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콘크리트 (Reinforced Concrete)
개요·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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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 RC)는 콘크리트 안에 철근을 넣어 압축력과 인장력을 함께 받도록 만든 구조 재료이자 공법이다. 콘크리트는 눌리는 힘에 강하고, 당겨지는 힘에는 약하다. 철근은 콘크리트가 약한 인장부를 보강하고, 콘크리트는 철근을 감싸며 압축력과 전체 형상을 잡는다.
철근콘크리트는 재료 이름이면서 구조 방식 이름이기도 하다. 건축에서는 기둥, 보, 슬래브, 벽체, 기초에 쓰이고, 토목에서는 교량, 터널, 옹벽, 댐 같은 구조물에 쓰인다. 국내 기준 체계에서도 콘크리트구조 설계기준(KDS 14 20 00)과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KCS 14 20 00)가 별도로 다뤄질 만큼 현대 건설의 기본 구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근대적 의미의 철근콘크리트는 19세기 중후반 유럽에서 확산됐다. 프랑스의 조제프 모니에(Joseph Monier)는 철망으로 보강한 시멘트 화분과 수조, 패널, 교량 관련 특허를 통해 콘크리트 보강 방식을 넓혔다. 프랑수아 엔비크(François Hennebique)는 1892년 철근콘크리트 구조 시스템을 특허화하며 보, 기둥, 슬래브를 하나의 구조 체계로 묶었다.
철근콘크리트는 작은 물건의 파손을 줄이는 보강법에서 출발해, 20세기 건축의 골조와 도시 인프라를 만드는 재료로 확장됐다. 근대 건축의 자유로운 평면, 고층 건물의 골조, 아파트의 벽식 구조, 교량과 지하 구조물은 모두 이 공법과 깊게 연결된다.
물성·특성
압축과 인장의 분담
철근콘크리트의 핵심은 하중에 대한 '구조적 역할 분담'이다.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압축력)에 강하지만 당기는 힘(인장력)에는 취약한데, 이를 철근이 보완하는 원리다. 예를 들어 보나 슬래브에 휨이 발생할 때, 수축하며 눌리는 부분은 콘크리트가 지지하고 팽창하며 당겨지는 부분은 철근이 지지한다.
또한, 철근은 균열의 폭과 진행을 제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콘크리트는 하중을 받으면 미세 균열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때 철근이 인장력을 이어받아 부재가 예고 없이 끊어지거나 붕괴하는 현상(취성 파괴)을 방지한다. 따라서 철근콘크리트 설계에서는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철근의 굵기, 배근 간격, 위치, 정착 길이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착과 피복
철근과 콘크리트가 구조체로서 일체화되어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재료 간의 긴밀한 부착력이 필수적이다. 현대 구조용 철근은 표면에 마디와 리브가 형성된 이형철근을 주로 사용한다. 이 마디는 콘크리트와의 기계적 맞물림을 만들어 내며, 외부 하중이 작용할 때 두 재료 간에 힘이 원활하게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콘크리트는 외부에 노출된 철근을 감싸며 보호층을 형성하는데, 이를 피복이라고 한다. 철근을 둘러싼 콘크리트 피복은 수분, 공기, 염분 등 유해 물질이 철근에 직접 닿는 것을 차단하여 부식을 방지한다. 화재 발생 시에는 고열이 철근으로 전달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내화 성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내구성은 콘크리트 자체의 강도뿐만 아니라 적정 피복 두께의 확보, 균열 제어, 그리고 시공 품질에 크게 좌우된다.
질량과 두께
철근콘크리트는 본질적으로 자중(자체의 무게)이 큰 재료다. 이러한 하중은 구조 설계 측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건축 공간 측면에서는 특유의 안정감과 중량감을 부여한다. 특히 건물의 뼈대가 되는 코어, 계단실, 지하 공간, 기단부 등 막대한 하중을 지지하는 부위에서 철근콘크리트의 묵직한 질량감이 극대화된다.
한편, 철근콘크리트로 넓은 기둥 간격(장스팬)을 구현하려면 구조 부재의 단면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프리스트레스트(Prestressed) 공법과 같은 추가적인 보강 방식이 요구된다. 반면, 기둥 간격이 짧고 동일한 평면이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뛰어난 경제성과 시공 효율성을 발휘한다. 아파트, 학교, 주차장, 병원, 사무용 건물 등 일상적인 대형 건축물에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보편적으로 채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표면과 거푸집 흔적
철근콘크리트의 최종 표면 상태는 거푸집의 재질, 골재의 특성, 물시멘트비(물과 시멘트의 배합 비율), 타설 속도 및 다짐 정도, 그리고 양생 조건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거푸집 패널의 이음선, 목재 합판의 나뭇결, 콘크리트를 이어 친 타설 자국, 표면의 미세한 기포와 색상 편차 등은 거푸집을 탈형한 후에도 시공 과정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
특히 노출콘크리트(Exposed Concrete) 공법에서는 이러한 흔적 자체를 하나의 건축적 마감 요소로 취급한다. 구조체를 별도의 내외장재로 은폐하지 않으므로, 정교한 거푸집 할당 계획과 엄격한 타설 품질 관리가 곧 건축물의 최종 표면 디자인으로 직결된다.
제조·가공 방식
설계와 배근
철근콘크리트 공사의 첫 단계는 정밀한 구조 설계다. 건축물에 가해지는 하중을 계산하여 각 구조 부재에 배치할 철근의 위치, 굵기, 배근 간격을 결정한다. 보와 슬래브에는 휨 응력을 견디는 주근(Main bar)이 주로 배치되며, 보에는 전단력을 제어하기 위해 늑근(Stirrup)이 추가된다. 또한 기둥에는 수직 하중을 지지하는 세로 방향 주근과, 이를 감싸며 철근이 휘어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띠철근(Tie bar)이 함께 조립된다.
이러한 배근 작업은 완공 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핵심 뼈대 역할을 한다. 시공 과정에서 철근의 위치가 설계와 달라지면 구조물의 균열, 처짐, 전반적인 내구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콘크리트 피복 두께가 설계 기준보다 얇아지면 철근이 유해 환경에 조기 노출되어 부식될 위험이 커지며, 정착 길이가 부족할 경우 철근이 구조물에 힘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치명적인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푸집과 타설
거푸집은 유동성 상태의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원하는 형태를 유지하도록 지지하는 가설 틀이다. 설계 도면에 따라 철근 배근을 완료한 후 거푸집을 조립하고, 그 내부 공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순서로 공사가 진행된다. 이때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시멘트, 물, 잔골재(모래), 굵은골재(자갈), 그리고 물성을 조절하기 위한 혼화재료를 정밀하게 배합하여 생산한다.
콘크리트를 타설한 직후에는 진동기를 이용한 다짐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콘크리트 내부에 갇힌 공기(공극)를 배출하고, 복잡한 철근 주변과 거푸집 구석구석까지 재료가 밀실하게 채워지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만약 다짐이 부족할 경우 자갈과 시멘트 페이스트가 겉돌아 벌집 모양의 결함(허니컴)이 발생하거나 철근 주변에 빈틈이 생겨, 결과적으로 구조물의 내구성을 떨어뜨리고 심각한 표면 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
양생과 탈형
콘크리트는 수분이 증발하며 단순히 건조되는 것이 아니라, 물과 시멘트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수화 반응을 통해 강도를 얻는 재료다. 타설 직후 수분이 지나치게 빨리 증발하면 표면에 건조 수축 균열이 발생하고 정상적인 강도 발현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콘크리트가 목표한 설계 강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며 보호하는 양생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후 콘크리트가 자체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일정 강도에 도달하면 거푸집을 해체하는 탈형 작업을 진행한다. 만약 양생이 덜 된 상태에서 기준보다 조기에 탈형할 경우, 부재의 모서리가 파손되거나 슬래브에 처짐 현상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현장타설 콘크리트
현장타설 콘크리트(Cast-in-Place Concrete)는 공사 현장에서 직접 거푸집을 조립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가장 보편적인 시공 방식이다. 대지 조건이나 건축물의 형태에 맞춰 자유로운 조형이 가능하며, 기둥, 보, 슬래브, 벽체 등의 구조 부재를 이음새 없는 하나의 덩어리(일체식 구조)로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형태적 자유도가 높은 반면, 시공 과정이 외부 기후 조건과 현장 관리 수준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철근 배근부터 타설, 다짐, 양생, 탈형(거푸집 해체)에 이르는 전 공정이 작업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구조물의 균일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PC)는 설비가 갖춰진 공장에서 구조 부재를 미리 제작한 뒤, 건설 현장으로 운반하여 조립하는 시공 방식이다. 주로 균일한 규격이 반복되는 외벽 패널, 기둥, 보, 계단, 그리고 각종 외장 부재에 널리 활용된다.
외부 환경이 통제된 공장에서 생산되므로 정밀한 품질 관리와 대량 반복 생산에 유리하며, 현장 타설 방식에 비해 전체 공사 기간(공기)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다만 조립식 구조의 특성상 부재와 부재를 연결하는 접합부 설계가 전체 구조의 안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트럭 등으로 운반 가능한 부재의 최대 크기와 중량의 한계까지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고려되어야 한다.
디자인에서의 활용
골조와 자유로운 평면
철근콘크리트의 도입은 근대 건축에서 벽의 구조적 역할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기둥과 슬래브가 건축물의 하중을 전담하게 되면서, 벽은 하중의 부담에서 벗어나 단순히 공간을 분할하거나 건물의 외피를 형성하는 비내력벽(Non-bearing wall)의 역할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해방은 '자유로운 평면'을 비롯해 수평으로 긴 창, 개방감 있는 로비, 그리고 1층을 비워두는 필로티(Piloti) 등 현대적인 공간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
철근콘크리트 골조(라멘 구조) 시스템은 건축물 내부 공간의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상부 하중을 지지해야 하는 내력벽의 비중이 줄어듦에 따라 방의 크기와 구획을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으며, 외벽 디자인(입면) 역시 구조적 제약에서 벗어나 넓은 개구부나 다양한 마감재를 적용하여 한층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다.
벽식 구조와 라멘 구조
철근콘크리트는 건축물의 뼈대를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벽식 구조와 라멘 구조로 나뉘어 적용된다. 벽식 구조(Wall-bearing structure)는 기둥과 보 없이 내력벽과 슬래브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주로 채택되며, 동일한 세대 평면이 수직으로 반복되는 건축물에서 뛰어난 시공 효율성을 발휘한다. 두꺼운 벽체 자체가 구조체 역할을 하므로 층간 소음 차단(차음)과 구조적 내력 확보에 유리하지만, 완공 이후 내부 평면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벽을 허물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라멘 구조(Rahmen structure)는 수직재인 기둥과 수평재인 보가 강하게 결합되어 하중을 지탱하는 방식이다. 사무실, 상업 시설, 공공 건축물처럼 넓은 내부 공간(장스팬)이 요구되는 건축물에 적합하다. 벽체가 하중을 분담하지 않아 구조적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므로,
노출콘크리트
노출콘크리트(Exposed Concrete)는 콘크리트 타설 후 거푸집을 탈형한 표면 상태를 별도의 내외장재 없이 그대로 마감으로 활용하는 건축 기법이다. 콘크리트 골조 위에 석재, 타일, 페인트 등의 추가 마감재를 덧씌우지 않고, 재료 본연의 질감과 시공 과정의 흔적을 의장적 요소로 승화시킨다.
이 공법은 구조체를 덮어 가리는 과정이 없으므로 시공의 정밀도가 곧 최종적인 디자인 품질로 직결된다. 거푸집 패널의 이음선, 거푸집을 고정했던 폼타이(Form tie) 콘 구멍, 표면의 줄눈(Joint), 미세한 색상 편차와 기포 자국 등이 여과 없이 시각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출콘크리트 건축에서는 초기 구조 설계 단계부터 거푸집 할당과 같은 마감 계획, 그리고 현장에서의 엄격한 시공 관리가 분리되지 않고 일체화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두께와 질량의 표현
철근콘크리트는 건축물의 뼈대(구조)를 마감재로 감추는 방식뿐만 아니라, 구조체 자체를 의장적 요소로 드러내는 방식으로도 널리 쓰인다. 이때 기둥의 간격(스팬), 보의 춤(깊이), 내력벽의 두께, 계단의 형태, 외부 표면의 질감 등 구조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공간의 전반적인 인상을 결정한다.
특히 대규모 공공 건축물이나 문화 시설에서는 철근콘크리트 특유의 압도적인 두께와 중량감이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주요 기제로 작동한다. 얇은 금속 프레임이나 유리 커튼월(Curtain wall)이 시각적으로 가볍고 투명한 표면(외피)을 구현한다면, 철근콘크리트는 묵직한 벽체와 기둥 자체로 공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각적인 무게감을 부여한다.
대표 적용 사례
조제프 모니에의 보강 시멘트 화분
조제프 모니에(Joseph Monier)는 깨지기 쉬운 화분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시멘트 안에 철망을 삽입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정원용 화분에서 출발한 이 실험적인 시도는 이후 수조, 패널, 바닥재, 지붕, 교량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 이처럼 철근콘크리트는 초기부터 거대한 건축물의 뼈대를 위한 재료로 발명된 것이 아니라, 작은 일상용품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소규모 보강법에서 출발해 점차 현대 건축과 토목 인프라를 지탱하는 핵심 구조 재료로 발전했다.
프랑수아 엔비크의 구조 시스템
프랑수아 엔비크(François Hennebique)는 철근콘크리트를 단순한 국소적 보강 기법에서 독립적인 건축 구조 시스템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1892년 철근콘크리트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그는 슬래브, 보, 기둥, 그리고 늑근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중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일체식 구조를 확립했다. 이른바 '엔비크 시스템'은 철근콘크리트를 건물의 전체 뼈대를 구성하는 주력 방식으로 격상시켰으며, 이는 현대 철근콘크리트 라멘 구조 공법의 기틀이 된 기념비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테아트르 데 샹젤리제
테아트르 데 샹젤리제(Théâtre des Champs-Élysées)는 20세기 초 철근콘크리트가 단순한 구조재를 넘어 건축적 표현 요소로 확장된 대표적인 사례다. 설계자인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와 귀스타브 페레(Gustave Perret) 형제는 이 극장 건축에서 철근콘크리트의 뼈대를 감추지 않고 건물의 비례와 질서를 드러내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구조 재료가 외장재 뒤에 숨는 수동적인 역할을 벗어나, 건축물의 형태와 입면 디자인을 주도할 수 있음을 증명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도미노 하우스
도미노 하우스(Dom-Ino House)는 실제 시공된 건축물이 아니라, 근대 건축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론적 구조 개념으로서 막대한 가치를 지닌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내력벽 없이 최소한의 철근콘크리트 기둥과 슬래브, 그리고 계단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뼈대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 시스템은 벽을 하중의 굴레에서 해방함으로써 평면과 입면을 건축가의 의도대로 구성할 수 있게 했으며, 이후 '자유로운 평면' 등 근대 건축의 핵심 원칙을 확립하는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앨프리드 뉴턴 리처즈 의학 연구소(Alfred Newton Richards Medical Research Laboratories)는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I. Kahn)이 철근콘크리트를 건축물의 기하학적 질서와 논리를 표현하는 매개로 사용한 사례다. 칸은 주 사용 공간인 연구실과 설비 및 계단이 위치한 서비스 공간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이를 프리캐스트(PC)와 포스트텐션(Post-tension) 콘크리트 공법으로 구현하여 공간의 위계를 시각화했다. 이곳에서 콘크리트는 표면을 장식하는 마감재가 아니라 건물의 구조적 짜임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언어에 가깝다. 부재 간의 결합 방식과 하중의 전달 경로를 건물 내외부에서 직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앨프리드 뉴턴 리처즈 의학 연구소
앨프리드 뉴턴 리처즈 의학 연구소(Alfred Newton Richards Medical Research Laboratories)는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I. Kahn)이 콘크리트를 통해 건축의 구조적 질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칸은 주 사용 공간인 연구실과 보조 공간인 설비 및 계단실을 엄격하게 분리했으며, 프리캐스트(PC) 방식과 포스트텐션(Post-tension) 콘크리트 공법을 적용하여 각 공간의 역할과 위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이 건물에서 콘크리트는 표면을 덮는 매끈한 마감재가 아니라, 건축물의 유기적인 짜임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구조 재료에 가깝다. 개별 구조 부재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상부의 하중이 어떤 경로를 통해 기단부로 전달되는지를 건물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직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장단점·한계
철근콘크리트의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구조적 성능과 형태적 자유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 상태의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타설하여 형태를 빚어내므로, 직선이나 곡선은 물론 두꺼운 내력벽, 얇은 슬래브, 캔틸레버(내민보)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조형이 가능하다.
내화성 역시 뛰어난 장점이다. 철근을 둘러싼 콘크리트 피복이 화재 시 고온이 철근에 직접 닿는 시간을 지연시킨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주거 및 공공 건축, 지하 구조물, 토목 인프라 등 엄격한 안전 기준이 요구되는 시설에 폭넓게 적용된다. 또한 시멘트, 골재, 철근 등 핵심 자재의 공급망이 표준화되어 있어, 동일한 평면이 수직·수평으로 반복되는 공동주택이나 대형 인프라 공사에서 높은 시공 효율과 경제성을 발휘한다.
그러나 균열과 내구성 관리는 철근콘크리트의 대표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철근콘크리트는 균열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재료가 아니라, 그 폭과 발생 위치를 제어하는 재료에 가깝다. 건조 수축, 온도 변화, 외부 하중, 지반의 부동 침하 등에 의해 미세 균열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균열이 확대되면 수분과 염화물이 내부로 침투하여 철근 부식을 유발한다. 콘크리트의 탄산화(중성화) 현상으로 내부의 알칼리성이 저하되거나 염화물이 철근 표면의 보호층(부동태 피막)을 파괴하면 철근이 녹슬기 시작한다. 부식된 철근은 체적이 팽창하며 콘크리트 피복을 밖으로 밀어내어 표면 박락(Spalling)과 구조 성능 저하를 초래한다.
재료 특유의 육중한 자중(자체의 무게)도 설계상의 부담이다. 넓은 기둥 간격(장스팬)을 구현하려면 구조 부재가 지나치게 비대해지거나 프리스트레스 공법 등의 추가 보강이 요구되며, 지반 내력이 약한 곳에서는 기초 구조물의 규모까지 커져야 한다.
아울러 환경적 부담도 중요한 과제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최근 건설 산업에서는 클링커 사용량 감축, 대체 결합재 및 순환 골재 활용, 저탄소 시멘트 개발, 탄소 포집 기술 적용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대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관련 소재·공법
무근 콘크리트
무근 콘크리트(Plain Concrete)는 구조용 철근 없이 쓰는 콘크리트다. 압축을 받는 기초, 포장, 비구조 부재에 쓰일 수 있다. 인장과 휨을 크게 받는 부재에서는 철근콘크리트가 더 넓은 구조 가능성을 만든다.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Prestressed Concrete)는 콘크리트에 미리 압축력을 넣어 균열과 처짐을 줄이는 공법이다. 강연선이나 텐던을 당긴 뒤 콘크리트와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교량, 장스팬 보, 주차장, 경기장처럼 긴 경간이 필요한 구조물에 많이 쓰인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는 공장에서 미리 만든 콘크리트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반복되는 패널, 계단, 보, 기둥, 외장 부재에 적합하다. 현장타설보다 균일한 품질을 얻기 쉽고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접합부 설계와 운반 계획이 중요하다.
노출콘크리트
노출콘크리트(Exposed Concrete)는 콘크리트 표면을 별도 마감으로 덮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재료는 철근콘크리트와 같지만, 거푸집 계획과 표면 품질 관리가 훨씬 엄격하다.
철골철근콘크리트
철골철근콘크리트(Steel Reinforced Concrete, SRC)는 철골 부재와 철근콘크리트를 결합한 구조다. 철골이 큰 하중을 먼저 받고, 콘크리트가 내화성, 강성, 일체성을 보완한다. 고층 건물의 기둥, 대형 구조물, 복합 구조에서 쓰인다.
섬유보강 콘크리트
섬유보강 콘크리트(Fiber-reinforced Concrete)는 콘크리트 안에 강섬유, 유리섬유, 합성섬유 등을 섞어 균열 제어와 인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일반 철근 배근과 함께 쓰이기도 하고, 바닥 슬래브나 숏크리트에서 보조 보강으로 쓰이기도 한다.
포스트텐션
포스트텐션(Post-tension)은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굳힌 뒤 텐던을 당겨 압축력을 넣는 방식이다. 긴 경간의 슬래브와 보, 주차장, 교량, 특수 구조물에서 처짐과 균열을 줄이는 데 쓰인다.
숏크리트
숏크리트(Shotcrete)는 콘크리트를 압축공기로 뿜어 붙이는 공법이다. 터널, 사면, 보수·보강 공사에서 많이 쓰인다. 철근, 와이어메시, 섬유보강과 함께 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