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저 (Sennheiser)

개요

<img 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3406527468-f0d04b8097a13f98.webp" alt="Sennheiser UK unveils new Marlow home" data-orientation="landscape_16_10" data-original-src="https://d2xsxph8kpxj0f.cloudfront.net/310519663429662740/ffcjRzrXsTCDKgX6s8aDwC/articles/1783406529670-ecd0a381c0639bfe.webp" data-source-url="https://newsroom.sennheiser.com/sennheiser-uk-unveils-new-marlow-home" width="600" />

젠하이저(Sennheiser)는 1945년 독일 베네보스텔(Wennebostel)에서 프리츠 젠하이저(Fritz Sennheiser)가 세운 음향 브랜드다. 마이크로폰, 헤드폰, 무선 시스템, 프로 오디오 장비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젠하이저의 출발점은 화려한 음악 감상 기기가 아니었다. 전후 독일의 작은 연구소에서 측정기기를 만들었고, 지멘스에 공급할 마이크로폰을 만들며 음향 장비로 들어왔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뿌리는 소비자용 오디오보다 방송, 스튜디오, 무대, 계측 장비에 더 가깝다.

젠하이저의 대표적인 프로 장비와 레퍼런스 헤드폰은 저음과 고음을 크게 부풀리기보다 소리를 일정하게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이크는 현장의 소리를 안정적으로 담아야 하고, 헤드폰은 오래 들어도 악기와 목소리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MD 421과 HD 600, HD 800이 오랫동안 현장과 청음실에서 쓰인 이유도 이런 성격에 있다.

브랜드의 상징은 양쪽으로 나뉜다. 하나는 MD 421, MKH 시리즈, Evolution Wireless, Spectera처럼 무대와 방송 현장에서 쓰이는 프로 장비다. 다른 하나는 HD 414, HD 600, HD 800, HE 1, Momentum, Accentum처럼 청취자와 오디오파일이 쓰는 헤드폰·이어폰이다.

2021년 젠하이저는 소비자 오디오 사업을 스위스의 보청기·의료 음향 기업 소노바(Sonova)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인수는 2022년 3월 마무리됐고, 이후 소비자용 헤드폰과 이어폰, 사운드바는 소노바가 젠하이저 브랜드를 영구 라이선스로 사용해 운영했다. 2026년 3월 소노바가 이 사업의 매각 절차를 시작하면서 소비자용 젠하이저는 다시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현재 젠하이저 브랜드는 서로 다른 두 조직이 사용한다. 젠하이저 그룹은 마이크로폰과 무선 시스템, 방송·공연·회의용 장비를 맡고, 소노바의 소비자 오디오 조직은 헤드폰과 이어폰, 사운드바를 판매한다. 새 인수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역사·연혁

1945~1950년대: 폐허 속 연구소와 첫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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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프리츠 젠하이저는 1945년 6월 Laboratorium Wennebostel, 줄여서 Labor W를 세웠다. 장소는 하노버 인근의 베네보스텔이었다. 전쟁 직후 독일의 산업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 작은 연구소는 측정기기를 만들어 지멘스에 공급했다.

1946년에는 지멘스 요청으로 DM 1 마이크로폰을 만들었다. 1947년에는 젠하이저의 독자 마이크로폰인 DM 2가 나왔다. 회사는 처음부터 음향 브랜드로 출발했다기보다, 측정과 전기공학에서 마이크로폰으로 이동했다.

1958년 Labor W는 Sennheiser electronic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시기 젠하이저는 방송과 레코딩, 현장 음향 장비 쪽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1960년 출시된 MD 421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스튜디오와 방송 현장에서 쓰이는 대표 다이내믹 마이크가 됐다.

젠하이저의 초창기 디자인은 멋보다 신뢰에 가까웠다. 마이크는 사람의 목소리와 악기 소리를 안정적으로 받아야 했고, 현장 장비는 반복 사용을 견뎌야 했다. 이 기준은 이후 헤드폰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1960~1990년대: 오픈형 헤드폰과 레퍼런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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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ONE

1968년 젠하이저는 HD 414를 출시했다. HD 414는 세계 최초의 오픈형 헤드폰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헤드폰은 귀를 막는 닫힌 구조가 많았지만, HD 414는 소리가 뒤로 빠져나가고 공기가 통하는 구조를 썼다.

이 제품의 인상은 가벼움과 노란 이어패드에서 왔다. HD 414는 무겁고 어두운 장비처럼 보이던 헤드폰을 더 가볍고 일상적인 물건으로 바꿨다. 노란 스펀지 패드는 지금 봐도 강한 시각 기호다. 음향 구조의 변화가 곧 형태와 색의 변화로 드러난 사례다.

1991년에는 오르페우스(Orpheus)로 불리는 HE 90과 HEV 90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이 등장했다. 300대 한정으로 제작된 이 시스템은 젠하이저가 가격과 대중성을 뒤로 밀어두고 “어디까지 좋은 헤드폰을 만들 수 있는가”를 시험한 제품이었다. 나무, 금속, 진공관 앰프가 결합되며 헤드폰 시스템이 하나의 하이엔드 오디오 오브제가 됐다.

1997년 HD 600은 젠하이저의 다른 방향을 보여줬다. 오르페우스가 극단의 플래그십이라면, HD 600은 오픈형 다이내믹 헤드폰의 기준점에 가까웠다. 자극적인 저음이나 번쩍이는 고음보다 균형 잡힌 음색, 편안한 착용감, 긴 시간 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튜닝으로 오디오파일과 엔지니어에게 오래 선택됐다.

2000~2010년대: 링 라디에이터와 라이프스타일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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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2009년 HD 800이 등장했다. 이 헤드폰은 56mm 링 라디에이터 트랜스듀서를 탑재했고, 넓은 음장감과 해상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드라이버를 귀와 평행하게 붙이는 대신 비스듬한 각도로 배치해 스피커를 듣는 듯한 공간감을 만들고자 했다.

HD 800의 외형은 이전 젠하이저보다 훨씬 미래적으로 보였다. 큰 금속 하우징, 열린 메쉬 구조, 은색과 검은색의 대비, 넓은 이어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제품은 젠하이저가 단정한 스튜디오 장비에서 사이보그 같은 하이엔드 헤드폰으로 이동한 순간이었다.

2012년 Momentum 시리즈는 젠하이저가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들어간 대표 사례다. 기존 젠하이저가 연구소 장비 같은 인상을 줬다면, Momentum은 가죽, 스테인리스 스틸, 접히는 헤드밴드, 거리에서 쓰기 좋은 크기로 더 넓은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2015년에는 HE 1이 공개됐다. 오르페우스의 후속작에 해당하는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으로, 카라라 대리석과 유리, 진공관, 전용 앰프, 자동으로 열리는 헤드폰 보관 구조를 갖췄다. HE 1은 단순한 헤드폰이 아니라, 전원을 켜는 순간부터 하나의 의식처럼 작동하는 청음 장치다.

2021년부터 현재: 소비자 부문 분리와 프로 오디오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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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2021년 젠하이저는 소비자 오디오 사업을 소노바에 매각하기로 발표했다. 2022년부터 소비자용 헤드폰, 이어폰, 사운드바는 소노바 산하 Consumer Hearing 사업으로 운영됐다. Momentum, Accentum, AMBEO Soundbar 같은 제품이 이 체계 아래 이어졌다.

이 결정은 젠하이저에게 큰 전환이었다. 무선 이어폰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시장은 애플, 소니, 보스, 삼성 같은 거대 기업이 경쟁하는 영역이 됐다. 음향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앱, 펌웨어, 블루투스 안정성, 배터리, UX, 리테일 마케팅까지 필요해졌다.

젠하이저 그룹은 마이크로폰과 무선 시스템, 방송·공연·회의용 장비에 집중했다. 스튜디오 마이크와 모니터를 만드는 노이만(Neumann), 디지털 오디오 시스템을 개발하는 머징 테크놀로지스(Merging Technologies)도 그룹 안에 있다. 젠하이저 그룹의 2025년 매출은 4억 6,310만 유로였다.

2026년 3월 소노바는 소비자 오디오 사업을 다시 매각하기로 하고 공식 절차를 시작했다. 매각 대상에는 젠하이저 브랜드로 판매되는 헤드폰과 이어폰, 사운드바 사업이 포함된다. 새 인수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구조는 젠하이저의 현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프로 오디오의 젠하이저는 여전히 가족 소유의 독일 음향 회사로 남아 있고, 소비자 오디오의 젠하이저는 브랜드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을 이어간다. 같은 로고를 쓰지만, 운영 논리는 다르다.

디자인 철학·언어

소리를 먼저 놓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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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젠하이저 디자인은 소리를 먼저 놓고 형태를 만든다. 드라이버의 움직임, 마이크 캡슐의 지향성, 공기 흐름, 진동 억제, 착용 압력, 케이블 분리 구조가 외형을 결정한다.

그래서 젠하이저 제품은 종종 투박해 보인다. HD 600의 타원형 그릴, HD 800의 커다란 메탈 하우징, MD 421의 길쭉한 사각 바디는 패션 소품처럼 예쁘게 보이기 위해 나온 형태가 아니다. 소리를 받고 내보내는 구조가 그대로 겉모습이 됐다.

무광 플라스틱과 금속 메쉬, 직조 케이블, 두꺼운 이어패드, 기능 중심의 버튼이 자주 쓰인다. 화려한 장식보다 오래 착용하고 반복해서 사용하는 데 필요한 구조를 앞세우기 때문에, 젠하이저 제품은 패션 소품보다 전문 장비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오픈형 그릴과 공기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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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젠하이저 헤드폰에서 가장 중요한 시각 언어는 오픈형 그릴이다. HD 414가 헤드폰 뒤를 열었고, HD 600과 HD 650은 타원형 철망으로 드라이버 뒤쪽을 드러냈다. HD 800은 더 큰 메탈 메시 구조로 이 언어를 극단까지 밀었다.

오픈형 그릴은 장식이 아니다. 드라이버 뒤쪽의 공기가 움직일 공간을 만들고, 닫힌 하우징 안에서 생기는 반사를 줄이기 위한 구조다. 젠하이저는 이 구조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이 점이 젠하이저다운 디자인이다. 소리가 빠져나가야 하니 뚫고, 그 뚫린 구조가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 오디오파일에게 메쉬 그릴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이 헤드폰이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지 보여주는 단서다.

레퍼런스 사운드의 보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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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젠하이저는 과장된 저음이나 화려한 고음보다 균형과 장시간 청취 안정성을 중시해 왔다. 특히 HD 600 계열은 “재미있는 헤드폰”이라기보다 “기준을 세우는 헤드폰”에 가깝다.

이 보수성은 디자인에도 드러난다. HD 600, HD 650, HD 660S 계열은 큰 틀에서 비슷한 형태를 유지한다. 가볍고 통풍이 잘 되며, 패드와 케이블을 교체할 수 있고, 긴 시간 쓰기 좋다.

HD 600 계열은 외형을 크게 바꾸기보다 착용감과 부품 교체, 음색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 왔다. 신제품에서도 익숙한 이어컵과 헤드밴드 구조가 계속 사용되는 이유다.

연구소 장비에서 라이프스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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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Momentum 시리즈는 젠하이저 디자인의 다른 얼굴이다. 기존 젠하이저가 연구소 장비처럼 보였다면, Momentum은 거리에서 쓰는 헤드폰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가죽, 스테인리스 스틸 슬라이더, 직조 패브릭, 접히는 구조, 더 작은 하우징이 들어왔다. 이 언어는 소니나 애플의 매끈한 테크 미니멀리즘과 다르다. Momentum은 클래식한 헤드폰과 패션 액세서리 사이를 노렸다.

Momentum True Wireless는 이 방향을 이어갔다. 이어버드 본체의 금속 질감, 직조 패브릭 케이스, 로고가 들어간 원형 터치 표면은 젠하이저가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도 “오디오 브랜드”처럼 보이려 한 시도다. 다만 이 시장에서는 소리만큼 앱, 연결성, 노이즈 캔슬링, 배터리도 중요해졌다.

하드웨어 장인과 소프트웨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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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젠하이저의 전통적 강점은 하드웨어다. 마이크 캡슐, 헤드폰 드라이버, 무선 송수신기, 이어패드, 케이블, 하우징 설계는 오래 쌓인 기술이다.

문제는 무선 오디오 시대가 하드웨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어폰은 스마트폰과 붙어야 하고, 앱으로 설정해야 하며, 펌웨어 업데이트를 받아야 한다. 노이즈 캔슬링과 투명 모드, 멀티포인트 연결, 저지연 코덱, 착용 감지까지 모두 사용자 경험의 일부가 됐다.

무선 제품에서는 드라이버와 하우징 설계만으로 사용 경험이 완성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연결과 앱 설정, 펌웨어 업데이트, 노이즈 캔슬링, 착용 감지가 함께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소비자 오디오 조직이 프로 오디오 본사와 분리된 뒤 별도로 운영된 것도 두 시장에서 필요한 개발과 서비스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요 디자인

MD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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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kipedia (© PJ)

MD 421은 1960년 출시된 다이내믹 마이크로폰이다. 방송, 스튜디오, 라이브 공연 현장에서 오랫동안 쓰인 젠하이저의 대표 마이크다.

형태는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 길쭉한 사각형 바디, 전면 그릴, 손잡이처럼 이어지는 몸체, 베이스 롤오프 스위치가 있다. 원통형 마이크가 많은 시장에서 MD 421은 독특한 실루엣을 갖는다.

MD 421의 가치는 한 가지 용도에 갇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목소리, 드럼 톰, 기타 앰프, 관악기 등 여러 소스에 쓰인다. 그래서 이 마이크는 예쁘기보다 믿을 수 있는 도구로 남았다.

HD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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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kimedia (© Yukon1994)

HD 414는 1968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오픈형 헤드폰이다. 검은색 헤드밴드와 노란색 스펀지 이어패드의 조합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제품은 헤드폰을 더 가볍고 열린 물건으로 바꿨다. 귀를 꽉 막는 무거운 장비 대신, 공기가 통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구조를 제시했다. 헤드폰이 스튜디오 장비에서 가정용 음악 감상 도구로 넓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HD 414의 디자인은 지금 봐도 재미있다. 검은 헤드밴드와 노란 패드의 대비는 거의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그 가벼움이 바로 혁신이었다. 젠하이저가 가장 진지한 음향 브랜드 중 하나인데, 대표 혁신 중 하나가 노란 스펀지 패드라는 점도 이 브랜드의 매력이다.

HD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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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HD 25는 1988년 출시된 온이어 모니터링 헤드폰이다. 처음에는 현장 모니터링과 콩코드 여객기의 기내 음향 장비로 쓰였고, 이후 방송 현장과 DJ 부스에서 널리 사용됐다.

형태는 간단하다. 작고 단단한 이어컵, 분리형 헤드밴드, 교체 가능한 케이블, 높은 차음성, 가벼운 무게가 특징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오래 버티는 구조다.

HD 25는 젠하이저의 프로 장비 감각을 가장 일상적인 크기로 줄인 제품이다. DJ가 한쪽 컵만 젖혀 듣기 쉽고, 부품을 갈아가며 오래 쓸 수 있다. “예쁜 헤드폰”보다 “일하는 헤드폰”에 가까운 제품이다.

HD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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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HD 600은 1997년 출시된 오픈형 다이내믹 헤드폰이다. 지금까지도 오디오파일과 엔지니어 사이에서 레퍼런스 헤드폰으로 자주 언급된다.

디자인은 화려하지 않다. 타원형 그릴, 두꺼운 이어패드, 넓은 헤드밴드, 초기형의 돌무늬 마감이 특징이다. 이 마감은 호불호가 있지만, 한 번 보면 잊기 어렵다. 고급스럽다기보다 오디오 장비답다.

HD 600의 힘은 튜닝과 착용감이다. 과장된 저음이나 번쩍이는 고음 대신, 균형 잡힌 중역과 자연스러운 음색을 제공한다. 그래서 이 제품은 음악을 자극적으로 들려주는 헤드폰보다, 다른 헤드폰을 판단하는 기준점에 가깝다.

HD 650과 HD 660S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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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HD 650은 HD 600의 계보를 이어받아 더 부드럽고 어두운 성향으로 받아들여진 모델이다. 이후 HD 660S, HD 660S2로 이어지며 젠하이저의 중상급 오픈형 레퍼런스 라인이 유지됐다.

이 계열은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는다. 오픈형 그릴, 타원형 이어컵, 교체 가능한 케이블과 패드, 긴 시간 착용 가능한 구조를 유지한다. 디자인 변화보다 소리의 미세한 조정이 더 중요하다.

이 점에서 HD 600 계열은 젠하이저의 보수성을 잘 보여준다. 새로움보다 기준점을 유지하는 제품군이다. 오디오 커뮤니티에서 오래 회자되는 이유도 이 안정감에 있다.

HD 800과 HD 800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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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HD 800은 2009년 등장한 젠하이저의 플래그십 오픈형 헤드폰이다. HD 800 S는 이후 고음역 튜닝을 다듬은 파생 모델이다.

핵심은 56mm 링 라디에이터 트랜스듀서다. 일반적인 원형 진동판과 달리 링 형태로 설계해 넓은 진동판의 장점과 빠른 응답을 동시에 얻으려 했다. 드라이버는 귀를 향해 비스듬히 배치돼 스피커를 듣는 듯한 공간감을 만들고자 했다.

외형도 강하다. 큰 메탈 하우징, 은색 구조물, 열린 메시, 넓은 이어컵은 거의 과학 장비처럼 보인다. HD 800은 젠하이저가 얌전한 레퍼런스 브랜드에 머물지 않고, 하이엔드 헤드폰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드러낸 제품이다.

Orpheus HE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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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ead Amp

Orpheus HE 90은 1991년 등장한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이다. HEV 90 진공관 앰프와 함께 300대 한정으로 생산됐다.

이 시스템은 젠하이저가 대중성과 가격을 내려놓고 만든 상징 제품이다. 헤드폰, 앰프, 진공관, 나무와 금속 마감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였다. 제품은 단순히 머리에 쓰는 장비가 아니라, 별도의 청음 의식을 요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세트가 됐다.

오르페우스는 이후 젠하이저 플래그십 이미지의 기준이 됐다. “젠하이저가 진심으로 끝까지 가면 무엇을 만드는가”를 보여준 제품이다.

H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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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HE 1은 2015년 공개된 오르페우스의 후속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이다.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든 앰프 베이스, 유리 하우징, 진공관, 전용 헤드폰이 결합됐다.

HE 1의 디자인은 작동 장면까지 포함한다. 전원을 켜면 진공관이 올라오고, 헤드폰 보관부가 열린다. 듣기 전부터 제품이 스스로 무대를 만든다.

이 제품은 젠하이저 안에서 예외적인 럭셔리 오브제다. 평소 젠하이저가 기능주의와 장비성을 앞세운다면, HE 1은 그 공학적 권위를 대리석과 움직임, 의식적인 연출로 바꿔 보여준다.

Momen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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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hphotovideo

Momentum은 2012년 시작된 젠하이저의 라이프스타일 헤드폰 라인이다. 가죽, 스테인리스 스틸, 접히는 헤드밴드, 더 작은 이어컵을 사용해 기존 젠하이저의 연구소 장비 같은 이미지를 줄였다.

Momentum의 의미는 젠하이저가 거리로 나온 데 있다. HD 600과 HD 800이 집과 스튜디오에서 쓰이는 레퍼런스라면, Momentum은 출퇴근과 여행, 카페, 거리에서 쓰이는 헤드폰이다.

이 라인은 젠하이저가 소니, 보스, 애플이 경쟁하는 소비자 오디오 시장에서 자기 얼굴을 만들려 한 시도다. 완전히 미니멀하게 숨기기보다, 가죽과 금속의 촉감을 남겨 “오디오 브랜드가 만든 라이프스타일 헤드폰”처럼 보이게 했다.

Momentum True Wire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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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Momentum True Wireless는 젠하이저의 프리미엄 무선 이어버드 라인이다. 직조 패브릭 케이스, 금속 질감의 이어버드 표면, 젠하이저 로고가 특징이다.

이 제품군은 젠하이저가 무선 이어폰 시장에 들어간 대표 사례다. 음질에서는 브랜드의 기대를 이어가려 했지만,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는 소리만으로 승부하기 어렵다. 노이즈 캔슬링, 통화 품질, 앱, 연결 안정성, 배터리까지 모두 평가 대상이 된다.

Momentum True Wireless는 그래서 젠하이저의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좋은 소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브랜드지만, 사용자 경험 전체에서는 테크 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Accen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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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Accentum은 Momentum보다 접근성을 높인 무선 헤드폰·이어버드 라인이다. 젠하이저의 음향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가격 장벽을 낮추려는 제품군이다.

디자인은 Momentum보다 더 단순하고 대중적이다. 고급 소재의 존재감보다는 착용감, 배터리, 노이즈 캔슬링, 일상 사용성을 앞세운다.

Accentum은 소노바 체제에서 Momentum보다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넓히기 위해 만든 라인이다. 젠하이저의 음향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소재와 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해 더 많은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AMBEO Sound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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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 https://us.sennheiser-hearing.com/products/ambeo-soundbar-plus?variant=45464959779099)

AMBEO Soundbar는 젠하이저의 홈 시네마 제품군이다. 헤드폰과 마이크 중심의 브랜드가 거실 사운드바 시장에 들어간 사례다.

AMBEO의 핵심은 공간 음향이다. 여러 드라이버와 디지털 처리를 통해 하나의 사운드바에서 넓은 음장과 입체감을 만들려 한다. 젠하이저가 스튜디오와 헤드폰에서 쌓은 음향 이미지를 거실 영화 감상으로 확장한 제품군이다.

AMBEO는 젠하이저가 단순히 “헤드폰 브랜드”로 머물지 않으려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사운드바 역시 앱, 연결성, TV 호환성, 공간 보정 같은 소프트웨어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 오디오 조직의 역량이 크게 요구되는 영역이다.

Spec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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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NHEISER

스펙테라(Spectera)는 젠하이저가 2024년 9월 공개하고 2025년 4월 출하를 시작한 프로용 디지털 무선 시스템이다. 젠하이저는 이를 세계 최초의 양방향 광대역 디지털 무선 생태계로 소개했다.

기존 무선 시스템은 마이크와 인이어 모니터, 제어 신호에 서로 다른 송수신기와 주파수를 사용했다. 스펙테라는 하나의 광대역 무선 채널 안에서 마이크 입력과 인이어 모니터 출력, 장비 제어 신호를 함께 처리한다.

1U 크기의 베이스 스테이션 한 대가 최대 32개 입력과 32개 출력을 다룰 수 있다. 공연장과 방송 현장에서 장비 수와 주파수 설정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엔지니어가 각 장비의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디자이너·디자인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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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NNHEISER

젠하이저의 디자인은 스타 디자이너 한 명의 서명보다 엔지니어링 조직의 결과에 가깝다. 프리츠 젠하이저가 세운 Labor W의 출발점부터 측정, 전기공학, 음향 실험이 중심이었다.

젠하이저 제품의 형태는 대체로 소리의 조건에서 나온다. 마이크는 캡슐과 지향성, 핸들링 노이즈, 현장 내구성이 중요하다. 헤드폰은 드라이버 배치, 하우징 반사, 통풍, 이어패드 압력, 무게 배분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이 조건들을 보기 좋게 감추는 일이 아니라,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악셀 그렐(Axel Grell)이 있다. 그는 젠하이저의 수석 헤드폰 엔지니어로 일하며 HD 600, HD 650, HD 800 등 주요 오픈형 헤드폰 개발에 참여했다. 브랜드 여러 제품의 음향 설계와 튜닝 방향을 이끈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젠하이저 그룹은 현재도 젠하이저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안드레아스 젠하이저가 CEO를 맡고 있으며, 다니엘 젠하이저는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했다. 그룹은 프로 오디오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노이만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소비자 오디오 사업은 2022년부터 소노바 산하에서 운영됐다. Momentum과 Accentum, AMBEO Soundbar는 젠하이저 브랜드를 사용하지만, 제품 개발과 판매 조직은 프로 오디오 본사와 분리돼 있다. 2026년 소노바가 이 사업의 매각 절차를 시작하면서 소비자 조직은 다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젠하이저의 디자인 조직을 이해하려면 이 분리를 봐야 한다. 프로 젠하이저는 공연장, 스튜디오, 방송국의 장비를 만든다. 소비자 젠하이저는 헤드폰, 이어폰, 사운드바로 애플, 소니, 보스, 삼성과 경쟁한다. 같은 로고지만, 요구받는 디자인 능력은 다르다.

모디 스코어

> 모디 스코어 — 집계 전

>

> MODY 유저 평가 데이터 · 대표작 집계 기준

반응과 평가

디자인

젠하이저의 디자인 가치는 화려한 외형보다 기준점이 되는 형태에 있다. HD 414는 오픈형 헤드폰을 대중화했고, HD 600은 오픈형 다이내믹 헤드폰의 레퍼런스처럼 남았다. HD 800은 하이엔드 헤드폰의 구조를 밖으로 드러낸 제품이고, HE 1은 헤드폰 시스템을 하나의 작동하는 오브제로 만들었다.

마이크로폰 쪽에서는 MD 421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원통형 마이크가 많은 시장에서 독특한 사각형 실루엣을 가졌고, 방송과 레코딩 현장에서 오래 쓰였다. 디자인은 세련된 장식보다 손에 잡히는 도구성에 가깝다.

젠하이저는 장식을 덧붙이기보다 기능에 필요한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쪽을 택해 왔다. 오픈형 그릴과 교체 가능한 케이블·이어패드, 단단한 헤드밴드처럼 오래 사용하기 위한 요소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다.

품질·안전

젠하이저의 품질은 음향 성능, 내구성, 교체 가능한 부품, 장시간 사용 안정성으로 평가된다. HD 600 계열은 이어패드와 케이블을 교체하며 오래 쓸 수 있고, HD 25 역시 현장용 부품 교체성이 강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폰에서는 현장 신뢰가 중요하다. MD 421 같은 제품은 수십 년 동안 스튜디오와 방송 현장에서 쓰였고, Evolution Wireless와 Spectera 같은 무선 시스템은 공연과 방송 환경에서 안정성이 핵심이다. 젠하이저의 프로 오디오는 음질만이 아니라 끊기지 않는 운용을 품질로 본다.

소비자 오디오에서는 평가 기준이 더 복잡하다. Momentum True Wireless 같은 제품은 음질이 좋아도, 블루투스 연결, 앱 안정성, 노이즈 캔슬링, 통화 품질, 배터리, 펌웨어 업데이트가 모두 품질 판단에 들어간다. 이 영역에서는 전통 오디오 브랜드보다 테크 기업의 기준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

브랜드·인물

젠하이저는 오디오 업계에서 강한 신뢰를 가진 브랜드다. 특히 프로 오디오와 오디오파일 시장에서 이 이름은 “과장된 재미”보다 “기준에 가까운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프리츠 젠하이저는 전후 독일의 작은 연구소에서 회사를 시작했고, 가족 경영 구조는 3세대까지 이어졌다. 2025년 80주년을 맞은 젠하이저 그룹은 여전히 가족 소유 기업으로 프로 오디오 중심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브랜드 구조는 2020년대에 크게 바뀌었다. 소비자 오디오 사업은 소노바로 넘어갔고, 젠하이저 본사는 프로페셔널 오디오에 집중했다. 이후 2026년 소노바가 Consumer Hearing 사업 매각 의향을 밝히면서, 젠하이저 소비자 제품의 향후 운영 주체는 다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이 분리는 젠하이저 브랜드의 강점과 위험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름은 하나지만, 프로 장비와 소비자 이어폰은 전혀 다른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젠하이저라는 로고가 두 시장에서 같은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핵심이다.

디자인 반응

HD 414의 노란색 이어패드와 HD 600의 타원형 그릴은 제품 이름을 보지 않아도 젠하이저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됐다. HD 25는 가볍고 부품을 바꾸기 쉬워 방송 현장과 DJ 부스에서 오랫동안 사용됐다.

HD 600 계열은 외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디오 팬들은 이 익숙한 형태를 장점으로 받아들였다. 이어패드와 케이블을 교체하며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새로운 세대가 나와도 착용감과 음색의 기본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Momentum은 가죽과 금속, 직조 패브릭을 사용해 전문 장비처럼 보이던 젠하이저를 일상용 헤드폰으로 넓혔다. 연구실이나 청음실에서 쓰는 제품뿐 아니라 출퇴근과 여행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서도 젠하이저의 음향 이미지를 이어갔다.

비판

젠하이저 소비자 오디오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소프트웨어와 연결 경험이다. 무선 이어폰과 헤드폰은 음질이 좋아도 스마트폰 연결이 끊기거나 앱 설정과 펌웨어 업데이트가 원활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불편하다. 터치 조작과 멀티포인트 연결, 노이즈 캔슬링도 경쟁 제품과 함께 비교되는 항목이다.

HD 600 계열은 오랫동안 같은 이어컵과 헤드밴드 구조를 유지했다. 부품을 바꾸며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새 모델을 이전 제품과 바로 구분하기 어렵고 외형이 오래돼 보인다는 반응도 나온다.

소비자 사업의 운영 주체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문제다. 젠하이저는 2022년 소비자 사업을 소노바에 넘겼고, 소노바는 2026년 다시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새 주인이 정해진 뒤에도 기존 제품의 앱과 펌웨어 업데이트, 수리와 부품 공급이 계속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소비자 시장에서는 좋은 소리만으로 제품을 설득하기 어렵다. 애플과 소니, 보스는 스마트폰 연결과 노이즈 캔슬링, 통화 품질, 서비스망을 함께 제공한다. 젠하이저도 음향 성능뿐 아니라 제품을 켜고 연결하고 관리하는 과정까지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