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칼럼 (Ian Callum)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4802810732-2ef6a235abc9d5cc.webp" alt="" data-orientation="original" data-original-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4802813725-e4fab7e7ab905b86.webp" width="600" />
이안 칼럼(Ian Callum)은 포드, TWR, 애스턴마틴, 재규어를 거쳐 현재 자신의 디자인·엔지니어링 회사 CALLUM을 이끄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다. 애스턴마틴 DB7과 1세대 뱅퀴시, 재규어 XK, XF, XJ, F-타입, I-페이스 등을 통해 영국 고성능 차량 고유의 긴 보닛과 낮게 자리 잡은 캐빈, 팽팽한 펜더 라인을 현대적인 비례감으로 재정립했다.
그가 재규어에 디자인 디렉터로 합류할 당시, 브랜드는 과거 E-타입과 XJ의 보수적인 곡선에 갇혀 성장이 정체되어 있었다. 칼럼은 복고풍 램프와 크롬 그릴을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대신, 뒤로 물러난 캐빈과 넓은 뒤 펜더, 짧은 오버행이라는 핵심 역동 비율만 추출해 이식했다. 2007년 선보인 XF를 통해 고전적인 세단 형태를 벗어나 패스트백 실루엣을 정착시켰으며, 이는 후속 XJ와 F-타입으로 이어지며 브랜드 전체의 체질 개선을 완수했다.
칼럼의 디자인은 자잘한 캐릭터 라인이 아닌 차체 전체의 묵직한 볼륨감에서 비롯된다. 큰 덩어리를 먼저 잡고 유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을 단단하게 맞물리게 하여, 정지된 상태에서도 도로를 파고드는 듯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실내 역시 운전자를 감싸는 포근한 스티어링 구조와 가죽, 금속 등의 촉감을 강조해 영국 특유의 절제된 우아함을 현대적으로 구현해 냈다.
2019년 재규어를 떠난 뒤 설립한 CALLUM을 통해 그는 클래식카 리스토모드, 경량 전기 스포츠카, 이동약자용 모빌리티, 가구 디자인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다루고 있다. 2026년 현재 CALLUM의 디자인 디렉터로서 첫 자체 브랜드 차량인 'SKYE' 프로젝트와 한정 수량 크리에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약력·연혁
1954년 스코틀랜드 덤프리스에서 태어난 이안 칼럼은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스케치에 몰두했고 14세 때 재규어 본사에 직접 디자인 도면을 보낼 만큼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왕립예술학교(RCA)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한 뒤 1979년 포드에 합류해 12년간 영국, 이탈리아, 호주 스튜디오를 거치며 대량생산 시스템하에서의 비례 제어 방식을 체득했다. 이 시기 포드 에스코트 RS 코스워스와 푸마 쿠페 개발에 참여하며 양산 플랫폼을 역동적인 폼팩터로 변환하는 훈련을 쌓았다.
1990년 톰 워킨쇼 레이싱 산하의 TWR 디자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재규어 XJS 플랫폼을 재활용해야 하는 극심한 제약 속에서도 애스턴마틴 DB7을 탄생시키며 브랜드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었다. 이어 선보인 1세대 뱅퀴시는 21세기 애스턴마틴 하이엔드 GT의 확고한 비주얼 기준이 되었다. 1999년 재규어 디자인 디렉터로 전격 발탁된 칼럼은 보수적인 포드 PAG 그룹 산하에서 'R-쿠페' 등의 콘셉트카로 새 비전을 제시한 뒤, XK, XF, XJ, F-타입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재규어를 현대적 프리미엄 브랜드로 완벽히 재편했다. 타타모터스 인수 이후에는 브랜드 최초의 SUV인 F-페이스와 순수 전기차 I-페이스를 디자인하며 패키징의 한계를 극복했다.
2019년 재규어를 용퇴한 후 동료들과 함께 설계 및 소량 생산 인프라를 갖춘 CALLUM을 설립했다. 자신이 과거 디자인했던 뱅퀴시를 현대 기술로 재해석한 '뱅퀴시 25'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C-X75 도로 주행차, 경량 전기 스포츠카 나이오볼트 EV, 그리고 2024년 공개한 자체 브랜드 멀티터레인 전기차 'SKYE'에 이르기까지, 대형 제조사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정교한 디자인·엔지니어링 크리에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롱 노즈 숏 데크 비례와 바퀴 중심 스탠스
고성능 GT와 스포츠카 본연의 역동성을 구현하기 위해 앞바퀴와 캐빈 사이의 거리를 길게 늘리고 운전석을 뒤로 바짝 붙이는 비례를 고수한다. 바퀴 위 펜더를 볼륨감 있게 잔뜩 부풀리고 앞뒤 오버행을 극한으로 줄여, 차량이 정지해 있는 순간에도 후륜으로 힘이 집중되며 앞으로 튀어나갈 듯한 시각적 긴장감을 완성한다.
대형 볼륨 중심 실루엣과 브랜드 유산의 현대적 이식
차체 표면에 자잘한 캐릭터 라인을 복잡하게 얹기보다 정교하게 계산된 큰 곡면 자체의 장력으로 체적감을 표현한다. 과거 E-타입이나 XJ가 지닌 원형 램프, 크롬 장식 등 표피적인 요소들을 복각하는 데 반대하며, 차체가 선 비례와 스탠스 자체에서 브랜드의 역사적 유산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도록 설계한다.
감싸는 실내 구조와 독립 아틀리에식 제조
실내는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이 운전자를 부드럽게 둘러싸는 랩어라운드 구조를 채택해 드라이빙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화면 중심의 인포테인먼트에 온전히 의존하기보다 금속 노브와 가죽, 목재 등 손끝에 닿는 소재의 무게감을 강조한다. CALLUM 설립 이후에는 디자인 스케치에 머물지 않고 실제 금속 패널과 실내 부품을 직접 가공·조립하는 소규모 공방형 제작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주요 작업
애스턴마틴 DB7: 브랜드의 부활을 이끌어낸 GT
애스턴마틴 DB7(Aston Martin DB7, 1993)은 경영난에 빠져 있던 브랜드에 반전의 기틀을 마련해 준 모델이다. 기존 재규어 플랫폼과 부품을 재활용해야 하는 엄격한 예산 제약 속에서도 긴 보닛, 타원형 그릴, 유려한 펜더 라인을 조합해 완벽한 프리미엄 GT의 비례를 창조해 냈다.
애스턴마틴 V12 뱅퀴시: 21세기 고성능 GT의 기준
애스턴마틴 V12 뱅퀴시(Aston Martin V12 Vanquish, 2001)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복합 구조를 적극 활용한 플래그십 GT다. DB7보다 한층 넓어진 차체와 근육질의 펜더, 단단한 캐빈을 완성하여 이후 DB9과 DBS로 이어지는 2000년대 애스턴마틴 기하학의 확고한 시초가 되었다.
재규어 XF: 재규어 모던 디자인의 전환점
재규어 XF(Jaguar XF, 2007)는 과거의 복고풍 세단 형태에 갇혀 있던 재규어를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네 개의 원형 헤드램프와 보수적인 3박스 세단 형태를 과감히 버리고, 매끄럽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루프라인과 정교한 기어 셀렉터 기믹을 적용해 뉴 럭셔리의 이미지를 정립했다.
재규어 F-타입: 브랜드 유산을 재해석한 2인승 스포츠카
재규어 F-타입(Jaguar F-TYPE, 2012)은 전설적인 E-타입의 정신을 잇는 2인승 스포츠카다. 과거의 세부 부품을 직접 복제하지 않고, 낮게 깔린 스탠스, 넓은 뒤 펜더, 짧은 테일 비례를 적용해 재규어가 가진 스포츠카로서의 정체성을 현대적인 시각 언어로 완벽히 부활시켰다.
재규어 I-페이스: 전기차 전용 패키징의 순수 크로스오버
재규어 I-페이스(Jaguar I-PACE, 2018)는 내연기관의 롱 노즈 비례에서 벗어나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5인승 크로스오버다. 짧은 보닛과 앞으로 당겨진 캐빈, 길어진 휠베이스를 통해 내부 공간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공기역학적 스포일러와 펜더 볼륨을 조화시켜 브랜드의 새로운 전환점을 이끌어냈다.
CALLUM SKYE: 독립 브랜드의 전천후 전기 멀티터레인 기기
CALLUM SKYE(2024)는 CALLUM이 자체 브랜드로 선보인 2+2 구조의 전천후 전기차다. 컴팩트한 차체에 넓은 차폭과 거대한 타이어, 극단적으로 짧은 오버행을 조합해 스포츠카와 오프로드 버기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실내에 가벼운 시트와 아날로그적 물리 다이얼을 남겨 차별화된 사용성을 제시했다.
영향 관계
TWR 및 제프 로슨과의 유산 계승
톰 워킨쇼 레이싱(TWR) 시절을 거치며 디자인을 섀시, 엔진, 생산 원가 등 엔지니어링의 현실과 치밀하게 타협시키는 정밀한 감각을 익혔다. 이후 전임자 제프 로슨의 뒤를 이어 재규어의 디자인 지휘봉을 잡은 뒤, 로슨이 다져놓은 곡선 미학의 토대 위에서 복고풍 요소들을 과감히 소거하며 브랜드를 한층 모던한 궤도로 끌어올렸다.
줄리언 톰슨 및 내부 엔지니어링 조직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을 이끌던 줄리언 톰슨을 비롯해 웨인 버지스, 알리스터 웰런 등 실력파 외장·내장 디자이너, 엔지니어들과 팀을 이루어 개별 차종의 완성도를 다졌다. 특히 톰슨과는 재규어 C-X75 콘셉트는 물론, 훗날 CALLUM의 나이오볼트 EV 프로젝트까지 협업을 이어가며 영국의 정통 스포츠카 디자인 계보를 다채롭게 확장했다.
CALLUM 독립 스튜디오와 엔지니어링 조직
현재의 CALLUM은 이안 칼럼의 디자인적 직관과 데이비드 페어번을 필두로 한 엔지니어링 및 수작업 제작 조직이 긴밀하게 연동되어 구동된다. 특정 스케치를 외부에 외주 제작하는 형식을 지양하고, 하우스 내부에서 설계, 인증, 수공예 세공을 일체화하여 완벽한 오트 쿠튀르형 자동차를 빚어내고 있다.
수상·전시 이력
이안 칼럼은 영국 자동차 산업 및 디자인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왕립산업디자이너(RDI)로 선임되었으며, 영국 왕실 훈장(CBE)을 수훈했다. 그가 총괄한 재규어 F-타입, F-페이스, I-페이스 등은 '세계 올해의 차(World Car of the Year)' 및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상을 대거 쓸어 담았다. 특히 I-페이스는 혁신적인 전기차 비례와 내실 있는 패키징을 동시에 인정받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애스턴마틴 DB7, 뱅퀴시, 재규어 주요 모델들은 글로벌 자동차 박물관에 영구 소장되어 현대 영국 자동차 디자인의 마스터피스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CALLUM의 뱅퀴시 25와 SKYE 역시 주요 국제 행사에서 선보이고 있다.
반응과 평가
이안 칼럼은 과거의 유산에 갇혀 침체되어 있던 애스턴마틴과 재규어라는 영국의 대표적인 두 럭셔리 브랜드를 시대를 초월한 현대적 비례감으로 단숨에 혁신시킨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유행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묵직한 덩어리감과 팽팽한 펜더 스탠스, 절제된 선의 사용은 별도의 화려한 장식이 없어도 명확한 브랜드 고유의 존재감을 뿜어낸다. 고전적인 요소들을 기계적으로 복각하지 않고 현대적인 스포티함과 가죽·금속의 정교한 매칭으로 치환해 낸 그의 행보는 수많은 평단과 소비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세단과 쿠페, 나아가 F-페이스 같은 SUV에 이르기까지 좁은 헤드램프와 특유의 롱 노즈 스탠스를 유연성 없이 다소 반복 적용함에 따라 차종별 시각적 개성이 다소 옅어졌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재규어 XJ의 C필러 처리 및 패스트백 루프 변혁은 전통적인 세단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으며, 스포츠카 라인업의 경우 극적인 외형 비례에 집중한 나머지 경쟁 모델 대비 실내 수납공간과 전자장비의 실용성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내건 CALLUM의 리스토모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원작자가 직접 과거 작품의 불완전함을 수정한다는 흥미로운 시도라는 호평과 함께 당시의 역사적 불완전성마저 최신 부품으로 덮어버림으로써 원형 특유의 시대적 긴장감을 약화시켰다는 유의미한 논쟁이 병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