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스티븐슨 (Frank Stephenson)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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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스티븐슨(Frank Stephenson, 1959년 10월 3일 출생)은 모로코 카사블랑카 출신의 자동차·모빌리티 디자이너다. 포드, BMW 그룹, 페라리·마세라티, 피아트 그룹, 맥라렌을 거쳤고, 2018년에 영국 기반 스튜디오 프랭크 스티븐슨 디자인(Frank Stephenson Design)을 세웠다.

스티븐슨의 이름은 BMW 체제 신형 MINI, 1세대 BMW X5, 페라리 F430, 마세라티 MC12, 피아트 500, 맥라렌 P1과 함께 자주 언급된다. 다만 이 차들을 모두 한 사람이 혼자 그린 결과물로 보면 정확하지 않다. 자동차 디자인은 내부 팀, 외부 카로체리아, 엔지니어링 조직, 양산 개발팀이 함께 만드는 경우가 많다. 스티븐슨은 직접 스케치를 낸 디자이너이자, 브랜드와 외부 스튜디오 사이에서 차의 형태와 개발 판단을 조율한 디자인 책임자이기도 했다.

그가 맡은 프로젝트는 1990년대 이후 자동차 시장이 크게 바뀐 시점과 자주 겹친다. BMW X5는 고급 SUV 시장을 키웠고, BMW 체제 신형 MINI와 피아트 500은 과거 소형차 아이콘을 새 시장에 맞게 되살렸다. 맥라렌 12C와 P1은 맥라렌이 양산 슈퍼카 브랜드로 다시 출발하던 시기에 나왔다. 이후 그는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우주 관광 캡슐, 유아용 카시트, 헬스케어 제품까지 다루며 자동차 디자이너가 다룰 수 있는 대상을 넓혔다.

약력·연혁

카사블랑카와 아트센터

스티븐슨은 1959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모로코, 튀르키예,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rt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는 모터크로스 선수로도 활동했다. 이 경력은 그의 디자인 설명에서 자주 드러난다. 그는 자동차를 정지된 물체보다 움직이는 물체로 설명하고, 속도와 균형, 바람, 운전자가 받는 감각을 형태 판단과 연결해 말해 왔다.

포드

1986년 포드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했다. 유럽 포드에서 일하며 포드 에스코트 RS 코스워스(Ford Escort RS Cosworth) 작업에 참여했다. 이 차는 랠리 호몰로게이션을 위해 개발됐고, 큰 리어 윙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에스코트 RS 코스워스의 차체 디자인은 여러 사람이 나눠 맡았다. 일반적으로 차체 기본 형태는 스티브 하퍼(Steve Harper)와 MGA 디벨롭먼츠(MGA Developments) 쪽 크레딧으로 본다. 스티븐슨은 리어 윙과 공력 장치 아이디어로 자주 언급된다. 이 때문에 이 모델은 그의 초기 경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업이지만, 차 전체를 단독으로 디자인했다고 쓰기는 어렵다.

BMW 그룹

1990년대에는 BMW 그룹으로 옮겼다. BMW 안에서는 1세대 BMW X5와 BMW 체제 신형 MINI 개발에 관여했다.

BMW X5는 1999년에 공개된 BMW의 첫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ports Activity Vehicle)이다. BMW는 SUV라는 말 대신 SAV라는 표현을 썼다. 높은 차체와 사륜구동을 갖췄지만, 오프로드 장비보다 BMW 세단의 주행 감각과 고급차 시장을 겨냥했다.

X5의 디자인 크레딧은 한 사람에게만 묶기 어렵다. BMW 공식 자료는 크리스 채프먼(Chris Chapman)이 디자인웍스 USA(Designworks/USA)에서 X5의 전체 형태를 잡았고, 이반 램프킨(Ivan Lampkin)과 프랭크 스티븐슨이 일부 요소에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스티븐슨을 X5의 단독 디자이너로 쓰기보다, BMW식 옆모습과 C필러 처리에 관여한 인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BMW 체제 신형 MINI는 그의 이름과 가장 강하게 붙은 작업이다. 2000년 9월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된 MINI Cooper는 1959년 오리지널 Mini 이후 처음으로 차 전체를 새로 해석한 모델이었다. BMW 보도자료에서 스티븐슨은 “오리지널 모델의 감정적 힘과 미래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 임무였다고 설명했다.

MINI Cooper는 오리지널 Mini의 둥근 헤드램프, 짧은 오버행, 바퀴가 차체 네 모서리로 밀린 비례를 유지했다. 동시에 차체는 더 커졌고, 충돌 안전 구조와 새 파워트레인을 받아들였다. 스티븐슨은 이 차를 복고 디자인이 아니라 원형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진화형으로 설명했다.

페라리·마세라티

2002년에는 이탈리아 마라넬로와 모데나로 옮겨 페라리·마세라티 콘셉트 디자인·개발 조직을 맡았다. 당시 페라리는 오랫동안 피닌파리나(Pininfarina)와 협업해 양산차 디자인을 완성했다. 스티븐슨은 페라리와 마세라티 내부에서 외부 카로체리아와 제조사 사이를 조율하는 디자인 책임자에 가까웠다.

페라리 F430은 이 시기 대표 작업이다. F430은 360 모데나를 바탕으로 개발됐지만, 전면 공기흡입구, 후면 원형 램프, 사이드미러, 후면 디퓨저를 크게 바꿨다. 페라리 공식 자료도 F430 스파이더의 라인을 피닌파리나가 프랭크 스티븐슨과 협업해 그렸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F430은 피닌파리나와 페라리·마세라티 내부 디자인 조직이 함께 만든 차로 정리하는 것이 맞다.

마세라티 MC12도 같은 시기 나왔다. MC12는 페라리 엔초 기반의 GT 레이스 호몰로게이션 모델로 개발됐다. 긴 차체, 큰 리어 윙, 탈착식 루프, 흰색과 파란색 투톤 그래픽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디자인큐(Design Q)는 마세라티 수석 디자이너였던 스티븐슨과 함께 MC12의 실내, 외장 그래픽, 휠을 다뤘다고 밝힌다.

피아트 그룹

2005년에는 피아트·란치아·경상용차 스타일 조직을 맡았다. 이후 알파 로메오 디자인도 맡으며 피아트 그룹 안에서 여러 브랜드를 다뤘다.

그란데 푼토(Grande Punto)는 이 시기 나온 중요한 양산차다. 2006년 스텔란티스 자료에 따르면, 그란데 푼토는 오토카 매거진 디자인 어워드 2006을 받았고, 이 상은 당시 피아트·란치아 스타일 책임자였던 스티븐슨에게 수여됐다. 소형 해치백이지만 전면부를 길고 낮게 보이게 처리했고, 헤드램프를 후드 위쪽까지 길게 이어 더 성숙한 인상을 만들었다.

피아트 500은 대중적으로 더 큰 반응을 얻었다. 2004년 제네바 모터쇼에 나온 트레피우노(Trepiùno) 콘셉트는 피아트 디자인 센터와 로베르토 조리토(Roberto Giolito)의 작업으로 기록돼 있다. 이 콘셉트는 1957년 누오바 500의 형태에서 출발했고, 2007년 양산형 500으로 이어졌다. 양산형 500은 스티븐슨이 피아트 디자인 책임자로 있던 시기에 완성됐다.

피아트 500의 크레딧은 특히 조심해서 써야 한다. 트레피우노 콘셉트는 조리토와 피아트 디자인 센터의 이름으로 남아 있고, 양산형 500은 그 콘셉트를 실제 판매 차로 다듬은 결과물이다. 스티븐슨은 양산 개발 시기 디자인 책임자였지만, 피아트 500 전체를 한 사람의 단독 작업처럼 쓰면 실제 개발 과정이 좁아진다.

맥라렌

2008년 스티븐슨은 맥라렌 오토모티브 디자인 디렉터로 합류했다. 맥라렌은 F1 이후 독자 양산 슈퍼카 브랜드를 다시 세우려던 시기였다. 스티븐슨은 12C, P1, 570S, 720S로 이어지는 초기 맥라렌 양산차의 형태와 브랜드 인상을 다듬었다.

MP4-12C는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재출발을 알린 첫 신세대 슈퍼카다. 카본 모노셀, 미드십 엔진, 다이히드럴 도어, 낮은 노즈를 갖췄다. 출시 당시 일부 매체와 팬은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비교해 12C가 너무 차분하다고 봤다. 스티븐슨은 맥라렌이 눈에 띄는 장식보다 공력, 시야, 승하차, 운전 환경을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P1은 맥라렌 시기 디자인을 가장 강하게 각인시킨 차다. 2012년 파리 모터쇼에서 디자인 스터디가 공개됐고, 이후 2013년에 양산 사양이 공개됐다. 맥라렌 자료는 스티븐슨이 P1의 표면을 가능한 작고 가볍고 역동적으로 다듬었으며, 도어 덕트와 주요 라디에이터 쪽으로 공기가 어디로 흐르는지 보이도록 차체를 구성했다고 설명한다.

P1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생체 모방(biomimicry)이다. 스티븐슨은 청새치에서 힌트를 얻어 사이드미러 지지대 주변 바람 소리를 줄이는 해법을 찾았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 이 사례에서 그의 디자인 방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동물의 형태를 장식으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공기 흐름과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져온 것이다.

독립 스튜디오와 모빌리티 확장

2017년 맥라렌을 떠난 뒤 스티븐슨은 독립 스튜디오에서 여러 제품군을 다뤘다. 프랭크 스티븐슨 디자인은 2018년에 설립됐고,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 모빌리티, 어린이 안전 제품, 헬스케어 기기, 우주 관광 캡슐, 산업 제품을 다룬다.

2018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는 독일 전기 수직이착륙기 회사 릴리움(Lilium)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이후 오토플라이트(AutoFlight)의 프로스페리티 I(Prosperity I)와 매트릭스(Matrix)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프랭크 스티븐슨 디자인은 오토플라이트 매트릭스의 외관과 실내 디자인에 협업했고, 이 기체를 5톤급 10인승 eVTOL로 소개한다.

프랭크 스티븐슨 디자인은 베이비아크(babyark) 유아용 카시트, 애트모(Atmo) 헬스케어 제품, 헤일로 스페이스(HALO Space) 캡슐, 아레나 아이웨어(arena Eyewear) 등도 작업했다. 2026년에는 보벤지펜 05 GT(Bovensiepen 05 GT)에도 참여했다. 보벤지펜은 05 GT의 디자인 과정에서 스티븐슨 팀이 스케치부터 실제 차량 작업까지 함께했다고 밝힌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원형을 베끼지 않는 리디자인

스티븐슨은 과거 대표 모델을 다시 다룬 프로젝트를 여러 번 맡았다. BMW 체제 신형 MINI와 피아트 500이 대표적이다. 두 차 모두 원형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바로 알아보는 비례, 램프, 지붕선, 차체 크기 인상을 남기고, 안전 구조, 새 실내 구성, 더 큰 차체를 받아들였다.

MINI에서는 둥근 헤드램프와 바퀴가 차체 네 모서리로 밀린 비례가 중요했다. 피아트 500에서는 둥근 전면, 짧은 차체, 높은 지붕, 밝은 실내 색상이 중요했다. 두 작업은 추억을 그대로 재현한 차가 아니라, 사람들이 기억하는 요소를 새 차의 규정 안에서 다시 배치한 사례다.

기능에서 출발한 형태

맥라렌 시기에는 기능에서 형태를 끌어낸 작업이 더 많았다. 12C는 차체를 낮추고 캐빈을 앞으로 당겼으며, 실내 버튼을 줄이고 다이히드럴 도어를 적용했다. P1의 차체 구멍, 깊게 파인 측면, 얇은 사이드미러 지지대는 냉각과 다운포스, 소음 저감을 위해 남은 형태다.

스티븐슨은 고성능차의 과장된 장식을 줄이는 쪽에 가까웠다. 12C가 출시 직후 차분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맥라렌은 날카로운 장식보다 공력과 구조가 만든 표면을 앞세웠다.

생체 모방

프랭크 스티븐슨 디자인은 스튜디오 원칙으로 생체 모방, 혁신, 환경, 기술을 내세운다. 이 가운데 생체 모방은 스티븐슨이 가장 자주 설명하는 방법이다.

P1의 사이드미러 지지대가 대표 사례다. 그는 빠르게 헤엄치는 청새치의 몸 주변에서 생기는 흐름을 참고해 사이드미러 주변 바람 소리를 줄이는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베이비아크 카시트에서도 딱따구리 머리뼈 구조와 달걀 형태가 안전 구조 설명에 쓰였다. 스티븐슨이 말하는 생체 모방은 자연의 형태를 꾸밈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충격 흡수, 공기, 열, 표면 처리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

앞서가되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

스티븐슨은 디자인 판단에서 “가장 앞서가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자주 언급한다. 이는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가 말한 마야(MAYA, Most Advanced Yet Acceptable)와 닿아 있다.

BMW 체제 신형 MINI와 피아트 500은 이 기준에 가까운 작업이다. 새 차였지만 낯설지 않았다. P1은 훨씬 급진적인 형태였지만, 공력과 성능이라는 이유가 차체 표면을 받쳤다. 그의 대표작은 대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요소를 남기면서, 비례와 표면은 그 시대 규정과 기술에 맞게 바꾼다.

팀과 외부 스튜디오를 다루는 방식

스티븐슨의 경력에서는 “누가 그렸는가”보다 “어떤 조직에서 어떤 결정을 맡았는가”가 중요하다. F430은 피닌파리나와 페라리 쪽 협업으로 만들어졌고, MC12는 마세라티 내부 조직과 디자인큐가 함께 움직였다. 피아트 500은 조리토의 트레피우노 콘셉트와 피아트 양산 개발팀, 당시 디자인 책임자였던 스티븐슨의 판단이 겹친다.

이 점 때문에 그의 작업은 스타 디자이너 서명과 팀 작업의 경계에 있다. 스티븐슨은 특정 선을 혼자 남긴 인물이라기보다, 브랜드가 원하는 인상과 양산차가 지켜야 할 조건을 한 차에 묶어내는 디자인 책임자로 볼 때 더 정확하다.

주요 작업

포드 에스코트 RS 코스워스

에스코트 RS 코스워스는 스티븐슨의 포드 시절을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모델이다. 랠리 호몰로게이션을 위해 개발됐고, 큰 리어 윙으로 강하게 기억되는 차다. 스티븐슨은 이 차의 공력 장치 아이디어와 리어 윙 관련 작업으로 알려졌다.

이 모델에는 양산차와 모터스포츠가 가까웠던 1990년대 초 포드 고성능차 문화가 담겨 있다. 스티븐슨에게도 차체 장식과 공력 기능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일찍 다룬 사례가 됐다.

BMW X5

1세대 BMW X5는 BMW가 SUV를 고급 세단과 스포츠 세단의 문법으로 다시 다룬 모델이다. 차체는 높지만 키드니 그릴, C필러 꺾임, 짧은 앞 오버행, 넓은 트레드를 넣어 BMW처럼 보이게 했다.

디자인 크레딧에서는 크리스 채프먼의 비중이 가장 크다. BMW 자료도 채프먼이 전체 형태를 잡았고, 이반 램프킨과 프랭크 스티븐슨이 일부 요소에 기여했다고 정리한다. 스티븐슨의 이름은 특히 BMW식 옆모습과 C필러 처리에서 자주 언급된다.

BMW 체제 신형 MINI

BMW 체제 신형 MINI는 스티븐슨을 대중적으로 알린 작업이다. 1959년 오리지널 Mini의 작은 차체와 친근한 표정을 그대로 베끼지 않고, 당대 안전 규정과 BMW식 주행 성능을 담을 수 있는 크기로 다시 만들었다.

짧은 오버행, 둥근 헤드램프, 검은 A필러와 밝은 지붕, 큰 원형 계기판은 오리지널 Mini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차체는 훨씬 넓고 단단해졌고,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은 새로 바뀌었다. 이 차는 단순한 복고풍 소형차가 아니라, 원형 Mini를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에 맞게 다시 만든 차였다.

페라리 F430

F430은 페라리 360 모데나의 후속 모델이다. 기본 비례와 알루미늄 구조는 이어받았지만, 전면 공기흡입구, 사이드 그래픽, 후면 램프, 리어 디퓨저를 통해 더 강한 인상을 만들었다.

F430은 피닌파리나와 페라리 내부 조직이 함께 만든 차다. 스티븐슨은 페라리·마세라티 콘셉트 디자인·개발 책임자로 참여했고, 외부 카로체리아가 크게 맡던 페라리 디자인 과정을 내부에서 조율했다. 이 차는 피닌파리나 시대와 페라리 내부 디자인 조직이 함께 움직이던 과도기의 차다.

마세라티 MC12

MC12는 마세라티가 FIA GT 레이스에 복귀하기 위해 만든 한정 생산 슈퍼카다. 페라리 엔초를 바탕으로 했지만, 차체는 훨씬 길고 넓게 바뀌었다. 흰색과 파란색 그래픽, 긴 후면부, 큰 리어 윙은 레이스카에 가까운 성격을 바로 드러냈다.

스티븐슨은 마세라티 수석 디자이너로 MC12 개발에 참여했다. 디자인큐는 실내, 외장 그래픽, 휠을 맡았다고 밝힌다. 이 모델도 한 사람의 단독 작업이라기보다, 공력 시험과 레이스 규정, 마세라티 브랜드 그래픽, 외부 디자인 회사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피아트 그란데 푼토

그란데 푼토는 2005년에 공개된 피아트 소형차다. 전면부는 소형 해치백치고 길고 낮아 보이게 처리됐고, 헤드램프는 후드 위쪽까지 길게 이어졌다. 차체 크기가 제한된 소형차에서 더 안정적이고 성숙한 인상을 만들려는 시도였다.

2006년 피아트는 이 모델로 오토카 매거진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다. 당시 상을 받은 인물은 피아트·란치아 스타일 책임자였던 스티븐슨이다. 그란데 푼토는 피아트가 디자인으로 브랜드 분위기를 다시 잡으려던 시기의 중요한 모델이다.

피아트 500

2007년 양산형 피아트 500은 피아트가 대중적 아이콘을 다시 시장에 올린 작업이다. 원형 누오바 500의 둥근 차체와 친근한 전면을 살렸지만, 실제 차체는 더 크고 안전해졌다. 실내는 차체 색상 패널과 둥근 버튼, 단순한 계기 배치로 작은 차의 밝은 인상을 만들었다.

크레딧은 조심해서 봐야 한다. 2004년 트레피우노 콘셉트는 로베르토 조리토와 피아트 디자인 센터에서 나왔고, 양산형 500은 스티븐슨이 피아트 디자인 책임자로 있던 시기에 완성됐다. 따라서 피아트 500은 조리토의 콘셉트, 피아트 디자인팀의 양산 개발, 스티븐슨의 책임자 업무가 함께 겹친 모델이다.

맥라렌 12C

12C는 맥라렌 오토모티브가 독립 양산차 브랜드로 다시 출발한 첫 슈퍼카다. 카본 모노셀, 미드십 엔진, 다이히드럴 도어, 낮은 차체를 갖췄다.

외관은 출시 당시 평가가 갈렸다. 일부 평가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비교해 12C가 너무 얌전해 보인다고 봤다. 반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12C의 단순한 선과 낮은 차체, 절제된 실내가 오래 버틴다는 평가도 나왔다. 스티븐슨은 12C가 눈에 띄기 위한 형태보다 운전, 시야, 공력, 실내 조작을 우선한 차라고 설명했다.

맥라렌 P1

P1은 스티븐슨의 맥라렌 시기 대표작이다. 차체는 내부 구조를 얇게 감싼 듯한 형태를 취했고, 냉각과 다운포스를 위해 큰 구멍과 깊은 홈을 남겼다. 헤드램프 그래픽은 맥라렌 로고를 닮았고, 후면은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게 크게 열렸다.

P1은 페라리 라페라리, 포르쉐 918 스파이더와 함께 2010년대 초 하이브리드 하이퍼카 경쟁을 만든 모델이다. 스티븐슨의 생체 모방 설명도 이 차에 가장 자주 붙는다. 사이드미러 지지대, 표면의 굴곡, 차체를 감싸는 선은 빠르게 움직이는 생물과 공기 흐름에서 힌트를 얻은 사례로 소개됐다.

프랭크 스티븐슨 디자인

독립 이후 작업은 자동차보다 넓다. 릴리움과 오토플라이트에서는 eVTOL 외관과 실내를 다뤘다. 베이비아크에서는 유아용 카시트 형태와 안전 구조를 함께 다뤘다. 헤일로 스페이스에서는 우주 관광 캡슐의 외관과 실내를 작업했다.

보벤지펜 05 GT는 최근 자동차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보벤지펜은 05 GT 디자인 과정에서 스티븐슨 팀과 함께 스케치부터 실제 차량 작업까지 진행했다고 밝힌다. 이 차는 강한 장식보다 전면 범퍼, 하단 그릴, 사이드 스커트, 리어 스포일러, 휠 패키지를 바꿔 기존 BMW M5 투어링 계열 차체를 더 낮고 넓게 보이게 만든다.

영향 관계

받은 영향

스티븐슨의 출발점에는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의 운송 디자인 교육이 있다. 아트센터는 자동차를 조형물로만 보지 않고, 비례, 패키징, 생산, 브랜드, 사용자를 함께 다루는 교육으로 알려져 있다.

BMW 시절에는 크리스 뱅글(Chris Bangle) 체제의 영향을 받았다. BMW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세단, 쿠페, SUV를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다르게 다루는 실험을 이어 갔다. X5와 MINI는 모두 그 시기 BMW 그룹이 기존 차종 구분을 흔든 사례다.

페라리·마세라티 시기에는 피닌파리나와 주지아로 계열의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문화와 맞닿았다. 이 시기 스티븐슨은 외부 디자인 회사와 제조사 내부 조직이 함께 움직이도록 조율했다. 피아트 500에서는 로베르토 조리토가 이끈 피아트 내부 디자인팀의 콘셉트도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본인이 남긴 방식

스티븐슨이 반복해서 남긴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원형이 강한 차를 새 시장에 맞게 다시 만드는 일이다. BMW 체제 신형 MINI와 피아트 500은 원래 모델을 기억하는 사람과 새 차를 사는 사람을 동시에 설득해야 했다. 그래서 램프, 지붕선, 차체 비례처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요소를 남기고, 실제 패키징과 안전 구조는 새로 짰다.

다른 하나는 고성능차에서 공력 요소를 숨기지 않는 일이다. 맥라렌 P1은 공기가 지나가야 하는 구멍과 깊게 파인 면을 차체 전면에 드러냈다. 이후 하이퍼카와 전기 슈퍼카에서도 공력 통로를 차체 표면에 드러내는 사례가 늘었다.

후대와 대중 접점

스티븐슨은 최근 유튜브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작업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스케치와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콘텐츠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스티븐슨은 대중이 이미 아는 차를 직접 짚어 가며 형태가 왜 그렇게 됐는지 설명한다.

이 방식은 자동차 디자인 팬덤에 영향을 줬다. MINI, 피아트 500, P1처럼 익숙한 차를 보면서도 램프 위치, C필러 각도, 공기흡입구 크기, 실내 버튼 배치 같은 세부를 다시 보게 만든다. 스타 디자이너의 이름을 앞세우면서도, 자동차 디자인이 팀 작업이라는 점을 함께 확인시킨다.

수상·전시 이력

자동차 디자인 관련 이력

MINI Cooper와 Cooper S는 2003년 북미 올해의 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 승용차 부문을 수상했다. 이 상은 디자인상만은 아니지만, BMW 체제 신형 MINI가 북미 시장에서 받은 대표적인 초기 평가로 남아 있다.

피아트 그란데 푼토는 2006년 오토카 매거진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다. 이 상은 당시 피아트·란치아 스타일 책임자였던 스티븐슨에게 수여됐다. 소형차에서 더 성숙한 비례와 전면 인상을 만든 점이 높게 평가됐다.

2019년에는 다큐멘터리 체이싱 퍼펙트(Chasing Perfect)가 공개됐다. 이 작품은 스티븐슨의 경력과 대표 작업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BMW 체제 신형 MINI, 피아트 500, 마세라티 MC12, 맥라렌 P1 같은 차를 함께 다뤘다.

독립 스튜디오 프로젝트

프랭크 스티븐슨 디자인은 최근 프로젝트로 여러 디자인·혁신 관련 상을 받았다. 베이비아크는 2023년 CES 혁신상을 받았고, 2024년 타임(TIME) 올해의 발명품 목록에도 올랐다. 애트모도 2024년 타임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베이비아크는 2025년 iF 디자인 어워드도 받았다.

캡슐랩(Capsulab)은 2025년 CES에서 글로벌 이노베이션 챔피언으로 소개됐다. 이 상들은 자동차 디자인상이 아니라, 독립 스튜디오가 모빌리티 밖 제품과 헬스케어 기기까지 다룬 결과에 가깝다.

반응과 평가

디자인

스티븐슨은 한 사람의 경력 안에 BMW 체제 신형 MINI, 피아트 500, BMW X5, 페라리 F430, 마세라티 MC12, 맥라렌 P1이 함께 묶인다는 점에서 드문 사례다. 이 차들은 모두 다른 시장에 속한다. 소형차, SUV, 슈퍼카, 레이스 호몰로게이션 모델, 하이퍼카를 모두 거친 디자이너는 많지 않다.

가장 큰 평가는 아이콘을 다시 만드는 능력에서 나온다. BMW 체제 신형 MINI와 피아트 500은 원형을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했고, 새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소형차처럼 받아들여졌다. 이후 자동차 업계에서 레트로 리디자인을 말할 때 두 차가 자주 함께 언급된다.

맥라렌 P1은 다른 이유로 평가받는다. P1은 과거 모델을 되살린 차가 아니라, 공력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만든 형태를 드러낸 차다. 스티븐슨이 말한 생체 모방과 기능에서 나온 형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업으로 자주 언급된다.

크레딧 논점

스티븐슨의 대표작은 대중적으로 한 사람의 이름에 묶여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자동차 디자인은 대개 팀과 외부 스튜디오가 함께 만든다. 이 점은 그의 경력을 볼 때 특히 중요하다.

BMW X5는 크리스 채프먼이 전체 형태를 잡았고, 스티븐슨은 일부 요소에 기여했다. 피아트 500은 로베르토 조리토가 이끈 트레피우노 콘셉트에서 출발했고, 스티븐슨은 양산형이 완성되던 시기 피아트 디자인 책임자였다. 페라리 F430도 피닌파리나와 페라리 내부 조직이 함께 만든 차다. 에스코트 RS 코스워스 역시 차체 기본 형태와 리어 윙 관련 크레딧을 나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스티븐슨을 “혼자 그린 디자이너”로만 말하면 실제 작업 과정이 좁아진다. 그의 강점은 여러 회사와 팀에서 원형, 브랜드, 공력, 양산 규정을 한 차에 묶어내는 조율 능력에 있었다.

디자인 반응

12C는 출시 당시 가장 많이 갈린 모델이다. 일부 평가는 맥라렌이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경쟁하려면 더 강한 표정이 필요했다고 봤다. 반대로 12C의 절제된 선과 단순한 실내는 시간이 지나며 덜 낡아 보인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논점은 맥라렌을 감정적인 슈퍼카로 볼지, 기능과 공력에서 출발한 장비로 볼지의 차이에서 나왔다.

레트로 리디자인도 양면이 있다. BMW 체제 신형 MINI와 피아트 500은 성공한 사례지만, 자동차 업계가 과거 대표 모델을 반복해서 다시 꺼내게 만든 사례이기도 하다. 원형의 힘이 너무 강하면 후속 디자인은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MINI와 피아트 500 모두 이후 세대에서 같은 형태를 얼마나 유지할지가 계속 논점이 됐다.

비판

스티븐슨을 둘러싼 비판은 대체로 디자인 자체보다 크레딧 표기에 쏠린다. 자동차 디자인은 팀 작업인데, 대중 콘텐츠에서는 “프랭크 스티븐슨이 디자인한 차”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묶이는 경우가 많다. 이 표현은 MINI나 P1처럼 그의 관여가 강한 차를 설명할 때는 편하지만, X5, F430, 피아트 500처럼 여러 조직이 얽힌 모델에서는 실제 개발 과정을 흐릴 수 있다.

최근 독립 스튜디오 작업은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eVTOL, 우주 관광 캡슐, 카시트, 헬스케어 제품은 자동차와 다른 규정과 사용 환경을 가진다. 스티븐슨은 자동차에서 쌓은 비례와 표면 처리 능력을 여러 분야로 옮겼다. 다만 각 제품군에서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냈는지는 더 많은 사용 사례가 쌓여야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