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티크 (Diptyque)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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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티크(diptyque)는 1961년 파리 생제르맹대로 34번지에서 출발한 향수 및 홈 프래그런스 브랜드다. 처음부터 향수 전문 기업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세 명의 창립자는 직접 디자인한 패브릭과 여행지에서 수집한 장식품을 판매하는 부티크를 열었고, 이후 캔들과 향수를 차례로 추가하며 현재의 제품군을 갖췄다.
타원형 라벨, 글자가 그림처럼 흩어진 타이포그래피, 향수병 뒷면에 숨겨 놓은 일러스트는 딥티크를 관통하는 핵심 시각 체계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향을 글자와 그림, 장소와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바꾸고, 제품마다 서로 다른 장면을 부여한다.
딥티크는 향 자체뿐 아니라 향을 담고 설명하는 방식까지 설계했다. 검은 글자와 흰 바탕만으로 구성한 캔들 라벨은 멀리서도 브랜드를 알아보게 만들었고, 사용을 마친 유리 용기는 꽃병이나 연필꽂이로 다시 쓰이는 인테리어 오브제가 됐다. 현대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향에 서사와 그래픽을 결합하는 방식에도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역사·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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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pty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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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pty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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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 부티크에서 향초로
딥티크는 화가 데스몬드 녹스리트, 인테리어·패브릭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몽타드르 고트로, 연극계에서 일했던 이브 쿠에슬랑이 함께 세웠다. 세 사람은 1961년 생제르맹대로 34번지에 부티크를 열고 자체 제작한 직물과 벽지, 여행지에서 가져온 장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했다.
딥티크라는 이름은 두 개의 판으로 구성된 회화 형식인 딥틱에서 가져왔다. 초기 매장의 좌우 진열창이 두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는 점도 이름에 반영됐다. 서로 다른 물건과 그래픽, 향을 한 공간에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은 이때부터 브랜드의 기본 에티튜드로 자리 잡았다.
1963년에는 첫 향초 오베핀을 선보였다. 장식품을 판매하던 부티크에 향이 더해지면서 딥티크는 공간의 분위기를 후각까지 넓히기 시작했다. 이후 캔들은 매장에 놓인 여러 물건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군으로 성장했다.
첫 오드뚜왈렛, 로(L’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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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Rivegauche1968년 첫 오드뚜왈렛 로(L’Eau)를 출시한 뒤 딥티크는 향수 브랜드로서의 성격을 점차 굳혀 갔다. 데스몬드 녹스리트는 르네상스 시대의 포맨더와 향료 조합에서 로의 출발점을 찾았고, 향수를 인물의 매력이나 성별보다 역사적 기록과 장소의 분위기로 설명했다.
이후에도 꽃과 나무, 과일의 냄새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창립자들의 여행과 기억을 향으로 옮기며 제품군을 넓혔다. 특정 원료 하나만 강조하지 않고 식물 전체와 장소의 공기, 개인적인 장면을 함께 담는 태도는 딥티크 향수의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브랜드로의 확장
2005년 투자사 만자니타 캐피털(Manzanita Capital)이 딥티크를 인수한 뒤 매장과 유통 지역이 빠르게 늘어났다. 향수와 캔들에 집중하던 제품군도 디퓨저와 보디 케어, 장식 오브제, 청소·세탁용품까지 넓어지며 향을 몸과 실내, 일상용품으로 이어가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커졌다.
브랜드의 과거는 새로운 향을 만드는 재료로도 활용됐다. 창립 50주년인 2011년에는 첫 매장의 주소를 이름으로 삼은 34 불바르 생제르망(34 Boulevard Saint Germain)을 출시했고, 60주년인 2021년에는 초기 부티크 옆 재즈 바의 기억을 담은 오르페옹(Orphéon)을 선보였다. 딥티크는 창립자들이 머물렀던 장소와 그곳에 쌓인 냄새를 다시 향으로 만들며 브랜드의 역사를 현재 제품 안에 이어 왔다.
디자인 철학·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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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보여주는 타원형 라벨
향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품만 보고 원료와 분위기를 알아보기 어렵다. 딥티크는 향의 이름과 글자, 일러스트, 짧은 이야기를 한 라벨 안에 묶어 향을 맡기 전부터 하나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타원형 라벨은 초기 패브릭에 그려진 로마 근위대의 길쭉한 방패에서 출발했다. 브랜드명과 향 이름은 일반적인 가로쓰기에서 벗어나 크기와 방향을 달리하며 타원 안에 흩어진다. 글자는 정보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그림을 만들고, 소비자는 배열을 따라가며 향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라벨 속 그림도 원료의 생김새를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식물과 건축물, 인물과 파도, 연기처럼 향이 떠올리게 하는 풍경을 함께 넣는다. 흰 타원과 검은 글자는 유지하면서 향마다 글자의 위치와 주변 그림을 바꿀 수 있어, 같은 브랜드 안에 서로 다른 장소와 계절, 기억을 담아낸다.
유리 너머로 겹치는 두 개의 그림
딥티크의 대표 향수병은 앞면의 이름과 뒷면의 그림을 함께 보게 만든다. 앞쪽에는 향수 이름을 넣은 타원형 라벨을 붙이고, 뒤쪽에는 향이 떠올리게 하는 식물과 장소, 인물을 그린다.
뒷면의 그림은 투명한 유리와 액체를 통과해 앞쪽 라벨 뒤로 비친다. 병을 돌리거나 바라보는 각도를 바꾸면 두 이미지가 포개지는 모습도 달라진다. 향수의 양이 줄어들수록 그림이 통과하는 액체의 면적이 달라져 같은 병에서도 조금씩 다른 장면이 나타난다.
그래픽을 병 표면에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유리와 액체, 앞뒤의 간격까지 디자인에 끌어들인 것이다.
취향을 진열하는 매장
딥티크의 첫 매장은 향수만 판매하는 부티크가 아니었다. 창립자들이 만든 패브릭과 향초, 여행지에서 가져온 가구와 장식품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있었다. 서로 다른 물건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르고 배치한 편집숍에 가까웠다.
이 구성은 이후 매장에도 이어졌다. 향수와 캔들을 책과 그림, 공예품과 식물 사이에 놓고, 각 제품이 떠올리게 하는 방과 정원, 여행지의 풍경을 매장 안에 만든다. 딥티크는 향만 진열하지 않고 그 향과 어울리는 가구와 빛, 주변 사물까지 함께 보여준다.
주요 디자인
캔들
캔들은 딥티크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투명한 원통형 유리 용기에 흰 왁스를 담고, 정면에는 향 이름이 적힌 타원형 라벨을 붙였다. 용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라벨 안의 글자 배열과 향 이름을 달리해 제품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불을 켜면 유리와 녹아내린 왁스가 빛을 받아 작은 조명처럼 보인다. 왁스가 줄어들수록 불꽃의 위치가 낮아지고, 라벨 뒤로 비치는 빛의 높이도 함께 달라진다. 향을 퍼뜨리는 제품과 실내를 밝히는 물건이 하나의 용기 안에 겹친다.
향초를 모두 사용한 뒤에는 유리 용기를 씻어 꽃과 화장 도구, 문구류를 담는 데 다시 쓸 수 있다. 불이 꺼진 뒤에도 타원형 라벨이 남아 있어 빈 용기가 딥티크의 오브제로 계속 사용된다.
필로시코스
필로시코스(Philosykos)는 조향사 올리비아 자코베티(Olivia Giacobetti)와 함께 만든 무화과 향수다. 이름은 그리스어로 ‘무화과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며, 창립자들이 그리스 여행에서 지나온 무화과나무 숲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열매의 단향만 앞세우지 않고 잎의 푸른 냄새와 수액의 유백색 질감, 햇볕에 마른 나무까지 함께 담았다. 무화과 향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무 한 그루와 그 주변 풍경을 향으로 만든 제품이다.
도 손
도 손(Do Son)은 이브 쿠에슬랑이 어린 시절 베트남 해안 도시 도선에서 보낸 여름을 바탕으로 만든 향수다. 바닷바람을 타고 들어오던 튜베로즈와 오렌지 블로섬, 재스민을 조화롭게 담았다. 라벨과 패키지에는 해안의 식물과 물결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 사용됐다. 원료 이름보다 한 사람의 어린 시절과 장소를 먼저 제시하고, 그 기억을 향과 그림으로 함께 만든 제품이다.
34 불바르 생제르망
34 불바르 생제르망(34 Boulevard Saint Germain)은 딥티크의 첫 부티크 주소를 이름으로 사용한 컬렉션이다. 특정 꽃이나 나무 한 종류가 아니라 매장 안에 오랫동안 섞여 있던 장미와 향신료, 앰버와 파촐리, 목재와 왁스의 냄새를 다시 구성했다.
컬렉션의 캔들 용기에는 일반적인 종이 라벨 대신 타원형 글자와 주소를 입체적인 엠블럼처럼 적용했다. 첫 매장의 냄새와 주소, 내부에 놓였던 물건을 향과 용기 안에 함께 담으며 브랜드의 과거를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었다.
오르페옹
오르페옹(Orphéon)은 1960년대 딥티크 매장 옆에 있던 재즈 바를 바탕으로 만든 향수다. 세 창립자가 자주 찾았던 장소의 나무 테이블과 진토닉, 파우더와 연기가 뒤섞인 밤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향은 주니퍼베리와 시더, 통카빈과 재스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주니퍼베리는 잔에 담긴 진을, 시더는 나무로 된 실내를, 통카빈과 재스민은 화장한 사람들과 늦은 밤의 부드러운 공기를 연상시킨다.
병 뒷면에는 재즈 바의 움직임과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넣었다. 창립자들의 사적인 기억을 현재의 향과 그래픽으로 다시 만든 제품이다.
디자이너·디자인 조직
딥티크의 초기 시각 언어는 세 창립자의 협업에서 나왔다. 크리스티안 몽타드르 고트로는 패브릭과 인테리어를 다뤘고, 이브 쿠에슬랑은 매장을 운영하며 제품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이끌었다. 화가였던 데스몬드 녹스리트는 라벨의 글자와 그림, 향수 패키지를 직접 그렸다.
딥티크의 디자인은 완성된 로고 매뉴얼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세 사람이 직접 만든 직물과 고른 가구, 여행에서 가져온 물건을 매장 안에 놓는 과정에서 타원과 흑백 글자, 그림과 사물의 조합이 조금씩 자리 잡았다.
향수는 제품마다 외부 조향사와 협업해 개발한다. 올리비에 페쇼(Olivier Pescheux)와 파브리스 펠레그랭(Fabrice Pellegrin)을 비롯한 조향사들은 창립자의 기억과 자연에서 가져온 장면을 향료의 조합으로 구체화했다. 딥티크는 완성된 배합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먼저 장소와 인물,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조향사와 향을 다듬어 왔다.
현재도 창립자가 만든 타원형 라벨과 흑백 그래픽을 유지하면서 제품과 시즌에 따라 일러스트레이터와 공예가, 예술가를 새로 참여시킨다. 타원의 형태는 고정하되 그 안의 글자와 그림을 계속 바꾸며 오래된 시각 언어를 현재의 제품에 맞게 이어 간다.
모디 스코어
> 모디 스코어 — 집계 전
>
> MODY 유저 평가 데이터 · 대표작 집계 기준
반응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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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딥티크는 향수와 향초의 포장을 향을 설명하는 언어로 사용했다. 타원형 라벨을 고정된 틀로 삼고, 향마다 글자의 배열과 일러스트를 바꿔 하나의 브랜드 안에 서로 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특히 클래식 캔들은 단순한 유리 용기와 흰 왁스, 흑백 라벨만으로 강한 식별성을 만들었다. 향초를 불을 켜는 생활용품에서 향과 빛, 그래픽을 함께 즐기는 실내 오브제로 바꾼 점이 딥티크 디자인의 가장 큰 성과다.
품질·안전
클래식 캔들은 처음 사용할 때 왁스 표면 전체가 액체가 될 때까지 충분히 태워야 가운데만 깊게 파이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딥티크는 한 번에 약 4시간을 넘기지 않고, 사용 뒤에는 심지를 3mm에서 5mm 정도로 잘라 가운데에 다시 맞추도록 안내한다.
불이 붙은 향초는 자리를 비우지 말고 어린이와 반려동물, 커튼과 종이처럼 불이 붙기 쉬운 물건에서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바닥에 왁스가 약 5mm 남거나 금속 심지 받침이 보이면 더 이상 태우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유리 용기는 향초를 모두 사용한 뒤 세척해 다시 쓸 수 있다. 다만 뜨거운 상태에서 찬물에 넣거나 왁스가 거의 없는 상태로 계속 가열하면 유리가 손상될 수 있다.
브랜드·인물
딥티크는 유명 조향사 한 사람의 이름을 앞세운 향수 브랜드가 아니다. 화가와 패브릭 디자이너, 연극과 매장 운영을 경험한 세 사람이 만든 부티크에서 출발했고, 서로 다른 취향을 한곳에 모으는 태도가 향과 그래픽, 공간으로 이어졌다.
이 배경은 캔들과 향수에서 보디 케어, 장식 오브제와 생활용품으로 제품군이 넓어진 뒤에도 브랜드가 크게 어긋나지 않게 했다. 처음부터 한 종류의 제품보다 창립자들이 좋아하고 수집한 물건을 함께 다룬 곳이었기 때문이다.
창립자들의 여행 기록과 그림, 첫 매장에 남은 자료는 지금도 새로운 향과 패키지의 출발점으로 사용된다. 딥티크는 과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복각하기보다 오래된 장소와 이야기를 새로운 향과 그림으로 다시 꺼내는 브랜드에 가깝다.
디자인 반응
딥티크의 바틀은 굳이 향의 이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시그니처인 타원형 라벨과 흑백의 타이포그래피만으로 단번에 그 고유한 정체성을 발산한다. 침실의 협탁이나 욕실, 거실의 테이블 그 어느 곳에 무심하게 툭 올려두어도 주변의 공기를 거스르거나 가구와 충돌하지 않는 특유의 절제된 우아함 덕분에, 이들의 향수와 캔들은 훌륭한 실내 오브제로 널리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감각적인 시각적 유희는 때로 기능적인 불편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오벌 프레임 안에서 크기와 방향을 자유롭게 오가며 춤추듯 배치된 레터링은 브랜드의 예술적 감수성을 돋보이게 하지만, 처음 보는 이들이 직관적으로 제품명을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여러 개의 캔들을 나란히 진열해 두었을 때는 라벨의 실루엣이 모두 엇비슷해, 결국 하나하나 가까이 다가가 향의 이름을 해독하듯 찾아내야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이 불편함마저 기꺼이 애정하는 이유는, 향기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공간에 남겨지는 낭만적인 여운 때문이다. 마지막 왁스를 다 태우고 남은 빈 캔들 글래스는 버려지는 대신 우아한 화병이나 브러시 홀더, 혹은 작은 문구를 담는 트레이로 변모하여 누군가의 일상에 다시 한번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향을 태우고 소비하는 찰나의 시간을 넘어,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각인된 아름다운 오브제로서 공간에 오래도록 머물며 제품의 생명력을 길고 매혹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이다.
비판
딥티크의 가장 강력한 헤리티지인 '오벌(Oval) 라벨'은 제품군이 확장됨에 따라 역설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캔들과 향수, 바디 케어에서 홈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타원형 프레임과 흑백의 타이포그래피가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품 고유의 기능적 매력보다 브랜드의 표식이 시야를 먼저 압도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들의 높은 가격대 이면에는 단순히 향료의 가치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패키징과 창립자들의 내밀한 서사, 그리고 파리 생제르맹이라는 공간적 로망이 촘촘히 얽혀 있다. 이러한 공감각적 서사를 온전한 브랜드 경험으로 기꺼이 소비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지만, 순수하게 향의 부향률과 용량이라는 직관적인 지표만 놓고 비교한다면 그 가격의 간극은 제법 서늘하게 다가온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즌 에디션과 한정판 패키지 역시 비슷한 맥락의 아쉬움을 남긴다. 새로운 패키지는 컬렉터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만, 창립자들의 사적인 기억과 섬세한 손그림에서 태동했던 본래의 디자인이 자칫 상업적 판매를 위한 기계적인 변주 공식으로 굳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타원형 프레임 안에 매번 새로운 일러스트를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는 각 제품이 지닌 고유한 존재의 이유를 오래도록 변호하기 힘들다.
더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숙제로 남는다. 다 쓴 캔들 용기를 펜꽂이나 화병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브랜드 특유의 미학적 감수성을 더하긴 하지만, 이것이 패키징 전반이 안고 있는 환경적 과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무거운 유리 바틀과 종이 상자, 겹겹의 완충재와 장식적 요소들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자발적인 업사이클링을 정식 회수나 순환 체계와 동일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영구적인 오브제라는 시적 은유와, 현실에 남겨지는 묵직한 포장재 사이의 괴리는 딥티크가 앞으로도 예민하게 점검해 나가야 할 성찰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