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한센 앤 선 (Carl Hansen & Søn)
개요
칼 한센 앤 선(Carl Hansen & Søn)은 1908년 가구 장인 칼 한센이 덴마크 오덴세에서 설립한 가구 브랜드다. 초기에는 묵직한 빅토리아풍 주문 가구를 주로 제작했으나, 1949년 건축가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와의 협업을 기점으로 덴마크 모던 디자인을 상징하는 핵심 제조사로 노선을 바꿨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한스 베그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으며, 나아가 카레 클린트, 뵈르게 모겐센, 아르네 야콥센, 안도 다다오 등으로 컬렉션의 외연을 넓혔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한스 베그너가 1949년 디자인한 'CH24 Y체어'다. 이 의자는 1950년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단종되지 않았다. 등받이와 팔걸이를 매끄럽게 잇는 곡목 프레임, Y자형 지지대, 손으로 직접 엮은 종이끈(페이퍼 코드) 좌판은 덴마크 가구의 구조적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칼 한센 앤 선은 과거의 도면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아카이브를 실물로 복원하여 양산한다. 당대의 기술적 한계로 묻혀있던 도면을 현재의 라인업으로 부활시키는 한편, 리케 프로스트, EOOS 등 동시대 현역 디자이너들의 신작을 꾸준히 더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1908년 창립 이래 한센 가문이 소유한 가족 기업 체제를 유지 중이며, 2002년부터 3대인 크누드 에리크 한센이 CEO를 맡아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역사·연혁
1908년 덴마크 오덴세의 작은 공방에서 출발한 칼 한센 앤 선은 1915년 공장을 설립하며 장인의 수작업과 기계 가공을 결합한 효율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1934년 가업을 물려받은 2대 홀게르 한센은 1949년 무명에 가까웠던 젊은 건축가 한스 베그너를 공장으로 초대했다. 베그너가 단 3주 만에 CH24(Y체어)를 포함한 4개의 의자를 설계한 이 시점은 브랜드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꾼 전환점이 되었다. 1950년 본격적인 양산과 함께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회사는 덴마크 모던 가구의 주요 수출 제조사로 도약했다. 1962년 홀게르 한센 타계 후 아내 엘라 한센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지켜냈고, 2002년 3대 크누드 에리크 한센이 취임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는 베그너에 국한되어 있던 컬렉션을 카레 클린트, 뵈르게 모겐센, 포울 키에르홀름 등 덴마크 디자인 마스터들의 작품 전체로 확장했다. 2014년 베그너 탄생 100주년을 기점으로 1950년대 초창기 로고를 부활시키고 미생산 도면을 적극적으로 제품화하기 시작했다. 2026년 현재까지도 과거의 단종작(CH290, CH621 등)을 꾸준히 복원하는 동시에 현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병행하며 브랜드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디자인 철학·언어
구조와 재질의 직관적 노출
가구의 뼈대와 접합 방식을 화려한 장식으로 감추지 않는다. Y체어의 곡목 프레임이나 셸 체어의 성형 합판처럼 재료를 가공하고 연결한 구조 자체가 곧 제품의 외곽선이 된다. 불필요한 면을 덜어내 구조의 뼈대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오크, 월넛 등의 고급 목재에 오일이나 비누 등 최소한의 마감만 적용해 나무 본연의 질감을 정직하게 앞세운다.
기계 공정과 수작업의 융합
1915년부터 이어온 정밀한 기계 가공과 숙련된 장인의 수작업을 결합한 생산 철학을 고수한다. 목재의 정확한 재단은 기계가 수행하지만, 까다로운 조립과 샌딩, 좌판을 엮는 공정은 오롯이 사람의 손을 거친다. 120m의 종이끈을 1시간 넘게 엮어 완성하는 Y체어나, 패턴이 복잡해 수작업만 15시간이 소요되는 PK1 의자가 이 철학을 대변한다.
인체 치수 기반의 기능적 비례
카레 클린트와 한스 베그너로 대변되는 덴마크 가구의 '인체공학적 비례'를 철저히 따른다. 팔과 등, 다리가 닿는 위치와 각도를 조형에 직접 반영한다. Y체어의 등받이 역시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상부 프레임을 튼튼하게 지지하면서도 사람의 등과 허리가 닿는 공간을 편안하게 비워두기 위한 철저한 기능적 설계다.
아카이브의 실용적 복원
과거의 훌륭한 도면을 박물관의 복제품처럼 한정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상업 판매가 가능한 정규 컬렉션으로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1963년 출시 당시 형태가 너무 낯설어 상업적으로 실패했던 CH07 셸 체어를 1998년 화려하게 부활시켰듯, 아카이브를 현대의 상품 기획 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주요 디자인
CH290 시리즈
1962년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하고 2026년 칼 한센 앤 선이 다시 컬렉션으로 편입시킨 라운지 가구군이다. 단단한 원목 프레임 안에 쿠션감이 돋보이는 넓은 시트와 등받이를 배치했다. 가장 유명한 초기 아이콘뿐 아니라 덜 알려진 후기 베그너의 작품까지 복원하여 브랜드 라인업의 깊이를 더하는 최근의 행보를 잘 보여준다.
PK1
1955년 포울 키에르홀름(Poul Kjærholm)이 디자인한 의자다. 원목 중심의 칼 한센 앤 선 컬렉션 안에서 스틸(철재) 소재를 활용해 덴마크 모던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차가운 금속 프레임에 FSC 인증을 받은 종이끈을 15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엮어, 산업적인 소재와 따뜻한 전통 공예의 완벽한 결합을 완성했다.
CH07 셸 체어
1963년 한스 베그너가 성형 합판 기술을 활용해 디자인한 3발 라운지 체어다. 날개처럼 넓게 휘어진 좌판과 등받이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조형을 띠며, 세 개의 아치형 다리가 이를 안정적으로 받친다. 출시 당시에는 낯선 디자인과 생산 기술의 한계로 판매가 저조했으나, 1998년 재생산되며 현대적인 감각이 재평가되어 현재는 브랜드의 핵심 라운지 체어로 자리매김했다.
CH25
1949년 한스 베그너가 칼 한센 앤 선과 협업해 설계한 초기 모델로, 1950년부터 본격 생산되었다. 간결하게 뻗은 목재 프레임에 등받이와 좌판 전체를 종이끈으로 빼곡하게 엮어 완성한다. Y체어보다 종이끈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 목재와 섬유 질감의 대비가 시각적으로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라운지 체어다.
CH24 Y체어
1949년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해 1950년 출시된 이래 한 번도 단종되지 않은 브랜드의 절대적 상징이다. 팔걸이와 등받이를 둥근 곡목 하나로 매끄럽게 잇고 중앙에 Y자 지지대를 세운 구조가 핵심이다. 한 개를 완성하는 데 100개가 넘는 공정이 필요하며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비례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별도의 로고 없이도 전 세계 어디서나 덴마크 모던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통용된다.
디자이너·디자인 조직
칼 한센 앤 선은 내부의 전속 디자이너가 조형을 일괄적으로 주도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디자인과 설계는 외부 디자이너가, 이를 정교하고 안정적인 제품으로 양산하는 역할은 제조사가 맡는 명확한 분업 체계를 취한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디자이너는 한스 베그너다. 1949년 첫 협업 이래 그가 남긴 유산은 칼 한센 앤 선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었다. 2002년 이후 크누드 에리크 한센 CEO 체제에서는 베그너 편중에서 벗어나 카레 클린트, 아르네 야콥센 등 덴마크 디자인 황금기의 마스터피스를 대거 흡수했다. 동시에 특정 시대의 복각 브랜드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EOOS, 리케 프로스트 등 현대 디자이너와의 유기적인 협업을 지속하며 조직의 디자인 스펙트럼을 현세대로 확장하고 있다.
모디 스코어
> 모디 스코어 — 집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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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DY 유저 평가 데이터 · 대표작 집계 기준
반응과 평가
칼 한센 앤 선은 한스 베그너와 덴마크 모던 디자인의 정수를 일상적인 가구로 소유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다. CH24 Y체어처럼 수십 년간 검증된 조형의 아름다움, FSC 인증 친환경 목재와 정교한 수작업이 보장하는 품질, 3대째 묵묵히 명맥을 이어온 가족 기업의 진정성은 브랜드의 가장 큰 신뢰 자본이다. 특히 시대를 앞서가 묻혔던 낡은 도면을 현대의 기술로 재생산해 빛을 보게 하는 큐레이팅 역량은 단순한 가구 공장을 넘어선 제조사의 품격을 증명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대중성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덴마크 모던 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Y체어와 밝은 오크목, 종이끈의 조합 자체가 너무 익숙한 북유럽 인테리어의 클리셰로 굳어버렸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덴마크 디자인 전체로 컬렉션을 넓혔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는 여전히 'Y체어에 기대는 제조사'라는 인식이 짙다. 아카이브 복각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검증된 20세기 유산을 재판매하는 데 머물 뿐 새로운 동시대적 조형미를 제시하는 동력이 약해 보인다는 아쉬움도 따른다. 무엇보다 '다수를 위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가구'를 목표로 했던 덴마크 모던의 초창기 철학과 달리, 자국 생산과 까다로운 수작업 공정을 고수하며 형성된 비싼 프리미엄 가격대는 현대 소비자가 좁혀야 할 가장 큰 괴리로 남아 있다.