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S 로열 호텔 (SAS Royal Hotel)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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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allpaper

SAS 로열 호텔(SAS Royal Hotel)은 덴마크 코펜하겐 베스테르브로의 함메리크스가데에 위치한 상징적인 호텔 건축물이다. 현재 이름은 라디슨 컬렉션 로열 호텔, 코펜하겐(Radisson Collection Royal Hotel, Copenhagen)이다. 덴마크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이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을 위해 설계했으며, 1960년에 완공됐다.

이 건물은 호텔이자 도심 속 항공 터미널이었다. 승객은 코펜하겐 도심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라운지에서 대기한 뒤, SAS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숙박, 항공 예약, 대기 공간, 그리고 교통의 연결망을 하나의 건축물 안에 통합한 것이다.

SAS 로열 호텔은 단순한 외형적 건축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야콥센은 건물 외관과 실내뿐만 아니라 에그 체어, 스완 체어, 드롭 체어, 시리즈 3300, 기라프 체어, AJ 램프, 심지어 문손잡이와 식기, 유리잔, 직물 패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직접 설계했다. 거대한 건축 구조부터 실내의 작은 사물까지 한 사람의 손길을 거친 ‘토탈 디자인(Total Design)’의 정수였으며, 이 때문에 덴마크 건축센터는 이곳을 세계 최초의 디자인 호텔로 명명한다.

디자인

도심에 놓인 여행 장치

SAS 로열 호텔은 코펜하겐 중앙역과 티볼리 공원 인근에 세워졌다. 항공 여행이 빠르게 대중화되던 시기, SAS는 북유럽의 국제적인 항공 서비스를 도심에서 먼저 경험하게 할 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호텔은 숙박 시설을 넘어 항공 터미널, 예약 사무소, 여행사, 은행, 렌터카 기능까지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저층부는 승객이 진입하고 머무는 공간으로, 항공 터미널과 호텔 로비, 레스토랑, 윈터가든이 배치되었다. 반면 고층부는 객실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타워 형태였다. 건물은 이동의 흐름을 아래에서 수용하고, 정적인 숙박 기능을 위로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 덕분에 SAS 로열 호텔은 단순한 숙박업소가 아닌 항공 여행을 위한 ‘도심 기지’에 가까웠다. 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승객이 브랜드의 서비스를 온전히 경험하도록 설계된 거대한 장치였던 셈이다.

낮은 저층부와 22층 타워

건물은 넓고 낮은 저층부와 22층 규모의 고층부로 나뉜다. 어두운 녹색 외장의 저층부가 도시와 수평으로 맞닿아 있다면, 그 위로는 긴 직사각형 타워가 수직으로 솟아오른다. 두 매스(Mass)의 기능이 다르듯, 외관의 문법 역시 다르게 적용되었다.

고층부는 가늘고 슬림한 직사각형 형태다. 외관은 커튼월과 반복되는 창의 띠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식을 배제한 채 수평과 수직의 그리드만으로 정교한 비례미를 완성했다. 유리와 패널이 촘촘히 반복되며 고층부는 마치 하나의 얇고 거대한 판처럼 보인다.

야콥센은 미국 뉴욕의 레버 하우스 등에서 볼 수 있는 국제주의 고층 건축의 언어를 코펜하겐의 호텔로 이식했다. 하지만 이곳은 사무 공간이 아닌 여행과 휴식을 다루는 건축물이었다. 그는 직선적이고 차가운 외관 아래 로비와 라운지, 레스토랑, 항공 터미널을 유기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상업용 고층 건축을 항공 서비스의 랜드마크로 승화시켰다.

직선 건축과 곡선 가구

건축의 외관이 엄격한 직선과 반복으로 통제되었다면, 실내는 훨씬 유연하고 부드럽게 구성됐다. 대표적인 에그 체어와 스완 체어는 둥근 등받이와 몸을 둥글게 감싸는 형태를 지녔다. 넓게 트인 로비와 라운지 안에서 이 의자들은 사람을 포근하게 안아주며 하나의 독립된 사적 공간을 형성했다.

높은 등받이와 둥근 껍질 형태의 에그 체어, 팔걸이와 등받이가 끊김 없는 곡선으로 이어지는 스완 체어는 직각 위주의 건축 환경 속에서 시각적인 곡선의 중심을 잡았다.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 속에 개인이 온전히 머물 수 있는 미시적인 영역을 구획한 것이다.

이 강렬한 대비가 SAS 로열 호텔 디자인의 핵심이다. 얇고 반듯한 타워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재편하는 한편, 실내는 곡선형 가구와 따뜻한 질감의 소재를 사용해 인간의 신체 스케일에 맞췄다. 야콥센은 금속과 유리가 주는 고층 건축의 차가운 인상을 가구, 색채, 직물, 조명을 통해 절묘하게 상쇄했다.

객실 606

606호는 1960년 완공 당시 야콥센의 객실 디자인을 가장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방이다. 오랜 운영 과정에서 호텔 실내 대부분이 현대적으로 개조되었으나, 이 방만큼은 원래의 색감과 고정 가구, 배치 방식을 바탕으로 복원되었다.

객실 내부는 차분한 회색과 청록색을 주조색으로 삼았다. 침대보와 커튼에는 야콥센이 직접 고안한 세미서클(Semi-circle) 패턴이 적용되었고, 벽면에는 웬지(Wenge) 목재와 푸른색 포마이카 소재를 활용한 고정식 테이블 시스템이 설치됐다. 여기서 가구는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기성품이 아니라, 벽과 창, 조명, 직물과 빈틈없이 교감하는 건축의 일부였다.

606호의 가치는 에그 체어나 스완 체어를 쇼룸처럼 전시해 두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 방은 그 명작 의자들이 원래 어떤 높이의 시선에서, 어떤 색상과 창의 채광, 어떤 벽면의 질감과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었는지 증명한다. 단일 제품으로 떼어냈을 때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전체 설계의 치밀한 밀도가 이 공간에 응축되어 있다.

가구와 조명의 세트

SAS 로열 호텔을 위해 탄생한 가구와 조명들은 이후 독립적인 디자인 피스(Piece)로 널리 알려졌다. 1958년에 설계되어 프리츠한센을 통해 생산된 에그 체어와 스완 체어가 대표적이다. 단단한 폼으로 외형의 껍질을 성형하고 그 위에 패딩과 업홀스터리(Upholstery) 마감을 더하는 혁신적인 공법이 쓰였다. 뼈대가 드러나는 전통적인 목재 의자에서 벗어나, 인체를 유기적으로 감싸는 조각적 형태를 산업 생산 시스템으로 구현해 낸 쾌거였다.

객실과 식음 공간에 맞춰 고안된 작은 체구의 드롭 체어는 오랫동안 호텔 내부용 한정 생산품으로만 남아 있다가, 2014년에 이르러서야 프리츠한센을 통해 정식으로 재출시됐다. 1층 레스토랑을 위해 설계된 기라프 체어는 높은 등받이로 테이블 주변에 아늑한 식사 영역을 조성하는 동시에, 좁은 너비를 통해 서비스 직원의 동선 효율까지 고려한 결과물이었다.

시리즈 3300은 곡선 위주의 다른 체어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직선과 사선의 조형미가 두드러지며 금속 프레임과 쿠션의 분리감이 명확하다. 이 소파와 라운지 체어는 항공 터미널 대기실에 놓여, 건물의 직선적이고 이성적인 건축 구조와 시각적인 결을 나란히 했다.

비대칭의 각진 갓과 기울어진 프레임으로 빛을 모으는 AJ 램프 역시 테이블, 플로어, 벽부형 조명 세트로 곳곳에 적용되었으며, 이후 루이스 폴센의 아이코닉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야콥센에게 조명이란 공간에 덧붙이는 장식품이 아니라, 가구와 동선의 흐름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마침표였다.

작은 물건까지 맞춘 실내

야콥센은 호텔 안에서 사용자의 손에 닿는 거의 모든 사물을 동일한 디자인 언어 아래 통일했다. 가구와 조명은 물론, 레스토랑의 커트러리, 유리잔, 꽃병, 재떨이, 양념통, 심지어 문손잡이와 객실 열쇠, 커튼 레일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디자인 톤 앤 매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세밀하게 조율했다.

이러한 완벽주의는 호텔을 단순히 훌륭한 가구 전시장으로 만들지 않았다. 방문객이 문을 열고 들어와 앉고, 식사하고, 휴식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일관된 비례감과 소재의 감각을 무의식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SAS 로열 호텔의 진정한 가치는 유명한 명작 의자 몇 점의 존재가 아니라, 건축과 실내, 그리고 일상 사물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 안에서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데 있다.

디자이너·스튜디오

아르네 야콥센은 이 프로젝트에서 총괄 건축가이자 제품 디자이너였다. SAS 로열 호텔이 그의 필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히 훌륭한 건물을 올렸기 때문이 아니다. 타워의 비례감, 로비의 동선 계획부터 객실의 배색, 의자의 곡률, 손잡이의 그립감까지 서로 다른 스케일의 요소를 하나의 관점으로 통제해 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은 기술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준 핵심 파트너였다. 1950년대 중반, 신소재인 경질 폼 성형 기술을 확보한 프리츠한센 덕분에 야콥센은 에그 체어와 스완 체어 특유의 자유로운 곡선을 실물로 구현할 수 있었다. 점토와 석고로 직접 형태를 깎아가며 완성한 조형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산업 구조로 치환하는 치열한 협업이 뒷받침되었다.

조명 설계에서는 루이스 폴센과의 파트너십이 빛을 발했다. 호텔 실내의 빛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AJ 램프와 AJ 로열 펜던트는 훗날 덴마크 조명 디자인을 상징하는 마스터피스가 되었다. 요컨대 SAS 로열 호텔은 야콥센이라는 천재적인 디렉터의 강력한 서명이 새겨진 작품인 동시에, 덴마크 제조 산업의 정교한 기술력이 맞물려 완성된 집단 지성의 산물이기도 하다.

계보

이전 작업과 국제주의 고층 건축

SAS 로열 호텔은 야콥센이 1950년대 내내 실험해 온 공공건축과 제품 디자인의 궤적이 하나로 수렴된 공간이다. 시리즈 3300이 1956년에 선행 출시된 뒤 SAS 터미널에 적용되며 '공항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이나, 1957년에 설계된 AJ 램프가 실내조명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 그 방증이다.

건축사적 맥락에서는 전후 유행하던 국제주의(International Style) 고층 건축의 어휘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얇은 직육면체 타워와 유리 커튼월이라는 미학적 바탕 위에, 코펜하겐이라는 도시적 맥락과 항공 서비스라는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얹어냈다. 결과적으로 미국적인 고층 빌딩의 쿨한 외관과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따뜻한 실내 감성이 극적으로 병치된 사례로 남았다.

호텔에서 독립한 제품들

이 호텔을 잉태의 공간으로 삼았던 디자인 피스들은 곧 건축물의 테두리를 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에그 체어와 스완 체어는 프리츠한센을 먹여 살리는 클래식 컬렉션이 되었고, AJ 램프는 루이스 폴센의 타임리스 라인업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2014년 재단장한 드롭 체어와 2019년 리틀 기라프(Little Giraffe)의 출시는 반세기가 지난 아카이브의 생명력을 증명한다.

이러한 독보적인 계보 덕분에 SAS 로열 호텔은 목적을 다하면 사라지는 흔한 상업 건축물이 아니라, 모던 가구 디자인의 거대한 산실로 대우받는다. 공간을 채우기 위해 탄생한 종속적인 사물들이, 훗날 각각의 독립적인 생명력을 지닌 아이콘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호텔과 보존

현재 라디슨 컬렉션 로열 호텔, 코펜하겐으로 운영 중인 이 건물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여러 부침을 겪었다. 경영 환경의 변화로 실내가 개조되며 오리지널 피스들이 철거되는 수모도 겪었으나, 2001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야콥센의 오리지널리티를 부분적으로 복원했다. 이후 2018년 스페이스 코펜하겐(Space Copenhagen)의 주도하에 현대적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의 문법에 맞춰 로비와 객실을 새롭게 정돈했다.

2024년, 덴마크 문화청은 SAS 로열 호텔과 옛 항공 터미널 구역을 보호 건축물로 공식 지정했다. 보존 대상에는 건축적 매스와 커튼월의 원리, 엄격한 2.4미터 모듈 그리드 시스템, 로비의 상징적인 나선형 계단, 그리고 1960년의 시간을 박제한 606호 객실 등이 포함되었다. 이 결정은 여전히 상업적으로 운영 중인 근대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현실과 타협해 나갈 것인지 묻는 중요한 선례로 평가받는다.

정보

**이름** · SAS 로열 호텔

**영문명** · SAS Royal Hotel

**현재 이름** · Radisson Collection Royal Hotel, Copenhagen

**위치** · Hammerichsgade 1, 1611 København V, Copenhagen, Denmark

**유형** · 호텔, 옛 항공 터미널

**건축가** · 아르네 야콥센

**발주처** · SAS, 스칸디나비아 항공사

**설계·건설 시기** · 1956년부터 1960년까지

**항공 터미널 개장** · 1959년

**호텔 완공** · 1960년

**규모** · 22층, 약 70미터

**대표 디자인** · 에그 체어, 스완 체어, 드롭 체어, 기라프 체어, 시리즈 3300, AJ 램프, AJ 로열 램프, 야콥센 문손잡이

**보존 상태** · 606호는 1960년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객실로 남아 있다. 건물과 옛 항공 터미널은 2024년에 덴마크 보호 건축물로 지정됐다.

비하인드

공항이 아닌 도심에서 시작한 항공 경험

SAS 로열 호텔이 지닌 기획의 묘미는 공항의 고유 기능을 도심 한복판으로 인양해 왔다는 데 있다. 탑승객의 브랜드 경험을 수속 카운터가 아닌 코펜하겐 도심의 우아한 로비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판을 짠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시나리오는 실내 디자인의 방향성을 결정지었다. 로비와 라운지는 단순히 출발을 기다리는 대기실이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항공이 지향하는 모더니티와 세련된 국제적 감각을 시각적으로 설득하는 무대였다. 가구와 조명 역시 기능적 필요조건을 넘어,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은밀하고도 강력한 앰배서더 역할을 수행했다.

호텔 운영과 원형 보존의 충돌

완공 이후에도 숙박업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유지해야 했던 호텔의 운명은 곧 '보존과 활용'이라는 딜레마로 이어졌다. 시대마다 변하는 호텔의 운영 기준과 고객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실내는 훼손과 타협을 반복해야 했다.

606호 객실이 지니는 묵직한 의미도 여기서 파생된다. 거대한 타워 내부의 모든 공간이 시대의 요구에 맞춰 옷을 갈아입을 때, 이 작은 방 하나만이 1960년의 공기와 야콥센의 오리지널 구성을 온전히 증언하는 타임캡슐로 남았기 때문이다.

2024년의 보호 건축물 지정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다. 외관과 오리지널 스펙을 지켜야 하는 당위성과 단열, 에너지 효율 등 최신 설비를 확충해야 하는 현실적 요구 사이의 치열한 줄다리기다. 근대 건축물을 박물관의 유리장 안에 가두는 대신, 현재 진행형의 쓰임새 속에서 어떻게 그 생명력을 연장할 것인가 하는 담론을 던지고 있다.

한 프로젝트에서 태어난 여러 아이콘

오늘날 대중은 에그 체어나 AJ 램프를 각기 완결된 단일 상품으로 소비한다. 하지만 이들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호텔 로비와 터미널 라운지, 레스토랑이라는 구체적인 쓰임과 공간적 배경이 존재한다.

이러한 거시적 맥락을 소거하면 호텔이 지닌 진정한 건축적 가치는 반감된다. 역사에 남을 명작들이 우연히 한 지붕 아래 모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브랜드 경험과 공간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직조되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제품 디자인은 훌륭한 건축적 맥락 속에서 잉태되며, 역으로 공간의 가치를 영원히 기록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완벽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