다면, 쿠마 켄고는 낮고 평평한 윤곽으로 주변 도시와 이어지는 경기장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이 차이를 건축 형태뿐 아니라 더 수평적인 사회를 향한 태도로 설명했다.

형태보다 소재를 먼저 살피는 태도도 그의 작업을 관통한다. 쿠마 켄고는 건축 설계를 소재와 인간이 대화하는 과정으로 봤다. 형태를 먼저 정한 뒤 표면에 재료를 입히는 대신,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의 크기와 결, 무게, 가공 방식에서 건물의 구조와 표면을 끌어낸다. 일본 국립경기장에 사용한 삼나무도 일반 주택에서 흔히 쓰는 치수로 잘랐다. 거대한 공공 건축 안에서도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본 나무 부재를 알아보고 친근함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다.

쿠마 켄고는 이러한 태도를 ‘지는 건축(負ける建築)’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환경을 누르고 이기는 건축이 아니라, 주변 앞에서 몸을 낮추고 스스로 ‘지는’ 건축을 뜻한다. 그는 약함이 곧 강함이라는 일본의 오래된 생각을 끌어와, 자연재해를 막아낼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함께 살아가던 산업화 이전의 태도를 건축 안으로 다시 가져왔다.

주요 작업

M2 빌딩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4835556-d796eddb49d9a58e.webp" alt="M2 빌딩" width="600" />

출처: KKAA (© Mitsumasa Fujitsuka)M2 빌딩(M2 Building, 1991)은 도쿄 세타가야에 지어진 마쓰다 자동차 전시장이다. 콘크리트 구조 위에 석조 건축의 외형을 덧씌우고, 건물 중앙에는 거대한 이오니아식 기둥을 세웠다. 서로 다른 시대의 건축 양식을 한 건물에 뒤섞은 포스트모던 건축이다.

M2 빌딩은 거품경제기 일본 건축의 과잉을 상징하는 작업이자, 쿠마 켄고가 이후 정반대의 방향으로 돌아서는 출발점이 됐다. 현재는 장례식장으로 쓰이고 있다.

키로산 전망대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4792741-bbcd4dbd53a6d385.webp" alt="" width="600" />

출처: KKAA (© Mitsumasa Fujitsuka)키로산 전망대(Kirosan Observatory, 1994)는 에히메현의 산 능선에 지은 전망대다. 건물 대부분을 지면 아래에 묻어 위에서 바라보면 주변 지형과 거의 구분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건축물을 풍경 위에 세워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신 시야에서 감춘 작업으로, 쿠마 켄고가 초기에 시도한 ‘사라지는 건축’을 보여준다.

물/유리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4884667-2fbe8a1f2ce4cf23.webp" alt="물/유리" width="600" />

출처: KKAA (© Mitsumasa Fujitsuka)물/유리(Water/Glass, 1995)는 시즈오카현 아타미에 지은 게스트하우스다. 얕은 수면 위에 유리 정자가 떠 있는 듯한 구성으로, 유리를 보조적인 외장재가 아니라 건물의 가벼움과 덧없음을 만드는 주재료로 사용했다. 수면에 비친 하늘과 유리 벽 너머의 바다가 겹치면서 건물의 윤곽과 안팎의 경계도 흐려진다.

브루노 타우트가 일본에 머물며 설계한 휴가용 별장 히나타 별장에서 영향을 받은 작업이다. 1997년 미국건축가협회가 수여하는 듀폰 베네딕터스상을 받았다.

숲속의 무대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002497-e50e5bbeabe8bad0.webp" alt="숲속의 무대" width="600" />

출처: KKAA (© Mitsumasa Fujitsuka)숲속의 노 무대(Noh Stage in the Forest, 1996)는 미야기현에 지은 전통 공연 공간이다. 가벼운 목구조로 일본 전통 노 무대를 만들고, 무대와 객석이 주변 숲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전통 공연장을 닫힌 건물 안에 가두지 않고, 숲속에 가볍게 놓인 구조물로 다뤘다. 목재의 가는 부재와 열린 공간을 이용해 건축의 존재감을 낮춘 작업으로, 쿠마 켄고의 초기 목재 실험을 잘 보여준다. 1997년 일본건축학회상을 받았다.

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 미술관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084785-2338b71cb0ad492e.webp" alt="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 미술관" width="600" />

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 미술관(Nakagawa-machi Bato Hiroshige Museum of Art, 2000)은 도치기현에 지은 미술관이다. 우키요에 화가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판화에 자주 그린 빗줄기를 지역에서 난 삼나무 막대의 반복으로 표현했다.

가느다란 목재 루버가 외벽과 내부를 감싸며, 빛이 루버 사이에서 잘게 쪼개져 실내로 들어오게 한다. 건물은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로 보이지 않고, 수많은 얇은 선이 겹쳐 만든 표면으로 보인다. 쿠마 켄고가 목재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반복해 건물의 윤곽을 흐린 대표적인 작업이다. 2001년 무라노 도고상을 받았다.

돌 미술관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171345-841aed47729c3c8a.webp" alt="돌 미술관" width="600" />

출처: KKAA (© Mitsumasa Fujitsuka)돌 미술관(Stone Museum, 2000)은 도치기현 나스에 지은 미술관이다. 지역에서 채취한 아시노석을 쌓아 벽과 공간을 만들었다.

돌을 빈틈없이 쌓는 전통 석조 건축과 달리, 돌 사이에 간격을 두어 빛과 바람이 통과하게 했다. 무거운 돌벽을 그대로 세우는 대신, 작은 돌 부재를 반복해 빛이 스며드는 표면을 만들었다. 돌의 단단함은 유지하면서도 건물이 답답하고 무겁게 보이지 않도록 설계한 작업이다.

대나무 만리장성 집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785507-bdec66017eabc785.webp" alt="대나무 만리장성 집"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Satoshi Asakaw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806040-89f97e73d05f973f.webp" alt="대나무 만리장성 집"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Satoshi Asakaw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817203-ee47776754342da2.webp" alt="대나무 만리장성 집"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Satoshi Asakawa)

[[/carousel]]대나무 만리장성 집(Great Bamboo Wall, 2002)은 베이징 만리장성 인근에 지은 주택이다. 가느다란 대나무 살을 일정한 간격으로 겹쳐 벽과 가림막을 만들었다. 대나무 사이의 틈으로 빛과 바람, 주변 풍경이 실내까지 들어오면서 안과 밖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다.

단단한 벽으로 공간을 닫는 대신 여러 겹의 대나무로 경계를 만들었다. 대나무의 간격과 겹침을 조절해 시선은 적당히 가리면서도 주변 자연이 계속 보이도록 설계한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쿠마 켄고가 중국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네즈 미술관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391203-6c40db7ab2331ebd.webp" alt="네즈 미술관" width="600" />

출처: KKAA (© Mitsumasa Fujitsuk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392055-18d31b7c3936f23b.webp" alt="네즈 미술관" width="600" />

출처: KKAA (© Mitsumasa Fujitsuk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830381-02b0949601b76bac.webp" alt="네즈 미술관"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Mitsumasa Fujitsuka)

[[/carousel]]네즈 미술관(Nezu Museum, 2009)은 도쿄 도심에 지은 미술관이다. 긴 처마 아래로 이어지는 진입로와 대나무 길을 배치해,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바깥의 소음과 복잡한 시야에서 서서히 벗어나도록 했다.

이 건물은 전시장보다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긴 처마가 시야를 낮추고, 대나무 길이 도시와 미술관 사이를 가르며 걸음의 속도를 늦춘다. 도심 한복판에서 전통 정원과 처마, 대나무 길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해 미술관의 분위기를 만든 작업이다. 2010년 마이니치 예술상을 받았다.

GC 프로스토 박물관 연구센터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846584-99c6c975e6724a38.webp" alt="GC 프로스토 박물관 연구센터"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Daici An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495339-d622cbb87b0c2b5a.webp" alt="GC 프로스토 박물관 연구센터" width="600" />

출처: KKAA (© Daici An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497105-ae4642332804278a.webp" alt="GC 프로스토 박물관 연구센터" width="600" />

출처: KKAA (© Daici An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864353-34440eae0f106ec0.webp" alt="GC 프로스토 박물관 연구센터"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Daici An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891324-8f811a52766db609.webp" alt="GC 프로스토 박물관 연구센터"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Daici Ano)

[[/carousel]]GC 프로스토 박물관 연구센터(GC Prostho Museum Research Center, 2010)는 아이치현 가스가이에 지은 연구·전시 시설이다. 못이나 볼트 없이 나무 막대를 서로 끼워 맞추는 일본 전통 장난감 치도리의 짜임을 건물 전체에 적용했다.

한 변이 60mm인 각재를 50cm 간격의 격자로 짜 올렸으며, 이 목재 격자가 건물을 지지하는 구조체이자 전시품을 올려놓는 진열장이 된다. 작은 목재 부재를 반복해 벽과 천장, 가구와 전시 장치를 하나의 구조로 만든 작업이다.

유스하라 목조 다리 박물관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627088-c55b5a6fa1252030.webp" alt="유스하라 목조 다리 박물관"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Takumi Ot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628586-f257a88fe2c8cac2.webp" alt="유스하라 목조 다리 박물관" width="600" />

출처: KKAA (© Takumi Ot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629899-a99c1a0316ff383e.webp" alt="유스하라 목조 다리 박물관" width="600" />

출처: KKAA (© Takumi Ot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631306-1ee2ab25454a96e6.webp" alt="유스하라 목조 다리 박물관" width="600" />

출처: KKAA (© Takumi Ot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632686-ca3a0bcf2c8ad685.webp" alt="유스하라 목조 다리 박물관" width="600" />

출처: KKAA (© Takumi Ota)

[[/carousel]]유스하라 목조 다리 박물관(Yusuhara Wooden Bridge Museum, 2010)은 고치현 유스하라에 지은 다리이자 전시 공간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던 두 공공 건물을 연결하고, 다리 내부에는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작은 단면의 목재를 여러 층으로 겹치고 서로 받치게 해 다리의 하중을 지탱했다. 전통 목조건축의 짜임을 활용해 긴 다리를 가늘고 가벼운 목재 구조로 만든 작업이다. 쿠마 켄고는 이 작업으로 2011년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을 받았다.

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734729-ef2b8c92f889f0b0.webp" alt="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 width="600" />

출처: KKAA (© Takeshi Yamagishi)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736124-ebd41fd9352b75b5.webp" alt="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 width="600" />

출처: KKAA (© Takeshi Yamagishi)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737528-318b24c903c0011f.webp" alt="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 width="600" />

출처: KKAA (© Takeshi Yamagishi)

[[/carousel]]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Asakusa Culture Tourist Information Center, 2012)는 도쿄 센소지 인근에 지은 관광 안내 시설이다. 일곱 개 층을 각각 다른 형태의 작은 건물처럼 쌓고, 층과 층 사이에는 바깥으로 돌출된 처마를 넣었다.

각 층의 지붕선과 처마가 서로 다른 높이에서 반복되면서, 전통 상점가의 작은 건물 여러 채가 위로 쌓인 듯한 모습을 만든다. 하나의 높은 건물을 매끈한 덩어리로 세우지 않고 층별로 나눠, 주변 거리의 낮은 건물과 이어지도록 설계한 작업이다. 오래된 가로 안에 들어선 현대 건축이 주변 풍경과 어떻게 높이와 리듬을 맞출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가부키자 극장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3921425-0a38e63cd682aef8.webp" alt="가부키자 극장" data-orientation="portrait" width="600" />

출처: KKAA (© ShinKenchiku-Sh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811395-337c4f46d10a733e.webp" alt="가부키자 극장" width="600" />

출처: KKAA (© ShinKenchiku-Sha)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16707355-7f373a189528ce56.webp" alt="가부키자 극장"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ShinKenchiku-Sha)

[[/carousel]]가부키자 극장(Kabuki-za Theatre, 2013)은 도쿄 긴자에 재건한 전통 가부키 극장이다. 1889년 처음 문을 연 뒤 화재와 지진 등으로 여러 차례 다시 지어졌으며, 2013년에는 극장과 고층 업무 시설을 결합한 복합 건물로 완공됐다.

저층부에는 이전 가부키자 극장의 일본식 지붕과 전면부 디자인을 재현하고, 그 뒤에는 고층 오피스 타워를 세웠다. 거리에서는 전통 극장의 익숙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상부에는 긴자의 높은 토지 이용 밀도를 수용한 작업이다. 역사적 극장의 외관과 현대적인 고층 개발을 한 대지 안에 결합한 사례다.

중국미술학원 민예박물관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917709-9716c1aed39ac2ed.webp" alt="중국미술학원 민예박물관" width="600" />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4317863-6f9b576791c54fb8.webp" alt="중국미술학원 민예박물관"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5924613-9fc40ce41b3b65dd.webp" alt="중국미술학원 민예박물관" width="600" />

[[/carousel]]중국미술학원 민예박물관(China Academy of Art Folk Art Museum, 2015)은 중국 항저우의 옛 차밭 경사지에 지은 미술관이다. 여러 개의 작은 지붕을 경사면을 따라 지그재그로 배치해, 건물 전체가 한 덩어리보다 여러 채의 집이 모인 마을처럼 보이도록 설계했다.

주변 민가에서 걷어 온 기와를 지붕과 외벽의 가림막에 다시 사용했다. 외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매단 기와 사이로 빛과 바람이 통과하면서, 건물 표면에 촘촘한 그림자가 생긴다. 새 건물을 세우면서도 기존 마을에서 쓰던 재료와 차밭의 경사진 지형을 설계에 함께 반영한 작업이다.

V&A 던디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4355783-28348e04bf42838b.webp" alt="V&A 던디"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Ross Fraser McLean)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4342678-5ac2ae4b546401b0.webp" alt="V&A 던디"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Ross Fraser McLean)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067232-90a422426a1e6ce1.webp" alt="V&A 던디" width="600" />

출처: KKAA (© Ross Fraser McLean)

[[/carousel]]V&A 던디(V&A Dundee, 2018)는 스코틀랜드 던디에 지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의 분관이다. 쿠마 켄고가 영국에서 처음 완성한 건축이기도 하다.

테이강을 향한 외벽에는 긴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을 수평으로 겹쳐 붙였다. 패널이 층층이 돌출되면서 깊은 그림자를 만들고, 스코틀랜드 해안 절벽의 거친 지층을 떠올리게 한다. 건물 중앙은 크게 비워 도심에서 강변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만들었다. 미술관이 강을 가로막는 거대한 덩어리가 되지 않도록, 사람들이 건물 사이를 지나며 물가까지 이동할 수 있게 설계한 작업이다.

일본 국립경기장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181423-7a28bc6025409d7a.webp" alt="일본 국립경기장" width="600" />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184158-bff35136c99c9dbb.webp" alt="일본 국립경기장" width="600" />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185930-d89d35d530a9f8cb.webp" alt="일본 국립경기장" width="600" />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187508-eda26581cc8c38e7.webp" alt="일본 국립경기장" width="600" />

[[/carousel]]일본 국립경기장(Japan National Stadium, 2019)은 도쿄 2020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주경기장이다. 경기장 높이를 낮추고 수평선을 길게 펼쳤으며, 관람석을 둘러싼 외곽에는 여러 층의 처마와 목재 루버를 설치했다. 거대한 외벽이 한 번에 솟아 보이지 않도록 층마다 선을 나누고, 전국 각지에서 가져온 목재를 사용해 주변의 메이지 신궁 숲과 이어지게 했다.

단게 겐조의 요요기 국립경기장이나 자하 하디드의 기존 설계안처럼 하나의 강한 형태를 앞세우기보다, 처마와 목재가 반복되는 낮은 경기장을 만들었다. 대형 경기장의 규모를 여러 개의 수평층으로 나눠 주변 숲과 도심 풍경에 맞춘 작업이다.

오둔파자르 현대미술관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340675-6b17fd1d9de86506.webp" alt="오둔파자르 현대미술관" width="600" />

출처: KKAA (© NAAR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342025-716825328dd44785.webp" alt="오둔파자르 현대미술관" width="600" />

출처: KKAA (© NAAR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343167-244c0eaa84de3819.webp" alt="오둔파자르 현대미술관" width="600" />

출처: KKAA (© NAAR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344234-054b00e89751fb7e.webp" alt="오둔파자르 현대미술관" width="600" />

출처: KKAA (© NAAR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4383625-8ef11dd2e98c77c7.webp" alt="오둔파자르 현대미술관"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NAARO)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346826-4349a12ec8315e75.webp" alt="오둔파자르 현대미술관" width="600" />

출처: KKAA (© NAARO)

[[/carousel]]오둔파자르 현대미술관(Odunpazari Modern Museum, 2019)은 튀르키예 에스키셰히르에 지은 미술관이다. 나무 막대로 짠 크고 작은 상자형 공간을 서로 엇갈리게 쌓아, 전통 목조 주택이 모여 있는 옛 시가지의 지붕선과 골목 구조를 이어받았다.

각 목재 상자는 전시실과 공용 공간을 이루며, 크기와 높이를 달리해 하나의 거대한 건물보다 여러 채의 건물이 모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작은 목재 부재를 반복해 건물의 외벽과 내부 공간을 만들고, 그 덩어리를 주변 도시 조직에 맞춰 나눈 작업이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박물관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499183-1c380ee2814d3bf7.webp" alt="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박물관" width="600" />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504335-e704aeab755e0800.webp" alt="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박물관" width="600" />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506567-f1e9a5f760b5a9c7.webp" alt="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박물관" width="600" />

[[/carousel]]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박물관(Hans Christian Andersen Museum, 2021)은 덴마크 오덴세에 지은 몰입형 박물관이다.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리는 공간으로, 여러 동의 건물을 정원 곳곳에 나누어 배치하고 유리 벽과 열린 통로로 실내와 바깥을 연결했다.

전시실 일부는 지하에 넣어 지상에서 보이는 건물의 크기를 줄였다. 관람객은 굽은 길과 정원, 지하 전시실을 차례로 지나며 하나의 정해진 순서보다 여러 장면을 이어서 경험한다. 박물관을 하나의 거대한 상징물로 세우지 않고, 작은 건물과 정원, 전시 동선을 하나의 풍경 안에 배치한 작업이다.

영향 관계

쿠마 켄고의 건축은 일본 모더니즘과 전통 건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중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축가는 단게 겐조였다. 단게는 콘크리트를 가는 기둥과 보로 나누고, 일본 목조건축의 짜임을 현대 재료로 구현했다. 여기서 쿠마 켄고가 주목한 것은 외형보다 부재를 연결하고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다만 단게가 수직선과 거대한 기념성을 앞세웠다면, 그는 건물을 낮게 펼치고 수평선을 반복하는 방향을 택했다.

도쿄대학교에서는 하라 히로시와 우치다 요시치카에게 배웠다. 아버지의 수집품을 통해 일찍 접한 브루노 타우트도 그의 건축관에 큰 영향을 줬다. 타우트는 가쓰라 이궁을 비롯한 일본 전통 건축의 절제된 형태와 공간 구성을 높이 평가했고, 휴가 별장에서는 유리와 물을 사용해 건물과 주변 풍경을 연결했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 물/유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가쓰라 이궁의 스키야 양식, 처마와 엔가와로 실내와 바깥을 잇는 방식, 사하라 사막 마을의 흙 건축, 홋카이도 아이누의 전통 가옥도 재료와 구조를 다루는 데 참고가 됐다.

메타볼리즘과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일본에서 전개된 메타볼리즘은 건물을 필요에 따라 부품을 교체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보았다. 구로카와 기쇼의 나카긴 캡슐타워는 주거 캡슐을 갈아 끼우도록 설계했지만, 캡슐의 크기와 복잡한 연결 구조 때문에 실제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교체할 수 있는 부재의 크기를 훨씬 작게 줄였다. 건물 전체를 철거하지 않고도 낡은 목재 루버나 외장 부재만 바꿀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거대한 캡슐 대신 작은 목재와 외장 부재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교체와 노후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후대에 미친 영향은 사무소와 목조건축에서 함께 나타난다. 마운트 후지 건축사무소를 이끄는 하라다 마사히로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KKAA에서 일한 뒤 독립했다. 이후 KKAA는 여러 나라의 젊은 건축가들이 대형 프로젝트와 재료 실험을 경험하는 사무소로 성장했다.

목재의 쓰임도 크게 넓혔다. 콘크리트와 철이 중심이던 미술관, 경기장, 문화시설에 지역 목재와 전통 목공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장식으로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체, 루버, 외벽, 천장, 가구까지 목재로 만들었다. 이러한 작업은 대형 공공건축에도 지역 목재와 목조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지속가능한 건축과 현대 목조건축을 논의할 때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됐다.

수상·전시 이력

[[carousel]]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64411080-558be426c47e303b.webp" alt="쿠마 켄고: 소재의 실험실" data-orientation="landscape" width="600" />

출처: KKAA (© TokyoTenderTable)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772270-9814f4e358d96aa3.webp" alt="쿠마 켄고: 소재의 실험실" width="600" />

출처: KKAA (© TokyoTenderTable)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773838-c35f63fd414fc4ed.webp" alt="쿠마 켄고: 소재의 실험실" width="600" />

출처: KKAA (© TokyoTenderTable)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906775474-3211a9e032dcbb5c.webp" alt="쿠마 켄고: 소재의 실험실" width="600" />

출처: KKAA (© TokyoTenderTable)

[[/carousel]]주요 수상작에는 목재와 돌, 물처럼 자연 소재를 적극적으로 다룬 건축이 많다. 1997년 숲속의 무대로 일본건축학회상을 받았고, 같은 해 물/유리로 미국 AIA 듀폰 베네딕터스상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 미술관으로 무라노 도고상을, 이듬해에는 핀란드의 자연정신 목조건축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프랑스의 에너지 퍼포먼스+건축상과 부아 매거진 국제 목조건축상을 수상했다. 석재를 다룬 작업으로는 이탈리아 국제 석조건축상을 받았다. 2010년 네즈 미술관으로 마이니치 예술상을, 2011년 유스하라 목조 다리 박물관으로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을 받으면서 목재와 지역 재료를 활용한 작업이 연이어 평가받았다.

건축 작품 외에도 국제적인 문화적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오피시에를 받았고, 2021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명단에 포함된 유일한 건축가였으며, 혁신가 부문에 선정됐다.

전시에서는 재료와 공공 공간을 다루는 설계 방식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2005년에는 순회전 쿠마 켄고, 전통과 혁신 사이의 건축을 열었고, 2009년 도쿄에서는 유기적인 것에 대한 연구를 선보였다. 도쿄역 갤러리에서 열린 쿠마 켄고: 소재의 실험실은 목재, 돌, 금속, 유리 등 재료별로 작업을 나눠 소개한 전시였다.

2021년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쿠마 켄고: 새로운 공공 공간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은 고양이의 낮은 시선을 통해 건물과 도시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완성된 건축물의 형태보다 재료, 높이, 동선, 주변 환경이 사람의 경험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 전시였다.

반응과 평가

위상과 영향

쿠마 켄고는 시게루 반, 세지마 가즈요와 함께 현대 일본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콘크리트와 철이 중심이던 대형 건축에 목재와 돌, 종이 같은 재료를 다시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일본의 전통 재료와 목공 기술을 세계 여러 지역의 공공건축에 적용했다.

V&A 던디와 일본 국립경기장처럼 규모가 큰 공공 프로젝트를 잇달아 완성했고, 2021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활동은 지역 재료와 전통 기술을 현대 건축의 주요 설계 방식으로 확장한 건축가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KKAA가 50개국이 넘는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형 건축 조직으로 성장한 점도 그의 국제적 영향력을 보여준다.

디자인 반응

가장 뚜렷하게 평가가 갈린 작업은 일본 국립경기장이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낮고 수평적인 윤곽과 지역 목재의 따뜻한 질감을 높이 평가했다. 거대한 기념비를 세우기보다 경기장 높이를 낮추고 처마를 여러 겹 둘러, 메이지 신궁 숲과 이어지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반대쪽에서는 자하 하디드의 대담한 원안과 비교해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타협이라고 평가했다. 제한된 예산과 공사 기간이 경기장의 규모와 형태를 차분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완공 직후에는 쿠마 켄고가 말해 온 ‘지는 건축’이 거대한 올림픽 경기장에서도 실제로 구현됐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목재를 다룬 작은 건축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술관과 다리에서 작은 목재 부재를 맞물려 구조와 공간을 만든 방식은 전통 목공 기술을 현대 건축에 적용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반면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같은 목재 어휘가 얼마나 설득력을 유지하는지를 두고 평가는 엇갈렸다.

비판

디자인을 둘러싼 비판은 시기별로 두 흐름으로 나뉜다. 초기에는 M2 빌딩이 가장 큰 비판을 받았다. 여러 건축 양식을 뒤섞은 과장된 형태는 완공 직후부터 혹평을 받았고, 이후에는 거품경제의 붕괴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쇠퇴를 함께 보여주는 건물로 평가됐다. 쿠마 켄고도 훗날 일부 초기작이 부끄럽다고 밝혔으며, 건축가의 과장된 표현이 재료 자체의 아름다움을 가린다고 정리했다.

설계 방향을 바꾼 뒤에는 그가 만든 시그니처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가느다란 목재 루버로 건물 표면을 감싸는 방식이 여러 작업에서 반복되면서, 장소와 용도가 달라도 비슷한 외관이 만들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목재가 구조와 연결되지 않은 채 완성된 골조 위에 덧붙는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우쓰노미야의 라이트 큐브를 다룬 한 평론은 루버와 목재가 건물의 골조와 연결되지 않고 외벽에만 둘러져 있다고 지적했다. 목재가 하중을 받거나 구조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건물이 어떤 방식으로 힘을 전달하는지 외관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평론은 쿠마 켄고의 ‘약한 건축’이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지역 목재 사용과 탈탄소, 지역 활성화 같은 행정 목표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홍보하는 데 그친다고 비판했다. 나무 무늬를 인쇄한 금속 루버처럼 목재의 겉모습만 남기고 실제 재료와 구조를 분리한 사례가 이러한 비판의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일본 국립경기장에서는 목재 조달 과정이 문제가 됐다. 전국 47개 도도부현에서 가져온 삼나무와 낙엽송은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재료로 홍보됐다. 그러나 콘크리트 거푸집에 사용된 열대 활엽수가 삼림 파괴와 인권 침해에 연관됐다는 조사가 40여 개 단체를 통해 제기됐다. 목재 사용을 재검토하라는 청원에는 14만 명 넘게 서명했다.

설계자 선정 과정도 논란을 낳았다. 자하 하디드의 원안이 비용과 규모 문제로 백지화된 뒤 쿠마 켄고가 새 공모에서 당선되자, 일부에서는 두 설계가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쿠마 켄고는 형태와 설계 방향이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 문제는 완성된 건물의 형태나 재료를 비판한 사례라기보다, 공모와 설계자 교체 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