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싼타페 (Hyundai Santa Fe)

개요

싼타페는 2000년에 등장한 현대자동차 최초의 독자 개발 SUV로, 승용 플랫폼 기반의 모노코크 도심형 SUV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개척자 격 모델이다. 이후 세대를 거듭하며 가족용 중형 SUV의 기준 역할을 해왔고, 현재는 3열 공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추고 기아 쏘렌토와 정면 승부를 펼치는 현대자동차 RV 라인업의 중심축이다. 아웃도어 및 레저 수요 확대 등 시대적 흐름에 맞춰 세대마다 성격을 크게 변화시켜 온 차이기도 하다.

디자인

5세대

#### M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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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전격 공개된 5세대 싼타페는 차량의 앞모습이 아니라 차량 뒤쪽의 거대한 테일게이트에서부터 디자인이 출발한 매우 이례적인 차다. 현대차 디자이너들은 고객이 뒷문을 활짝 열고 그 끝에 걸터앉아 쉬거나 부피가 큰 짐을 쉽게 꺼내는 여유로운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의 장면을 먼저 설정했다. 그에 맞춰 넓은 개구부와 평평한 적재공간을 완벽하게 확보한 뒤, 거기서부터 차체 앞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설계를 완성하는 일명 백 투 프런트(Back-to-Front)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둥글둥글한 도심형 곡선 SUV였던 이전 세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웅장하고 각진 정통 박스형 실루엣이 탄생하게 되었다.

루프라인은 차량 후면 끝까지 길고 곧게 뻗어 나가며, D필러와 테일게이트 유리는 마치 절벽처럼 수직에 가깝게 꼿꼿이 세웠다. 한층 길어진 휠베이스와 짧게 잘라낸 앞 오버행, 다부지게 각진 휠 아치와 성벽처럼 높은 보닛이 절묘하게 맞물리며 싼타페를 실제 차급보다 훨씬 더 크고 육중하게 보이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최근 유행하는 박스형 SUV의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좇은 것이 아니라, 거대한 뒷문과 실내의 높은 헤드룸 공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기능적인 결과물이 차량의 외관 실루엣으로 정직하게 드러난 것이다.

전면부 디자인은 현대차의 H 엠블럼을 빛으로 재구성한 독특한 H 라이트와 H 형태를 띠는 하단 범퍼 그래픽을 일관되게 반복 사용했다. 단순히 램프를 장식적인 용도로 겉에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이니셜을 차량의 뼈대 구조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셈이다. 이러한 H 모티프는 외관뿐 아니라 휠 디자인, 실내 대시보드 형태, 심지어 에어컨 통풍구 모양 등 차량 곳곳에 꼼꼼하게 적용되었다. C필러 외부에 달린 히든 어시스트 핸들은 커버를 꾹 누르고 열어 손잡이로 사용하며 루프랙에 짐을 실을 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발한 장치로, 실용적인 기능 부품을 깔끔한 외장 디테일 안에 영리하게 숨겨놓은 대표적인 사례다.

후면 테일램프는 범퍼와 가까운 아주 낮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일반적인 SUV들처럼 테일램프를 테일게이트 상단 쪽으로 올려 달게 되면 램프의 내부 구조물과 무거운 문을 지탱하는 가스 리프터 부품이 겹치면서 필연적으로 트렁크 개구부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싼타페는 테일게이트의 열림 폭을 최대로 넓히기 위해 과감히 램프 어셈블리를 아래쪽으로 뚝 떨어뜨린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 덕분에 뒷문을 열었을 때는 마치 테라스처럼 시원하고 넓은 훌륭한 공간을 얻게 되었지만, 정작 문이 닫혀 있을 때는 차체 상단의 커다란 철판 면이 다소 휑하게 비어 보이고 램프가 시각적으로 지나치게 낮게 깔려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철저하게 사용성을 우선시한 기계적 구조의 선택이 아이러니하게도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논쟁적 지점까지 만들어 낸 셈이다.

실내 공간은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 아주 길고 완전히 평평한 바닥이 차박에 완벽하게 대응하도록 이어지게 설계했다. 곡면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스티어링 칼럼으로 자리를 옮긴 전자식 변속레버로 운전석 주변의 시각적 복잡함을 말끔히 정리했다. 센터콘솔은 특이하게도 앞좌석 승객뿐 아니라 뒷좌석 승객도 뒤에서 열 수 있는 양방향 멀티 콘솔로 제작되었다. 더불어 두 개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올려놓고 충전할 수 있는 듀얼 무선 충전 패드와 하단의 널찍한 수납부 역시 철저하게 다인승 가족 단위의 사용 환경을 전제로 꼼꼼하게 배려한 결과물이다.

5세대 싼타페가 지니는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디자인의 유행을 곡선에서 박스형 SUV로 바꿨다는 표면적 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 차량의 테일게이트를 열고 과연 어떤 행동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 그 본질적인 쓰임새부터 치열하게 고민하여 정한 뒤, 그 행동의 궤적에 맞춰 차량의 외관과 뼈대를 거꾸로 역산해 낸 훌륭한 기획의 산물이다. 형태와 사용성이 완벽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들어간 뛰어난 부분과, 그 극단적인 기능적 선택이 필연적으로 외관의 전통적인 비율과 균형감을 흔들어버린 낯선 부분이 한 대의 차 안에 흥미롭게 공존하고 있다.

비하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