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맥컬로 & 라자로 에르난데스 (Jack McCollough & Lazaro Hernandez)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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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ff Henrikson잭 맥컬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는 프로엔자 스쿨러(Proenza Schouler)를 설립해 21세기 뉴욕 패션계의 중추로 활약한 뒤, 2025년부터 로에베(Loewe)를 총괄하고 있는 미국 출신의 디자이너 듀오다. 파슨스 졸업 컬렉션을 바니스 뉴욕이 전량 매입하는 파격적인 데뷔 이래, 실용적인 미국식 스포츠웨어의 골조 위에 집요하고 실험적인 직물 가공 기술을 교차시키며 브랜드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셔츠, 데님, 가죽 재킷 등 일상적인 아이템의 표면을 자르고 녹이거나 비틀어 낯설게 변형하는 데서 출발한다. 2025년 로에베에 합류한 이후에는 이 특유의 해체적 소재 감각에 스페인의 고도화된 가죽 공예와 유머를 능숙하게 주입하고 있다. 종이비행기 슈즈와 타월 드레스로 포문을 연 데뷔 컬렉션에 이어 라텍스 슬립과 공기 주입식 파카를 런웨이에 올리며, 전임자의 그림자를 극복하고 듀오만의 거침없는 패션 실험을 글로벌 하우스의 스케일로 확장 중이다.
역사·연혁
1977년생 맥컬로와 1978년 쿠바계 마이애미 출신의 에르난데스는 뉴욕 파슨스 패션디자인과 재학 중 만나 공동 졸업 컬렉션을 완성했다. 2002년 바니스 뉴욕이 이들의 졸업 피스를 전량 매입하는 전례 없는 성과를 내며, 자신들의 어머니 성을 조합한 브랜드 '프로엔자 스쿨러'를 론칭해 곧바로 실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CFDA 신인상을 휩쓸며 데뷔한 듀오는, 2008년 로고를 배제한 스쿨 새첼 형태의 'PS1' 백을 대흥행시키며 글로벌 잇백 시장을 장악했다. 화려함이 주도하던 럭셔리 시장에 빈티지한 실용성을 무기로 내세운 이 가방은, 뉴욕 독립 브랜드가 의류와 액세서리를 동시에 성공시킨 이례적 사례로 기록됐다.
프로엔자 스쿨러를 통해 디지털 프린트, 레이저 커팅 등 첨단 가공과 예리한 테일러링을 접목하며 미국 패션의 한계를 돌파해 낸 이들은, 2017년 파리 오트 쿠튀르 위크 진출 등 다각적인 브랜드 확장을 거듭했다. 2025년 1월, 20여 년간 이끌어온 프로엔자 스쿨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내려놓고(창립자 신분 유지), 같은 해 3월 LVMH 산하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격 부임했다. 뉴욕을 떠나 파리와 마드리드로 거점을 옮긴 듀오는 조나단 앤더슨이 확립한 견고한 유산을 바탕으로 2026 S/S 데뷔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거대 글로벌 하우스의 새로운 챕터를 열고 있다.
디자인 철학·언어
완벽한 합의를 향한 듀오 프로세스
한 명이 스케치하고 다른 한 명이 승인하는 수직적 구조가 아니다. 소재 선택부터 피팅, 스타일링에 이르기까지 20년 이상 팽팽한 의견 교환과 조율을 거친다. 정교한 테일러링과 파괴된 니트, 단정한 가방과 비현실적인 드레스가 한 컬렉션 내에 묘하게 공존하는 것은, 타협 대신 더 설득력 있는 방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들 특유의 치열한 합의 과정에서 기인한다.
스포츠웨어와 낯선 공예의 결합
셔츠, 팬츠, 데님 등 미국 여성에게 친숙한 일상적 베이식 아이템을 뼈대로 삼되, 소재의 표면을 극단적으로 변형시킨다. 트위드에 비닐을 엮고 가죽을 종이처럼 얇게 저미며, 라텍스 캐스팅이나 3D 프린팅 등 현대 산업 기술을 수공예 자수와 병행한다. 멀리서는 단정한 코트처럼 보이지만 근거리에서는 표면이 녹아내리거나 갈라져 있어, 복잡한 공정 기술을 실착 가능한 의복으로 완벽히 귀결시킨다.
비틀고 감싸는 유기적 실루엣
신체를 코르셋처럼 인위적으로 조이지 않는다. 랩 드레스, 비대칭 스커트 등을 활용해 원단이 몸을 한 바퀴 휘감아 흐르도록 어깨와 골반, 직물의 결을 비틀어 윤곽을 재구성한다. 로에베 부임 이후에는 신체보다 수축된 가죽 코트나 천을 대충 두른 듯한 타월 드레스처럼, 유머러스하면서도 유동적인 볼륨감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의도적 불균형을 품은 액세서리
프로엔자 스쿨러의 'PS1'이 로고를 숨긴 투박한 실용주의로 승부했다면, 로에베의 '아마조나 180'은 핸들 위치를 비틀어 입구가 덜 닫힌 듯한 시각적 불균형을 유도한다. 가방의 본질적인 수납성과 데일리 백으로서의 기능성을 완벽히 확보한 뒤, 비례나 손잡이 위치 중 단 한 군데의 축을 교묘하게 어긋나게 설계하여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주요 디자인
로에베 2026 S/S RTW
듀오의 로에베 데뷔 런웨이. 하우스의 스페인 가죽 공예에 미국식 레이어링을 경쾌하게 묶어냈다. 종이비행기 형태의 슈즈, 수건을 두른 듯한 스트랩리스 드레스 등을 선보이며 전임자 조나단 앤더슨의 초현실적 위트를 영리하게 비틀고 하우스의 새로운 비전을 선언했다.
로에베 2026 F/W RTW
듀오의 첫 남성·여성복 통합 런웨이 컬렉션이다. 3D 프린팅과 라텍스 캐스팅으로 제작한 슬립 드레스와 공기 주입식 파카 등 물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피스들이 정교한 테일러드 코트와 교차했다. 데뷔 시즌의 가벼운 유머를 한층 심도 깊고 파괴적인 소재 실험으로 확장한 런웨이다.
아마조나 180
아마조나 180(Loewe Amazona 180, 2025)은 로에베 창립 180주년을 기념해 브랜드의 간판 보스턴백을 재해석한 가방이다. 기존의 완벽한 대칭 구조를 덜어내고 핸들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부착하여, 들었을 때 가죽이 불규칙하게 접히며 입구가 엇갈리도록 설계한 듀오 체제 로에베의 첫 시그니처 액세서리다.
프라도 미술관 복원실 작업복
프라도 미술관 복원실 작업복(Prado Lab Coats, 2026)은 로에베가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의 복원 전문가들을 위해 특별 제작한 유니폼이다. 런웨이용 과장을 철저히 배제하고 작업자의 실제 동작과 도구 사용법을 관찰해 주머니의 위치와 여밈을 설계했다. 하이엔드 공예를 단순한 감상용을 넘어 예술품을 복원하는 숭고한 노동복으로 연계한 프로젝트다.
프로엔자 스쿨러 PS1
프로엔자 스쿨러 PS1(Proenza Schouler PS1, 2008)은 낡은 스쿨 새첼을 연상시키는 숄더백이다. 로고마니아가 지배하던 2000년대 후반 럭셔리 시장에, 로고를 음각으로 숨기고 랩톱 수납 등 극강의 실용성을 앞세워 잇백의 반열에 올랐으며 듀오의 상업적 입지를 완벽히 다져준 효자 상품이다.
프로엔자 스쿨러 2015 F/W RTW
직물 가공 기술과 인체를 감싸는 유기적 실루엣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프로엔자 스쿨러 시절의 마스터피스다. 트위드, 시퀸, 깃털 질감을 비대칭 패턴으로 교차시키고 원단을 과감히 자르거나 묶어, 전위적인 소재 실험을 뉴욕 특유의 도회적인 웨어러블 룩으로 귀결시킨 시즌이다.
디자이너·디자인 조직
파슨스 데뷔와 뉴욕 백화점의 상업적 결합
학생 시절의 파트너십은 뉴욕 백화점(바니스 뉴욕) 바이어의 전량 매입이라는 상업적 쾌거와 결합하며 곧바로 브랜드 론칭으로 직결되었다. 이 뼛속 깊은 실무적 데뷔는 두 사람에게 소재는 전위적으로 탐구하되 결과물은 반드시 매장 행거에 걸려 소비될 수 있어야 한다는 뉴욕식 실용주의 DNA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유럽 공방과 미국식 리얼웨이의 교차
가상의 판타지 뮤즈를 좇기보다 갤러리와 오피스를 오가는 뉴욕 여성의 실재하는 옷장을 설계한다. 프로엔자 스쿨러 시절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자카드와 가죽 표면 기술은, 로에베 합류 이후 마드리드의 가죽 장인 인프라 및 유럽 하우스의 3D 엔지니어링과 결합되며 속도감 있는 미국식 기성복과 극강의 유럽 수공예라는 완벽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조나단 앤더슨 이후의 로에베 유산 계승
전임자 조나단 앤더슨이 12년간 정립한 공예상, 퍼즐 백, 초현실적 런웨이 등 거대한 아카이브를 무리하게 지우려 하지 않았다. 대신 하우스의 가장 고전적인 뼈대인 아마조나 백을 비틀고 가죽의 볼륨을 현대적으로 조율하며, 앤더슨의 '초현실적인 예술성'과 자신들의 '도시적인 리얼웨이' 사이에서 영리하게 방향타를 쥐고 있다.
수상·전시 이력
2003년 CFDA 스와로브스키 신인 여성복상을 필두로, 2004년 제1회 CFDA/보그 패션 펀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프로엔자 스쿨러 디렉터 자격으로 2007, 2011, 2013년 세 차례나 CFDA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PS1 백의 대성공으로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상'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 미국 패션계 최고의 듀오로 군림했다. 2022년 CFDA 60주년 행사 공동 진행, 2024년 '미국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후보 지명 등 자국 내 압도적 입지를 자랑한다. 2025년 로에베 합류 직후부터는 브랜드의 상징적 후원 사업인 '로에베 재단 공예상'의 심사 및 전시 기획을 인계받아 글로벌 예술계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반응과 평가
잭 맥컬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 듀오는 2026년 현재 로에베의 남·여성복은 물론 가방, 슈즈 라인 전체를 총괄하며 거대 글로벌 하우스의 정점으로 올라섰다. 로에베 데뷔 직후, 브랜드 교체기의 치명적인 실수인 '전임자 흔적 지우기'를 영리하게 피해 갔다는 극찬을 받았다. 종이비행기 슈즈와 타월 드레스로 전임자의 재치 있는 위트를 계승하면서도, 선명한 컬러 팔레트와 완벽한 테일러링으로 본인들 고유의 감각을 증명했다. 특히 이어진 2026 F/W 시즌에서는 라텍스와 공기 주입식 아우터를 선보이며 로에베의 압도적인 자본력과 공방 인프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역량을 뽐냈다.
그러나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뚜렷하다. 프로엔자 스쿨러 시절, 정교한 직물과 날카로운 런웨이 컬렉션이 평단의 찬사를 받았음에도 정작 대중에게 브랜드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은 철저히 실용적인 'PS1 백' 단 하나에 편중되었다. 런웨이의 파괴적인 소재 실험과 매장에서 팔려나가는 상업적 액세서리 사이의 극단적인 간극은 이 듀오가 평생 안고 온 딜레마다. 소재 연구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커팅, 위빙, 융해 등 복잡한 공정이 한 착장에 몰릴 경우, 완성된 의복이라기보다 난해한 원단 샘플 묶음처럼 작위적으로 보인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독립 브랜드에서 확립한 자신들의 세계관을 떼어놓고, 12년간 로에베를 굳건한 현대적 예술 제국으로 격상시킨 조나단 앤더슨의 압도적인 그림자를 벗어나야 하는 거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앤더슨의 유산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안전한 관리자에 머물게 되고, 무리한 변화를 꾀하면 로에베가 덩치 큰 프로엔자 스쿨러처럼 보일 위험이 상존한다. 두 번째 시즌에 보여준 전위적인 라텍스 볼륨과 해체적 시도들을 향후 가방과 실용적인 기성복 라인업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치환해 낼 것인지가 이 듀오의 성공을 가늠할 최종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