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데코 (Art Deco)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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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데코(Art Deco)는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건축, 가구, 보석, 그래픽, 패션, 공산품, 교통수단, 실내 장식 전반에 퍼진 국제 장식 양식이다. 직선, 기하학적 도형, 좌우 대칭, 반복 패턴, 광택 있는 재료를 통해 기계 시대의 화려함과 속도감을 시각화했다.

아르데코는 같은 시기 모더니즘과 함께 등장했지만, 장식에 대한 태도는 달랐다. 일부 모더니즘 담론이 장식을 기능과 생산의 방해물로 봤다면, 아르데코는 장식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대신 자연의 곡선과 역사주의 장식을 기하학적으로 정리하고, 기계 문명의 속도감과 도시의 수직성을 표면 장식으로 바꿨다.

이 양식의 특징은 양면성에 있다. 초기 아르데코는 마카사르 흑단, 상아, 샤그린, 자개, 옻칠, 대리석처럼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고급 수공예품에 가까웠다. 반면 1930년대 이후에는 크롬 도금,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베이클라이트, 유리 블록, 비트롤라이트 같은 산업 재료를 활용하며 대중적 상업 디자인과 유선형 제품으로 넓어졌다.

따라서 아르데코는 단순히 “화려한 장식 양식”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이 양식은 럭셔리 공예, 마천루, 원양 정기선, 영화관, 백화점, 라디오, 토스터, 자동차, 기차까지 한 시대의 도시적 욕망을 넓게 덮었다. 상류층의 사치와 대중 소비재의 미래 이미지가 같은 양식 안에서 공존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르데코라는 명칭이 당대에 널리 쓰인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명칭은 1925년 파리에서 열린 장식미술 및 현대산업 국제박람회에서 온 사후적 이름이다. 당대에는 모데른, 재즈 모던, 지그재그, 1925년 양식 같은 표현이 더 자주 쓰였다.

역사·전개

아르누보 이후의 장식 변화

아르데코는 아르누보 이후의 장식 양식으로 볼 수 있다. 아르누보가 식물의 줄기, 꽃, 곤충, 여성의 머리카락처럼 자연에서 온 흐르는 곡선을 사용했다면, 아르데코는 그 곡선을 직선과 기하학으로 정리했다.

자연 모티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꽃, 분수, 야자수, 동물, 여성상은 계속 등장한다. 다만 표현 방식이 달라졌다. 유기적인 선은 대칭과 반복 패턴으로 정리되고, 식물과 동물은 날카로운 실루엣과 장식적 기호로 바뀐다.

이 변화는 시대의 감각과 연결된다. 20세기 초 도시는 전기, 자동차, 영화, 백화점, 마천루, 원양 정기선, 기계 생산을 통해 빠르게 바뀌었다. 아르데코는 자연주의적 장식보다 도시와 기계, 속도와 소비를 더 잘 보여주는 장식 언어가 됐다.

1925년 파리 박람회

아르데코라는 이름의 뿌리는 1925년 파리에서 열린 장식미술 및 현대산업 국제박람회(Exposition Internationale des Arts Décoratifs et Industriels Modernes)에 있다.

이 박람회는 원래 1910년대에 계획됐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연기됐다. 1925년에 열린 행사는 장식미술, 가구, 실내, 패션, 보석, 유리, 금속공예, 그래픽, 건축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대규모 무대였다.

주최 측은 과거 양식을 그대로 모방한 출품을 지양하고, 현대적인 장식미술을 보여주려 했다. 이 조건 아래 프랑스 장식미술가와 가구 디자이너, 보석상, 유리 공예가, 금속 공예가들이 화려한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사람들은 이 양식을 아르데코라고 부르지 않았다. 1925년 양식, 모데른, 재즈 모던 같은 표현이 쓰였다. 아르데코라는 축약 명칭은 1960년대 이후 미술사와 디자인사에서 정착했다.

다국적 절충주의

아르데코는 하나의 순수한 원리에서 나온 양식이 아니다. 고대 문명, 유럽 모더니즘, 당대 기계 문명, 이국적 장식, 상업 문화가 뒤섞인 절충주의적 양식이다.

입체파는 사물을 기하학적 면으로 분해하는 방식을 제공했다. 데 스틸과 빈 공방은 기하학적 질서와 장식적 평면 구성을 보여줬다. 야수파와 발레 뤼스는 강렬한 색채 감각을 자극했다.

고고학과 식민지 무역도 아르데코의 장식 언어에 영향을 줬다. 1922년 투탕카멘 무덤 발굴 이후 이집트 모티프가 크게 유행했고, 아스텍의 계단식 피라미드, 아프리카 패턴, 동아시아 장식, 이슬람 기하학도 아르데코 장식에 흡수됐다.

이와 동시에 비행기, 자동차, 기차, 원양 정기선, 마천루 같은 현대 기계 문명도 장식의 원천이 됐다. 아르데코는 고대와 미래, 수공예와 기계, 유럽과 비유럽 이미지를 한 화면에 섞었다.

럭셔리 공예의 시대

초기 아르데코는 프랑스 고급 장식미술과 깊게 연결된다. 에밀자크 륄만(Émile-Jacques Ruhlmann), 장 뒤낭(Jean Dunand), 장 퓌포르카(Jean Puiforcat), 르네 랄리크(René Lalique), 에드가 브란트(Edgar Brandt)는 고급 가구, 금속공예, 보석, 유리, 옻칠, 실내 장식에서 아르데코의 화려한 면을 보여줬다.

이 시기의 아르데코는 대량생산보다 수공예에 가까웠다. 희귀한 목재, 상아, 자개, 샤그린, 금속, 유리, 옻칠을 사용했고, 제작에는 긴 시간과 숙련된 장인의 기술이 필요했다.

아르데코가 처음부터 대중적 공산품 양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1920년대의 아르데코는 파리의 고급 살롱, 부유층 저택, 호화 여객선, 극장, 호텔, 백화점과 강하게 연결됐다.

미국 마천루와 도시 이미지

아르데코는 미국에서 마천루와 강하게 결합했다. 1916년 뉴욕 조닝 법은 고층 건물이 거리의 햇빛과 바람을 막지 않도록, 높아질수록 상층부를 뒤로 물리도록 했다. 이 규제는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셋백 구조를 낳았고, 이는 아르데코 마천루의 대표 실루엣이 됐다.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이런 수직적 아르데코의 대표 사례다. 건물은 하늘로 치솟고, 금속 첨탑과 기하학적 장식은 도시의 속도와 기업의 야심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아르데코는 유럽의 고급 공예보다 더 도시적이고 상업적인 양식으로 작동했다. 마천루, 영화관, 호텔, 백화점, 오피스 로비는 아르데코를 통해 현대 도시의 화려한 표정을 만들었다.

대공황과 스트림라인 모던

1929년 대공황 이후 사치품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값비싼 재료와 수공예에 기대던 초기 아르데코는 이전처럼 유지되기 어려웠다.

이때 아르데코는 스트림라인 모던(Streamline Moderne)으로 방향을 넓혔다. 스트림라인 모던은 기차, 자동차, 비행기, 선박의 유선형에서 출발해 둥근 모서리, 긴 수평선, 크롬 장식, 매끄러운 표면을 강조했다.

이 흐름은 건축과 제품에 모두 적용됐다. 주유소, 다이너, 극장, 버스터미널, 라디오, 냉장고, 토스터, 주크박스는 저렴한 산업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미래적이고 현대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대공황기의 스트림라인 모던은 아르데코의 대중적 얼굴이었다. 고급 수공예 대신 대량생산과 상업적 스타일링이 앞에 나왔다.

전후 쇠퇴와 재평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주의 양식과 기능주의 모더니즘이 세계 건축과 디자인을 주도했다. 장식적 표면보다 구조, 기능, 표준화, 경제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그 결과 아르데코는 한동안 과거의 화려한 양식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아르데코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 1966년 파리 장식미술관의 회고전과 1968년 베비스 힐리어(Bevis Hillier)의 저술은 아르데코라는 명칭이 널리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아르데코는 단순한 장식 양식이 아니라, 20세기 초 도시, 소비문화, 대중 매체, 고급 공예, 기계 문명의 욕망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중요한 디자인사 흐름으로 평가받게 됐다.

디자인 특징·시그니처

기하학적 모티프

아르데코를 가장 쉽게 알아보게 하는 단서는 기하학적 모티프다. 지그재그, 셰브론, 선버스트, 계단식 피라미드, 지구라트, 반복되는 사각형과 삼각형이 대표적이다.

이 모티프는 건축 외벽, 엘리베이터 문, 로비 바닥, 가구 표면, 보석, 그래픽, 직물에 반복해서 쓰였다. 자연의 곡선보다 기계적으로 정리된 선과 면이 앞에 나왔다.

기하학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현대적 질서의 상징이었다. 아르데코는 장식을 남기되, 그것을 과거 양식이 아니라 기계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턴으로 바꿨다.

좌우 대칭과 반복

아르데코는 좌우 대칭과 반복을 즐겨 사용했다. 건물 입면, 로비 장식, 가구 문양, 보석의 구조는 중심축을 기준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 대칭은 안정감과 권위를 만든다. 호텔, 극장, 백화점, 오피스 로비처럼 대중에게 인상을 강하게 남겨야 하는 공간에서 특히 효과적이었다.

반복 패턴은 화려함을 만든다. 같은 선과 도형이 반복되면서 표면은 리듬을 얻고, 재료의 광택과 만나 강한 시각적 효과를 낸다.

선버스트와 속도감

선버스트(Sunburst)는 아르데코의 대표 모티프다. 태양 광선이 부채꼴로 퍼지는 형태로, 새 시대의 에너지와 상승감을 상징한다.

속도감을 보여주는 모티프도 많다. 번개 같은 지그재그, 날렵한 동물, 날개, 자동차 부품, 기차와 선박 이미지는 모두 움직임과 기계 문명을 떠올리게 한다.

아르데코는 정지한 표면 위에 속도와 에너지를 새겼다. 건물과 가구는 움직이지 않지만, 패턴과 광택은 기계 시대의 역동성을 전달한다.

셋백과 수직성

건축에서 아르데코는 수직 상승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특히 뉴욕 마천루에서는 건물이 위로 올라갈수록 뒤로 물러나는 셋백 구조가 대표적이다.

셋백은 법규에서 나온 결과였지만, 아르데코는 이를 장식적 실루엣으로 적극 활용했다. 건물은 계단식 피라미드나 지구라트처럼 보이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간다.

이 수직성은 기업과 도시의 야심을 보여준다. 아르데코 마천루는 단순한 사무실 건물이 아니라, 근대 도시의 성장과 자본의 상징이었다.

유선형과 수평성

193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아르데코는 스트림라인 모던의 영향을 받아 더 수평적이고 매끄러운 형태로 바뀐다.

둥근 모서리, 긴 수평선, 크롬 몰딩, 현창, 선박의 갑판 같은 난간, 매끄러운 스투코 벽이 자주 나타난다. 마천루의 수직적 아르데코와 달리, 이 흐름은 도로변 상업 시설과 제품 디자인에서 강하게 보인다.

이 변화는 아르데코가 시대 변화에 적응한 결과다. 대공황 이후의 대중 시장에서는 비싼 장식보다 빠르고 위생적이며 미래적인 표면이 더 잘 작동했다.

광택과 반사

아르데코는 광택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금, 은, 크롬, 스테인리스강, 거울, 유리, 광택 있는 옻칠, 대리석은 빛을 반사하며 공간을 화려하게 만든다.

초기 고급 아르데코에서는 희귀 목재와 금속, 상아, 자개가 광택을 만들었다. 후기 대중적 아르데코에서는 크롬 도금, 유리 블록, 비트롤라이트, 스테인리스강이 비슷한 효과를 냈다.

광택은 아르데코의 핵심 감각이다. 단순한 표면도 빛을 받으면 더 비싸고, 더 빠르고, 더 현대적으로 보인다.

이국적 모티프

아르데코는 이집트, 아프리카, 아스텍, 동아시아, 이슬람 장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이집트의 연꽃과 상형문자, 아스텍의 계단식 피라미드, 아프리카 패턴, 동아시아 격자와 장식은 아르데코 안에서 기하학적으로 재구성됐다.

이런 차용은 당시의 고고학 열풍과 식민지 무역, 박람회 문화와 연결된다. 오늘날에는 이국적 취향과 문화적 전유의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

아르데코의 국제성은 다양한 문화를 동등하게 교류한 결과라기보다, 서구 도시와 소비 시장이 여러 문화 이미지를 장식 자원으로 끌어온 결과이기도 했다.

주요 사례

1925년 파리 박람회

1925년 파리 장식미술 및 현대산업 국제박람회는 아르데코의 출발점으로 자주 언급된다. 이 박람회는 프랑스 장식미술의 현대성을 보여주는 대규모 행사였다.

가구, 실내 장식, 보석, 유리, 금속공예, 패션, 그래픽이 함께 전시됐고, 고급 장식미술과 현대 산업의 결합이 강조됐다. 아르데코라는 이름은 훗날 이 박람회 명칭에서 줄여 만들어졌다.

박람회는 아르데코가 한 나라의 양식이 아니라 국제 장식 양식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크라이슬러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Chrysler Building, 1930)은 뉴욕 아르데코 마천루의 대표작이다. 윌리엄 밴 앨런(William Van Alen)이 설계했다.

꼭대기의 스테인리스강 첨탑은 선버스트 패턴처럼 빛난다. 자동차 회사 사옥답게 라디에이터 캡, 휠 허브 캡, 독수리 머리 장식 같은 자동차 모티프가 건물 장식에 들어갔다.

이 건물은 아르데코가 도시, 기업, 기계 문명, 수직 상승감을 어떻게 하나로 묶었는지 보여준다. 뉴욕 스카이라인에서 가장 상징적인 아르데코 건물로 평가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 1931)은 뉴욕의 대표적 아르데코 마천루다. 셋백 구조와 수직선을 강조한 입면, 높이 솟은 실루엣이 특징이다.

크라이슬러 빌딩보다 장식은 절제되어 있지만, 전체 형태와 로비 장식에서 아르데코의 수직성과 기하학이 드러난다. 오랫동안 세계 최고층 건물로 알려지며 근대 도시의 상징이 됐다.

이 건물은 아르데코가 화려한 표면뿐 아니라 도시 규모의 권위와 기술력을 드러내는 양식이었음을 보여준다.

록펠러 센터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는 뉴욕의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다. 1930년대 미국 아르데코가 도시계획과 기업 문화, 공공 예술을 어떻게 결합했는지 보여준다.

건물군은 기하학적 입면과 수직성을 갖추고, 조각과 벽화, 로비 장식, 광장 구성이 함께 작동한다. 라디오 시티 뮤직홀은 그중에서도 아르데코 실내와 대중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대표 공간이다.

라디오 시티 뮤직홀

라디오 시티 뮤직홀(Radio City Music Hall, 1932)은 뉴욕 록펠러 센터 안에 있는 공연장이다. 곡선형 천장, 금속성 장식, 기하학적 조명, 대규모 객석이 아르데코의 극장 문화를 보여준다.

이 공간에서 아르데코는 단순한 표면 장식이 아니라 공연 경험 전체를 감싸는 장치다. 관객은 입구, 로비, 계단, 객석, 무대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공간을 통과하며 현대적 오락의 장면 안으로 들어간다.

에밀자크 륄만의 가구

에밀자크 륄만은 프랑스 초기 아르데코 가구의 대표 인물이다. 그는 희귀 목재, 상아 상감, 정교한 비례, 고급 마감을 사용해 상류층을 위한 가구를 만들었다.

그의 캐비닛, 책상, 의자는 대량생산 제품이 아니라 고급 수공예품이었다. 장식은 과거 양식을 그대로 베끼지 않고, 기하학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정리됐다.

륄만의 작업은 아르데코가 출발점에서 얼마나 고급 장식미술과 가까웠는지 보여준다.

르네 랄리크

르네 랄리크는 유리와 보석 공예에서 아르데코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투명하고 반투명한 유리, 식물과 동물 모티프, 여성상, 반복 패턴을 통해 아르데코의 장식성을 보여줬다.

랄리크의 작업은 아르누보의 자연 모티프와 아르데코의 기하학적 정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유리는 빛을 받아 광택과 투명성을 만들고, 장식은 제품과 공간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노르망디호

노르망디호(SS Normandie, 1935)는 프랑스의 초호화 원양 정기선이다. 아르데코 인테리어를 바다 위로 옮긴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대연회장, 조명, 유리 장식, 금속 디테일, 가구, 벽면 패널은 모두 현대적 사치와 기술력을 보여줬다. 노르망디호는 실제 선박이면서 동시에 이동하는 아르데코 공간이었다.

이 사례는 아르데코가 건물과 제품뿐 아니라 교통수단과 여행 문화에서도 강하게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마이애미 비치 아르데코 지구

마이애미 비치의 아르데코 지구는 미국에서 아르데코와 스트림라인 모던이 대중적 휴양지 건축으로 확산된 대표 사례다.

낮고 수평적인 호텔, 둥근 모서리, 파스텔 색상, 네온사인, 현창, 수평 띠 장식이 특징이다. 뉴욕의 수직적 마천루 아르데코와 달리, 마이애미의 아르데코는 휴양, 바다, 자동차 여행, 상업적 밝음을 보여준다.

플라제 빌딩

플라제 빌딩(Flagey Building, 1938)은 벨기에 브뤼셀의 옛 라디오 방송국 건물이다. 배의 뱃머리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와 노란색 계열 외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은 유럽의 스타일 파크보트와 스트림라인 아르데코를 보여준다.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현대적 프로그램과 원양 정기선의 이미지가 결합됐다.

파크 호텔 상하이

파크 호텔 상하이(Park Hotel Shanghai)는 헝가리 출신 건축가 라슬로 후데크(László Hudec)가 설계한 상하이의 대표 아르데코 건물이다.

수직적인 매스와 기하학적 장식, 도시의 상업적 이미지는 1930년대 상하이가 국제 도시로 성장하던 분위기를 보여준다. 서양식 아르데코와 동아시아 도시의 자본, 식민지적 국제성이 겹친 사례다.

평화호텔

상하이의 평화호텔(Peace Hotel)은 와이탄 일대의 대표적 아르데코 건물이다. 원래 사순 하우스(Sassoon House)로 지어졌고, 1930년대 상하이의 국제적 상업 문화를 상징한다.

기하학적 실루엣과 화려한 실내 장식은 아르데코가 동아시아의 국제 도시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보여준다. 상하이 아르데코는 서구 양식의 이식이면서 동시에 지역적 장식과 도시 문화가 결합된 결과다.

뭄바이 아르데코

인도 뭄바이는 전 세계에서 아르데코 건축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2018년 뭄바이의 빅토리아 고딕 및 아르데코 건축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뭄바이의 아르데코 건물은 서구의 기하학적 양식과 인도 지역 모티프를 결합했다. 연꽃, 코끼리, 야자수 같은 요소가 기하학적 패턴과 함께 쓰였고, 이를 봄베이 데코(Bombay Deco)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사례는 아르데코가 각 지역의 장식 언어와 결합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됐음을 보여준다.

반응과 평가

디자인

아르데코는 20세기 초 장식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보여준 양식이다. 과거 양식의 복제에서 벗어나, 기계 시대의 속도감과 도시의 수직성, 고급 재료의 광택을 새로운 장식 언어로 만들었다.

이 양식은 건축, 가구, 보석, 그래픽, 선박, 제품까지 폭넓게 퍼졌다. 특정 분야에 머물지 않고 생활 전반을 하나의 도시적 감각으로 감싼 점이 아르데코의 강점이다.

도시와 소비문화

아르데코는 대도시 소비문화와 잘 맞았다. 마천루, 백화점, 영화관, 호텔, 원양 정기선, 사무실 로비는 모두 사람들에게 현대적이고 세련된 경험을 제공해야 했다.

아르데코는 이 공간들에 광택과 질서, 속도감,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부여했다. 사람들은 아르데코 공간 안에서 근대 도시의 성공과 풍요를 체험했다.

대중성과 양면성

아르데코는 상류층의 고급 공예와 대중 시장의 공산품을 모두 포괄한다. 이 점이 독특하다.

초기에는 륄만의 고급 가구처럼 소수 부유층을 위한 양식이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에는 라디오, 토스터, 다이너, 주유소, 극장, 대중 교통 시설까지 확산됐다.

아르데코는 엘리트적 사치와 대중적 미래 이미지가 함께 들어 있는 양식이다. 이 양면성을 봐야 아르데코의 폭이 이해된다.

비판

아르데코는 때때로 표면적이고 과시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기능보다 장식과 광택이 앞서 보이고, 기계 문명의 이미지를 소비 가능한 표면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국적 모티프를 사용한 방식에는 오늘날 비판적으로 볼 지점이 있다. 이집트, 아프리카, 아스텍, 동아시아 모티프는 종종 실제 문화적 맥락보다 서구 소비자의 이국적 취향을 자극하는 장식으로 사용됐다.

아르데코는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와 비교될 때 한동안 부차적 장식 양식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근대 도시와 소비문화, 대중 매체, 산업 재료, 글로벌 장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디자인사적 현상으로 재평가된다.

관련·혼동 용어

아르누보

아르누보(Art Nouveau)는 아르데코 직전의 국제 장식 양식이다. 1890년대부터 1910년대까지 건축, 가구, 그래픽, 공예에서 널리 나타났다.

아르누보가 식물의 덩굴, 꽃, 곤충, 여성의 머리카락처럼 흐르는 자연의 곡선을 사용했다면, 아르데코는 직선과 기하학, 대칭, 광택 있는 재료를 앞세웠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시각적 인상은 크게 다르다.

지그재그 모던

지그재그 모던(Zigzag Moderne)은 1920년대 미국 아르데코의 화려한 기하학 장식 단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그재그, 셰브론, 선버스트, 계단식 실루엣, 수직 상승감이 특징이다.

크라이슬러 빌딩 같은 초기 마천루 아르데코와 잘 맞는 표현이다.

재즈 모던

재즈 모던(Jazz Moderne)은 1920년대 재즈 시대의 도시적 흥분과 장식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극장, 호텔, 클럽, 공연장, 그래픽에서 화려하고 리듬감 있는 아르데코를 설명할 때 쓰인다.

지그재그 모던과 겹쳐 쓰이기도 한다. 음악, 밤문화, 영화, 대도시 소비문화와 가까운 아르데코의 얼굴이다.

스트림라인 모던

스트림라인 모던(Streamline Moderne)은 1930년대 대공황기 이후 두드러진 아르데코의 후기 변형이다. 비행기, 기차, 자동차, 선박에서 가져온 유선형 이미지를 건축과 제품에 적용했다.

둥근 모서리, 긴 수평선, 현창, 크롬 몰딩, 매끄러운 표면이 특징이다. 초기 아르데코가 수직적이고 장식적이었다면, 스트림라인 모던은 수평적이고 대중적이며 상업적이다.

PWA 모던

PWA 모던(PWA Moderne)은 대공황기 미국 공공사업국(Public Works Administration)과 연결된 공공 건축 양식이다.

아르데코의 장식을 줄이고, 고전 건축의 대칭성과 권위 있는 비례를 단순화해 사용했다. 관공서, 법원, 우체국 같은 공공 건물에 자주 쓰였고, 스트림라인 모던보다 더 묵직하고 제도적인 인상을 준다.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에서 설립된 디자인·건축 학교다. 기능, 재료, 대량생산, 장식 배제를 강조했다.

아르데코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지만 태도는 달랐다. 바우하우스가 장식을 줄이고 기능과 생산을 앞세웠다면, 아르데코는 기계 시대의 이미지를 장식과 광택으로 표현했다.

모더니즘

모더니즘은 20세기 초 건축과 디자인에서 기능, 구조, 새로운 재료, 대량생산, 장식 배제를 강조한 넓은 흐름이다.

아르데코는 모더니즘과 동시대에 등장했지만,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와 완전히 같지 않다. 아르데코는 현대성을 장식으로 표현했고, 모더니즘은 장식을 줄이며 구조와 기능을 드러내려 했다.

국제주의 양식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은 1920년대부터 1930년대에 정리된 모더니즘 건축 양식이다. 철골 구조, 유리 커튼월, 평지붕, 흰 벽, 장식 없는 직교적 형태를 특징으로 한다.

아르데코가 기하학적 장식과 광택, 수직적 상징성을 강조했다면, 국제주의 양식은 장식 없는 구조와 보편적 공간을 중시했다.

미드센추리 모던

미드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의 가구, 건축, 제품 디자인 흐름이다.

아르데코가 1920년대와 1930년대의 도시적 장식과 속도감을 보여줬다면, 미드센추리 모던은 전후 중산층 생활, 신소재 가구, 개방형 주거, 기능적 형태를 더 강조했다. 아르데코 이후 대중적 현대 디자인의 무게중심이 미드센추리 모던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