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Euisun Chung)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87860224-e400b94a58166712.webp" alt="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정의선은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자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회장이다. 2005년 기아 사장, 2009년 현대자동차 부회장,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거쳐 2020년 10월 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는 피터 슈라이어와 루크 동커볼케 같은 외부 디자인 리더를 영입하고,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서로 다른 외관과 실내 구성을 갖도록 조직을 운영했다. 그의 영향은 디자인 조직이 제품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도록 만들고, 브랜드마다 다른 제품 성격을 갖추게 한 데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회장 취임 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수소, PBV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자동차 디자인도 차체와 실내 마감에 머물지 않고, 플랫폼 구조와 화면·조작계, 충전과 업데이트, 목적에 따라 바뀌는 실내까지 함께 다루게 됐다.

약력·연혁

출생과 교육

정의선은 1970년 10월 18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의 손자이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초기 이력은 자동차 디자인보다 경영과 해외 사업에 가까웠다.

현대차와 기아에서의 초기 경력

1999년 현대자동차 구매실과 영업지원사업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차 국내영업, 기아 기획, 현대차와 기아의 사업기획 관련 보직을 거쳤다.

구매, 영업, 기획 업무를 거치며 제품이 실제 시장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시기 경험은 이후 디자인을 판매, 브랜드, 제품군 구성과 함께 보는 바탕이 됐다.

기아 사장과 디자인 경영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88015506-af20afa02196fd7c.webp" alt="피터 슈라이어"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2005년 기아자동차 사장에 올랐다. 당시 기아는 가격 경쟁력과 제품군을 갖췄지만, 차종마다 전면부 구성이 달라 한 브랜드로 묶어 보기 어려웠다.

2006년 기아는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디자인 책임자로 영입했다. 이후 기아는 전면부 디자인을 중심으로 차종별 차이를 하나의 규칙 안에 묶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기아가 현대차의 보급형 형제 브랜드에 머물지 않기 위한 작업이었다. 가격과 판매망이 아니라, 외관과 제품 성격으로도 현대차와 구분돼야 했다.

현대차 부회장과 고급차 전략

2009년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판매를 늘렸고, 고급차 시장으로 제품군을 넓혀야 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세단과 에쿠스를 통해 후륜구동 고급차 시장을 시험했다. 제네시스 세단은 처음부터 독립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됐다.

현대차 디자인은 이 시기에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앞세웠다. YF 쏘나타처럼 유선형 차체와 강한 캐릭터 라인을 쓴 모델이 나왔다. 이후 현대차는 강한 곡선 표현을 줄이고, 차종마다 다른 비례와 램프 그래픽을 적용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제네시스와 현대 N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88306358-d502039e365ade8c.webp" alt="제네시스 로고"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2015년 제네시스는 현대차에서 분리돼 별도 럭셔리 브랜드가 됐다. 같은 해 현대 N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식화됐다.

제네시스는 고급차 시장을 맡았고, 현대 N은 고성능 모델을 별도 제품군으로 만들었다. 두 브랜드는 현대차 본브랜드 안에 모두 담기 어려운 가격대와 성능 영역을 따로 가져갔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현대 N은 같은 그룹 안에서도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대중 시장에서 각기 다른 디자인을 보여줬고, 제네시스는 럭셔리, 현대 N은 고성능을 담당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88509179-386eb18d70511d2c.webp" alt="E-GMP"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2018년 정의선은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됐다. 2020년 10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회장 취임을 승인했고, 정몽구는 명예회장이 됐다.

회장 취임 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같은 전기차 기반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차체와 실내를 적용했다.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했다. 그룹은 로보틱스를 미래 모빌리티 사업 안에 넣고, 공장, 물류, 안전 점검, 재난 대응 같은 영역까지 다루기 시작했다.

전동화 전략 조정

2024년 이후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는 지역마다 달라졌다. 현대차는 순수 전기차만 늘리는 대신 HEV, PHEV, EREV, 수소전기차를 함께 두는 방식으로 전동화 전략을 조정했다.

2024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2026년 말 시작하고, 2027년부터 본격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18개 이상으로 늘리고, 2026년부터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신년 메시지에서는 고객 중심 전환, 빠른 의사결정, 공급 생태계 경쟁력, 외부 협업, 새 산업 기준을 강조했다. 자동차를 하드웨어 제품으로만 보지 않고,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로보틱스, 수소, 서비스가 붙은 이동 제품으로 다루겠다는 방향이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디자인 조직의 권한 확대

정의선 체제에서 디자인 조직은 제품 개발 초기에 더 깊게 참여했다. 완성된 차체의 표면을 다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차종의 성격과 브랜드별 차이를 정하는 단계부터 상품기획·연구개발 조직과 함께 움직였다.

기아 사장 시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결정은 이 변화를 잘 보여준다. 기아는 차종마다 달랐던 전면부를 하나의 규칙으로 묶었고, 이후 현대차와 제네시스도 각 브랜드에 맞는 디자인 책임자와 조직을 강화했다.

브랜드별 기준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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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1272063-b523f8d368d3f7c3.webp" alt="타이거 노즈를 적용한 기아 스팅어"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1282523-122a3d522789cb6a.webp" alt="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램프를 적용한 제네시스 GV80"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1319643-b0702510b06862b3.webp" alt="전면부터 후면까지 이어지는 두 줄 램프 디자인" data-fit="cover"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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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의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든 차에 하나의 디자인 언어를 일괄 적용하지 않았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각자 다른 전면부 구성과 실내 분위기를 갖게 됐다.

이 판단은 플랫폼 공유와 연결된다. 같은 바닥 구조와 전동화 부품을 쓰더라도, 소비자는 세 브랜드를 가격 차이만으로 고르지 않아야 했다. 디자인은 이 차이를 가장 빨리 전달하는 장치가 됐다.

기아는 타이거 노즈에서 출발해 더 선명한 전면부와 그래픽을 만들었다. 제네시스는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램프를 브랜드 식별 장치로 삼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싼타페, 그랜저처럼 차종별 성격을 더 크게 갈라 놓는 방식을 택했다.

플랫폼 공유와 제품 구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긴 휠베이스, 평평한 바닥, 짧은 오버행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이 구조는 내연기관차보다 실내 배치와 차체 비례를 더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같은 기반을 하나의 정답으로 묶지 않았다. 브랜드별 차체 비례와 실내 구성을 다르게 가져가며, 플랫폼 공유가 곧 비슷한 차로 이어지지 않게 했다.

아이오닉 5, EV6, GV60은 같은 전기차 시대의 산물이지만 서로 다른 인상을 준다. 아이오닉 5는 직선과 픽셀 그래픽, EV6는 낮고 긴 크로스오버 비례, GV60은 제네시스의 두 줄 램프와 둥근 차체를 앞세웠다.

디지털 접점까지 넓어진 디자인

전기차와 SDV에서는 차의 외관만으로 제품을 설명하기 어렵다.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앱, 음성 조작, 충전 화면, OTA 업데이트가 차를 쓰는 과정에 들어왔다.

정의선 체제에서 자동차 디자인은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앱, 음성 조작처럼 사용자가 직접 다루는 요소까지 넓어졌다. 차를 보고 타는 일뿐 아니라 화면을 누르고 기능을 설정하고 업데이트하는 과정도 같은 제품 안에서 이어져야 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에서는 브랜드 차이가 램프와 그릴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화면의 정보 배치와 버튼을 누르는 순서, 충전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 앱과 차량이 연결되는 과정에서도 브랜드의 성격이 드러난다.

모빌리티 제품으로 넓어진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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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89249359-e1794bffdc026746.webp" alt="보스턴다이나믹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89255794-94868fd6ad913b1e.webp" alt="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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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승용차만 보지 않았다. 로보틱스, PBV, 수소, 항공 모빌리티, 소프트웨어를 함께 다루기 시작했다.

PBV에서는 사람이 타고 내리는 높이와 문이 열리는 방향, 좌석과 적재 공간을 바꾸는 방식이 중요하다. 로봇은 사람 옆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외형뿐 아니라 움직이는 속도와 소리, 멈추는 거리도 안전감에 영향을 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다루는 디자인은 승용차의 외관을 만드는 데서 공장과 물류, 이동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설계하는 일까지 넓어졌다.

주요 작업

기아 디자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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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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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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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이 기아 사장이던 시기에 가장 큰 결정은 외부 디자인 리더 영입이었다. 2006년 기아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일했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책임자로 데려왔다.

당시 기아는 차종마다 전면부 구성이 달랐다. 소형차, 세단, SUV가 같은 브랜드로 보이기 어려웠고, 현대차와의 차이도 뚜렷하지 않았다. 같은 그룹 안에서 가격과 판매망만 다르면 한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의 수요를 빼앗을 수 있었다.

슈라이어는 기아 전면부를 하나의 규칙으로 묶었다. 가운데가 살짝 들어간 그릴 형태와 램프 연결 방식이 여러 차종에 반복됐다. 이 장치는 기아 차를 멀리서도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

포르테와 K5는 기아 세단의 분위기를 바꿨다. 쏘울은 박스형 차체와 굵은 휠아치로 북미 시장에서 강한 개성을 가진 소형차가 됐다. 이 시기 기아는 가격 경쟁력 뒤에 숨지 않고, 디자인을 판매를 이끄는 요소로 앞세웠다.

제네시스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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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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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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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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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현대차 엠블럼을 단 고급 세단에서 출발했다. 2015년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별도 럭셔리 브랜드로 분리했다.

브랜드 분리는 차명만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엠블럼, 그릴, 램프, 실내 소재 같은 디자인 요소부터 전시장, 고객 응대, 광고 언어까지 별도 브랜드에 맞게 다시 짜야 했다.

제네시스는 두 줄 램프를 가장 강한 식별 요소로 삼았다. 앞뒤 램프에 같은 그래픽을 반복해 야간에도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게 했다. 크레스트 그릴은 전면부를 크게 차지하며 후륜구동 고급차의 긴 후드와 맞물렸다.

초기 제네시스에는 현대차 시절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후 G80과 GV80 세대교체를 거치며 두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 브랜드 전체에 퍼졌다. 제네시스는 시간이 지나며 현대차의 고급 모델이 아니라 독립 럭셔리 브랜드로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 N과 성능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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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현대 N은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식화됐다. 제네시스가 고급차 시장을 맡았다면, 현대 N은 현대차 안에서 고성능 모델을 맡았다.

현대 N은 월드 랠리 챔피언십, TCR, 뉘르부르크링 24시 같은 모터스포츠 경험을 양산차 개발과 연결했다. i30 N, 벨로스터 N, 아반떼 N은 현대차가 운전 재미를 팔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N 모델은 일반 모델과 다른 시각 신호를 썼다. 범퍼, 공기흡입구, 휠, 스포일러, 실내 컬러 포인트가 성능 모델임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본브랜드 안에 별도 성격을 가진 제품군을 만들었다.

E-GMP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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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2183705-e7805b8dc28f767c.webp" alt="기아 EV6"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2185267-e3065580ef9fc7e0.webp" alt="제네시스 GV60" data-fit="cover"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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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MP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의 기반이 됐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앞뒤에 모터를 배치할 수 있어, 긴 휠베이스와 평평한 실내 바닥을 만들기 쉬웠다.

아이오닉 5는 이 장점을 먼저 드러낸 차였다. 차체 길이에 비해 휠베이스가 길고, 실내 센터 터널이 낮아졌다. 각진 해치백 비례와 픽셀 램프는 과거 포니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였다.

기아 EV6는 같은 기반으로 더 낮고 역동적인 외관을 만들었다. 루프는 낮게 이어지고, 뒤쪽 차체는 길게 빠졌다. 실내는 운전석 쪽을 감싸는 구조를 써서 현대차보다 더 스포티한 분위기를 냈다.

제네시스 GV60은 전기차 구조 위에 제네시스식 램프 그래픽과 소재 구성을 얹었다. 내연기관 세단에서 익숙했던 긴 후드 비례를 그대로 가져가기 어려웠기 때문에, 제네시스는 램프와 실내 마감으로 브랜드 구분을 보완했다.

E-GMP 전기차의 핵심은 플랫폼 자체보다 플랫폼을 다르게 쓰는 방식에 있었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같은 기반을 공유하면서도 외관과 실내에서 서로 다른 선택지를 만들었다.

로보틱스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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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했다. 스폿과 아틀라스 같은 로봇은 공장, 물류, 안전 점검, 재난 현장에서 쓰일 수 있다.

이 결정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승용차 밖의 이동 기술까지 사업에 넣은 결정이었다. 자동차 회사가 바퀴 달린 이동 수단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걷고 들고 감지하고 판단하는 로봇까지 다루겠다는 방향이다.

디자인 관점에서도 로보틱스는 중요하다.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외형, 움직임, 소리, 반응 속도, 안전 장치가 모두 사용자 경험을 만든다. 이는 자동차 실내 UX와 다른 종류의 디자인 과제다.

PBV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2797494-321a623b1324f665.webp" alt="기아 PBV 시스템"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기아의 PBV(Platform Beyond Vehicle)는 하나의 차량을 여러 업무와 서비스에 맞게 바꾸는 사업이다. 2025년 공개된 PV5는 승객용과 화물용을 같은 기본 차체에서 나누고, 사용 목적에 따라 좌석과 적재 공간, 도어 구성을 달리했다.

PBV에서는 외관 장식보다 사람이 타고 내리는 높이와 짐을 싣는 동선, 실내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물류와 셔틀, 업무 서비스에 맞춰 차량의 실내와 기능을 바꿀 수 있도록 설계한다.

기아는 PBV를 과거에 널리 쓰이던 ‘목적 기반 차량’보다 넓은 ‘차량을 넘어선 플랫폼’으로 설명한다. 정의선 체제에서 자동차를 개인 승용차뿐 아니라 기업과 도시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이동 공간으로 넓힌 사례다.

전동화 포트폴리오 조정

정의선 체제의 전동화 전략은 BEV 중심에서 HEV, PHEV, EREV, 수소전기차를 함께 두는 방식으로 넓어졌다.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가 지역마다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4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EREV를 전기차로 넘어가는 중간 선택지로 설명했다. 북미와 중국에서 2026년 말 양산을 시작하고, 2027년부터 본격 판매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2025년에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2030년까지 18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도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이브리드와 EREV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만 쓸 때보다 패키징 조건이 복잡하다. 엔진, 배터리, 모터, 냉각 장치를 함께 담아야 하기 때문에 차체 비례와 실내 배치는 파워트레인 구성에 따라 다시 달라진다.

영향 관계

정주영과 정몽구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2904618-bc14e31a4d53a55d.webp" alt="故 정주영 창업회장"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정의선은 정주영과 정몽구가 만든 제조 기반 위에서 출발했다. 정주영은 현대를 중공업과 자동차 제조 기업으로 키웠고, 정몽구는 품질과 생산 체계를 강화했다.

정의선은 그 위에 디자인, 브랜드, 전동화, 소프트웨어, 로보틱스를 더했다. 정주영이 만들 수 있는 힘을 세웠고, 정몽구가 잘 만들 수 있는 체계를 다졌다면, 정의선은 소비자가 보는 제품 차이와 디지털 기능을 더 크게 다뤘다.

피터 슈라이어

피터 슈라이어는 정의선의 기아 시절을 설명할 때 빠지기 어려운 인물이다. 정의선은 그의 영입을 통해 외부 디자인 리더에게 큰 권한을 주는 방식을 보여줬다.

이 결정은 한국 완성차 회사가 엔지니어링과 생산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던 관성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디자인 리더와 국내 디자이너를 함께 전면에 세웠다.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3038132-9ed0ceaf8bbde541.webp" alt="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디자인본부장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루크 동커볼케는 2015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합류해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램프가 여러 차종에 자리 잡는 과정을 이끌었다. 이후 그룹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로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의 디자인 방향을 함께 맡았다.

이상엽은 현대차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이끌며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싼타페처럼 차종마다 다른 형태를 시도하는 방향을 강화했다. 정의선은 두 사람을 비롯한 디자인 책임자에게 브랜드별 권한을 주고, 그룹 안에서 각 브랜드가 서로 다른 모습을 갖도록 했다.

알버트 비어만과 성능 개발 조직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2893172926-0fb0b033c065ff52.webp" alt="현대자동차그룹 前 연구개발본부 본부장 사장 겸 現 기술 고문" width="600" />

출처: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현대 N과 고성능 모델을 설명할 때는 알버트 비어만의 영향도 중요하다. 비어만은 BMW M에서 오래 일한 뒤 현대자동차그룹에 합류해 고성능차 개발과 주행 성능 개선을 이끌었다.

정의선 체제의 디자인 경영은 겉모습만의 변화가 아니었다. N 브랜드는 범퍼와 스포일러를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서스펜션, 변속기, 브레이크, 냉각, 차체 강성 같은 실제 주행 요소까지 함께 바꿨다. 성능이 제품 이미지와 맞아야 브랜드가 오래 간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조직

정의선 체제에서 디자인 조직은 차체와 실내 형상뿐 아니라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앱, 음성 조작처럼 사용자가 차량을 다루는 요소에도 참여하게 됐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에서는 화면의 형태만 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품기획과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조직이 함께 기능의 순서와 정보 배치, 업데이트 뒤에도 유지돼야 할 조작 방식을 정해야 한다.

수상·전시 이력

2021년 정의선은 영국 자동차 매체 오토카가 주는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받았다. 이 상은 자동차 산업에서 큰 성과를 낸 인물에게 수여된다.

2022년에는 뉴스위크 월드 그레이티스트 오토 디스럽터스에서 올해의 비저너리로 선정됐다. 이 상은 해당 행사의 첫 비저너리 부문 수상이었다.

2023년에는 모터트렌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같은 해 오토모티브 뉴스 올스타 어워즈에서는 인더스트리 리더 부문에 올랐다.

2023년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훈장 명예 커맨더를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예술과 문화 후원, 전동화 모빌리티 기여를 수훈 이유로 설명했다.

2025년에는 정주영, 정몽구, 정의선 3대가 오토모티브 뉴스 센테니얼 어워드를 받았다. 이 상은 오토모티브 뉴스 창간 100주년을 맞아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오래 영향을 준 인물과 가문을 기리는 상이다.

제품 단위 평가도 함께 볼 수 있다. 아이오닉 5는 2022년 월드 카 어워즈에서 올해의 차, 올해의 전기차,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함께 받았다. EV9은 2024년 월드 카 어워즈에서 올해의 차와 올해의 전기차를 받았다. 이는 정의선 개인의 디자인상이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제품 전략이 글로벌 디자인·상품성 평가에서 인정받은 사례다.

반응과 평가

디자인

정의선은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는 아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디자인 조직의 위상을 높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기아의 전면부 정리, 제네시스의 브랜드 분리, E-GMP 전기차의 차종별 차이는 모두 디자인 조직이 제품 개발 초기에 더 깊게 들어간 결과다.

아이오닉 5와 EV9의 글로벌 수상은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가 디자인과 상품성 양쪽에서 평가를 받았다는 신호가 됐다. 특히 아이오닉 5는 과거 포니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를 전기차 패키징과 결합했고, EV9은 대형 전기 SUV의 강한 비례와 실내 활용성을 함께 보여줬다.

품질·안전

품질과 안전은 정의선 개인보다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 조직이 함께 만든 결과로 봐야 한다. 정몽구 시기에 쌓은 제조 품질을 바탕으로, 정의선 체제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와 충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새로운 항목이 더해졌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에서는 조립 상태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다. 배터리 열관리와 충전 안정성, 운전자 보조 기능, 업데이트 이후의 오류도 제품에 대한 신뢰를 좌우한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면서도 이런 기본 품질을 모델과 판매 지역에 관계없이 유지하는 일이 남아 있다.

브랜드·인물

정의선은 글로벌 자동차 매체가 반복적으로 다룬 한국 자동차 경영자다. 이 평가는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브랜드 전환을 함께 추진한 인물이라는 인식과 연결된다.

브랜드 관점에서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가 각기 다른 위치를 갖게 됐다.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이면서 전기차, 수소, 로보틱스를 다루는 기술 브랜드가 됐다. 기아는 더 선명한 디자인과 전동화 모델을 앞세웠다. 제네시스는 한국 완성차가 만든 독립 럭셔리 브랜드로 남았다.

디자인 반응

기아는 K5와 쏘울, EV6, EV9처럼 차종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디자인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바꿨다. 제네시스는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램프를 반복해 멀리서나 야간에도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을 만들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싼타페처럼 차종마다 다른 형태를 시도해 주목받았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아이오닉 5와 EV6, GV60이 서로 다르게 보인다는 점도 그룹 디자인 조직의 강점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이오닉 5는 2022년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와 올해의 전기차,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함께 받았다. EV9은 2024년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와 올해의 전기차를 받았다. 차량의 외관뿐 아니라 실내 공간과 전기차 상품성도 함께 인정받은 결과였다.

비판

기아는 타이거 노즈를 여러 차종에 적용하면서 브랜드 통일감을 얻었지만, 작은 차와 SUV에 비슷한 그릴 규칙을 넣을 때 램프와 범퍼의 비율이 어색해지는 모델도 있었다.

현대차는 반대 문제를 안고 있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싼타페, 그랜저가 서로 다른 전면부와 실루엣을 사용해 각 모델은 기억하기 쉽지만, 뱃지를 가리면 같은 브랜드로 묶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대 플루이딕 스컬프처도 강한 곡선과 캐릭터 라인이 시간이 지나며 빠르게 낡아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제네시스는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램프를 빠르게 퍼뜨리면서 브랜드 얼굴을 만들었다. 다만 차체 비례가 다른 세단과 SUV, 전기차에 같은 요소가 반복되면 모델별 차이가 약해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EREV, 수소, 로보틱스, PBV,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모두 추진하면서 각 사업의 우선순위도 더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제품군을 빠르게 늘리더라도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와 앱, 충전, 정비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사업을 넓힌 이유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관련·혼동 용어

정의선

정의선은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기아 디자인 경영, 제네시스 독립, E-GMP 전기차 전략, 로보틱스와 PBV 확대를 통해 그룹 디자인과 제품 전략에 큰 영향을 준 경영자로 다룰 수 있다.

Euisun Chung

Euisun Chung은 정의선의 공식 영문 표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해외 공식 자료에서 사용한다.

디자인 경영

디자인 경영은 디자인을 제품 외관 꾸미기가 아니라 브랜드, 상품 기획, 조직 운영, 고객 경험을 묶는 전략으로 다루는 방식을 뜻한다. 정의선의 기아 사장 시절 피터 슈라이어 영입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디자인 경영을 상징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E-GMP

E-GMP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아이오닉 5, EV6, GV60 등 여러 전기차가 이 기반을 공유했다. 같은 플랫폼을 쓰면서도 브랜드별 외관과 실내를 다르게 만든 점이 중요하다.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2015년 현대차에서 분리된 럭셔리 브랜드다. 크레스트 그릴, 두 줄 램프, 후륜구동 기반 비례를 중심으로 현대차와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다.

현대 N

현대 N은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다. 모터스포츠와 양산차 개발을 연결해, 현대차 안에서 운전 재미와 성능 이미지를 담당한다.

PBV

PBV는 현재 기아가 플랫폼 비욘드 비히클(Platform Beyond Vehicle)의 약자로 사용하는 이름이다. 과거 자동차 업계에서는 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였다.

기아는 PV5를 시작으로 승객 운송과 화물, 업무에 맞춰 좌석과 적재 공간, 차체 구성을 바꾸는 차량과 서비스를 PBV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