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 융게리우스 (Hella Jongerius)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4638312041-09cd41ca4a3386e0.webp" alt="Hella Jongerius" data-orientation="original" data-original-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4638313731-5b755ed0ab4300aa.webp" data-source-url="https://www.wallpaper.com/design-interiors/hella-jongerius-honorary-royal-designer-for-industry-2023" width="600" />
© Dan Ipp
헬라 융게리우스(헬라 용에리우스, Hella Jongerius, 1963~)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공산품에도 색의 미세한 차이와 수공예의 따뜻한 흔적을 불어넣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가구, 직물, 도자기부터 항공기 객실과 공공 공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동하며,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과 기계가 찍어낸 제품 사이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어 왔다.
초기 대표작인 ‘소프트 언’은 단단한 도자기 항아리를 말랑말랑한 고무로 바꿔 고정관념을 깼다. ‘B-세트’는 크기와 형태가 미세하게 다른 접시들을 하나의 세트로 묶었고, ‘폴더 소파’는 비슷한 계열의 천을 다채롭게 이어 붙여 육중한 가구가 주는 답답함을 없앴다.
용에리우스는 공장에서 찍어낸 매끈하고 완벽한 제품보다, 작고 우연한 흠결이 남은 물건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그렇다고 장인처럼 공방에 앉아 한 점씩 수작업하는 방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제조사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금형, 유약, 직조, 염색 공정을 섬세하게 조율해, 대량생산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고유한 ‘차이’를 만들어낼지 깊이 연구하는 기획자에 가깝다.
약력·연혁
목공 경험 기반의 산업디자인 입문
1963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인근 더메른에서 태어났다.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공부하기 전 먼저 목공을 배우며 재료를 자르고 다루는 감각을 익혔고, 이후 에인트호번 산업디자인 아카데미에 입학해 섬유를 중심으로 수학했다.
당시의 제품 디자인 교육은 매끈한 완제품의 형태와 공장 대량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용에리우스는 재료가 당겨지고 찌그러지거나, 염색 과정에서 색이 불균일하게 나오는 등 제작 ‘과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반응에 훨씬 큰 흥미를 느꼈다. 1993년에 학교를 졸업했다.
드로흐 디자인과 용에리우스랩 설립
졸업 직후 비싸고 화려한 재료 대신 평범한 일상 사물이나 재활용 소재를 비틀어 유쾌한 디자인을 선보이던 네덜란드의 전위적 디자인 그룹 ‘드로흐(Droog)’와 협업하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1993년 자신의 스튜디오인 ‘용에리우스랩(Jongeriuslab)’을 설립했다. 스튜디오라는 이름 대신 랩(연구실)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완제품의 형태를 빨리 뽑아내는 곳이 아니라 재료의 물성과 제작 방식을 끈질기게 실험하는 연구소로 운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였다.
마하람 및 비트라와의 장기 협업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고급 직물 브랜드 ‘마하람(Maharam)’과 오랜 협업을 시작했다. 특히 산업용 직물 특유의 짧은 반복 패턴이 주는 인위적인 느낌을 지우기 위해, 패턴의 반복 주기를 과감히 늘린 디자인으로 직물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2004년부터는 스위스 가구 브랜드 ‘비트라(Vitra)’와 손을 잡고 폴더 소파 등을 선보였으며, 2007년부터 비트라 전체의 색채와 소재를 총괄하는 디렉터로 활동했다. 브랜드 내의 플라스틱, 금속, 가죽, 천 소재를 재조사해 서로 조화롭게 섞어 쓸 수 있는 체계적인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공공 공간 및 항공기 객실 디자인
가정용 가구와 소품을 넘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공 공간으로 작업의 스케일을 넓혔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의 장거리 항공기 객실과 좌석 직물을 디자인하며, 한정된 공간에서 색채와 촉감이 승객의 피로도를 어떻게 낮출 수 있는지 연구했다.
2013년에는 건축가 렘 콜하스, 그래픽 디자이너 이르마 봄 등과 함께 뉴욕 유엔본부 북측 대표단 라운지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가구와 커튼, 직물의 배치를 통해 거대하고 차가운 공간을 아늑하고 친밀하게 쪼개는 역할을 맡았다.
색채 연구 심화와 아카이브 전시
2010년대부터는 상업적인 제품 디자인을 넘어 색채와 직조 자체의 본질을 파고드는 심도 있는 연구 전시를 이어갔다. 《브리딩 컬러》에서는 자연광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색의 상대성을, 《우븐 코스모스》에서는 평면의 천을 넘어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구조로 진화하는 직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24년,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수많은 시제품과 색 견본, 작업 기록이 담긴 용에리우스랩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양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6년 대규모 회고전 《헬라 융게리우스: 속삭이는 사물들》을 개최하며 그녀의 발자취를 집대성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대량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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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itra일반적으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크기나 색상의 미세한 차이, 얼룩이나 찌그러짐을 '불량'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용에리우스는 이러한 산업계의 엄격한 기준을 유쾌하게 비틀고 무시한다.
접시마다 금형을 조금씩 다르게 하거나 유약이 흘러내린 자국을 굳이 숨기지 않고, 소파에 크기와 소재가 제각각인 단추를 단다. 이는 공예품을 어설프게 흉내 낸 장식이 아니라, 대량생산의 통제된 시스템 안에 우연성과 자연스러운 오차가 개입할 수 있는 ‘틈’을 기획 단계부터 설계해 둔 결과다.
빛과 환경에 반응하는 색의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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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rchiproducts (© Vitra Design Museum)색을 고정된 숫자표나 단일한 견본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아침의 햇빛 아래서와 저녁의 전등 아래서 다르고, 가죽과 플라스틱 표면 위에서 완전히 다르게 발색된다는 점을 짚어낸다.
이를 위해 여러 색의 실을 섞어 짜거나 하나의 표면에 다양한 광택을 겹쳐 바른다. 멀리서 보면 단색 같지만, 다가가서 보거나 빛의 각도가 바뀌면 내면에 숨겨져 있던 다른 색들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도록 조율한다.
수공예와 공장 공정의 유기적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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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aleriekreo용에리우스에게 공예란 그저 비싼 수제 물건을 뜻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주 오래된 직조나 도자기 굽는 기술을 공장의 첨단 기계 설비나 산업용 염색 공정과 과감하게 연결한다.
디자이너가 도면만 깔끔하게 그려 공장에 넘기는 방식도 거부한다. 직접 공방과 공장을 오가며 유약의 농도, 실이 섞이는 질감, 봉제선의 위치를 생산자와 함께 끝없이 테스트한다. 형태를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재료 스스로 반응할 여지를 남겨둔다.
유행을 거스르는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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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zeen매년 새로운 컬러와 파격적인 형태의 신제품을 쏟아내는 디자인 업계의 빠른 소비 속도를 경계한다. 껍데기만 바뀐 신제품을 내놓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훌륭한 디자인의 색과 소재를 개선해 수명을 늘리는 방향을 지지한다.
그녀가 설계한 가구는 금방 질려버릴 유행색 하나로 덮여 있지 않다. 다채로운 색과 질감을 섞어 사용해 시간이 흘러 생기는 작은 마모나 얼룩조차 제품의 자연스러운 에이징(Aging) 과정으로 품어 안는다.
주요 작업
고정관념을 깬 고무 항아리, 소프트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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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ongeriuslab소프트 언(Soft Urn, 1993)은 당연히 단단할 것이라 여겨지는 전통 도자기 항아리의 형태를 부드러운 폴리우레탄 고무로 빚어낸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묵직한 도자기 같지만, 손으로 누르면 표면이 말랑하게 휘어진다. 금형 틀에서 빼낼 때 생기는 투박한 이음선과 울퉁불퉁한 표면도 매끈하게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항아리는 깨지기 쉬운 단단한 물건이라는 고정관념을 비틀어, 재료의 반전만으로 사용자의 행동과 감각을 새롭게 환기했다.
미세한 오차를 허용한 식기, B-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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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ooks and poetsB-세트(B-Set, 1997)는 네덜란드의 유서 깊은 도자기 제조사 로열 티헬라르 마쿰(Royal Tichelaar Makkum)과 협업해 생산한 식기 세트다.
언뜻 보면 평범한 세트 같지만, 접시를 포개어 보면 가장자리의 높이와 굴곡이 미세하게 어긋난다. 가마 속에서 유약이 굽히는 과정의 농도 차이도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아 제품마다 색감과 질감이 미묘하게 다르다. 모든 세트 상품은 완벽하게 똑같아야 한다는 대량생산의 상식을 부드럽게 무너뜨렸다.
반복의 한계를 넘은 직물, 리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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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aharam리피트(Repeat, 2001)는 미국 고급 직물 회사 마하람(Maharam)을 위해 디자인한 가구용 원단이다. 산업용 기계 직조는 롤의 크기 제한 때문에 짧은 패턴이 기계적으로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용에리우스는 이 패턴의 반복 주기를 파격적으로 길게 늘리고, 그 안에 다채로운 꽃무늬와 기하학적 도형을 불규칙하게 섞어 넣었다. 덕분에 크기가 큰 소파 전체를 덮거나 넓은 벽면에 발라도 똑같은 무늬가 눈에 거슬리게 반복되지 않으며, 원단의 어느 부위를 재단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디자인의 제품이 탄생한다.
조각보 풍경 같은 소파, 폴더 소파
[[carou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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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i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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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i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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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itra
[[/carousel]]폴더 소파(Polder Sofa, 2005)는 네덜란드의 넓게 펼쳐진 간척지(폴더)에서 이름을 딴 비트라의 대표작이다. 좌석과 팔걸이, 등받이가 획일적이지 않고 비대칭의 널찍한 직사각형 쿠션들로 이뤄져 있다.
같은 녹색 계열이라도 질감과 밝기가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천을 조각보처럼 이어 붙였고, 단추 역시 플라스틱, 뿔, 나무 등 제각기 다른 소재로 포인트를 줬다. 육중한 대형 소파가 방 안을 답답하게 채우는 단색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질감이 모여 이룬 아늑한 풍경처럼 보이게 했다.
비트라 컬러 앤드 머티리얼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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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itra비트라 컬러 앤드 머티리얼 라이브러리(Vitra Colour & Material Library, 2007~)는 비트라에서 생산하는 가구들의 천, 가죽, 플라스틱, 금속 소재와 색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짠 프로젝트다.
제품별로 중구난방 관리되던 컬러를 통일감 있게 묶어, 수십 년 전의 클래식 가구와 갓 출시된 신제품이 한 거실에 놓여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도록 톤과 온도를 정교하게 맞췄다. 같은 노란색이라도 플라스틱 의자에 쓰일 때와 패브릭 소파에 쓰일 때 발색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무작정 똑같은 색 번호를 고집하지 않고 소재에 맞는 최적의 색감을 재지정했다.
뉴욕 유엔본부 북측 대표단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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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ongeriuslab유엔본부 북측 대표단 라운지(North Delegates’ Lounge, 2013)는 각국 외교관들이 회의 전후로 머무는 뉴욕 유엔본부 내 휴게 공간이다. 용에리우스는 OMA, 이르마 봄 등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과 팀을 이뤄 리뉴얼을 진행했다.
넓고 휑한 라운지를 위압적인 하나의 공간으로 두지 않고, 카펫과 커튼, 가구의 영리한 배치를 통해 소규모로 밀담을 나누거나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여러 겹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섬세하게 나누었다. 특히 빛의 투과율과 색상이 다른 직물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경직된 국제회의장과는 사뭇 다른 유연하고 부드러운 공기를 불어넣었다.
색채 지각 연구 전시, 브리딩 컬러
[[carou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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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ongeriu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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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ongeriu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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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ongeriuslab
[[/carousel]]《브리딩 컬러》(Breathing Colour, 2017)는 태양광의 각도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이 어떻게 ‘호흡하듯’ 달라지는지 깊이 파고든 연구형 전시다.
종이에 인쇄된 납작하고 죽은 색상표 대신, 종이를 입체적으로 접어 그림자를 만들거나 빛을 반사하는 다면체를 활용했다. 빛을 받는 모서리와 그늘진 안쪽 면에서 색이 어떻게 섞이고 왜곡되는지 시각적으로 증명해, 색을 고정된 일련번호로 통제하려는 산업계의 관행에 우아한 물음표를 던졌다.
영향 관계
드로흐 디자인과 네덜란드 디자인의 부상
1990년대 초반, 용에리우스는 드로흐(Droog) 그룹과 함께 네덜란드 디자인 특유의 실용적이면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전 세계에 알린 주역이다.
이들은 비싼 소재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하는 과시적 디자인을 배격하고, 평범한 일상 사물의 쓰임새를 비틀어 웃음과 질문을 자아냈다. 용에리우스는 이 재기발랄한 흐름 속에서 데뷔했지만, 일회성 아이디어 상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 공정과 소재 깊숙이 파고드는 뚝심 있는 행보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궤도를 그렸다.
제조사와의 긴밀한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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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xigner그녀의 작업은 로열 티헬라르 마쿰, 마하람, 비트라 같은 훌륭한 제조사 파트너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힘들었다. 스케치를 건네고 마는 외주 디자이너가 아니라, 파트너 기업의 오래된 생산 설비와 전통 기술을 제 것처첨 꿰뚫고 활용했다.
도자기 공장의 유약 편차를 디자인 요소로 끌어안거나, 직물 공장의 롤 기계를 세팅 단계부터 재조정하는 식이다. 이처럼 디자인과 생산의 단절을 메우려는 태도는 훌륭한 결과물을 넘어 제조사의 시스템 자체를 혁신하는 시너지로 이어졌다.
색채 및 소재 디자인(CMF)의 격상
용에리우스의 활약 이후 가구와 제품 디자인 업계에서 색채, 소재, 마감(CMF: Color, Material, Finish)은 형태 디자인이 끝난 뒤 색깔이나 고르는 마무리 단계가 아니라, 제품의 본질과 성격을 처음부터 규정하는 핵심 영역으로 격상됐다.
모양은 똑같은 의자라도 어떤 직물을 씌우고 어떤 질감의 플라스틱을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증명해 냈기 때문이다.
현대 디자인 교육의 과정 중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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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d middle east완성된 결과물보다 실패한 시제품, 불완전한 실험, 재료의 물성을 파악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용에리우스랩의 작업 방식은 현대 디자인 학교의 커리큘럼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디자이너는 컴퓨터 앞에서 매끈한 형태만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작업실에서 손에 흙과 먼지를 묻히며 물질의 반응을 관찰하고 조정하는 '메이커(Maker)'가 되어야 한다는 태도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주요 수상 내역
용에리우스는 리피트 직물 디자인으로 2003년 로테르담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2017년에는 색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응용 공로를 인정받아 권위 있는 시켄스상(Sikkens Prize)을 받았다.
2025년에는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이 주관하는 디자인유로파 어워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단순히 예쁜 제품을 만든 것을 넘어 색채, 소재, 대량생산 시스템에 대한 수십 년간의 철학적 연구가 디자인 산업 전체에 기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대규모 회고전 및 전시
2003년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첫 대규모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2010년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에서 열린 《미스핏(Misfit)》전은 화려한 완성품만이 아니라 버려진 시제품과 실패한 실험작까지 당당히 전시장 한가운데 올려놓아 화제가 되었다.
2017년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브리딩 컬러》, 2021년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의 《우븐 코스모스》전을 통해 학구적인 디자인 탐구를 이어갔고, 2026년에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그녀의 아카이브를 토대로 기획한 대규모 회고전 《헬라 용에리우스: 속삭이는 사물들》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작업의 총체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반응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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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well
대량생산과 수공예의 융합
용에리우스는 차갑게 식어버린 대량생산 공산품에 수공예의 따뜻한 온기와 고유함을 불어넣은 동시대 최고의 융합형 디자이너로 꼽힌다. 소프트 언과 폴더 소파 등 주요 작품들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한 세계 최정상급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비트라나 마하람 등과의 오랜 협업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그녀의 디자인이 미술관 쇼윈도에 박제된 예술품에 그치지 않고, 매일 생산되고 소비되는 실제 산업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으로 성공적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인간미를 더한 디자인에 대한 호평
완벽주의를 강요하는 공산품에 삐뚤삐뚤한 땀수, 제각각인 단추, 미묘하게 어긋난 색상을 의도적으로 남긴 그녀의 제품은 대중에게 신선한 위안을 주었다. 기계가 찍어낸 차가운 물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의 손을 탄 공예품을 곁에 둔 듯한 친밀하고 다정한 느낌을 선사한다는 긍정적인 찬사가 따른다.
작위적 불완전성과 가격 장벽에 대한 비판
반면 획일적인 대량생산을 비판하며 선보인 그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제품’들이 결과적으로는 소수의 경제적 여유층만 소비할 수 있는 값비싼 프리미엄 디자인 상품으로 유통된다는 모순적인 지적도 있다.
또한 우연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얼룩과 오차들이 실상은 철저하게 디자이너의 의도 아래 기획되고 통제된 '작위적인 불완전성'이라는 한계도 뚜렷하다. 공장 생산 라인에서 이런 의도된 오차를 불량품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오히려 획일적으로 찍어낼 때보다 훨씬 까다로운 공정 관리와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비지상주의와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를 비판하면서도 비트라, KLM 등 거대 다국적 기업의 상업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행보 역시 양가적인 시선을 받는다. 다만 그녀가 무분별하게 모델의 가짓수만 늘리는 대신 기존 디자인의 색과 소재를 정비해 수명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 딜레마에 유연하게 대응해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