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헤임 (MOHEIM)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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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헤임(MOHEIM)은 2014년 일본 후쿠이 현에서 출범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쓰레기통이라는 가장 평범한 도구에서 출발해 식기, 시계, 수납용품, 가구, 그리고 공간을 안내하는 픽토그램 사인까지 제품의 반경을 넓혀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케우치 시게이치로(Shigeichiro Takeuchi)의 집안에 대대로 전해지던 옛 상호 '모헤이'에서 이름을 빌려왔다.

모헤임은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외형을 디자인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대신 익숙한 도구들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구조를 다시 들여다본다. 몸체에 얹어두기만 해도 매끄럽게 열리고 닫히는 쓰레기통 뚜껑, 입술에 닿는 촉감과 손에 감기는 그립감을 위해 극도로 얇게 깎아낸 나무 컵 등 '작동하는 방식'과 '재료의 물성'이 디자인의 핵심이 된다.

시각적인 피로감을 덜어내기 위해 흰색, 검은색, 회색 등 무채색과 차분한 파스텔 톤을 즐겨 쓴다. 원통, 직선, 그리고 완만한 곡선만으로 실루엣을 빚어내어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한 공간에 두어도 시각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

역사·연혁

모헤임을 전개하는 기업 'SO PLUS COMPANY'는 본래 1987년부터 아크릴과 합성수지 판재를 다뤄온 제조사였다. 이후 목재와 금속 가공까지 기술을 확장하며 매장 집기와 산업용 부품을 생산해 냈다. 이들이 쌓아온 탄탄한 제조 노하우가 일상용품 개발로 뻗어나가며 모헤임이 탄생했다.

브랜드의 첫 태동은 다케우치 시게이치로가 고안한 '스윙 빈(SWING BIN)'과 함께했다. 2009년 첫 시제품이 완성되었고 2010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세상에 공개됐다. 이듬해인 2011년, 저명한 매거진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고 《모노클》의 디자인 디렉터리에 이름을 올리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정작 까다로운 금형 제작과 치솟는 생산 비용의 장벽에 부딪혀 곧장 양산에 돌입하지는 못했다.

이후 제조사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 양산 자금을 확보했고, 2014년 다케우치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며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다. 첫 컬렉션에서는 스윙 빈과 더불어 일본 이시카와 현 야마나카 칠기(Yamanaka Lacquerware)의 정교한 목공 기술을 차용한 나무 컵 '유키 우드(YUKI wood)' 등을 선보였다.

론칭 이후 거울, 식기, 가구로 서서히 라인업을 채워나갔다. 2019년에는 건축가 아시자와 케이지(Keiji Ashizawa)가 합류해 다목적 트롤리를, 2020년에는 가죽 티슈 커버와 아크릴 픽토그램 사인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사인 시리즈는 이듬해 일본 굿 디자인상(Good Design Award)을 수상하며 궤도에 올랐다.

2020년대 들어서는 테이블웨어와 패브릭으로 외연을 더욱 팽창시켰다. 부드러운 양감을 강조한 스톤웨어 라운드 시리즈, 재생 원료를 섞어 만든 스웨이드풍 티슈 커버 등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고도화했다. 2026년 기준 모헤임의 공식 컬렉션은 약 35종에 이른다.

디자인 철학·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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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낸 형태에 남겨진 본질적 메커니즘

모헤임은 단순히 형태를 미니멀하게 덜어내는 데서 디자인을 멈추지 않는다. 뚜껑이 어떻게 닫히고, 손잡이가 어떻게 잡히는지 사용자의 물리적 행동을 관찰한 뒤,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부품만 남긴다. 경첩이나 스프링 같은 부속품을 숨기기 위해 커버를 덧씌우는 대신, 형태 그 자체가 유기적인 기능이 되도록 설계한다.

스윙 빈의 뚜껑은 단 하나의 나사나 와이어 없이 비스듬한 원통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움직인다. 가죽 티슈 커버는 꿰맨 봉제선을 최소화해 가죽 한 장이 상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도록 만들었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치수와 마찰계수까지 계산해 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고도의 디자인이다.

산업과 공예의 경계를 허무는 재료 선택

모헤임은 합성수지, 강철, MDF 등 대량생산의 논리를 따르는 산업 소재와 일본 지역 곳곳에 숨은 전통 공예 기술을 제품의 성격에 맞춰 영리하게 믹스 매치한다. 모든 제품을 값비싼 장인의 수공예품으로 포장하려 들지 않고, 쓰임새와 단가에 맞춰 가장 합리적인 생산지를 발굴한다.

야마나카 칠기 장인이 통나무를 얇게 깎아 만든 유키 우드가 공예의 정점이라면, 니가타 현의 금속 스피닝(Spinning) 공법으로 둥근 테두리를 말아 올린 '혼(HORN)' 시계는 산업과 공예의 기분 좋은 타협점이다.

공간에 스며드는 무채색과 조용한 비례

다양한 품목을 쏟아내지만, 모헤임의 모든 제품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정한 색채와 비례의 범위 안에서 통제된다. 흰색, 회색, 검은색을 베이스로 옅은 핑크, 민트 그린, 결이 고운 우드 톤을 조미료처럼 더한다. 화려한 유광 소재 대신 매트한 질감과 자연스러운 무광 마감을 고집한다.

같은 실루엣을 무한정 복제하지는 않되 얇은 선,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완만한 곡면, 돌출부가 없는 납작한 구조라는 조형적 특징을 모든 카테고리가 공유한다. 그 결과 쓰레기통, 컵, 이동식 카트 등 쓰임새가 각기 다른 제품을 한 공간에 모아 두어도 시각적으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주요 디자인

스윙 빈

2014년 브랜드를 알린 1등 공신 스윙 빈(SWING BIN). 수직의 원통 몸체 윗면을 비스듬하게 썰어내고 아주 미세한 단차를 내어 얇은 나무판을 올려두었다. 뚜껑을 잡아주는 어떠한 기계적 장치도 없지만, 쓰레기를 툭 던져 넣으면 자연스럽게 기울어졌다가 무게중심의 원리에 의해 제자리로 스르륵 닫힌다.

뚜껑 패널을 훌렁 들어 올려 내부의 비닐봉투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어 실용성도 뛰어나다. 단순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구조로 2011년 《월페이퍼》 어워드를, 2016년 일본 굿 디자인상을 거머쥐며 모헤임을 상징하는 마스터피스로 자리 잡았다.

유키 우드

2014년 론칭과 함께 공개된 유키 우드(YUKI wood)는 목재 컵의 편견을 깬 제품이다. 이시카와 현 야마나카 칠기 장인들이 통나무가 자라난 결을 따라 자르는 '세로 목취(Tategidori)' 방식을 적용해, 극도로 얇게 깎아내면서도 수축이나 뒤틀림을 방지했다.

수년간 건조한 나무를 물레에 물려 장인이 일일이 깎아낸다. 입술이 닿는 림(Rim) 부분은 종이장처럼 얇게 빼고, 손에 쥐었을 때 이물감이 없도록 바닥을 제외한 컵의 몸통 전체를 유려한 곡선으로 빚어냈다. 눈 쌓인 야마나카 온천의 겨울 풍경(유키, 雪)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처럼 가볍고 온화하다.

트롤리

2019년 아시자와 케이지가 설계한 트롤리(TROLLEY)는 이동식 수납 가구다. 시중의 육중한 주방용 카트보다 폭을 늘씬하게 줄여, 비좁은 일본의 주택 환경에서도 요리조리 끌고 다니기 좋도록 최적화했다.

강철 프레임에 자작나무 합판과 MDF 상판을 얹어 견고하다. 특히 위아래의 우드 패널은 손쉽게 분리해 개별 쟁반(Tray)으로 활용할 수 있어 쓰임새가 좋다. 다이닝 룸에서 음식을 나르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거실의 간이 사이드 테이블이나 서재의 수납장 역할까지 거뜬히 수행한다.

사인

2019년 출시된 픽토그램 사인(SIGNS)은 모헤임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다. 카페나 화장실 문짝에 붙이는 안내 표시로 시작해, 샤워실, 와이파이, 엘리베이터 표지까지 일관된 그래픽 시스템으로 확장했다.

아크릴, 원목, 황동 소재의 판재를 레이저로 얇고 정밀하게 재단해 만든다. 뒷면에 양면테이프가 발라져 있어 동봉된 설치 가이드 종이를 벽에 대고 맞추기만 하면 누구나 오차 없이 반듯하게 부착할 수 있다. 접근성 표지와 젠더 뉴트럴 화장실 마크까지 포용하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이 시리즈는 2022년 일본 굿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디자이너·디자인 조직

모헤임은 생산력을 갖춘 제조사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외부 디자이너와 지역 장인이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기업 SO PLUS COMPANY가 수십 년간 다져온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시제품 제작부터 금형 설계, 양산 구조 구축을 책임진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케우치 시게이치로는 스윙 빈, 스톤웨어, 사인 시리즈 등 주요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톤 앤 매너, 패키지, 시각 이미지까지 총괄하며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한다.

필요에 따라 외부 협업도 주저하지 않는다. 건축가 아시자와 케이지는 트롤리로 건축적 비례를 더했고, 이토 켄지(Kenji Ito)는 벽시계 시리즈로 섬세함을 불어넣었다. 제품의 용도와 물성에 가장 적합한 실력자들을 매칭해 디자인의 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모디 스코어

> 모디 스코어 — 집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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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DY 유저 평가 데이터 · 대표작 집계 기준

반응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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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윙 빈은 양산조차 되지 않았던 2011년 시제품 상태로 글로벌 디자인 매체의 어워드를 석권할 만큼 획기적이었다. 2016년 굿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아름다운 조형뿐만 아니라 작동 방식의 혁신성까지 입증받았다.

2022년 굿 디자인상을 받은 사인 시리즈 역시 공간의 미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픽토그램의 본질을 세련되게 완수했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품질·안전

소재의 특성에 따라 공정을 철저히 이원화한다. 합성수지나 철재 제품은 첨단 산업 설비를 통해 한 치의 오차 없이 매끈하게 뽑아내고, 유키 우드 같은 제품은 지역 공방 장인의 손길에 기대어 느리고 정성스럽게 깎아낸다.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맞추는 인더스트리얼 제품과, 가볍고 정밀하지만 제작 기일이 오래 걸리는 전통 공예가 브랜드 안에서 묘한 균형을 이룬다. 모든 카테고리가 획일화된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한다기보다 소재에 합당한 최선의 가공 방식을 채택하는 쪽에 가깝다.

브랜드·인물

전형적인 B2B 부품 제조사가 능력 있는 외부 디렉터의 스케치를 만나 자사 브랜드를 론칭한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콘셉트로만 존재하던 스윙 빈을 포기하지 않고 금형을 파내어 양산에 성공한 제조사의 뚝심이 브랜드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무리해서 라인업을 확장하거나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모헤임 특유의 고요한 언어에 부합하는 제품들만 아주 조금씩 세상에 내놓으며 브랜딩의 밀도를 탄탄하게 다져왔다.

디자인 반응

모헤임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제품이 기존 공간에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스윙 빈처럼 별도의 설명서 없이 구조만으로 직관적인 사용을 유도한다는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반면, 모헤임의 전매특허인 무채색 원통 쉐입과 밝은 자작나무의 조합은 무인양품(MUJI)이나 펌 리빙(ferm LIVING) 같은 수많은 북유럽·일본 리빙 브랜드의 문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냉정한 시선도 존재한다. 로고마저 보이지 않아 멀리서 보았을 때 모헤임만의 독창적인 인장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비판

모헤임이 넘어야 할 가장 큰 허들은 언제나 '가격'이다. 스윙 빈은 플라스틱 원통 바디와 MDF에 무늬목을 입힌 뚜껑이라는 비교적 흔한 소재로 구성되어 있지만, 시중의 기성 쓰레기통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다. 절제된 핏을 구현하기 위한 고도화된 금형 설계비가 녹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재의 '원가'와 최종 '소비자가'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데뷔작인 스윙 빈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브랜드 출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다른 제품군이 그만큼 주목받지 못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나아가 일본 지역 공예와의 접목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우지만, 실상 라인업을 뜯어보면 장인의 목공예 컵, 금형으로 찍어낸 플라스틱 휴지통, 수입 재생 가죽으로 만든 티슈 커버 등 태생이 전혀 다른 파편화된 제품군이 한 바구니에 담겨 있다. 섣불리 '일본 공예와 철학을 계승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포장하기에는 브랜드 전체의 서사가 다소 헐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