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 오스거비 (Barber Osgerby)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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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 오스거비(Barber Osgerby)는 영국 디자이너 에드워드 바버(Edward Barber)와 제이 오스거비(Jay Osgerby)가 1996년 런던 동부에 세운 디자인 스튜디오다. 두 사람은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스튜디오는 가구, 조명, 생활 제품, 공공 기념물, 전시, 공간 작업을 넘나들었다. 초창기에는 합판을 접고 휘는 방식으로 형태를 만들었고, 이후 비트라(Vitra), 플로스(Flos), B&B 이탈리아(B&B Italia), 카펠리니(Cappellini), 뮤티나(Mutina), 림오와(Rimowa), 액소르(Axor), 에르메스(Hermès) 등과 협업했다.

대표작은 이소콘(Isokon)의 루프 테이블(Loop Table), 비트라의 팁 톤 체어(Tip Ton Chair)와 소프트 워크(Soft Work), 플로스의 탭 램프(Tab Lamp)와 벨홉(Bellhop),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London 2012 Olympic Torch)이다.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은 대중에게 바버 오스거비의 이름을 가장 넓게 알린 작업이다.

2026년 5월 두 사람은 공동 스튜디오 바버 오스거비를 닫고 각자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트리엔날레 밀라노(Triennale Milano)는 회고전 에드워드 바버 | 제이 오스거비. 알파벳(Edward Barber | Jay Osgerby. Alphabet)을 열어 1990년대 중반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주요 작업을 정리했다.

약력·연혁

왕립예술학교 이후의 시작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는 런던 왕립예술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만났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함께 작업했고, 1996년 런던 동부에 스튜디오를 세웠다.

초기 작업은 건축 모형을 만들 때 쓰던 종이와 카드보드 실험에서 출발했다. 평면 재료를 자르고, 접고, 휘어 입체 구조로 바꾸는 방식이 루프 테이블의 형태로 이어졌다. 루프 테이블은 1996년 이소콘과 함께 만든 초기 대표작으로, 얇은 자작나무 합판을 휘어 상판과 다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

루프 테이블은 1997년 런던 디자인 페어 100% 디자인(100% Design)에서 주목받았다. 이 작업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펠리니와의 협업으로 이어졌고, 바버 오스거비가 영국 밖에서도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가구에서 공간과 전시로 확장

2001년 두 사람은 유니버설 디자인 스튜디오(Universal Design Studio)를 세웠다. 이 조직은 바버 오스거비와 나란히 운영되며 건축, 인테리어, 전시 디자인을 맡았다. 바버 오스거비가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의 이름을 앞세운 제품 중심 스튜디오라면, 유니버설 디자인 스튜디오는 여러 디자이너가 함께 움직이는 공간 디자인 조직에 가깝다.

2000년대에는 제품의 폭도 넓어졌다. 포츠머스 대성당(Portsmouth Cathedral) 성가대석, 스텔라 매카트니 타일(Stella McCartney Tile), 제로 인 테이블(Zero-In Table), 플로스의 탭 램프 등이 이 시기 주요 작업이다. 탭 램프는 접힌 알루미늄 갓과 단순한 받침 구조로 직접 조명을 정리한 제품이다.

2004년 바버 오스거비는 저우드 응용미술 디자인상(The Jerwood Applied Arts Prize for Design)을 받았다. 2007년에는 왕립 산업 디자이너(Royal Designers for Industry)로 선정됐다. 이 시기부터 바버 오스거비는 영국 가구·제품 디자인을 대표하는 스튜디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 성화봉과 국제적 인지도

2010년대는 바버 오스거비가 공공 프로젝트와 대형 브랜드 협업으로 크게 확장한 시기다. 2011년 비트라와 함께 팁 톤 체어를 선보였고,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 성화봉을 디자인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금색 삼각 기둥 형태다. 표면에는 8,000개의 작은 구멍을 뚫었다. 이 구멍은 성화 봉송 주자 8,000명을 상징하면서, 무게를 줄이고 열을 빼내며 손에 잡히는 감각을 높이는 역할도 맡았다. 삼각형 단면은 런던이 세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라는 점, 올림픽 가치와 대회 비전을 함께 반영했다.

2012년에는 맵 프로젝트 오피스(Map Project Office)도 출범했다. 이 조직은 기술 제품과 전략 기반 산업 디자인을 다루는 컨설팅 스튜디오로 세워졌다. 바버 오스거비, 유니버설 디자인 스튜디오, 맵 프로젝트 오피스는 각각 제품, 공간, 기술·전략 영역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었다.

2013년 두 사람은 디자인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 OBE를 받았다. 2015년에는 런던 디자인 메달(London Design Medal)을 받았다. 같은 시기 바버 오스거비의 작업은 V&A, 런던 디자인 뮤지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스위스 올림픽 박물관,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등 여러 기관의 소장품에 포함됐다.

지속가능성, 회고전, 공동 스튜디오 종료

2020년 비트라는 팁 톤 체어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팁 톤 RE(Tip Ton RE)로 다시 선보였다. 원래 팁 톤이 앞으로 살짝 기울어지는 앉는 방식을 제안했다면, 팁 톤 RE는 같은 구조를 소비 후 재활용 소재로 옮긴 버전이다.

2020년대에는 림오와 여행가방의 산업 디자인과 색상 작업, 액소르 원(Axor One), 비트라의 소프트 워크, 플로스의 벨홉 라인 확장 등 기존 협업이 이어졌다. 바버 오스거비의 작업은 한 가지 제품군에 머물지 않고 욕실, 조명, 가구, 사무 환경, 여행 제품까지 넓어졌다.

2026년 트리엔날레 밀라노는 에드워드 바버 | 제이 오스거비. 알파벳을 열었다. 이 전시는 바버 오스거비의 첫 대규모 회고전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22년까지의 주요 작업을 시대별로 보여줬다. 같은 해 두 사람은 공동 스튜디오 폐쇄와 독립 활동 전환을 발표했다.

디자인 철학·시그니처

재료와 공정에서 출발하는 설계

바버 오스거비의 작업은 완성된 이미지보다 재료와 제작 방식에서 먼저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루프 테이블은 합판을 어떻게 휘고 연결할 수 있는지에서 형태가 나왔고,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은 알루미늄 합금의 가벼움, 레이저 커팅, 열 배출, 손잡이 감각이 하나의 외형으로 묶였다.

이 접근은 장식보다 구조에 가깝다. 형태가 먼저 있고 기능을 끼워 넣기보다, 제작 조건과 사용 조건을 맞추는 과정에서 외형이 정리된다. 바버 오스거비 제품이 과하게 꾸민 물건보다 잘 만든 도구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정된 양식보다 프로젝트별 해법

바버 오스거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강한 장식 언어를 반복하지 않았다. 제품마다 재료, 브랜드, 제조사, 사용 장소가 달라졌고, 그 조건에 맞춰 형태도 달라졌다.

공통점은 얇은 단면, 부드러운 곡면,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구조다. 루프 테이블의 합판 곡면, 탭 램프의 접힌 갓, 벨홉의 낮고 둥근 몸체, 팁 톤 체어의 기울어진 바닥 구조는 모두 단순해 보이지만 제작과 사용 조건이 숨어 있다.

제품과 공간 사이의 이동

두 사람은 제품 디자이너로 알려졌지만 작업 범위는 더 넓다. 가구와 조명뿐 아니라 대성당 성가대석, 미술관 설치 작업, 올림픽 성화봉, 지하철 기념 주화, 욕실 시스템, 여행가방, 사무 환경까지 다뤘다.

이 넓은 범위는 바버 오스거비의 중요한 특징이다. 제품을 하나의 물건으로만 보지 않고, 사람이 만지고 이동하고 머무는 환경 안에서 다뤘다. 그래서 작은 조명과 공공 기념물이 같은 스튜디오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상징과 기능을 한 형태에 겹치는 방식

바버 오스거비는 상징을 표면 장식으로 따로 붙이기보다, 구조나 사용 기능 안에 겹쳐 넣는 방식을 자주 쓴다. 런던 올림픽 성화봉의 8,000개 구멍은 봉송 주자 수를 나타내는 상징이면서, 무게를 줄이고 열을 빼내고 손에 잡히는 감각을 만드는 구조다.

팁 톤 체어의 기울어진 바닥도 비슷하다. 앞으로 기울어 앉는 기능을 기계 장치로 더하지 않고, 의자 바닥의 작은 각도 변화로 해결했다. 작은 구조가 사용 방식 전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주요 작업

루프 테이블

루프 테이블(Loop Table, 1996)은 이소콘과 함께 만든 바버 오스거비의 초기 대표작이다. 자작나무 합판을 부드럽게 휘어 테이블의 상판과 지지 구조를 하나로 이어 보이게 했다. 건축 모형 제작에서 익숙한 종이와 카드보드 실험이 실제 가구의 합판 구조로 옮겨진 작업이다.

이 제품은 바버 오스거비가 국제 디자인계에 알려지는 출발점이 됐다. 단순한 테이블이지만, 얇은 판재를 입체 구조로 바꾸는 방식이 이후 스튜디오 작업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탭 램프

탭 램프(Tab Lamp)는 플로스와 함께 만든 조명이다. 단순한 받침과 기둥, 접힌 알루미늄 갓으로 구성된다. 형태는 작고 절제돼 있지만, 빛의 방향을 조절하는 갓 구조가 제품의 인상을 만든다.

탭 램프는 바버 오스거비가 조명에서도 장식보다 구조를 먼저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얇은 판을 접어 필요한 각도와 표정을 만드는 접근은 루프 테이블의 판재 실험과도 이어진다.

팁 톤 체어

팁 톤 체어(Tip Ton Chair, 2011)는 비트라와 함께 선보인 플라스틱 의자다. 이름은 의자가 평평하게 앉는 자세와 앞으로 살짝 기울어지는 자세를 모두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왔다. 의자 바닥의 각도 덕분에 사용자는 별도 장치 없이 앞쪽으로 기울어 앉을 수 있다.

이 제품은 단순한 플라스틱 의자처럼 보이지만, 몸의 자세를 바꾸는 작은 구조를 핵심으로 삼는다. 2020년 나온 팁 톤 RE는 같은 구조를 소비 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다시 만든 버전이다.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London 2012 Olympic Torch)은 바버 오스거비의 가장 유명한 공공 프로젝트다. 높이 800mm, 무게 약 800g의 알루미늄 합금 구조로 설계됐고, 금색 표면 전체에 8,000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은 성화 봉송 주자 8,000명을 상징한다. 동시에 성화봉의 무게를 줄이고, 열을 빼내고, 손에 잡히는 촉감을 만드는 기능도 한다. 상징과 기능이 같은 형태 안에 겹쳐진 사례다.

벨홉

벨홉(Bellhop)은 플로스와 함께 만든 조명 제품군이다. 2018년 충전식 테이블 램프로 시작했고, 이후 유리, 벽등, 실외용 등으로 확장됐다. 낮고 둥근 갓과 짧은 원통형 몸체가 특징이다.

벨홉은 바버 오스거비의 제품 중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작은 크기, 이동 가능한 구조, 부드러운 빛 때문에 가정과 호텔, 상업 공간에서 널리 쓰였다.

소프트 워크

소프트 워크(Soft Work, 2018)는 비트라와 함께 만든 사무용 소파 시스템이다. 전통적인 책상과 의자를 중심에 두기보다, 소파와 테이블, 전원 장치, 작업 자세를 하나의 가구 시스템으로 묶었다.

이 제품은 사무실이 고정 좌석 중심에서 라운지와 공유 공간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을 반영했다. 바버 오스거비가 제품 하나보다 사용 환경 전체를 함께 보려 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액소르 원

액소르 원(Axor One)은 욕실 브랜드 액소르와 함께 만든 수전·샤워 시스템이다. 조작부를 단순하게 정리하고, 물의 흐름을 누르고 돌리는 동작으로 제어하도록 설계했다.

이 작업은 바버 오스거비가 가구와 조명을 넘어 생활 설비 영역까지 확장한 사례다. 손으로 만지는 표면, 물의 흐름, 욕실 안의 움직임이 제품 형태와 함께 다뤄졌다.

림오와 여행가방 작업

바버 오스거비는 림오와(Rimowa)의 여행가방 산업 디자인과 색상 작업에도 참여했다. 여행가방은 사용자가 직접 들고 끌고 이동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소재감과 색, 모서리 처리, 손잡이의 감각이 모두 중요하다.

이 작업은 바버 오스거비가 고정된 실내 제품뿐 아니라 이동하는 제품의 사용감까지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알파벳

에드워드 바버 | 제이 오스거비. 알파벳(Edward Barber | Jay Osgerby. Alphabet)은 2026년 트리엔날레 밀라노에서 열린 회고전이다. 전시는 바버 오스거비의 첫 대규모 회고전으로, 초기 합판 실험부터 공공 프로젝트와 국제 브랜드 협업까지 시대별로 정리했다.

이 전시는 바버 오스거비의 작업을 한 가지 대표작으로만 보지 않고, 재료 실험, 제조사와의 관계, 이탈리아 디자인 문화와의 교류 속에서 다뤘다. 공동 스튜디오 종료 시점과 맞물리며 30년에 가까운 협업을 정리하는 장면이 됐다.

영향 관계

스승·사조

바버 오스거비의 출발점에는 런던 왕립예술학교의 건축 교육이 있다. 두 사람은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듀오라기보다, 건축적 사고를 작은 물건에 옮긴 디자이너에 가깝다.

초기 합판 작업은 이소콘을 비롯한 영국 모더니즘 가구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합판을 얇고 가볍게 다루는 방식, 구조를 장식보다 앞세우는 태도, 물건을 공간 안에서 보는 관점이 초기 작업에 남아 있다.

제품, 공간, 공공 물건을 넘나든 스튜디오

바버 오스거비는 1990년대 이후 영국 산업 디자인에서 제품, 공간, 공공 프로젝트를 함께 다룬 대표적인 스튜디오다. 루프 테이블처럼 작은 가구에서 출발했지만, 올림픽 성화봉처럼 국가 행사의 상징물을 맡을 정도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들의 강점은 물건을 과시적으로 만들기보다, 형태와 기능이 같은 이유에서 나오게 하는 데 있다. 구멍, 곡면, 접힘, 기울기 같은 작은 구조가 상징과 사용성을 함께 맡는 방식이다.

후대와 조직 운영

바버 오스거비는 젊은 디자이너에게도 영향을 남겼다. 공식 스튜디오 활동뿐 아니라 강의, 워크숍, 스튜디오 실무를 통해 다음 세대 디자이너 교육에 참여했다.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 스튜디오와 맵 프로젝트 오피스를 따로 세운 방식은 디자인 조직을 한 회사 안에 모두 묶지 않고, 성격에 따라 나누는 모델을 보여줬다. 제품, 공간, 기술 전략을 각각 다른 조직으로 분리한 점은 동시대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 방식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수상·전시 이력

1998년 바버 오스거비는 ICFF 에디터스 어워드(ICFF Editors Award)에서 베스트 뉴 디자이너(Best New Designer)를 받았다.

2004년에는 저우드 응용미술 디자인상을 받았다. 같은 해 포츠머스 대성당 성가대석으로 디자인 위크 어워드(Design Week Awards) 베스트 퍼니처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왕립 산업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2012년에는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으로 런던 디자인 뮤지엄 디자인 오브 더 이어(Designs of the Year)와 제품 디자인 오브 더 이어(Product Design of the Year)를 받았다. 같은 해 아이콘 매거진 어워드(Icon Magazine Awards)에서는 디자인 스튜디오 오브 더 이어(Design Studio of the Year)를 받았다.

2013년에는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가 대영제국 훈장 OBE를 받았다. 같은 해 팁 톤 체어는 독일 디자인 어워드(German Design Awards)와 디자인 길드 마크(Design Guild Mark)에서 인정받았다.

2015년 바버 오스거비는 런던 디자인 메달을 받았다.

2016년 액소르 원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과 iF 디자인 어워드 제품 부문에서 수상했다. 같은 해 더블 스페이스(Double Space) 설치 작업은 iF 디자인 어워드 인테리어 건축 부문에서 수상했다.

2026년 트리엔날레 밀라노는 에드워드 바버 | 제이 오스거비. 알파벳을 열었다. 이 전시는 바버 오스거비의 첫 대규모 회고전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22년까지의 작업을 시대별로 정리했다.

반응과 평가

디자인

바버 오스거비는 영국 현대 산업 디자인에서 가장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듀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가구와 조명에서 출발했지만, 성화봉, 주화, 욕실 시스템, 여행가방, 전시, 공공 설치 작업까지 다뤘다. 이 폭은 단순한 다작보다, 재료와 제작 조건을 읽고 서로 다른 산업으로 옮기는 능력에 가깝다.

디자인계에서는 바버 오스거비가 하나의 강한 스타일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자 약점으로 함께 거론된다. 한쪽에서는 프로젝트마다 조건을 새로 읽는 분석적 태도로 본다. 다른 쪽에서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단일한 얼굴이 약하다고 본다.

공공 반응

가장 큰 대중적 전환점은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이었다. 성화봉은 디자인 뮤지엄 디자인 오브 더 이어를 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표면의 구멍이 고급 치즈 강판처럼 보인다는 농담성 비판도 나왔다.

이 반응은 성화봉이 추상적인 상징물인 동시에 누구나 바로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공 물건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손에 들고 달리는 도구이면서, 국가 행사의 상징물이고, 텔레비전 화면으로 반복 노출되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사용감과 제품성

바버 오스거비의 제품은 가까이 만졌을 때 구조와 사용 이유가 드러나는 쪽에 강하다. 팁 톤 체어는 바닥 각도 하나로 앉는 자세를 바꾸고, 벨홉은 작고 이동 가능한 조명으로 여러 공간에 쉽게 들어간다. 액소르 원은 욕실의 조작 경험을 단순한 손동작으로 정리했다.

이런 제품들은 강한 조형 선언보다 조용한 사용성을 앞세운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때 과격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실제 사용 조건과 제조 방식이 맞아떨어질 때 설득력이 생긴다.

비판

바버 오스거비를 향한 비판은 대체로 고정된 시각적 정체성이 약하다는 지점에 모인다. 강한 색채, 반복되는 형태, 즉각적으로 알아보이는 장식 언어를 앞세운 스튜디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모호함은 바버 오스거비의 작업 방식과도 맞물린다. 두 사람은 제품마다 재료, 제조사, 사용 환경을 먼저 보며, 고정된 장식 언어를 앞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바버 오스거비의 작업은 강한 로고처럼 보이기보다, 가까이 만졌을 때 구조와 사용 이유가 드러나는 물건으로 남는다.

2026년 공동 스튜디오 종료도 평가의 한 장면이 됐다. 한쪽에서는 30년에 가까운 협업이 자연스럽게 정리된 것으로 받아들였고, 다른 쪽에서는 영국 현대 디자인을 대표하던 듀오의 시대가 끝난 사건으로 봤다. 같은 해 열린 트리엔날레 밀라노 회고전은 이 변화를 단절보다 정리와 전환의 장면으로 보여줬다.

관련·혼동 용어

Barber Osgerby

Barber Osgerby는 2008년 이후 널리 쓰인 공식 표기다. 한국어로는 바버 오스거비, 바버 앤 오스거비가 함께 쓰인다. MODY 항목명은 현재 공식 표기에 맞춰 Barber Osgerby로 둔다.

Barber & Osgerby

Barber & Osgerby는 두 사람의 이름을 연결해 부르는 관용 표기다. 과거 기사와 국내 소개 글에서 자주 보이지만, 현재 공식 웹사이트 표기는 Barber Osgerby다.

Universal Design Studio

유니버설 디자인 스튜디오는 2001년 바버와 오스거비가 세운 건축·인테리어·전시 디자인 스튜디오다. 바버 오스거비와 나란히 운영됐지만, 제품 중심의 바버 오스거비와 달리 공간 디자인에 더 초점을 둔다.

Map Project Office

맵 프로젝트 오피스는 2012년 세워진 전략 기반 산업 디자인 컨설팅 스튜디오다. 기술 제품, 사용자 경험, 브랜드 전략이 얽힌 프로젝트를 다루기 위해 바버 오스거비의 제품 스튜디오와 별도 성격으로 운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