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클레 (Bouclé)
개요·정의
부클레(Bouclé)는 표면에 작은 고리와 불규칙한 돌기가 반복되는 실 또는 그 실로 만든 직물을 가리킨다. 프랑스어로 ‘고리 지다’, ‘말리다’라는 뜻에서 이름이 나왔다.
부클레는 울이나 양모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울, 면, 모헤어부터 폴리에스터와 아크릴 같은 합성섬유까지 다양한 원료로 만들 수 있다. 소재를 구분하는 기준은 섬유의 종류보다 실 표면에 만들어진 고리 구조에 있다.
패션에서는 샤넬 재킷으로 널리 알려졌고 인테리어에서는 소파와 라운지 체어, 쿠션 같은 업홀스터리 원단으로 사용된다. 특히 2020년대 초 곡선형 가구와 밝은 크림색 부클레의 조합이 크게 유행하면서 일반 소비자에게도 익숙해졌다.
구조·원리
부클레 얀은 중심이 되는 실과 표면 효과를 만드는 실을 서로 다른 장력과 속도로 꼬아 만든다. 효과사가 중심사보다 느슨하게 공급되면 남는 길이가 작은 고리와 굴곡을 만든다. 이를 다른 실이 잡아 고리 형태를 유지한다.
완성된 실을 직조하거나 편직하면 표면에 작은 매듭이 불규칙하게 올라온다. 실의 굵기와 루프 크기, 원료를 바꾸면 아주 촘촘한 부클레부터 굵고 양털처럼 보이는 원단까지 만들 수 있다.
이 요철 때문에 평직 원단보다 표면의 그림자가 많다. 단색을 사용하더라도 작은 고리마다 빛을 받는 방향이 달라 색이 완전히 평평하게 보이지 않는다.
디자인적 의미
부클레가 가구에서 크게 확산된 이유는 곡선형 볼륨을 강조하기 좋기 때문이다. 표면에 뚜렷한 무늬가 없어 복잡한 재단선이 덜 보이고, 둥근 소파와 암체어를 하나의 부드러운 덩어리처럼 묶어준다.
반대로 2020년대 초반 크림색 부클레와 둥근 소파가 지나치게 반복되면서 소재 자체가 특정 인테리어 유행의 기호가 되기도 했다. 2026년에는 부클레가 사라졌다기보다 밝은 아이보리 일색에서 벗어나 갈색과 강한 색, 다른 소재와의 혼합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결국 부클레의 핵심은 ‘포근해 보이는 원단’보다 표면 구조다. 같은 형태의 가구라도 매끈한 가죽을 씌웠을 때와 부클레를 씌웠을 때 윤곽과 그림자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주요 적용 사례
마락 레오폴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마락(Marac)이 2026년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공개한 레오폴드(Leopold) 소파는 직선형과 곡선형 두 가지 구성으로 개발됐다. 주요 사양 가운데 하나로 짙은 갈색 부클레를 사용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흔했던 아이보리 부클레 대신 어두운 갈색을 선택해 소재 특유의 요철은 살리면서 기존 ‘화이트 소프트 미니멀리즘’ 이미지를 벗어난 사례다.
그레그 나탈레의 부클레 인테리어
호주 디자이너 그레그 나탈레는 최근 주거 공간에서 버건디 계열 부클레 소파를 핑크와 민트, 목재와 함께 사용했다.
부클레를 차분한 베이지 공간에 섞는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강한 색채를 만드는 표면으로 사용한다. 부클레가 특정 색이나 미니멀 스타일에 묶인 소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트하우스 글래스고
2026년 문을 연 아트하우스 글래스고의 라운지는 A-nrd 스튜디오가 디자인했다. 올리브 그린 계열과 목재, 빈티지 가구 사이에 부클레 좌석과 벨벳 계열 소재를 함께 배치했다.
부클레 하나로 공간 전체를 채우기보다 서로 촉감이 다른 패브릭을 겹쳐 사용하는 최근 인테리어 흐름을 보여준다. 소재의 존재감은 유지하면서 특정 유행의 복제품처럼 보이지 않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장점과 한계
부클레는 표면의 굴곡 덕분에 작은 얼룩이나 재단선이 비교적 덜 도드라지고 단색만으로도 풍부한 질감을 만들 수 있다. 두꺼운 원단은 가구의 볼륨을 부드럽게 보이게 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반면 표면 고리가 반려동물 발톱이나 액세서리 같은 돌출물에 걸릴 수 있다. 고리 사이에 먼지나 부스러기가 들어가면 매끈한 직물보다 관리가 까다롭고 제품에 따라 필링이 생길 수도 있다.
‘부클레’라는 이름만으로 내구성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실제 성능은 어떤 섬유를 사용했는지, 실을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었는지, 마틴데일 같은 마모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질감은 같아 보여도 주거용과 상업 공간용 부클레의 성능은 크게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